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양첸 포스트 아포칼립스

butterfly lovers by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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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났을까. 사람들이 사라졌다. 브렛은 멍하니 소파에 앉아 손가락을 하나씩 굽혀봤다. 하루, 이틀, 사흘, ...얼마나 지났는지도 어느 순간 잊었다. 확실한 건, 오래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고개를 돌려 식탁 앞에 앉아 졸고 있는 에디를 보았다. 턱을 괴고, 꾸벅, 또 꾸벅, 그러다가 팔에 힘을 잃어 깜짝 놀라 깨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니 웃음이 나온다. 이마저도 오랜만이었다.

"졸리면 침대에 가." 브렛이 말했다.

"됐어. 밤에 잠 안 오면 어떡해." 에디가 하품을 하며 대답했다.

"아직도 낮밤이 중요해?"

"그래도 사람답게는 살고 싶어서. 해는 봐야지." 에디가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브렛은 괜히 휴대폰 전원 버튼만 두번, 세번 눌러대며 꺼지고 켜지는 화면을 바라만 본다. 문자를 할 사람도, 전화를 할 사람도, 훑어볼 소셜 미디어도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공황의 대중이 있었고, 다음에는 체념의 소수가 있었지만, 이제는 포기와 실낱의 희망 뿐이었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했을까. 일단 브렛과 에디는 집에 틀어박혀 연습을 하기로 했다. 해가 일곱 번쯤 진 후에는 브렛은 흥미를 더이상 잃어버렸다. 에디는 계속 바이올린을 들었다.

***

"춤." 에디가 말했을 때, 브렛은 소파에 앉아 허공을 노려보는 중이었다.

"뭐?"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브렛은 살짝 놀랐지만 티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춤 출래?" 에디는 한쪽 눈썹을 올렸다. 그 눈빛에는 처음 보는 총명함이 있었다. 가만, 지금껏 이런 눈을 들여다본 적이 있었나.

"나는 춤 같은 거 안," 브렛의 목소리에 담긴 황당함은 에디의 흥분에 가려 전해지지 않았다.

"그러지 말고, 할 일도 없는데 춤이나 추자니까. 지금껏 안 해 봤던 걸 해보고 싶지 않아?"

브렛은 말도 안 되는 논리에 왜 빠져들었는지 자기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았다. 평소에는 저놈의 희망을 어디 숨기고 살았는지, 에디는 날이 갈 수록 밝아지고 무언가를 "해 보자"하는 일이 많아졌다. 갈 수록 우울해지는 브렛의 속내와는 정반대였다.

에디가 바이올린을 꺼내들었다. "자,"

"너는?" 브렛이 물었다.

"나는 음악을 깔아 줘야지."

"잠깐, 같이 추는 거 아니었어?" 브렛의 귀가 약간 빨개졌다.

"아니었어." 자신을 노려보는 눈총을 무시하고 에디는 활을 움직였다.

차르다시, 프리스, 알레그로. 빠르고 경쾌한 리듬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브렛은 에디가 연습을 계속한 이유를 하나 알아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음표 하나하나에는 숨이 깃들어있었다. 몸에 긴장을 풀고 귀에 박히는 음을 느껴보려는 찰나에 에디가 연주를 멈췄다. "안 출 거야?" 브렛은 찜찜한 기분을 느꼈다.

"안 출 거면 다시 연습이나 하러 갈게." 실망했다는 걸 온 세상에 티낼 듯 에디는 입을 내밀었다.

"아니, 어떻게 추는 지를 알아야..." 브렛은 최대한 표정을 지어보았다.

에디는 대답하는 대신 발로 박자를 탔다. "혹시 몰라, 이미 알고 있을지."

브렛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설득이 되었다. 가뜩이나 하나 남은 친구를 속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는데 처절한 몸짓이라도 하면 어쩔까. 브렛은 눈을 감고 에디의 박자를 느꼈다. 하나, 둘, 셋, 넷.

스텝이 어디를 향하는 지, 팔은 어느 위치에서 움직이는 지 브렛은 신경쓰지 않았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바이올린에서 울려퍼지는 진동이 오는대로, 몸을 움직였다. 누가 보면 폭소를 할 만한 움직임일지도 모른다. 브렛은 몸을 움직일 수록, 음악과 교감하는 것을 느꼈다. 아니, 이건 단순하게 음악을 느끼는 것과는 달랐다. 연주자, 그러니까 에디와의 깊은 "교감" 이었다.

