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KPota
“이 안에는 사람이 없네요.” 둥글게 원을 그린 일곱 개의 의자. 누구와도 마주보지 않은 채 비뚜름하게 앉은 일곱 명의 학생. 맞은편에서 조금 오른쪽을 본 동기는 그렇게 말했다. “인간성이 부재한 인간을 등장인물로 삼는 소설은 많죠. 대표적인 게 악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피카레스크가 있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저는 그런 류의 인간성이 부재하다고 말하는 게 아
그림 백업 시간 유메칸 재록을 뽑음 1~8기 인선 / 바꿔치기 인선 몽중칸 끝나고 정말로 머리에 남은게 없었다 두달 지난 지금은 뭔가 있느냐고 한다면... 필규: 편소 첫만남글 (썼음) 현: 아무튼 뭔가 있어요 (쓰는중) 나무유신: 재밌는 게 생각은 났음 (구상끝) 민속: 그만써도될듯 (보류) 동현유선도화: 갈피는 잡힌.. (구상중) 중간에 끼어든
“죄송합니다. 저희 서점에 들어왔던 재고는 다 나간 것 같네요.” 손님이 셋만 들어와도 붐빌 듯이 좁은 독립 서점의 주인은 미안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분의 다른 시집은 남아 있는데, 하고 말끝을 흐리며 웃는 그에게 적당히 고개를 숙이고 문간을 넘었다. 10월 말의 찬 공기가 코끝에 훅 끼쳤다. 히터를 틀었던 건지 건물 옆의 실외기가 웅웅거리며 돌아가
사실상 악성재고떨이, 디스크 조각 모음이라고 할 수 있는 귀한 시간 一 회전목마가 보고 싶었다. 같은 음악을 반복하면서 쉼없이 뱅뱅 도는 즐거운 놀이기구를 보고 싶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미 그런 놀이기구를 탈 나이는 까마득하게 지나서, 한순간의 비일상을 즐기고 있는 꼬마애들 사이에 끼어 느릿한 회전 운동을 만끽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역시 한밤
도진이는 조금 계산에 서툴렀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아침약을 먹지 못하고 넘기면 해가 저물고 저녁약과 함께 먹는 식이었다. 한번에 스무 포 씩 먹는 것도 아니니 몸에 아주 해로운 영향은 없었지만 좋은 영향도 딱히 없었다. 그렇게 두 포를 먹는 날이면 이따금 소파에서 일어나 방으로 향하다가 벽 모서리에 부딪혀 멍이 들거나, 가만히 앉아있어도 어지럽다고 칭얼대
괴상한 경험 필자는 얼마 전 차기작의 구상을 위해 경기도의 한 폐건물에 취재를 다녀왔다. 이전 모 사이비 종교의 기도 시설로 활용되었던 곳이다. 동료 작가 한 명이 필자의 여정에 함께했는데, 그는 놀랍게도 몇 년 전 이 폐건물에 와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가 사이비 종교에 빠져있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으므로 상당히 놀랐다. 그리고 그곳에서 뜻밖의 방문객
예상보다 상황이 재미있게 흘러가고 있다고 강상호는 생각했다. 살인 게임의 비협조적인 동료 이대림은 (사건 풀이에는 이따금 얼굴을 비췄지만 정작 사건의 출제는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살인 게임의 존속만을 보자면 가장 위험한 동료 중 하나였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시간이 되면 예전에 겪었던 미해결 사건을 소개해주겠다며 상호를 꾀어냈다. 그가 경영하고 있
비 소식이 있던 우중충한 하늘 아래의 폐건물에서 무슨 소란이 있었는가를 설명하라 한다면 대림은 이하의 한 문장으로 정리했을 터였다. 강력반의 팀장 강상호가 폐건물에 잠입한 거동수상자 두 명을 현장에서 즉시 붙잡았다. 조금 더 상세하게 설명하라는 요구가 주어진다면 대림은 언제나 입에 달고 사는 달변을 한껏 활용해 다음과 같은 말을 늘어놓았을 것이었다. 과거의
“그러니까 미안하다니깐. 내가 여태 네 생일 까먹은 적이 언제 있었어. 어제는 진짜 바빠서 연락을…… 아니, 박 교수. 박 교수~?” 스마트폰 너머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뚝 끊겼다. 전화의 참여자가 아닌 대림에게도 들릴 정도니 언성이 여간 높았던 게 아니다. 운전석의 상호는 이십 분 가량 귓가에 대고 있던 스마트폰을 겨우 좌석 사이 수납 공간에 내려두고는
독고유진이라는 남자는 의외로 저돌적인 면이 있어서 전화 한 통으로 당장 내일모레의 약속을 잡고는 했다. 약속 상대가 가용 시간이 자유로운 소설가가 아니더라도 그러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도진은 글을 팔아먹는 소설가였다. 급한 일도 없고 선약도 없는 느긋한 생활을 이어나가던 참에 걸려온 전화가 그리 싫지는 않았다. “안양으로 취재를 나갈 건데
당면한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현은 오늘 오전 9시 반에, 자신의 가게-이 동네의 유일한 서점-에서 도진과 만나기로 했다. 그는 주기적으로 서점의 재고 정리를 하는데, 그럴 때면 단골 손님이자 이웃 사촌이자 베스트셀러 복면 작가인 도진을 가게에 불러 책을 헐값으로 내어주곤 했다. 팔리지 않는 책은 어차피 출판사로 반품되어 창고에 평생을 갇히게 될 테니
백도화는 한참을 달리고 있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한 동짜리 아파트. 그 작달막한 정문을 지나 외길을 쭉 따라 내려가면 기이할 정도로 공실이 많은 소규모 상가들이 길을 사이에 두고 띄엄띄엄 세워져 있다. 그곳에서 지금 영업을 하는 가게라고는, 대체 어디서 손님이 모여드는 건지 알 수가 없는 미장원과 (도화는 한 달 전에 이곳에서 간단히 머리를 다듬었다) 그래
윤필규에게 있어 오동현이라는 남자의 존재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항상 로펌에 출근하는 것은 아니다. 로펌 홈페이지의 사무원 명단에도 그의 얼굴과 이름은 실려있지 않다. 하지만 업무에 골몰해 있다 보면 어느샌가 나타나선 진변의 근처에서 서성인다. 진변도 이상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무원에게도 시키기 미안한 단순 잡무를 (이를테면, 커피를
"요새 인형 탈 쓰고 방송들을 하더라. 예능용으로 좀 재밌어 보이던데?" 성훈은 오물대던 입을 멈췄다. 둥그렇게 놀란 눈으로 테이블 건너편의 스트리머를 바라본다. 늘상 고양이 귀 헤드폰을 쓰고 방송을 켜는 그는, 대단히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다. 성훈은 입술을 덮었던 짬뽕 면 가닥을 겨우 후루룩 삼켜낸다. 이 가게는 아무래도 간이 좀 센 편이다. 무의식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