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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챠 타입 15

주술회전 - 게토 스구루

아이에게 있어서 게토는 단순히 좋아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것보다 훨씬 더 깊은 감정을 품고 있었지만, 아이는 늘 매번 단순하게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둘러대고 있었다. 맞다, 이제 그럴 질문을 할 만한 상대는 남아 있지 않았지. 자꾸 까맣게 잊어버리곤 한다.

바람에 휘날려 나부끼는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정리하며 생각했다. 제가 품은 감정을 굳이 정정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게토를 동경하며 동시에 좋아하고 있으니까. 아닌가? 좋아하는 게 아니라…. 아이는 고개를 내저었다. 너무 복잡한 나머지 정의하고 싶지 않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어, 아이.”

“게토 님.”

저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게토가 느긋한 발걸음으로 아이에게 다가왔다. 아이는 반짝거리는 눈으로 게토를 보았다. 게토는 늘 그렇듯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예고도 없는 스킨십이었다. 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 게토는 그런 아이가 귀여웠다. 제 앞에서만 보여주는 다양한 표정이, 애정어린 시선이 좋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다.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라는 건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벚꽃이 펴서, 그걸 보고 있었어요.”

“벌써 이런 계절이 됐나?”

게토는 아이의 손끝에 가리키는 작고 옅은 분홍빛의 꽃잎을 보았다. 이제 막 꽃봉오리가 생긴 벚꽃은 예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저 시간이 무참하게 흘러갔다는 감상만 들었다. 아이는 벚꽃을 바라보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또 새로운 주령이 태어나겠네요.”

“그러게. 매번 없애려고 해도 잘 되진 않는다니깐.”

장난스러운 말투와 달리 게토의 표정은 진지했다. 두 사람의 꿈은 조금 큰 편에 속했다. 주령이 없는 주술사만의 세계. 어떻게 보면 참 웃겼다. 주령이 없으면 주술사가 있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하지만 게토는 그 오류를 지적하지 않았다. 주술사가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무엇이든 다 좋았다.

아이에게 있어서 게토는 이정표였다. 새로운 길을 제시해 주었으며, 꼭 주령을 퇴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이 인연을 소중히 하고 싶었다. 아이는 고개를 돌려 게토를 보았다. 가슴께 오는 긴 머리카락이 저처럼 바람에 휘날렸다. 저와 달리 게토의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장면은 멋졌다.

“벚꽃은 금방 지잖아요.”

“그렇지.”

“그때까지… 저희는, …살아있을 수 있을까요.”

게토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아이는 제가 괜한 질문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어색한 정적이 두 사람 사이를 맴돌다 가버렸다. 아이는 황급히 사과하려고 입을 열려고 했다. 그러나 게토가 손을 뻗었다.

“그런 생각은 안 하는 게 나아. 우린 살아있을 테니까. 조금 방해물이 많긴 하지만, 그런 역경 없이 쉽게 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역시 그렇죠. 제가 괜한 소리를 했어요. 죄송해요, 게토 님.

“사과할 필요는 없어. 이 일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득히 멀어서 그런 생각이 들어도 이상하지 않지. 나도 종종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으니까.”

“게토 님도요?”

아이의 두 눈이 커졌다. 하지만 이내 게토도 사람이라는 걸 자각했다. 사람이라면 으레 불안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았다. 게토는 살짝 웃기 시작했다. 잔잔한 미소가 아이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그래도 우린 할 수 있어.”

“만약 위험한 일이 생기면 절 버림 말로 사용하셔도 돼요. 게토 님이 그걸로… 살아갈 수 있으시다면.”

“그런 일은 없어, 아이.”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 거 같았다. 게토는 부드럽게 아이의 어깨를 붙잡았다. 어느새 눈물이 맺힌 두 눈동자가 게토를 향했다.

“그럴 일은 없어. 나 혼자 살아봤자, 같이 봐줄 네가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 그러니까 죽을 생각 하지 말고 살아서 우리가 만든 세상을 보는 거야.”

“네. 그럴게요, 게토 님.”

아이는 두 눈에 맺힌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눈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눈가를 꾹꾹 누른다. 아까보다 밝아진 표정에 안도하며 게토는 앞으로의 계획을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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