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데이트 신청 대작전

시리우스 블랙 드림

Dream by 𝓁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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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예정

“시리우스! 뭐해?”

맞은편에 앉아 말을 거는 제임스를 무시한 시리우스는 옆을 쳐다봤다. 책에 정신이 팔린 아멜리아는 시리우스가 옆에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것 같았다. 이렇게 잘난 나를 두고 한눈팔다니. 대체 무슨 책이길래 그래? 불만 반, 호기심 반으로 아멜리아가 읽고 있는 책을 슬쩍 본 시리우스는 질린다는 얼굴로 고갤 돌렸다. ‘쟤는 저게 재밌나…?’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 눈대중으로 남은 양을 살피던 시리우스의 얼굴이 활짝 폈다. 기대고 있던 몸을 바로 세운 시리우스는 옷을 펴고 머리를 정리하는 등 부산스레 움직였다. 그 꼴을 본 제임스가 토하는 시늉을 했다. 물론, 시리우스는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다 읽었어?”

아멜리아가 책을 덮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시리우스가 몸을 붙여왔다. 앞에 앉은 제임스가 진짜 개 같다. 라며 웃어댔다. 그 말을 무시한 시리우스는 냉큼 책을 뺏어 탁자 위에 올려뒀다.

“응. 그래서 무슨 일이야?”

아멜리아가 고갤 기울였다. 보통 때의 시리우스라면 제임스가 다가온 순간 장난을 치러 나가거나, 계획을 세우거나 했을 텐데. 옆에 딱 붙어 앉아 기다리는 게 의심스럽다는 얼굴이었다.

“그게….”

시리우스가 말을 망설일수록 아멜리아의 표정 역시 나빠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기다리던 아멜리아는 잔뜩 화난 얼굴로 제임스를 돌아봤다. 그녀는 시리우스가 아닌 제임스에게서 답을 얻기로 결정한 것 같았다.

“이봐 포터, 너 우리 애 데리고 무슨 짓을 한 거야?”

“뭐?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그럼, 며칠 전부터 애가 왜 저래? 너희 둘이 사고 친 거 아냐?”

“나도 몰라!”

제임스는 억울해하며 시리우스에게 다가와 찡찡거렸다. 빨리 해명해, 패드풋. 네 여친 너무 무서워. 물론, 시리우스에게 그 말은 들리지 않았다. 젠장, 뭐라 말해야 하지? 시리우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아멜리아는 질린다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것도 아냐.”

시리우스가 다급하게 말했다.

“오, 그래?”

“응.”

“오, 그래. 그러시겠지.”

아멜리아는 지긋지긋하다는 얼굴로 제임스와 시리우스를 노려보더니 시리우스가 붙잡을 새도 없이 기숙사로 들어가 버렸다.

“화난 것 같은데?”

“그렇겠지.”

리무스가 빈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망했어….”

시리우스가 머리를 감쌌다. 제임스가 옆에서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걱정하지 마, 시리우스. 뭔지 몰라도 우리가 도와줄게. 그렇지?”

“나는 빼 줘.”

리무스가 단호한 얼굴로 답했다. 그러자 제임스는 한껏 과장된 몸짓으로 리무스에게 다가가 비극적인 어조로 말했다.

“오, 림. 하지만 저 얼굴을 봐. 우리가 도와주지 않으면 그대로 호수에 뛰어들지도 몰라.”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무-니-. 저 불쌍한 친구를 우리가 도와주자고. 피트,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제임스가 눈을 빛내며 피터를 바라봤다. 피터는 어쩔 줄 몰라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리무스가 반쯤 포기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서, 무슨 일인 건데?”

“그건 지금부터 알아봐야지.”

제임스가 한쪽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셋은 시리우스를 바라봤다. 그는 아까와 같은 자세로 앉아 우울해하고 있었다.

“자, 이제 말해 보라고 친구.”

“뭘.”

“대체 왜 싸운 거야?”

“싸운 거 아냐.”

“그럼 아멜-시리우스가 제임스를 노려봤다.- 아니 네 여친은 왜 그렇게 화가 났는데?”

“그게….”

