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

그 너머에서 무엇을 보더라도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세상은 완전히 똑같을수는 없겠지


애머디가 여유를 되찾고 본래의 페이스를 돌리기 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 휴식이야 간간이 취했지만 이를 충분히 취할 수 있을만큼 상황이 좋지는 않았던 덕택에 그리 되었다. 어수선한 흐름이 지나갔고 그 사이 A.N.P를 떠나는 사람들도 대거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물결은 이미 흘러들어 오고 있었고 이에 따라 새로운 신입들이 투입되는것 또한 예정된 수순이었다. 에스퍼들은 여전히 존재했고 이들은 안정적인 유대감 속에서 서로를 지지할 곳이 필요했다. 그런 이들이 있는한 A.N.P는 쉽게 무너질 수 없었다.

에너미의 멸절. 이는 회사방침과 운영에 지대한 변화를 줬다. 더는 전투에 목숨을 걸고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제일 컸다. 그 다음으론 줄어든 전투만큼 S.N의 순조로운 진척과 안정적인 수량 확보가 가능해진 것이 희소식이라 할만했다. 

센티넬들의 폭주 우려에 대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따라서 가이드 수가 줄어든 것을 커버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센터의 기반은 흔들리지 않고 유지할 수 있었고 다들 의연하게 각자의 자리에서 일을 하며 앞으로의 방향을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무실은 여느때보다 더 붐볐고 사람들이 한가득이었다. 갓 입사해서 커리큘럼을 이수받는 자도 있었고 능숙하게 피로에 찌든 얼굴로 커피를 타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애머디는 따지자면 피로에 찌든 편이었다. 실전에서 뛸 일이 적어지니 서류에 파묻히는 삶이 시작되었다. 익숙하고 또 지루한 일이었지만 언제나처럼 불평 한마디 없이 이를 해치웠다. 주변에서 허둥대는 이가 있으면 거들거나 지적해주는 것도 잊지않고.

" 복도를 지나 우측으로 꺾어서 좀 걸으면 정보부서가 보일거다. 지도는 곳곳의 출입구에 붙어 있으니까 꼼꼼히 보고 외우도록. "

" 아,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

헤매이던 이는 담담한 안내에 긴장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더니 쏜살같이 애머디의 앞을 지나갔다. 그 모습을 눈으로 훑던 일라이저는 지나가는 걸음을 멈추고 마주섰다. 애머디에겐 익숙한 일이었다. 별거 아닌 일이지만 도와줄 수 있다면 얼마든 거들어 주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주변을 꼼꼼히 살피는것은 그에게 있어 업무범위 내였다.

" ... 여전히 바쁘시네요 선배는. "

" 너도 수고가 많고. 용건이 특별히 없다면.. 나도 이만 정보부서에 서류를 건네주러 가도록 하지. "

" 용건이라 할만한건 아니지만.. 식사는 제 때 챙기세요. 요즘 늦게 드시는것 같던데요. "

" 마무리할 일이 많으니 어쩔 수 없었다. 늦어봐야 2~30분 이었고 결과적으로 끼니는 챙겼으니 문제는 없을텐데. "

요 며칠은 처리할 업무가 늘어난 참이라 잡담도 나누지 않은지 제법 되었다. 간단한 안부인사일 줄 알았으나 일라이저는 비켜서지 않았다. 업무에 집중하느라 눈치채진 못했지만 어디선가 주시한 모양이었다. 그도 식사는 빨리하는 편이었던가.. 시간을 딱 맞춰 움직였다면 일찍 식사를 마치고나서도 여전히 업무중인 내 모습을 봤던거겠지. 

물러설 기색이 없자 조금 심기가 불편해졌다. 언제까지 막아설 셈이지? 하지만 일라이저는 아랑곳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바쁜 상황이니 이해는 하지만.. 으로 시작한 말의 요지는 결국 처음과 다르지 않았다. 바쁜걸 알면서 시간을 끄니 욱하는 기분이 들었고 더이상 귀찮은 일에 시간과 기운을 낭비하긴 싫었다. 그 마음을 담아 불만이면 네가 관리해볼텐가. 하고 말하자 그러겠습니다. 라는 답이 돌아왔다.

자신만만한 모습이 여느때처럼 건방졌다. 잘 따르는가 싶다가도 요즘은 종종 반항적인 짓도 하는 추세였다. 캠프에서 돌아온 뒤로는 더 그런듯 했다. 애머디는 이제와서 물러날 생각은 없었음으로 그럼 잘부탁하지. 란 말을 남기고는 복도를 마저 지나쳐갔다.


