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부 아베쎄의 벗들 - 2. 아홉 개의 바퀴.
첫 번째 바퀴, 장 "즈앙" 프루베르.
항구도시에서 온 시인
이 즈앙이라는 청년은 마르세이유 출신이었다. 그의 조부는 그 유명한 '마르세이유 파이앙스', 그러니까 정교한 장식이 덧입혀진 도자기로 크게 성공한 사람이었으니 출신 성분은 부르주아라 할 수 있겠다. 간혹 우리는 성분과 성질에 대해 헷갈리게 되는데, 성분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어떤 사회적 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 만일 즈앙에게 '성분은 부르주아다' 라는 말은 덧붙인다면 그것은 사실이겠지만 불공평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즈앙의 성질은 마르세이유의 그 오래된 역사와도 관련이 있는데, 본디 이 오래된 항구도시는 고대 그리스의 식민지에서 뻗어나간 곳이나, 로마와 프랑크 왕국을 비롯한 많은 세력들이 그 땅을 움켜쥐었다. 항구도시의 역사는 늘 고달프다. 풍파가 많다. 그럼에도 마르세이유는 지금 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여기서 우리는 즈앙의 성질에 대한 일말의 단서를 얻을 수 있게 되는데, 나 자신의 의견이나 즈앙은 마르세이유라는 항구도시를 보고 배운 것이 틀림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고대 그리스에서 출발하여 신의 이름을 빌린 자들까지. 그 땅에 발을 디딘 이들을 남김없이 흡수한 도시는 제 안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쌉싸름한 풀즙을 짜내어, 제우스가 그 머릿속에 아테네를 품고 있었던 것과 같이 도시에 남은 역사의 흉터를 품게 만든다. 그 덕에 즈앙은 오래된 것들에 대한 애정, 풍파적 현재와 상반되는 미래에 대한 믿음이라는 성질을 가지게 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허니, 이 청년은 마르세이유와 닮았다.
즈앙은 파리에 처음 올라와 자리잡을 때까지 많은 사건을 겪었는데, 예를 들자면 그것은 일자리와 돈에 관한 문제였다. 유복한 집안의 독자였으나 그 스스로 특유의 단호함을 발휘하여 부모에게서 돈을 받고 사는 것은 그만두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그것은 어떤, 인류사의 거대한 결심과도 비슷한 것이었는데, 우리가 흔히 알다시피 부모와의 관계에서 첫째로 끊기 어렵고 또한 복잡한 것은 경제적인 부분이다. 인간의 세계는 가정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기에, 부모라는 역할을 맡은 이들의 경제적 지원은 곧 도자기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 어떤 유약을 쓰는가처럼 중요하다. 세계를 만들어 가는데에 첫째가는 조건이 경제적인 것이 된다는 뜻이니 이 어찌 슬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장 즈앙 프루베르는 부르주아지 부모 아래서 태어났으니 그 세계는 단단하되 섬세하며 동시에 밝고 힘찼다. 그것은 즈앙의 세계를 짓는 벽돌 그 자체가 단단했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그 벽돌에 모래는 덜 섞이고 모르타르는 적절히 섞여있다는 뜻이 된다. 즈앙의 부모는 유해한 것을 배제하고 좋은 것을 적절히 넣어 줄 능력이란 것이 있었기에 그를 그렇게 키웠다. 허나 즈앙은 자신 스스로 깨달은 바가 있어 이렇게 결심하게 되었는데, 그 긴 이야기 중 아주 중요한 사건만 하나 뽑아 이야기하자면, 그가 막 파리에 올라왔을 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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