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놀이

끔찍한 인간

200717 연성

드림 by 서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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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로메인은 아주 끔찍하게 로맨틱해질 때가 있었다. 소소하고 뻔한 것들을 연출하거나 표현하려고 했다. 평범한 연인들처럼. 전쟁광대는 그게 퍽 우습고 낯설었다. 누가 제게 그런 애정표현을 한단 말인가. 누가 그를 그런 애정표현을 할 이로 본단 말인가. 지독한 전쟁을 휘젓는 왕에게서 어떻게 그걸 느낀단 말인가.

그것이 어리석고 의미 없는 생각인 건 알았지만, 전쟁광대는 매번 주문을 외듯 그리 생각했다. 이토록 평범하고 아름다운 일상은 그와 자신에게 마땅한 것이 아니었다. 이건 비극적인 마지막을 연출할 회상에 불과하다. 그와 제게 주어져서는 안 될 장면이었다.

전쟁광대는 애쉬 로메인 아래의 핏길을 보았다. 그리고 그가 건넨 장미꽃과 상처가 난 손가락을 보았다. 네겐 주어져선 안 될 모든 것들. 우리를 평범하게 만들 모든 달콤한 일상들. 전쟁광대는 문득 눈앞의 존재가 무척이나 원망스러웠다.

시간을 들여 보이지만 않았어도 아무런 감흥도 없었을 텐데. 전쟁터에 매번 생사를 거는 가엾고 지독한 이 인간에게 연민을 느끼는 일도 없었을 테고, 그 손가락을 보다가 꽃을 받게 될 일도 없었을 거다.

전쟁광대는 어서 그가 평소처럼 짓궂고 우스운 농담과 희롱을 내뱉길 바랐다. 그리고 끝내, 애쉬 로메인은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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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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