애인 아니라고.
단순하게 잠시 외출했을 뿐인데.
쉬는 날이었다. 아코락은 약속이 있다고 나간 날이었고, 메르 역시 모처럼 볼일이 있어 외출했었다.
이것저것, 몰아서 처리하고 날이 저물어 어둑해진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상점가도 있었고, 술집도 있었다. 특정 건물을 경계로 집 주변은 조용해졌다.
술집이라, 최근 술은 집에서만 마셨고 술 약속도 잡지 않았었다.
꽤, 나름, 이전과 다르게, 평범한 생활을 보내는 축이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술집 거리를 지나는 중, 큰 창이 있는 술집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아코락이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것 같은데 굳이 아는 척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지나치려고 했다.
그러다 시선이 마주쳤다.
그냥 지나갈 수 있었는데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마주친 시선이었다. 아코락의 얼굴을 본 그의 친구들이 시선을 따랐고, 메르를 볼 수 있었다.
뭔가 자기들끼리 숙덕숙덕하더니 누군가 빠르게 달려 나왔다.
잘못된 것을 직감했을 때, 도망쳤어야 했는데.
“저 녀석 애인분 맞죠? 지난번에 같이 가는 거 봤어요!”
하고 손목을 잡고 끌고 가는 데 아니라고 말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얼떨결에 술집으로 들어가 아코락 옆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정신이 어질어질할 정도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답할 수 있는 질문이 단 하나도 없었다!
“언제부터 사귀었어요? 이 녀석이 만나는 사람은 있는 거 같은데 말을 안 해서 궁금해 뒤지는 줄 알았거든요?”
“이거이거, 꽁꽁 숨겨놓고 있으면 우리가 모를 줄 알았지? 이 녀석 대체 어디가 좋은 거예요? 착한 놈이 아닐 텐데.”
크큭 웃는 소리와 함께 질문은 쉬지 않았다.
“아니, 너무 겁먹지 마세요. 우리 나쁜 놈들 아니에요.”
“이 녀석이 잘해줘요? 그런 놈이 아닌데. 어때요?”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하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아코락을 날카롭게 쏘아봤다.
그냥 아니라고 말하면 되는 건데, 어쩐지 모든 걸 부정하는 것 같은 기분이라 선뜻 입이 열리지 않았다.
난감한 듯, 웃음을 흘리는 그때. 아코락이 지나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야.”
“어?”
“아니라고. 애인.”
“개소리하지 마라 진짜. 둘이 같이 집에 들어가는 것도 봤거든?”
“같이 사니까.”
“봐! 새끼.”
하-.
아코락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한숨 소리에 메르의 몸이 움찔했다.
“세입자야. 집이 크잖아.”
“아?”
별다른 감정이 섞이지 않은 무미건조한 말에, 이상하게 울컥했다.
그 와중에, 더, 욱하는 건.
“미안합니다. 친구들이 한 실수는 제가 대신 사과하죠.”
하며, 평소에 하지도 않는 어설픈 존댓말과 사과라는 것이다.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아코락에게 고개를 돌리고, 그의 친구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빠른 발걸음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술집을 나섰다.
술 한 잔이라도 하라고 사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상처받을 말도 없었고, 상처받을 상황도 아니었다.
다급한 발걸음으로 집으로 들어서자, 아무도 없는 고요함이 메르를 반겼다.
차가운 공기였고, 무거운 공기였다.
씻지도 않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그대로 소파로 직진했다. 너른 소파에 주저앉았다.
틀린 말도 아니지.
세입자 맞지, 애인 아니지. 그렇다고 섹파라고 말할 수 없겠지.
하지만 그렇게 딱딱하게 선 그을 일이었나?
그렇게 소파에 앉아있은지 오래되지 않아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현관문이 열리고, 늦을 줄 알았던 아코락이 무언가를 바리바리 싸 들고 들어왔다.
“뭐야, 왜 불도 안 켜고,”
메르는 아무 답도 하지 않고, 입술을 삐쭉 내민 채 시선만 보냈다.
“이거, 이전부터 잘 먹던 거 같아서 포장해 왔는데.”
하며 익숙한 냄새가 풍기는 걸 들고 흔들었다.
하지만 메르는 여전히 삐쭉, 빼죽, 불퉁한 표정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웃음을 흘린 아코락이 포장해 온 것을 탁자에 내려놓고 메르에게 다가갔다.
어쩌라고,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메르의 볼에 손을 올렸다.
“아, 야!!”
살도 별로 없는 볼을 잡아 쭈욱, 늘리니 메르의 입에서 버럭 벼락같은 소리가 터졌다.
“별로 늘어나지도 않네.”
막무가내로 사람 볼을 잡아당겨 놓고, 이런 말이나 내뱉는 놈이 뭐 예쁘다고.
그러면서도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해 포장하고, 거의 바로 쫓아 온 걸 보니 또 울컥하던 감정이 스르륵 풀어져 내렸다.
솔직히 그냥 울컥하고 짜증 난 건 메르뿐이었기에.
그런 제 감정의 이상을 알리고 싶지 않았는지, 그대로 아코락의 목에 두 팔을 엉겨 감았다.
