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근데진자] [썰풀이]
[241128] [2,000] 기존 서사 보고 어떻게 사귀게 될까 궁예
두 사람을 보고 과연 앞으로 관계가 어떻게 진전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만, 역시 셋이 함께 같은 부대에 편성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보고 싶어요. 바로나가 먼저 입대했고, 윌로우는 꽤 시간이 지난 후에 들어간다고 적어주셨죠. 그리고 바로나는 시간이 갈수록 강압적이고 위협적인 기질이 1g씩 추가된다고…. 그렇다면 꽤 긴 텀을 두고 두 사람이 재회했을 때 바로나의 ‘주인적 기질’은 윌로우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굉장히 강해져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윌로우 입장에서는 그런 바로나가 전과는 다르게 다가가기 어려운 상대로 느껴지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바로나가 선임이기도 하고요. (크리처 대항 이능력 부대에도 그런 개념이 있다면.)
그래서 윌로우는 전처럼 바로나에게 치대지 않았을 거고, 어쩌면 거리감을 두고 행동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지점이 바로나에게는, 처음에는 이유를 모르겠는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거죠. 왜냐면 전보다 더 주인 의식이 강해진 바로나는 윌로우가 자신의 영역으로 다시 돌아온, ‘제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아예 바로나가 윌로우에게 선임으로서 사수처럼 붙으면 더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낯설고 어려운 상황이니 당연히 자신에게 의지할 줄 알았던 윌로우가 오히려 긴진에게 더 친근하게 굴고, 가깝게 지내려고 하는 걸 보고 소위 빡돈 거죠.
원래 내 것 아니었나? 이제 내 영역으로 돌아왔는데, 그럼 당연히 다시 내 것이 아닌가? 그런데 윌로우는 왜 나한테 거리를 두지? 왜 저놈이랑 더 가깝게 지내지? 하고 생각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윌로우와 바로나의 전반적인 서사를 살펴보면, 두 사람은 꽤 길고 질긴 유대를 쌓아왔잖아요. 좀 더 플랫하게 말하자면, 학창 시절 인연을 이어왔던 상대와 오랜만에 재회했을 때, 마치 어제도 만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경우가 있잖아요.
바로나에게 윌로우는 그간의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흘러왔든 간에 다시 자신의 바운더리로 돌아왔을 때 자연스럽게, 전과 다를 바 없는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존재였는데, 윌로우는 아니었던 거예요. 사실 일반적인 친구 관계에서도 이런 감정의 불균형이 왕왕 일어날 수 있는데, 윌로우와 바로나 같이 감정이 섞인 관계에서는 또 어떻겠어요. 하지만 윌로우로서는 이미 거리가 생긴 사이라고 생각했고, 다시 만나게 되니 더 다가가기 힘들어진 분위기에 어쩌면 당연한 태도였죠.
그래서 관계의 물꼬를 트는 사람이 있다면 그 역시 바로나라고 생각합니다. 불만이 쌓이고, 쌍이다가 펑, 터진 거죠. 뭔가 전투 상황에서 아직 어설픈 윌로우가 실수를 저질렀을 때, 그걸 구해낸 바로나가 흉흉하게 소리를 지르는 게 상상됩니다. 정신 똑바로 못 차리냐고. 그러다 감정싸움이 되어버리면 좋겠어요. 윌로우로서는 바로나가 선임이고,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지만 그게 이렇게까지 화낼 일인가? 이미 잘못했다고 했잖아? 하는 감상이에요. 이게 단순히 그 정도 이야기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바로나는 전투 중의 실수 한 번으로 화난 게 아니라 윌로우와의 관계 자체에 불만이 있었던 거고요. 결국 처음엔 바로나가 선임으로서 화를 내는 줄 알고 쭈글쭈글하게 감정을 받아내고 있던 윌로우도 욱하게 돼서는, 넌 대체 뭐가 불만인 거냐며 덩달아 화를 내게 됐으면 좋겠어요. 결국 한바탕 치고받고 싸우는 걸 상상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바로나가 악 지르는 거죠. 그러는 너야말로 뭐가 불만인데 나한테 그렇게 행동하냐고. 윌로우로서는 당연히, 그럼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데?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죠.
그리고 바로나는 자신이 윌로우에게 독점욕을 가졌다는 걸 깨닫습니다. 사실 바로나는 윌로우를 독점할 수 있는 관계라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최소 상대를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는 건 알았겠죠. 그래서 방금까지 화내면서 싸움박질하다 말고 “사귀어.” “뭐?” “나랑 사귀자고.”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게 떠오릅니다. 그리고 윌로우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고, 얼타면서도 이걸 계기로 다시 바로나를 상대로 설레기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얘가 대체 뭐라는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도 바로나를 오래 좋아했으니까요. 물론 윌로우가 이해하기로는 ‘바로나가 자신을 독점하려고 한다’가 아니라, ‘좋아한다’였겠지만요. 그래서 윌로우는 큼큼 헛기침 하면서도 ‘바로나가 나를 좋아한대….’ 하면서 의식하다가, 둘이 진짜로 연애를 시작하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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