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싹후기

고3의얼레벌레1년전커뮤이야기

이런 변방에 글로 된 관싹후기라… 이게 뭔가 싶으시겠지만 지금 저는 너무나 기뻐서 이걸 쓰지 않으면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 상태가 되어버린 관계로 횡설수설 작성하였습니다.

때는 2023년 1월… 저는 그때 지금과 다름없이 도파민 중독 상태였고, 공부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기에 낄낄거리면서 커뮤나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이 커뮤(총괄님께작성가능여부안물어봄이슈)였죠. 어쩌다가 찾았는지는 기억이 안납니다만, 이때 무슨 이유에선지 굉장히 진심으로 러닝 준비를 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가개장 시작도 전에 전신과 두상과 하이로그를 허덥하게 파두고 이번에야말로 매일 로그를 올리는 미친짓을 해보이겠다 다짐했었더랬습니다. 정시프로필을 올리고 뒹굴거리며 동시에 지인이 여는 커뮤에 가려고 비설이나 쓰고 있던 저는, 제가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라 커뮤 때문에 잠을 못 자는 일이 생길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이유는 모르겠으나 한참 논컾에 미쳐있었습니다. 사랑? 아이고망측해라;; 그런 걸 왜 하나요? 세상에 우정만큼 아름다운 게 또 없는데. 그래서 저는 미친놈처럼, 아예 Like란에 친구를 적어 프로필을 제출하는 행위를 하게 됩니다. 우정.친구. 뭐 그런 것에 환장한 사람처럼 말입니다. 그때까지 제 커뮤 경력은 놀랍게도 5개였고, 앤캐도 물어왔었으니 이제는 관싹이 날 구석이 없다고 강하게 믿은 것처럼만 말입니다. 하지만 인간이란 번뇌 속에서 살아가는 법… 결국 저는 이 일로 절망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관싹이났거든요. 그것도 거하게 말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그러니까 러닝 약 이틀차부터였습니다. 그때 저는 어쩌다보니 덕캐와 장문대결을 하고 있었는데요, 이때부터 저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작년 초, 그러니까 기력이 풍부했을 때의 저는 특별한 이유 없이 답멘을 방치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덕캐의 답멘이 돌아오면 한숨부터 푹푹 쉬고 10분 정도 답멘을 음미하게 되더군요. 다른 캐들은 장문이 와도 3분만에 이어주고 ㅋㅋ더가져와를 외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이게 메덕이구나~ 싶어서요. 로그뺨을 받아도 아이고귀여워우리덕캐~~~ 하고만 있었습니다. 그 말풍선 속 ‘언니 사랑해요‘라는 말에 꽂혔던 걸까요? 저는 덕캐의 답멘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다른 캐의 답멘을 전부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자각했습니다.(**) 세상에 무슨 커뮤러가 러닝 3일차에 싹이 난답니까? 그것도 우정충 캐를 내놓고? 프로필이나 보려고 했는데 어? 프로필 수정? 이게뭐지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나도안웃겼습니다… 왜냐하면 이 커뮤는, 테이크 컬러버스 세계관을 차용하고 있었거든요. 사랑을하면사망하게되는겁니다, 결국. 저는 티를 낼까 말까 하다가 3일차 저녁 로그에 머리 끝을 약간 물들였습니다. 확대 안하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요. 그게 문제였던 걸까요? 앓이방에서 다른 사람이 관캐의 실앓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때 알았습니다.

아 이거 진짜 개 망싹이구나

적됬다.겹관이존재를한다고?이건ㄹㅇ적된다 싶었습니다. 접어야 하나 싶었습니다. 애초에 우정충 캐를 내놓고 제캐가갑자기머리를맞았는지님캐를사랑하게됫다네요. 이러고있으면 그냥 개큰캐붕 아닙니까? 앤캐를 만들 것이라는 생각조차 안하다가 갑자기 이런 절망적인 관싹이 닥치니 정말로 죽을 것 같더군요. 하지만 다른 캐릭터 중 관캐의 머리색이 보이는 캐릭터가 없었기에 저는 그때까지 희망을 가지고 답멘이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4일차 새벽에 죽었습니다. 이유는? 다른캐가관캐와한소를이었기때문!

그때 제가 실시간으로 앓이방을 구경중이었는데요, 그날 답멘을 기다릴 게 아니라 그냥 처잤어야 했을까요? 앓이방에 누군가가 어?저한소이어받은것같은데이게뭐죠? 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때 커뮤에서 사랑을 하고 있는 캐들이 많아서 저는 남의 일마냥 어?당장구경ㅋㅋ을 외치며 캐입방에 들어가봤죠. 그런데 누가 봐도 관캐의 한소에 이어지도록 한소를 써둔 친구가 있는 겁니다. 에이설마맞관이시겠어? 하며 앓이방을 들어가봤고, 그러자 그 글의 댓글창에는 함가라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와우. 저는 다급하게 커뮤러 친구 둘에게 연락해 플러팅용 인장이든 뭐든 치게 도와달라고 부탁했지만, 하필이면 다들 조만간 커뮤를 열어야 한다고 스탭이 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잠깐만…어?어?를 외치던 저는 결국 관캐의 한소가 다른캐와 이어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격했습니다. 그때가 새벽 3시 정도였는데요, 저는 그날 처음으로 커뮤만 가면 모사야나싹난ㄴ것같애으아앙ㅠㅠㅠ 을 외치던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제 지난 답멘을 돌아보니 죄다 처먹는얘기뿐이더군요. 그래요, 다른사람들이 (댓글더보기90개)…우리같이바다에갈까. 를 하던 동안 저는, (댓글더보기20개)머?! 너이녀석 아직도 푸딩을안먹엇어? 그럴줄알고내가사왓다ㅋㅋ자. 이러고있었던겁니다. 그런 영양가라곤1나도없는대화만하면서 관캐쟁취라니, 웃기지않습니까… 희망은 없는 상태였지만 나름 노력했습니다. 1:1도 열심히 답해주고, 장문대결도 계속하고… 그러다 어느순간 관캐의 한소가 내려갔습니다. 오옷?!?!?! 을 외치며 멤버를 들여다봤는데웬걸, 그때까지 한소를 잘만 잇던 맞관유력캐들조차 한소가 전부 내려가버린겁니다????

