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놀이
내일
211003 연성
드림 by 서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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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광대는 잠들어있는 애쉬 로메인을 보았다.
고른 숨을 내쉬며 무방비하고 평온한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상하게도 갈대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바람에 살랑이며 부서지는 향취와 습기가 어린 듯한 흙냄새는 아주 소박해서, 그가 이끌고 다니는 모든 명성과 꼬리표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건 기억의 냄새에 가까웠다. 아주 오래 전 갈대밭에서 조각용 나무를 들고 저를 올려다보던 아이에게서 나는 옅은 냄새였다.
이젠 기억도 나지 않은 얼굴인데, 자고 있는 이의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그때의 냄새가 코 끝을 스쳤다. 끔찍하게 간질거리는 감각이 다시금 목 안을 괴롭히면 전쟁광대는 왈칵 인상을 쓰며 거칠게 배게에 얼굴을 파묻었다. 미친 건가. 더는 못 견디겠군. 내일 다 엎어버리든 해야지.
침대의 흔들거림에 문득 살짝 깨버린 애쉬가 손을 뻗었다. 익숙하게 전쟁광대의 뺨을 쓸고 내려가 어깨를 토닥인다. 입술이 달싹이며 작게 중얼거린다.
“…걱…… 마. 내가…….”
그러면 또 우습게도, 내일은 아니다. 좀 더 뒤에 엎어도 되지 않겠는가. 이 여자가 만들 전쟁을 좀 더 보고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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