춥, 입을 맞추니 막 밖에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처럼 입술이 차가웠다.
아코락은 입맞춤을 받아들이며 자연스럽게 한쪽 팔을 들어 올려 메르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짧은 키스만으로 몸이 달아올라 당장이라도 메르의 옷을 찢어 벗기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어차피 집인데 참을 필요도 없었고.
그대로 아코락의 손을 조급하게 메르의 바지를 벗겼다. 바지와 함께 속옷을 끌어 내리자 메르는 다리를 들어 올리며 수월하게 벗는 것을 도왔다.
춥, 추웁, 춥. 메르의 바지와 속옷을 벗기고 제 바지도 벗을 때까지 마주한 입술은 떨어질 줄 몰랐다.
반라였다. 아래만 벗고 키스하며, 하반신이 문질러졌다.
발기한 성기가 맞닿아 문질러지고 비벼지고, 끝에 흘러내리는 야한 즙이 번들번들하게 묻어 내렸다.
“하, 웁.”
혀를 빼내어 물고 아플 정도로 빨았다. 오히려 조금 아픈 정도가 더 흥분되었다.
혀를 물고 빨면 아래를 더욱 주체하지 못하고, 더욱 강하게 밀착시켰다.
참을성이 바닥난 아코락이 입을 떼고 메르를 그대로 거실 바닥에 엎드리게 했다. 번들번들한 타액으로 얼굴이 엉망이었다.
메르는 별다른 저항도 없었고, 그대로 거실 바닥, 까슬까슬한 카펫 위에 엎드려 엉덩이를 치켜올렸다.
알아서 치켜올리고 벌어진 다리. 그리고 그 사이에 벌어진 구멍이 야살스럽게 유혹하고 있었다.
아코락은 주저 없이, 성기를 한 번에 뿌리까지 깊이 들이박았다. 예고 없는 갑작스러운 삽입에 온몸이 관통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또 싫은 건 아니었다.
굵직한 자극에, 메르가 잘게 전율했다.
메르의 엉덩이를 붙들고 양쪽으로 쩌억, 벌리며 거칠게 성기를 박아댔다.
단단한 성기가 깊은 곳을 찌르고 내벽으로 긁으며 빠져나갈 때, 메르는 야릇한 교성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둘밖에 없는 집에서, 방음도 철저한 이곳에, 목소리를 참을 필요가 없었다.
언제나 그랬고, 항상 그랬다.
강하게, 빠르게, 습한 내부를 강하게 들이박는 자극에 메르는 허리를 튕기고, 엉덩이를 흔들었다.
박는 타이밍에 맞춰, 엉덩이를 빼내면 더욱 깊은 곳이 찔리고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은 짜릿함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헐떡이는 숨소리와 함께, 메르가 절절 앓았다.
“아, 윽, 너무 깊어. 흣!”
“깊고 강하게 박아줘야 좋아하잖아.”
“아윽! 조, 좋아! 아!”
어쩐 일로, 숨기지 않고 좋다는 신음에 내벽을 긁던 성기가 또 그 덩치를 키웠다.
“우, 으...”
“넌 항상 할 때마다 좁아. 벌어져도 훨씬 전에 벌어졌어야 할 텐데.”
“너, 너... 말, 좀. 아윽!”
강하게 성기를 짓찧어 넣고, 뭉근하게 돌렸다. 단단한 것이 내벽을 긁다 못해 강하게 압박하니 배가 거북하면서도 아릿한 쾌감이 묵직하게 퍼졌다.
아코락의 손이 엉덩이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계속 양옆으로 벌리며 제 성기가 들락날락하는 모습을,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집요하게 바라봤다.
작은 엉덩이가, 작은 구멍이, 큼직한 성기를 단숨에 잡아먹고 뱉었다.
쩌억, 쩌억, 백탁액이 흐르며 끈적한 실이 잔뜩 만들어졌다. 성기가 빠져나올 때 많은 실이 뽑히고, 강하게 욱여넣을 때 실도 같이 빨려 들어갔다.
하얀 실과 다르게 같이 딸려 나오는 붉은 살이 대비되어 음란했다.
“음탕한 소리.”
찌꺽, 찌꺽, 추삽질을 할 때마다 들리는 끈적이고 질척이는 소리를 못 들을 리 없었다.
그래서, 더욱, 흔들리는 몸을 어찌하지 못하고 무너지지 않게 손으로 몸을 지탱하며, 현재의 감각을 알아달라는 듯 읊조렸다.
“거기, 더, 윽, 좋, 아. 하윽!”
“여기, 여기 좋아하지?”
이제는 말도 나오지 않는지 제 안에 있는 성기를 강하게 조였다. 끊어먹을 것 같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쩌억, 계속 뽑히는 실들과 함께 벌어진 엉덩이 사이로 흰 거품이 줄줄 흘렀다. 성기를 박아 넣으며 흘린 쿠퍼액이, 마찰하여 고이다 못해 성기를 따라 밖으로 빠져나왔다.
“야하고 음란하고.”
소리가 야했고, 모습이 야했으며 냄새까지 야했다.