본인도 그닥 여유로운 상황은 아닐텐데 남의 식사를 챙긴다니. 도시락이라도 챙겨주겠단건가. 손재주가 좋은 녀석이긴 했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할리가.. 라고 생각을 한 것은 실수였다. 일라이저는 그럴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해냈다. 다음날 다가온 점심시간에 얼굴을 내민 일라이저의 손엔 도시락 두개가 들려있었다.

식사시간 입니다. 그리 말하며 정확히 12시에 찾아온 일라이저가 손에 들려주는 도시락을 받아들고 멀뚱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허.. 잠시 생각에 잠겨있자 여기서 먹긴 별로니 휴게실에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안쓰는 회의실을 빌려쓰도록 하죠. 라며 태연스레 밖을 가리키는 모습에 애머디는 말없이 일어나 앞장섰다.

기껏해야 사내식당에 함께 가는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래도 조용한 곳에서 둘이 식사하는 것은 저로서도 반가운 일이었다. 주변 잡담을 신경쓸 필요도 없고 메뉴를 직접 고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이 방법은 이상적이었다. 제 입으로 관리하라 말했으니 메뉴에 불평할 생각도 없었다.

마침 열려있는 조용한 회의실을 찾는건 어렵지 않았다. 회사의 흐름과 구조를 꿰차고 있는 애머디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서서 아무 의자나 붙들고 앉아 도시락의 뚜껑을 열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내용물은 영양소도 흐트러짐이 없어 보였다. 언제봐도 놀라운 솜씨로군...

옆자리에 앉은 일라이저도 식사할 준비를 마치자 잘먹겠다는 인사를 하고는 포크를 집어들었다. 텁. 샐러드부터 입에 넣으며 비교적 빠른 속도로 묵묵히 씹어냈다. 흘끔이는 시선을 느끼긴 했지만 말을 걸어온 것은 아니라 가볍게 무시했다. 그렇게 부지런히 먹자 10분쯤 지났을까 깔끔하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 여전히 요리실력이 좋은걸. 솔직히 기대 이상이라 놀랐다. "

" .. 감사합니다. 입맛에 맞으셔서 다행이네요. 선배님은 담백한걸 좋아하시니까 신경썼습니다. "

" 그것 참 감동이군. 네 성격상 앞으로도 이렇게 할 생각이겠지.. 그래도 말해두는데, 피곤하면 언제든 그만둬도 된다. "

"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럴일은 없을것 같네요. "

마찬가지로 식사를 거의 끝마쳐가는 일라이저는 들려오는 말에 가볍게 대꾸했다. 말투는 퉁명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걱정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요즘 추세를 보건데 일정이 빡빡한 편이었다. 이게 적으면 한달 혹은 그 이상은 지나야 풀릴텐데 그런 상황에서 꼬박꼬박 점심식사를 만들어 오겠다니.

부담이 될 일이냐고 묻는다면 애매한 지점이었지만 번거롭고 귀찮을 일임은 분명했다. 챙겨받는 입장에서 이걸 다시 돌려주려면 어지간한 걸로는 만족스럽지 못할것이다. 일라이저라면 번거로운 일쯤이야 충분히 해낼것이고 그러면 제가 돌려줘야할 몫은 어느새 늘어나있을 터. 계산만으로 머리가 아파왔다.

마지못해 내민 손을 잡고 일어섰던 날을 떠올렸다. 지금까지 파악한 성격으로 보건데 거짓말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일라이저가 베푸는 것들은 보답을 바라는 종류가 아니었다. 덕담을 하면 했지 악담을 입에 올리는 일은 본적이 없었다. 참으로 순진하게만 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런 순수한 믿음이기에 거부할수 없는 것도 있었다. 행복을 바라지 않는 이가 어디 있다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것처럼 굴어도 애머디 또한 간절히 휴식을 떠올리거나 때때로 평온했던 시간을 되새기며 먹먹해질 때가 있었다. 감히 제가 염원하지 못했던 것을 타인이 빌어주는 상황은 기묘했으나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간만에 애머디는 제 발로 그어둔 바깥선에 가까이 다가섰다. 그 너머에 있는 사람과 가까이 마주하는건 여전히 낯설었으나 뒤로 물러서진 않았다. 시작으로는 제법 괜찮은 것이었다.

하. 맥없는 숨을 뱉더니 다음번에도 잘 부탁하지. 라는 말을 끝으로 애머디는 자리를 깔끔히 정리하고서 빈통을 일라이저에게 건넸다. 


