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만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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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퇴근했다.

 

무슨 소리냐면 밤이 오고 있다는 소리다.

이미 창밖은 어두컴컴한데 돌아와야 할 사람이 오지 않는다.

 

아침 댓바람부터 메르는 나갔다. 본인 취미활동을 하겠다는데 잡을 수 없었다. 따라가려고 했더니 이번에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조금 심술 나서 연락을 안 했더니 메르도 연락이 없었다.

 

아니 그런데 늦은 시간까지 들어오지 않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아 걱정되는 집주인은 당연한 거야!”

 

라고 알아서 변명하며 메르에게 전화를 시도했다.

 

첫 전화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 번째 전화에 메르가 받았다.

 

[여보쉐여어...]

 

탁, 이마를 쳤다.

 

이거 술 마셨다.

 

“어디야.”

[알아서 뭐하궤에...]

“시간이 늦었잖아. 어디야.”

[스튜됴오 올거냐아? 올 거면 오든가아.]

 

늘어진 목소리가 얼마나 마셨는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정도였다.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전화는 뚝 끊겼다. 아코락은 그대로 집 밖으로 빠르게 달려 나갔다.

 

*

 

최근 자주 찾아 이제는 눈 감고도 올 수 있는 스튜디오에 도착하여 문고리를 붙들었다.

 

하, 아코락이 한숨을 쉬었다.

 

문이 열려있었다.

 

아무리 취미로 하는 곳이라지만 언제 어떻게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잠기지 않은 문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자주 섹스했던 소파에 메르가 앉아있었다. 얼씨구, 탁자에 나뒹구는 술병의 숫자가 적지 않았다.

 

탁한 눈으로 문 앞에 선 아코락을 본 메르가 왔냐, 하고 말하는 데 전화했을 때 보다 더 취한 것 같았다. 그 잠깐 사이에 얼마나 더 마신 건지.

 

“이럴 거면 집에서 마시지, 뭐 하러 여기서 이러고 있냐.”

“그냥...”

 

말끝을 흐리며 술잔을 들기에 아코락이 빠르게 걸어가 손에 든 잔을 낚아챘다.

 

“이미 많이 마신 것 같은데?”

“무슨 상관이야.”

 

삐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집에서 마시면... 너 자꾸 귀찮게 하잖아.”

 

막 만지고, 막 박고, 잠도 안 재우고...궁시렁궁시렁 하면서 괜히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행동 하나하나가 괜히 또 귀여워 보였다.

 

집에서 귀찮게 하는 건 둘째 치고, 장소를 딱히 가린 적이 없었다.

 

집은 물론이고 캠핑카에서도 붙었고, 지금 도피한답시고 있는 이 스튜디오에서는 몇 번을 했는지 횟수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니까 하기 싫다고?”

“아아니...귀찮게 하지 말라고오.”

 

하기 싫다는 건 아닌데 귀찮게 하지 말라는 건 뭘 원하는 건지,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듯 메르는 열심히 꿍얼거렸다.

 

결국 이건 그냥 술주정이었다.

 

계속 꿍얼꿍얼, 혼잣말을 뱉는 메르의 옆자리에 앉아 웃으며 물었다.

 

“그럼, 손끝 하나 안 대면 되는 거지?”

 

그러자 그건 또 아닌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얌전히 있더니 반쯤 풀린 눈으로 아코락을 보며 답했다.

 

“키스까지는 괜찮은 거 같아.”

 

그 말에 순간 큰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메르가 섹스보다 키스를 좀 더 좋아하는 건 잘 알고 있었고, 익숙했다.

 

“정말 키스까진 괜찮아?”

 

얼굴로 올라간 손이 볼을 살짝 쓰다듬자 메르의 몸이 순간 움찔거렸다.

답을 듣지도 않고 스륵, 약하게 힘을 주며 메르의 몸을 소파에 눕혔다.

 

그런 메르의 위에 올라가 가볍게 입을 맞췄다.

 

짧게 쪽 소리를 내며 붙었다 떼진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너 또...막, 그러려고.”

 

메르의 팔이 아코락의 탄탄한 상체를 밀었다. 술에 취해 힘이 들어가지 않아 간지러운 수준이었고, 전혀 밀리지 않았다.

 

“키스만 할게. 키스만.”

 

떨리는 입술에 다시 입을 가져갔다. 말랑한 입술이 다시 닿아 좌우로 잔잔하게 문지르며 눌렸다.

바로 혀를 넣지 않고 입술을 강하게 누르며 비비는 것이, 괜히 간지러워서 메르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입이 열렸지만 여전히 혀는 들어오지 않았다.

 

아코락의 입에서 빠져나온 혀는 벌어진 메르의 입술을 위, 아래로 훑었고 들어갈락 말락 하며 장난을 치는 듯한 행동이었다.

 

입술만 맞물리는 것도 좋지만 혀가 엉키는 것도 기분 좋았다. 참지 못한 메르의 혀가 살짝 움직였다.

