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히지오키
너는 나를 닮지 않아 단단하지만, 그래도 나갈 때 든든하게 옷을 입지 않으면 안 돼. 몸 속 깊은 곳에 드는 바람만이 유해한 건 아니란다. 누이는 이부자리 속에 뭉쳐두었던 목도리를 꺼내어 나의 작은 어깨 위에 둘러주며 말했다. 봄내음처럼 단내가 벤 음률이었다. 이따금 턱이나 뺨에 닿는 손은 거칠었지만 보드랍고 따뜻했다. 눈에 띄지 않는 생채기가 생길 수도 있어. 포물선을 그리며 가늘어지는 눈꺼풀 사이로 언뜻 보이는 눈동자는 타닥타닥 타오르는 겨울날 심야의 모닥불을 닮았다.
✃
오키타 소고는 혹한기에도 몸을 따뜻하게 하는 법이 없었다. 제복으로 되는 날씨가 아니잖아요, 대장. 그러다 감기에 걸릴 거예요. 야마자키 사가루는 종종 뜯지 않은 핫팩을 가지고 와서 오키타에게 건네었다. 소고, 이 녀석, 남자다워서 좋지만 그러다 감기 걸려도 간호 안 해준다. 곤도 이사오는 종종 잔소리하며 시내에서 산 목도리를 오키타의 방 안에 넣어두었다. 허나 그럼에도 녀석은 핫팩의 포장을 뜯는 법이 없다. 옷장 귀퉁이에 걸어둔 목도리를 꺼내어 목에 두르는 법이 없었다. 한겨울을 나기에는 턱없이 얇은 가죽 주머니 속에 손을 꽂아넣고 길거리를 거닐었을 뿐이다. 이따금 따뜻한 공기가 드는 차 안 조수석에 몸을 구기고 앉아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눈을 감을 뿐이었다. 히지카타 토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끔 고르지 않은 털 속에 푹 파묻혀서 정수리만 겨우 내보이던 녀석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시트 히터의 온도를 높였을 뿐이다.
언젠가 여느 때와 같이 눈을 감은 채 창가에 기대어 있던 오키타의 입에서 작은 소리가 샜다. 히지카타 씨. 그건 언어라기보다 다 무너진 활자의 배열과도 같은 것이어서 남자는 그것이 잠꼬대인지, 제 이름을 부른 것인지 몰라 대답하지 않고 부드럽게 운전대를 꺾었다. 오키타는 이번엔 조금 덜 뭉개어진 발음으로 또박또박 히지카타의 이름을 불렀다. 호명인 걸 알았다. 히지카타는 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지져끄곤 숨을 들이마셨다. 텁텁해진 구강 안으로 후덥지근한 공기가 밀려들었다. 왜냐고 묻기도 전에 오키타가 먼저 말을 뱉었다.
댁은 오래 살아요.
무슨 바람이 불었냐?
오키타는 대답하지 않는다. 들이마신 공기를 제때 빼주지 않아서였을까 히지카타는 문득 이 정적이 답답해졌다. 눈을 굴리자 말린 어깨 안으로 둥그런 연갈색 머리통이 보인다. 훌쩍 커버린 녀석의 정수리는 이제 쉽사리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차 내부의 뜨겁고 눅눅한 공기가 차 외부의 차갑고 날선 공기와 맞부딪힌다. 오키타의 얼굴은 창가에 서린 딱지 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는다. 붉은 신호. 정차. 하얀 창문. 그 속의 눈. 히지카타는 잠시 상상했지만 신호가 바뀜에 따라 곧장 시선을 돌린다. 언제부터 그런 것들을 면밀하게 들여다 볼 정도로 다정한 인간이었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담뱃불 붙는 소리 밑으로 사근한 숨소리를 밀어넣으며.
들은 음악 https://soundcloud.com/wofywofy/josee
흔들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노인이 되고 싶은 마음은
죽는다와 하고 싶다 두 단어의 나열보다 하루하루 살고 싶다는 말과 동일한 것일지도 모른다.
23년 2월 22일 일기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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