“이거 냄새나? 비릿하고 야한 냄새 말이야.”
이미 박히면서 몇 차례나 사정한 메르가 답도 못 하고 거친 숨을 헐떡였다.
답을 할 시간도 주지 않고 빠르게 박고 있었으니까.
아코락의 허리 짓이 빨라졌다. 덩달아 헐떡이는 속도도 빨라졌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절정의 쾌락에 겉도 속도 경련했다. 두툼한 것이 배를 뚫을 것처럼 한차례 강하게 박더니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움찔, 움찔, 메르의 몸이 떨리고 덩달아 아코락의 몸도 같이 떨렸다.
배를 가득 채우는 출렁이는 감각에, 오소소 소름이 끼쳤다.
뜨거운 입김이 허리에 닿았다. 솜털이 다 일어날 것 같았다. 배 속을 채운 정액이 출렁거렸다.
긴 실타래를 만들며 성기가 빠져나가자 고여있던 정액이 구멍 밖으로 빠져나와 허벅지를 타고 뚝 뚝 떨어졌다.
카펫 위로 떨어진 정액의 흔적이, 몹시도 외설스러웠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는 메르는 섹스하며 들은 목소리와 술집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계속 번갈아 가며 재생되어 미칠 것 같았다.
성기가 빠져나간 구멍이 허전하면서, 명치에도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처럼 커다란 공허함이 찾아왔다.
그래서, 더욱, 갈구했다.
명확한 감정이 어렵다면, 몸이라도 겹쳐야 했다.
한 번의 사정으로 끝날 섹스가 아니었다.
금세 가쁜 호흡이 진정되었다. 진정되자마자 아코락은 메르의 몸을 뒤집었다.
카펫에 쓸려 붉어진 몸.
가슴도 성기도, 여전히 흥분했는지 빳빳하게 세워져 있었다.
거칠게 들썩이던 가슴이 조금씩 잔잔해졌다. 읽을 수 없는 표정을 한 메르가 알아서 다리를 벌렸다.
정액이 흘러내리는 구멍이 활짝 벌어져 있었다.
손가락을 넣어 질척한 내벽을 헤집자 메르가 달뜬 신음을 애절하게 흘렸다.
쩌억, 쩌억, 끈적임을 가득 담은 소리와 함께 손가락을 빼내자 부족하다는 듯 구멍이 움찔거렸다.
사정해도 쉬이 죽지 않는 성기가 더욱 그 흉흉함을 뽐내며 다가섰다. 구멍 주변을 느긋하게 문지르며 돌다가 외로워하는 공간에 천천히 밀어 넣었다.
“하, 으...흡...”
“조금 전까지 박혔으면서, 왜 또 조여.”
“네가 큰 거라고, 하읏, 생각은 안 해?”
“칭찬 고맙군.”
맘대로 생각해라.
깊은 곳까지 강하게 들어온 성기의 뜨거운 감각을 느끼며 메르의 다리가 아코락의 허리를 감았다.
철퍽, 철퍽, 아코락의 허리 짓에 맞춰 메르의 몸이 종잇장처럼 흔들렸다.
근데 싫은 건 아닌지 기분 좋게 앓는 소리를 냈다.
소리는 기분 좋아 보이는데 표정은 애매하고.
안에 있는 성기를 뭉근하게 돌리며 전립선을 강하게 찧었다. 헉, 하는 숨넘어가는 소리가 터졌지만 표정은 여전히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왜, 내게 마음에 안 들어?”
“그, 긁지 마. 흣!”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기에 더욱 강하게 눌렀다.
“하읏!!”
“왜, 뭐가 마음에 안 드는데?”
아찔한 감각에 메르는 답을 하지 못했고, 그저, 그저, 섹스 전 아코락이 했던 것처럼 손을 들어 올려 볼을 잡고 치즈 늘리듯 죽 잡아 늘였다.
“네 얼굴.”
“거짓말하지 마.”
응 거짓말이야.
“진짠데.”
“그래, 그럼 사실을 말하기 전까지 한번 마라톤으로 가보지.”
“어? 어?! 야, 어! 잠시만!”
“다행이네, 내일 우리 둘 다 쉬니까.”
“아, 미친! 야! 악!!”
더욱 깊은 곳을 꾹, 꾹, 눌러 들어서는 성기의 둔탁함을 느끼며 메르가 고개를 뒤로 꺾었다.
빌어먹을, 불난 곳에 기름을 부어버렸다.
그날, 방음이 잘 되는 둘의 보금자리에서는 밖으로 나오지 못한 끊이지 않는 격렬한 신음과 비릿하고 음탕하기 그지없는 야한 냄새와 함께.
새벽 별이 반짝이는 시간을 알 수 없는 시간에 결국 또 정신을 놓고 나서야 끝낼 수 있었다.
‘아니라고. 애인.’
그때 메르의 표정은 잔뜩 굳어있었다.
그런 표정 지을 거면, 그냥.
“미련하긴.”
다음날, 거실 탁자에서 싸늘하게 식은 음식을 보고 냉장고에 넣어놓지 않은 아코락의 등짝이 남아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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