 

톡, 혀끝이 닿았다.

 

아코락 역시 톡, 톡, 혀끝을 살짝 쳤다.

 

아이들 장난도 아닌데, 서로 가볍게 치는 직만 하나 싶더니 공기에 노출된 혀가 바짝 마르기 전 결국 아코락이 먼저 메르의 혀를 입에 머금었다.

 

흡, 빨려 들어간 혀를, 엄마 젖 빨 듯 강하게 빨았다.

 

쌉싸름한 술의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러는 사이, 손이 대범하게 움직였다. 헐렁한 티셔츠 안으로 들어가 뾰족하게 세워진 유실을 가볍게 문질렀더니 메르가 하반신을 밀착시켰다.

 

덜덜덜, 떨리는 몸이 피부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키스만 한다더니, 이미 손은 대범하다 못해 파렴치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질척, 질척, 어느새 타액이 강하게 섞이며 젖은 소리가 울렸다. 이전부터 느꼈지만 스튜디오 특성인지 소리가 울렸다. 마치, 욕실에서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음란하고 야한 소리가 증폭되고 메아리처럼 울렸다. 그것이 돌고 돌아 귀에 들어오면 이상하게 더 몸이 흥분했다.

 

아코락도 그렇고, 메르도 흥분한 게 보였지만 입이 살짝 떼지는 순간마다 키스만...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응, 키스만.”

 

거짓말, 손은 이미 판판한 가슴을 움켜쥐고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여자처럼 볼록하지 않은 가슴이건만, 아코락은 뭐가 좋다고 항상 열심히 주물렀다.

 

처음에는 아무런 느낌도 없더니, 이것도 만져지고 만져지다 보니 손길만 스쳐도 유실이 발딱 설 정도로 민감해졌다.

 

“흐웁...!”

 

아코락의 입술에 잡아 먹혀서,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흡흡, 억눌린 신음만 흘렸다.

 

파렴치한 손놀림은 가슴에서 그치지 않았다. 스르륵 밑으로 내려간 손이 능숙하게 바지 버클을 풀고 끌어내렸다. 바지도, 속옷도 끌어 내려 반라를 만들더니 메르의 양손을 잡고 제 목에 두르게 했다.

 

자연스럽게 팔을 목에 두르고, 꽉 안자 아코락은 즐겁다는 듯 웃으며 제 바지와 속옷도 벗었다.

 

반라가 되기까지 긴 시간은 필요 없었다.

 

이미 질척하게 젖은 귀두를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주자, 목에 둘러진 메르의 팔과 엉덩이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귀두 끝에 있는 구멍을 손가락으로 살짝 찌르자 전신이 파르르 떨렸다.

간지럽히듯 기둥을 쓸어내리고, 말랑하던 고환이 손가락을 만나자 힘이 들어갔다.

단단하게 변한 고환의 주름을 문지르며 회음으로 이동했다. 뜨겁고 단단한 회음을 강하게 누르며 비비자 단단하게 부푼 메르의 성기가 움찔움찔 떨리더니 참지 못하고 정액을 토해냈다.

 

줄줄 흘러내린 정액이, 회음을 문지르고 있는 아코락의 손까지 적셨다.

 

잘됐다는 듯 흘러내린 정액을 손가락에 잔뜩 묻히고 말랑말랑하게 벌어진 구멍으로 향했다.

주름진 구멍 근처를 천천히 문지르고 점점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손가락에 잔뜩 묻힌 정액으로 안을 꼼꼼하게 적시자 메르가 허리를 뒤틀었다.

 

“하, 읍!”

“응, 키스하고 있어.”

 

춥, 추웁, 입술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손이 움직이는 것보다 더 진하게 움직이는 입술과 혀가 정신을 쏙 빼놓을 것처럼 진득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혀를 쪽쪽 빠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얽히고설키게 하더니 섹스하는 것처럼 혀로 입안을 마구 박아 넣었다.

 

입천장과 목구멍까지 샅샅이 긁고 다니는 혀는 난봉꾼이었고, 추잡한 소리를 냈다.

 

잔뜩 쑤셔대던 손가락을 빼내자 구멍이 허전한 듯 뻐끔거렸다. 아코락 역시 흥분한 아래가 단단하게 부풀어 있었기에,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붉어진 끄트머리는 벌어진 구멍에 대고 서서히 밀어 넣었다.

 

제 모양을 잘 기억하는지 확인하려는 것인지 천천히, 느긋한 움직임으로 밀어 넣었다.

 

두툼한 성기가 밀고 들어서자 우욱, 거북함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지만 입술은 여전히 막혀있었다.

 

술에 취하면 숨 쉬는 것을 어려워하기에, 살짝살짝 입을 떼고 숨 쉬는 시간 주는 걸 잊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메르는 원망스러운 눈초리를 했다.

 

“키스만 한다며어...”

“응, 키스만 하잖아.”

 

또, 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붙였다 뗐다.