연주가 끝났을 때 눈을 떠보니 브렛은 에디의 바로 앞에 있었다. 아주 코앞에 있었다. 한 발짝만 더 내딛으면 부딪힐 것 같았다. 대신 시선은 서로의 눈을 향했다. 눈동자가 꿰뚫어 보일 만한 거리였다. 이 기분은, 그러니까, 신경쓰지 못했던 자그마한 불씨가 어딘가를 태워버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

이번엔 브렛이었다. 열려있는 에디의 방문에 노크를 하고 돌아오는 에디의 고개를 기다렸다. 에디는 말 없이 어깨에서 바이올린을 내려 무릎 위에 올려둔 채 브렛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이번의 정적은 이상하게도 영원 같았다.

"부탁이 있어." 브렛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에디는 고개만을 살짝 끄덕였다.

"같이, 춤 추자."

에디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대신 바이올린을 케이스에 내려두고, 브렛의 앞에 서 브렛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브렛은 의아했다. 에디의 눈에는 지금껏 잘 참아왔던 슬픔이 보이는 듯했다. 브렛은 가만히 서서 에디의 손을 잡았다. 거기엔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음악 없어도 되겠어?" 에디가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눈빛의 슬픔은 이제 미소로 가려졌다.

"글쎄, 될 거야." 브렛은 눈을 감고 천천히 에디를 이끌었다.

하나, 둘, 셋, 넷. 에디 역시 눈을 감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브렛은 머릿속에서 탱고의 리듬을 기억해냈다. 몸을 붙이고, 한 손은 에디의 날개뼈 근처에. 처음에는 가뿐한 스텝으로 합을 맞췄다. 브렛은 입으로 숨소리보다도 작게 마디를 세었다. 네 마디 뒤면 장조가 단조로 바뀌고, 조금 더 격렬해질 차례였다. 지금껏은 스텝이 잘 맞아왔지만, 에디, 네가 나와 같은 곡을 품고 있다면. 나를 품고 있다면.

스핀, 꺾이는 허리, 맞닿는 다리. 연습도 해본 적 없는 춤이 첫번째에 이리도 잘 맞는 것은 분명 말이 되지 않았다. 브렛은 논리를 들이미는 것 대신 오늘만은 이 말도 안 됨을 즐기기로 했다.

깍지 낀 손 사이로 브렛은 어느새 손톱이 많이 자랐음을 느꼈다. 눈을 감고 느낀 에디의 손은 고왔다.

***

다음 날, 브렛은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

***

2. 마지막 왈츠

브렛이 커튼을 열었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햇빛의 온기였다. 눈을 감으니 밀려 들어오는 빛까지. 예전 그대로였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길가에 사람들이 없었다. 항상 바쁜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브렛은 문득 지금이 몇 시인지 궁금해졌다. 시계는 멈춘 지 오래고, 그림자로 시간을 추정해보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알지 못했다.

“선탠 할 거면 뭐라도 바르지 그래.”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에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잠긴 목소리로 간섭해왔다.

“아니, 연습하려는 차였어.” 브렛은 손에 들고 있던 바이올린을 어깨에 올렸다.

에디는 진심으로 미소를 지었다. 브렛은 그걸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에디가 행복을 느꼈다는 건 알고 있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손가락을 핑거보드에서 움직일 때마다 브렛은 마음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브렛은 소파에 앉아 바이올린 활로 천천히 리듬을 세었다. 이번에는 바이올린 대신 클라리넷. E단조, 단단하지만, 멜랑콜리. 그 안에서 느껴지는 건 가을의 서늘함과 톤다운된 색조.

다시, 하나, 둘, 셋. 근음 하나에 화음 둘. 바이올린은 이미 손을 떠났다. 하나, 둘, 셋. 두 번째는 스타카토. 하나, 둘, 셋. 이제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눈을 감는다.

숨을 고르고 자세를 잡으니 에디가 거기에 있었다. 이번에는 숨을 길게 내뱉는다. 발을 딛으면 에디의 몸이 그를 따라온다. 브렛은 눈으로 보지 않고도, 맞잡은 손, 그리고 상체에 올린 손으로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춤이 절정을 향해갈 수록, 움직임이 커질 수록, 숨소리도 덩달아 커진다. 브렛은 살짝 인상을 지었다. 동작에 힘을 하나씩 더해가고, 서로의 합을 느껴갈 수록 눈썹은 올라간다.

고개를 돌리는 춤 동작에 브렛의 안경이 떨어졌다. 에디의 손도 역시 그의 허리에서 벗어났다. 플라스틱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순간의 모든 집중을 흩트려 놓았다. 그때 브렛은 에디의 손이 평소보다 차가운 것을 느꼈다.

