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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근데진짜] [썰풀이] 캐릭터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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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 by 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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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숙한 #상냥한 #다정한 #도망치고_싶은 #학습된_무력감 #피안화

한 번도 자신을 의심해 본 적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유서 깊은 순수 혈통 마법사 가문의 방계로 태어난 소년의 집안에는 온통 피의 순수함이 사람의 가치를 결정짓는다고 믿는 이들뿐이었다. 하지만 소년은 애써 생각했다. ‘아냐. 틀린 건 내가 아니야. 틀린 건 저 사람들이야.’ 풀과 나무, 곤충과 동물조차 소중히 할 줄 아는 소년의 타고난 상냥함은 집안의 방침에 의문을 제기하기에 충분했다. 소년은 어째서 ‘같은 인간’을 고작 혈통으로 구분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차피 그 빛깔은 모두 붉은데.

그리고 마법의 분류 모자는 그런 소년의 마음을 외면하지 않고 외쳤다. 후플푸프! 모두를 포용하는, 올바름을 수호하는 다정한 오소리들의 모임. 소년은 그 안에서 7년을 보냈다. 후플푸프에서 소년은 누구보다 자유로웠다. 선배와 동기, 후배들이, 그 유대가 그를 집안의 그릇된 인식에서 단단히 지켰다. 소년의 마음이 빛을 잃지 않도록. 오히려 소년의 눈동자는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낸 은처럼 반짝이기 시작했다.

소년이 특히 두각을 드러낸 분야는 저주의 ‘해주’와 ‘치료’였다. 악한 것을 미워하는 천성이 소년으로 하여금 사람들을 구하는 방법에 대해 골몰하게 했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은 물론 약초학과 마법 약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도 이와 결을 같이 했다. 소년은 치료사를 꿈꾸었고, 그의 재능은 점차로, 물을 흠뻑 머금은 씨앗이 그러하듯 발아해 싹을 틔웠다.

그러나 어둠이 다가왔을 때, 소년은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방학을 맞이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때가 오면 언제나 그를 얽매는 집안의 규율과 관습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처럼. 십수 번을 도망치는 상상을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가문은 그의 뛰어난 재능을 귀하게 여겼고, 그가 집안의 이레귤러라는 사실도 진작에 알고 있었다. 때로 그는 가족들의 모든 시선이 감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아니, 실로 감시였을 것이다. 그게 아니고서야 졸업 직후 도망쳐 친구의 집에 의탁하려던 계획이 그렇게 쉽게 엉망이 되었을 리 없었다. 이미 혈통의 문제로 대립이 격해진 마법 세계에서는 때로 순수 혈통 마법사가 머글본이나 혼혈을 살해하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제 친구가 그 피해자가 될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가해자가 자신의 사촌 형, 가주의 아들이리라고는.

‘일가족을 전부 죽게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면, 얌전히 따라오는 게 좋을 거야.’ 그렇게 말하는 사촌 형의 팔 한쪽에는 이미 죽음을 먹는 자의 표식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저항할 수 없었다. 소중한 친구를 잃은 시점에서 그는 이미 넋이 나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가문으로 돌아와, 방이 아닌 지하에 창고에 갇혀서 소년은 친구의 죽음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덩달아 마음이, 눈이 검게 죽어갔다.

가문은 그가 도망치려고 감행한 것의 죄를 물었다. 징벌로 이어진 크루시오에 고문당해 괴로움에 혼절했다 깨어난 소년의 팔에는 이제 죽음을 먹는 자의 표식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는 것은 응당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었지만, 그것이 어둠의 마왕의 찬양자 중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기를 바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모든 것이 어둠으로 잠식된 곳에서 빛나는 것은 오로지 소년의 재능뿐이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을 구하게 됐다. 많은 사람을, 어쩌면 자신의 선배, 후배, 친구…. 또 어떤 죄 없는 자들을 죽였을지도 모르는 ‘죽음을 먹는 자’들을. 저주를 풀어주고, 상처를 치료해 주고,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끌어올렸다, 안타깝게도 그는 진정 ‘모든’ 사람들을 기쁘게 구할 수는 없는 사람이었다. 이런 것을 바란 게 아니었는데.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봤자 이제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그는 비관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는 점차로 전기 쇼크에 익숙해진 개처럼 무력감을 학습해 갔다. 그리고 전쟁이 도래했을 때, 그의 재능은 그야말로 ‘꽃을 피웠다’. 그건 누군가의 피를 먹어 그리 새빨간지 알 수 없는 피안화였고, ‘체념’이라는 이름의 꽃이었다. 어딜 봐도 핏빛으로 흐드러진, 만개한 꽃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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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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