 

입으로 키스하고, 성기와 구멍이 키스 중이라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중얼거리며 다시 입술을 잡아먹고, 깊은 곳까지 성기를 밀어 넣었다.

단단한 성기가 전립선을 찌르고 비비며 들어섰더니, 한차례 사정하고 늘어졌던 메르의 성기가 다시 일어서서 바들바들 떨렸다.

 

질척질척, 젖은 소리가 위에서 나고 아래에서 났다.

 

입술이 키스하며 나는 음란한 소리와 다르게, 성기가 박혀서 나는 소리는 질척하고, 추잡했으며 음탕했다.

 

“하, 읍, 흐응!”

“하아, 왜 키스해서 좋아?”

 

아코락은 좀 뻔뻔했다.

 

능글맞고 뻔뻔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메르의 입술을 핥고 목을 깨물며 허리 아래로는 강한 추삽질이 이어졌다.

 

뭐라고 말하려고 하면 입을 막았다.

 

말도 못 하고, 잔뜩 고여있는 신음이 입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자연스레 소멸할 정도였다.

 

억눌린 신음이, 입술과 입술이 맞닿은 사이 적게 벌어진 공간으로 흘러나왔다.

 

억눌리고 짓눌린 신음이었다.

 

메르가 세 번째 사정했을 때쯤, 아코락이 메르의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허리 짓이 점점 세차지는 것이 당장이라도 사정할 기세였다.

 

여전히 아코락의 목에 걸려있는 메르의 팔이, 더 힘을 주기는 어려웠는지 풀리며 미끄러졌다. 떨어진 듯 떨어지지 않고 아코락의 어깨를 어설프게 잡고 있었다.

 

퍼억! 강한 소리와 함께 아코락의 움직임이 멈췄다. 바르르, 몸이 떨리고 내벽에 자리 잡은 성기도 떨렸다.

 

아랫배가 홧홧하게 달아올랐고, 뒷목이 쭈뼛할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 전신을 휘감았다.

 

왈칵 쏟아져나오는 정액이 배를 거북할 정도로 채우고 있었다.

 

사정하고도, 아직 박혀있는 성기는 여전히 단단했다.

 

 

입이 가로막혀 겨우 헐떡이는 메르가 솜에 힘을 주며 아코락을 떼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스윽, 스윽, 사정하고 끝난 줄 알았지만 다시 허리 짓이 재개되었다.

 

오소소, 소름이 돋은 메르가 주먹을 쥐고 쿵쿵 아코락의 등을 쳤지만 아프지 않았다.

 

질척이다 못해 찌꺽, 찌꺽, 음탕하다 못해 잔뜩 젖어 꼴리는 소리가 만들어졌다.

 

내벽을 강하게 문지르고 긁으며 나가는 성기에는 하얀색 실이 잔뜩 생겼고, 정액이 비벼지며 정액 거품을 만들고 그것이 성기를 하얗게 만들었다.

 

엉덩이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정액 거품도 있었고, 성기에 밀려 나왔다가 다시 성기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는 거품도 있었다.

 

“하, 거, 거기. 그만, 하응! 시, 싫어어.”

 

입을 막지 않았더니 참았던 신음이 툭 터져 나왔다.

 

절정으로 가버린 내벽에, 또다시 억지로 파고들며 극점을 눌러대니 입은 싫다고 하지만 몸은 좋다고 성기를 조였고, 다시 올라간 팔이 목을 사정없이 조였다.

 

사람에게는 방어기제가 있다.

 

그래서 전혀 반대의 말을 뱉기도 한다.

 

쾌락에 휩싸여 환락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입으로는 싫다고 외친다.

 

그러니 이건 그저, 좋으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방어기제였다.

 

절정으로 떨리는 내벽을 계속 박자, 쾌감이 몰린 듯 아랫배에 올라오는 저릿한 감각에 메르가 잔뜩 신음했고, 그 소리는 다시 아코락의 입에 잡아 먹혔다.

 

 

 

 

세 번쯤, 뱃속에 사정하니 마치 아이라도 들어선 것처럼 배가 볼록하게 올라와 있었다.

 

쌔액-쌔액, 거친 숨소리를 내는 메르가 술기운도 있고, 지치기도 해서 그런지 거의 실눈이 되어있었다.

 

“집에 가야지.”

 

메르가 정신을 놓을 것 같아서 한 말인데 이미 제대로 들리지 않는 듯 싶었다.

 

어차피, 뒤처리도 그렇고 집에 데려가는 것도 결국은 아코락의 몫이었다.

 

그런 메르를 품에 가두며, 귀에 살포시 속삭였다.

 

“집에 가서도, 귀찮게 하지 않을게.”

 

그게 정말이냐는 듯한 의심의 눈초리가 느껴졌다.

 

아코락은 뻔뻔한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집에서도 키스만 할게.”

 

거짓말, 그 말을 끝으로 메르는 스르륵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그런 메르의 입에 또 입을 맞췄다.

 

“섹스도 결국 아래끼리 하는 키스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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