***

그 날 밤 브렛은 바이올린의 E현을 끊었다. 순간의 반동이 손 뼘에 생채기를 내었다. 아, 하는 반응의 신음조차 없었다. 브렛은 활과 바이올린을 다시 케이스 안에 넣었다. 이번에는 케이스의 경첩에서 딸깍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이야?” 갑작스러운 불협을 듣기라도 한 건지 에디가 확인하러 브렛의 앞에 나타났다.

“절대음감은 소리도 잘 듣나 봐.”

“그거랑은 상관 없는 것 같은데.“

브렛은 머리를 긁적였다. “E현이 끊어졌어.” 그 순간에 브렛의 손에서는 조금씩 피가 흐르고 있었다. 조만간 멎을 피였다.

“바꿀 거야?” 에디는 벽에 기대 브렛을 바라보고 있었다.

브렛은 대답하지 않았다. 에디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옅은 미소와 함께 에디가 자리를 옮겨 브렛의 앞에 자세를 낮추었다.

“춥다.” 브렛이 에디의 눈을 보며 말했다.

“이리 와.” 에디가 브렛을 끌어안았다.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브렛은 자신의 머리를 에디의 어깨에 기대었다. 에디의 팔은 브렛의 목을 감쌌다. 한동안은 숨소리가 그들의 선율이었다.

에디가 한 손으로 브렛의 머리를 흐트러트렸다.

“괜찮을 거야.” 말하는 에디의 목소리에도, 듣는 브렛의 머릿속에도 확신은 없었다.

에디가 브렛의 등을 두어 번 토닥이고, 일어나 자리를 비워도 브렛은 그대로 있었다. 손의 피는 멎었고, 눈물이 흘렀다.

***

겨울이다, 겨울일 거다. 브렛은 그렇게 느꼈다. 옷 속을 파고드는 한기가 온몸을 감쌌다. 그래도 브렛은 몸을 떨지는 않았다.

브렛은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옆방에서, 그놈의 피아노. 그놈의 피아노 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드뷔시.

드뷔시, 드뷔시는 맞는데. 브렛은 이불 속에 파묻혀 입술을 깨물었다. 얼마나 세게 깨물었는지 혀끝에서 금속 맛이 느껴졌다. 기억이 나질 않았다. 곡이 진행될 수록, 분명 아는 멜로디임은 분명했다. 다만 다음에 어떤 스케일이 올지, 이 망할 놈의 제목이 뭔지. 브렛은 떠올릴 수가 없었다.

몸을 움츠렸다. 욕지기가 치미는 것 같았다.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더한 파도가 속에서 밀려오는 기분이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발을 침대 밖으로 디뎠다. 순간 모든 곡의 이미지가 스쳐 갔다. 그리고 호수, 밤, 일렁이는 물에 비추는 달빛.

브렛은 한 번 깊은 숨을 쉬었다. 턱 끝까지 차올랐던 무언가가 떠나간 기분이었다.

내다본 창밖에는 달이 없었다.

브렛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들려오던 피아노는 그대로 있었지만 이제는 물 속에서 그를 듣는 느낌이었다.

휘몰아치는 바람이 창문을 곧 뚫어낼 듯 뒤흔들었다.

***

브렛은 손을 내려다 보았다. 어느새 새살은 돋아있고 흉터가 그 위를 하얗게 덮었다.

아무래도 잊을 수는 없었다.

***

3. 혼자 추는 춤

여전히 침대였다. 팔다리를 뻗고 브렛은 자신의 체중이 침대로 빨려 들어가는 걸 느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는 손가락으로 시트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피아노를 치듯이. 이제는 눈을 떴을 때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뭘 먹은 게 언제였더라.

브렛의 상상은 회전하기 시작한다. 눈을 감는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친다. 해는 저물고 가로등이 켜진다. 산의 중턱에서 구름은 사라진다. 장난감 카메라처럼 딸깍 소리가 나면 풍경이 바뀐다. 눈을 뜬다. 하얗다.

***

귀가 울린다. 갑자기 자세를 일으키니 머리를 바닥에 처박을 뻔했다.

책상 위에는 꽃이 있었다. 세 송이. 분명 조화였음에도 브렛은 물을 갈아주었다. 꾸준하진 않았다. 단지 배경일 뿐인 꽃이 신경 속에 들어올 때마다 물을 새로 받았다. 향이 나는 것 같았다. 희고 차가운 향이 났다. 브렛은 줄기를 움켜쥐고 화병에서 꽃을 낚아챘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트린다.

다음은 악보였다. 서랍 속에는 출간된 책도 있었고, 프린트를 묶어놓은 파일도 있었다. 브렛은 여러 색의 플라스틱을 집어 들었다. 클리어 파일을 잡아 뜯으니 종이가 흩어진다. 비닐도 있었고, 맨 종이도 있었다. 끼어 있던 연필도 떨어졌다.