바쁜나날들이 빠르게 흘러갔다. 빗발치는 문의에 발빠르게 대처하느라 복도에는 종종걸음으로 서두르는 이들 뿐이었다. 그런 틈에서도 점심시간은 착실히 찾아왔고 그럴때면 다들 한숨 돌린단 표정으로 식사메뉴를 고민했다. 애머디는 그들을 무심하게 바라보며 비어있는 방을 찾아 들어갔다. 옆에 따라붙은 일라이저도 함께.

일라이저와 식사를 하는 일은 금방 익숙해졌다. 어려울것도 없이 찾아오면 일어나서 적당한 장소에 자리잡아 식사를 하면 끝이었다. 효율을 따지면 확실히 전보다 시간낭비가 적었다. 든든히 식사를 하니 급하게 빵으로 채웠을때 보다 오후에 덜 허기지기도 했다. 담담히 그런 사실들을 짚어주면 일라이저는 기쁜듯 웃어보였다.

먹는속도가 빠르기도 하고 잡담을 즐기는 편은 아니라 초반에는 조용한 시간을 보냈었지만 이 패턴이 익숙해질 즈음 애머디는 간간히 사담을 하게 되었다. 가볍게 방금 처리하던 업무에 대해 주절거리기도 하고 요즘 허둥대는 신입이 많아 걱정이란 얘기도 했다. 

무엇을 얘기하던 일라이저는 주의깊게 들어줬고 그럴때마다 조금씩 거리감은 줄어들었다. 예전이라면 질색할 일이었으나 짐작했던 것보다 마음은 평온했다. 이미 익숙하게 여겼던 이라서 그런것인지 확실하진 않았으나 먼저 편하게 잡담을 나누게 된 것은 신기한 감각이었다.

그렇게 소소한 얘기를 나누게 되는 일이 늘어나니 일라이저에 대한 것도 전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됐다. 예를 들어 그는 고민상담에는 특화되어 있었으나 개인의 문제해결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점.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태도는 가상하지만 그런식으로 들어주기만 하면 금새 부려먹히게 될 것이었다. 언제까지고 그에게 시킬것이 아니라면 문제는 결국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문득 에녹 데네스에게 자주 휘둘리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알고도 그러는 건지.. 불만스런 눈빛으로 일라이저를 훑으니 그는 덤덤히 왜그러십니까. 하고 되물었다. 오래 알고 지냈다 했으니 그만한 친밀도에 비례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 표현이 죄다 챙겨주는 일에 치중되어 있는것은 특이했다.

보답을 바라지 않는 헌신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애머디는 어느정도의 복수심과 사회의 압력에 거부한다는 원동력에 움직이던 참이었다. 동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준 네디에 관해선 떠올리면 아직 가슴이 옥죄였지만 전만큼 가라앉지는 않았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후회와 미련을 떼어내는 중이었다. 

그럼 일라이저의 헌신도 언젠가는 보답 받는날이 와야 하겠지만 이는 실질적으로 어려운 구조였다. 형체가 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균등하게 배분한 것을 돌려받을수 있을리가. 그것을 개인이나 조직에게 바라는것도 그리 바람직한 형태는 아니었다. 허나 영원히 보답받지 못할 것이라 한다면 그건 너무 무자비한 일이었다. 

무언가 헛도는 기분이 들었다. 일전에 그의 과거에 대해선 얼핏 들은적이 있었지만 자세한 전말은 여전히 모르는 채였다. 가까워지기로 마음먹은 이상 이정도 관심은 기울이는게.. 좋은가? 막상 마음먹고 다가가자니 여간 힘든게 아니군. 브레스나 리암에게 친구와는 무슨 대화를 하고 사는지 한번 물어봐야 하나.

사사로운 생각을 집어넣고는 툭. 정리한 통을 일라이저에게 건넨 애머디는 잠시 눈을 마주했다. 그러고보니 지금껏 크게 의식하지 않았지만 그가 안대를 벗는모습은 본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무언가 이유가 있을터. 이정도는 궁금해 해도 괜찮겠지. 물어본 사람들이 한 둘도 아니었을테고.. 적당하겠어. 그렇게 정리가 되자 입을 열었다.

" 일라이저, 그 눈은 언제부터 가린거지? "

" 네? ... 음, 사고가 일어난 날 에너미에게 당한 이후로 쭉 하고 다녔습니다. 흉터가 있어서 보기 좀 그렇거든요. 지금은 제법 아물었지만 계속 착용하다 보니 익숙해지기도 했고... 이게 편합니다. "

뜬금없는 질문이었으나 그는 크게 당황하지 않고 대답해주었다. 예상했던 대로 자주 들었던 모양이었다. 기억하기론 입사한 뒤에도 줄곧 끼고 다녔으니 그때부터 질리도록 들은 질문이겠지. 애머디는 잠시 턱을 짚었다. 편하다, 얼굴의 절반이 보이지 않는데도 말이지.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 애머디는 이를 숨기지 않고 표정에 드러냈다.