저는 이때부터 상황파악을포기하기로했습니다. 그래요, 비록 백발이다되어가면서 관캐에게서 답멘이 안 돌아오고 있긴 하지만 견디고 계속 로그 올리면서 활동한 게 어딥니까? 꿋꿋하게 게임 있을때마다 관캐를 찌르고 정신회복을 위해 친구와 외식도 하고 영화도 보고 카페도 갔습니다. 그러다 마니또 게임 찌름 결과가 나왔는데요, 충격적이게도 제캐와 관캐가 맞찌름인지뭔지 서로 마니또였습니다. 어? 이건 된다 싶었던 저는 급발진해서 고록을 파려는 시도를 했으나 내그림싫어증후군에 연공 이후에도 별다른 접점이 생기지 않았어서 결국 드랍하고 말았습니다. 친구는 합앤제안이라도 해보라고 했지만 제가 그때까지 해봤던 합앤 경험이라고는 트위터에서오너님과친밀도를높여빼앗는다 뿐이었기 때문에… 쫄보이슈로 제안도 못 드리고 그냥 포기한 채로 살았더랩니다. 아아… 아름다운 경험이었지… 하며 지나간 추억을 영영 떠올리기만 하는 사람처럼요. 솔직히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생각만 했는데 한숨부터 나오고 머리를 박박뜯게되는 그런 존재가 있을 수 있다니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하는 투디가 이 나이에 생긴다니요? 이게 말이 됩니까? 그렇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저는 관캐만 떠올리면 심장이아려오는사람인채로 살았습니다.

그저께 있었던 일입니다. 친구가 커뮤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해주더군요. 저는 예나지금이나 공부하기가 싫어 그걸 듣고 있었는데, 제가 이해를 못하는 것 같자 친구가 관캐와 제캐로 예시를 들어 설명해줬습니다. 인간한정극T이슈로 친구가 제게 공감을 얻기 위해 자주 사용하던 방법이었는데, 이상하게 그날 관캐 이름을 듣자 관오님께 합앤제의를 하고싶더군요. 그 전까지는 영영 관캐의 이데아 정도로 남겨두려 했었는데도요. 아, 사실 제가 원래 계획하고 있던 것은 수능이끝나면합앤제의를하겠어… 같은 일종의 사망플래그였습니다. 수험 생활 중 정신을 붙잡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던 것이죠. 그걸 말하자 친구가 절 빤히 보면서,

“미쳣냐? 아니 지금 엔딩난지 1년은 더 지났는데 더 지나서 얘기를 하겟다고? 그냥 지금 얘기하라니까”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출처 모를 용기가 생겨서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관오님께 디엠을 보냈습니다. 원래 트위터를 잘 들어오지 않으셨던지라, 저는 일단 답장이라도 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침대에 기어들어갔고, 다음날, 알람 소리에 깨 비척비척 침대 밖으로 나가 핸드폰을 가지고 다시 침대에 누웠는데, 상단바에 사각형 편지봉투 모양의 알림이 와 있었습니다.

어?진심?이렇게빨리답장을주신다고요?아제발…제발요진짜선생님이건아니지예…제발죄송하다는말씀없이칼같이거절해주셨으면…그럼저좀만더자고잊어볼테니까요…

반쯤 감긴 눈으로 잠금을 해제하고 알림창을 내려 알림을 읽었는데, 미리보기 맨 마지막 문장에서, 잠이 확 깨버렸습니다. 사실 관오님도 제 캐가 관캐셨대요. 그 미리보기를 한참 바라보고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심장이 확 뛰면서 앞이 선명하게 보이더군요. 이게 말이 되냐는 생각과 동시에 오우예씨몬!!!!을 외치며 들떠버리는 바람에, 저는 어제 근2달간 가장 빨리 일어나 등교준비를 마치고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그 와중에 또 회피형 성격이 도지는 바람에, 읽고 나서 답장은 못하고 잠깐숨좀참고오겠습니다. 하는 메세지만 남겨놓고 한참 메세지를 곱씹었습니다. 아니, 그럼… 관캐가 내 앤캐가되?는거라고? 내캐가…님캐랑사커게되는거라고요? 오늘부터?? 어??? 진짜로요??? 이상황이 너무 힘들어서 애착인형 볼만 콕…콕…누르면서 1시간만에 답을 써 보냈습니다.

정말로 둘이 사귄다.

그것을 자각한 이후로는 어떤 것도 손에 잡히지 않더군요. 그래서 오전 시간 내내 자관정리페이지에 러닝 중 주고받은 댓글과 일댈을 백업했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또 무언가 길게 쓰다가 잠들었고요. 이 일을, 꼭 어디엔가 정리해두고 싶어져 남기게 되었습니다. 2024년을 지나는 동안 지금의 감정을 잊지 말고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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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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