비밀번호 다이얼을 돌리고 버튼을 누른다. 케이스가 삐걱 소리를 내며 입을 벌렸다. 스크루를 왼쪽 끝까지 돌리니 활이 힘을 잃고 부품을 뱉어낸다. 악기는 차마 내려칠 수 없었다.

적응한 어둠은 명암을 또렷하게 구분했다. 광원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방 안은 채도가 낮았다. 다만 따뜻했다. 브렛은 발을 딛는다. 연필심이 발바닥에 닿았다. 바인더의 스프링도 발을 건드린다. 조금만 체중을 실으면 피가 날 것 같았다. 발을 다른 곳으로 디디니 꽃잎이 있었다. 그때 꽃은 어떤 색도 띄지 않았다.

이제는 바이올린도, 피아노도 아니다. 이제는 빗소리고, 심장 소리다. 박동은 메트로놈이고, 방울은 불협이다. 브렛은 헤드폰을 썼다. 심장 소리가 더 가깝게 들렸다. 빗소리가 더 커졌다.

하나, 둘, 셋, 넷. 그런데 빠르게. 매우 열정적으로.

몸을 움직인다. 팔과 다리의 해리. 허리를 꺾는다. 앞뒤로 선들이 엮인다. 한 발을 내딛고 무릎을 움츠린다. 앞, 뒤, 좌, 우, 위, 아래. 모든 방향이 뒤섞인다. 춤을 춘다. 몸부림친다. 눈을 뜨고 있어도 시선은 들어오지 않는다.

***

브렛은 눈을 끔벅이며 손 뼘을 내려다본다. 평범한 살갗 위로 흉터가 흰 선을 그렸다. 눈을 느리게 깜빡이고 한번은 길게 감는다. 눈을 감으니 감각이 서늘했다. 살에 닿는 모든 공기가 쓰라렸다. 브렛은 윽, 하는 소리를 내뱉었다.

"괜찮은 거 맞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도 없잖아." 브렛이 한동안 뜸 들이다 말했다.

"응, 없지."

"너도 없으면 어떡하지?" 브렛은 손 뼘을 어루만졌다. 연약한 살에 닿는 감각이 몸을 움찔하게 만들었다.

"어떡할래?"

브렛은 대답할 수 없었다.

어떡할까. 소리를 지를까. 물건을 집어 던지기라도 할까. 같이 춤을 출 수도 없다. 가까이 붙어 눈을 들여다볼 수도, 숨 소리를 느껴볼 수도 없다. 공기를 가득 채운 긴장을 느끼고, 거기서 비롯된 마음속의 뜨거움을 느낄 수도 없었다. 어떡할까. 브렛은 되뇌었다. 이미 알고 있는 지도 모른다. 브렛은 E현이 끊어진 날을 기억한다.

***

탱고를 췄던 날을 기억한다. 비현실적이었다. 짜 맞춘 듯 합이 맞았고, 말하지 않아도 모든 감정이 오가는 기분이었다. 어쩌다 그런 생각을 했다. 그때 키스를 했으면 어땠을까. 딱히 후회는 되지 않았다. 심장은 같이 뛰었고 숨도 같이 쉬었으니까.

브렛은 지금 가슴에 손을 대었다. 지금 뛰는 건 그때의 심장인가? 확실하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것을 다시 느낄 수 있냐 물으면 브렛은 확신하지 못했다.

내다 본 창에는 별들이 있었다. 그런데 유독 밝은 별이 하나 있었다. 정확히는 두 개의 별이다. 다만 옆의 빛에 가려 하나는 잘 보이지 않을 뿐이었다.

어떡할까. 브렛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제 행동에는 확신이 있었다. 브렛은 발걸음을 옮겼다. 거실을 지나서, 에디의 침실로.

에디는 거기에 없었다. 언제부터 없었는지는 모른다. 침대는 누군가 떠난 뒤 다시 돌아오지 않은 듯 약간 흐트러져 있었다. 브렛은 침구를 가지런히 정리했다. 손님을 기다리는 호텔 방 마냥. 그리고는 그 위로 누웠다. 넓은 침대에, 한 쪽을 비워 놓고, 다른 한켠에 누웠다. 시선은 가운데, 아니, 비어있는 곳을 향해 있다. 살짝 웅크린 자세로 브렛은 눈도 감지 않고 그대로 누워 있었다.

브렛은, 자신의 몸체가 침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런 다음에는, 눈을 감았다. 잘 자, 브렛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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