애머디가 보내는 가느다란 시선에 일라이저는 의아해할 뿐이었다. 맥락없는 질문 탓이기도 했지만 돌아온 반응이 묘한 덕분이기도 하겠지. 보통이라면 그렇구나. 하고 충분히 넘길만한 일이었다. 본인이 그렇다는데 뭘 어쩌겠는가. 기껏해야 안타깝다는 얘기나 덧붙였을 것이다.

방금까지 일라이저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지 않았다면 애머디도 그랬을 것이다. 우연에 가까웠지만 분명 언젠가는 짚어볼 일이었다. 그리고 그 날이 오늘이 되지말란 법은 없다. 궁금한 것에 관여하기로 마음먹은 애머디는 이럴때 망설이지 않았다.

" 그럼 보여줄 수 있겠나? "

" .... 안대 속이 궁금하신거라면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의안은 있지만 눈색이 다르지도 않고 흉터는 보기 흉할 뿐인걸요. 굳이 보고싶은 이유가 따로 있으신가요? "

"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보고싶을 뿐이야. 네게 곤란한 일이라면 어쩔 수 없다만.. 확실히 답해줬음 좋겠군. 곤란한가? "

이번에는 제법 고민하는듯 마주보던 그가 시선을 떨궜다. 갑작스러운 일이었으니 애머디는 얌전히 답을 기다렸다. 꽤나 머뭇거렸으나 일라이저는 끝내 고개를 들고 조금 뒤에 괜찮습니다. 라는 답을 띄웠다. 제대로 허락하는 것을 듣고난 뒤 애머디는 돌아앉은 그에게 주저없이 손을 뻗었다.

흠칫. 어깨를 작게 떠는것을 보았다. 허나 애머디는 게의치않고 앞머리를 헤치며 안대를 짚었다. 이윽고 끈의 끝을 잡고는 조심히 올려냈다. 검은 천은 가벼이 들렸다. 밑에 고요히 감겨져 있던 눈이 드러났다. 그러자 이번엔 미세하게 손을 꾹 쥐는것이 보였다. 일라이저가 말한대로 흉터는 거의 아물어 생각보다 깔끔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태도는 마치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눈앞에 들이댄 것 같은 반응이다. 그가 이렇게까지 꺼려하던 일이 있나 돌아보아도 이는 분명 처음보는 반응이었다. 이쯤에서 그만두는것이 좋으려나. 의연하게 굴긴 했지만 속이 편한것은 아니었다. 괜히 주저해서 시간을 끄는쪽이 오히려 더 실례라 여겼을 뿐이다.

뜨는것이 상당히 낯선듯 안대가 들춰지고도 한참 뒤에야 일라이저는 감긴눈을 천천히 떠보였다. 처음으로 마주한 두 쌍의 녹안은 번듯했고 또렷했으나 똑바로 시선을 마주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아주 잠깐 마주한 오른쪽 눈을 손바닥으로 다시 감겨준 애머디는 금새 안대를 반듯하게 똑바로 씌워주었다. 

어색한 정적이 흐르는가 싶더니 곧바로 미안하다. 하는 애머디의 목소리가 조용한 회의실에 울려퍼졌다. 네가 불편한걸 알고서도 한 일이었다. 굳은 목소리로 하는 사과에 일라이저는 할 말을 고르는듯 했다. 

" 왜... 사과하시는 겁니까. 저는 정말로 괜찮아요, 선배님. "

안대에 손을 얹고서 만지작 대는 일라이저의 시선은 여전히 내려앉아 있었다. 그린듯한 웃음도 여전했으나 어딘가 꺼림직한 기색이 있음을 숨길수는 없었다. 그게 무엇인지 정말로 괜찮은 것인지 애머디는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씁쓸하게 웃어보이며 이어 말했다.

" ... 그렇담 다행이고. 네 눈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편이다. 언젠간 두 눈으로 마주하는 날도 온다면 좋겠군. "

흔들림 없는 눈을 한채 말을 내뱉은 애머디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돌아가서 업무를 볼 시간이다. 아직 앉아있는 그의 정수리를 툭툭 두드려 주고는 앞서 나가 문을 열고는 그가 따라나오기를 기다렸다. 이에 머뭇거리던 일라이저는 반사적으로 일어나 뒤를 따르는듯 했다.


각자의 시선은 조금씩 다르더라도 그 빛이 바래는 일이 없기를 조용히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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