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근데진짜] [썰풀이] 캐릭터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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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번클로의_총아 #예민한 #천재 #만들어진 #흉내 #최초의_그녀
A의 가문은 대대로 래번클로의 총아들을 배출해 왔다. 그들은 때로 현명했고, 때로 지혜로웠으며, 때로 무한한 탐구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니 A의 가문을 마법 세계의 석학, 지식의 뿌리이자 가지라고 이르는 표현이 부끄럽지 않았다. 이 가문 사람들은 공통으로 한 가지 가치를 공유했다. 그건 바로 ‘지식은 반드시 보존되어야 한다’라는 신념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를테면 글, 그림, 사진과 같은 ‘수단’을 이용해 자신들의 깨달음의 궤적을 남겼다. 그것이 영생을 얻어 절대로 바래지 않기를 바라며.
그러나 그 모든 것이 헛되다고 말하는 이가 있었다. 다른 무엇도 아닌, ‘사람’을 수단으로서 지식을 보존하기로 선택한 이가 있었다. 어떤 기록도 결국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에. 결국 ‘사람’을 보존하지 않고서는 실로 지식을 보존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한 생각이 오래전, 최초에서부터 A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보존’의 시작이었다. 다시 말해, 그녀의 부모를 타고 거슬러 올라가면 자식에게 ‘자기 자신’을 물려주기로 선택한 미치광이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 미치광이, ‘최초의 그녀’는 무엇을 보고, 듣고, 겪으면 어떤 것도 잊지 않는 불세출의 천재였다. 어쩌면 어떤 것도 잊지 못하는 불운한 사람이었다. 최초의 그녀는 사람과 사람을 구별하는 실마리가 되는 모든 것을 자신의 자식에게 물려주었다. 이름은 물론, 사사로운 외적인 것부터 내적인 것, 지식은 물론 사고방식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것들이 이어져야 한다는 강박까지도 물론. 그러니 그 자식은 자식에게로, 그 자식은 또 자식에게로.
A의 모든 것은 전적으로, A의 어머니 또한 그러하듯 전부 최초의 그녀로부터 온 것이다. A는 태어났을 때부터 최초의 그녀로 자랐다. 은발과 벽안, 머리를 묶는 방식, 흰 리본, 그리고 풀꽃 반지. 사소한 버릇, 말투, 심지어 성격까지. 그런 것들은 차라리 쉬웠다.
실로 내적인 계승은 단순한 암기로부터 시작됐다. A는 기억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시절부터 최초의 그녀가 알았던 모든 것에 대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외우고, 외우고, 또 외워야 했다. 최초의 그녀의 저작물에 대해, 책은 물론이고 일평생 써온 일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필사해야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A는 눈을 감고 그 모든 것을 암송할 수 있게 되었다. ‘9월 23일. 그리핀도르의 멍청이가 나를 미쳤다고 했다.’ 그건 최초의 그녀가 열세 살 때 쓴 일기장 총 다섯 권 중 세 번째 권 234페이지의 다섯 번째 줄이다. A는 그 아래에 두 줄로 쭉쭉 그어진 부분까지 기억한다. ‘내가 진짜 미쳤나?’ 어느 순간에는 내적으로 그것들이 실로 ‘자신’의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그 모든 일들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어서, A는 그 과정에서 어떤 혼란을 느낄 수조차 없었다. 그렇다면 ‘진짜’ A는 대체 어디로 가는가? 그런 고민은 애당초 성립조차 하지 않았다. ‘진짜’ A라곤 처음부터 없었으니까. 그런 것은 세상에 난 적조차 없으니까. A는 그저 이 시대에 다시 살아난 최초의 그녀였다. 그녀가 아는 것을 모두 알았고, 그녀와 똑같이 생각했고, 그녀와 똑같이 움직였다. 당연히 그래야만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흐른다면, A 역시 자신의 모든 것을 자신의 아이에게 물려주게 될 것이다. 반드시 은발과 벽안을 갖게 될 것이며, 그녀의 이름으로 불릴 것이며, 그녀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렇게 ‘최초의 그녀’는 계속해서, A의 피를 타고 영생할 것이다. 진실로 세상에 박제되듯 보존된 지식이 될 것이다. A의 시들지 않는 풀꽃 반지. 그건 보존 마법이 걸린 최초의 그녀의 유품이며, A의 것이며, A의 유품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 A의 시들지 않은 풀꽃 반지가 되리라.
그 풀꽃 반지에, A가 타고난 어떤 색을 은발과 벽안으로 바꾸는 마법이 걸려있다는 것은 A조차 모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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