시리우스가 그답지 않게 말을 아끼자, 라무스도 호기심 어린 얼굴이 되었다. 셋은 차분히 앉아 시리우스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끙-” 셋의 시선을 못 견딘 시리우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하늘에 맹세코 시리우스는 아멜리아를 화나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아멜리아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려고 했을 뿐이었다. 문제는 그가 데이트 신청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거였다. 아멜리아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려고만 하면 머리가 새하얘지고, 심장이 제멋대로 뛰어 아무 말도 못 하기 일쑤였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처음엔 좋게 넘어가던 아멜리아도 ‘대체 뭐가 불만인 건데!’라며 화를 내기 일쑤였다. 시리우스도 그 나름대로 억울했다. 대체 왜! 혼자 연습할 때면 잘 만나오던 그 말이 아멜리아 앞에만 가면 나오지 않는 건지. 그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 된 거야.”

시리우스의 말이 끝나자 셋은 조용히 눈빛을 교환했다. 먼저 입을 연 건 리무스였다.

“어, 시리우스. 그거 그냥 네가 잘 못 한 것 같은데.”

물론, 위로한다는 소린 아니었다. 옆에서 제임스가 고갤 끄덕였다. 피터마저 이에 동의하자 시리우스는 잔뜩 짜증 난다는 얼굴로 그들을 쳐다봤다.

“나도 알아!”

“오, 알고 있었다니 다행이네.”

리무스가 악의 없이 말했다. 시리우스가 그를 노려봤지만, 리무스는 내가 뭐 틀린 말 했나? 라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그래, 쟤한테 화를 내서 뭐 해. 시리우스가 생각했다. 그러든 말든 제임스는 이 상황이 퍽 재밌게 느껴졌는지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시리우스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오, 패드풋. 네가 데이트 신청 하나 못하는 얼간이였다니!”

“닥쳐, 제임스.”

“이때까지 고백받은 게 얼마인데! 설마 데이트 신청 하나 못해서 그렇게 쩔쩔맬 줄이야! 오, 시리우스. 이 아빠는 널 그렇게 키우지 않았단다.”

“닥치라고!”

시리우스가 씩씩거리며 제임스의 입을 막았다. 제임스는 이제 웃음을 참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리무스는 그런 둘을 한심하게 바라봤다. ‘쟤들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걸까?’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피터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말려야 하지 않을까?”

피터가 리무스를 바라봤다. 리무스는 고개를 저었다. 저 사이에 끼어봤자 좋을 거 하나 없었다. 둘이 뒹구는 사이-제임스는 웃으며 놀리기 바빴고, 시리우스는 그 입을 막느라 정신이 없었다.- 리무스는 피터와 함께 오늘치 과제를 끝냈다.

“아, 진짜 웃기다.”

시리우스에게 깔아뭉개진 채로 제임스가 말했다. 시리우스는 진절머리 난다는 얼굴이었다. 시리우스가 다시 짜증 내기 전 리무스가 말했다.

“그래서, 제임스. 시리우스를 어떻게 도와주겠다는 거야?”

“그건-.”

“그건?”

“아직 생각 안 해봤어.”

“뭐?”

“그야, 난 뭣 때문에 노엘이 화났는지 몰랐는걸?”

제임스가 당당하게 말했다. 그야, 그렇지…. 시리우스가 수긍하는 기색을 보이자 제임스가 이어 말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같이 고민해 보자고.”

“그렇지만, 여기서 연애하는 사람은 시리우스뿐이지 않아?”

리무스의 말에 시리우스가 고갤 끄덕였다. 그러게, 나밖에 없네. …그럼 나 왜 말한 거지? 시리우스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제임스는 제법 뻔뻔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고백은 내가 더 많이 해 봤을걸? 데이트 신청도!”

“성공한 적이 없잖아.”

“헉, 너 누구야! 내가 알던 무니는 이렇지 않아!”

제임스가 제 가슴을 부여잡았다. 명백히 상처받았어요. 라는 얼굴이었다. 물론, 리무스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리무스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제임스는 머쓱한 얼굴로 가슴에서 손을 내렸다.

“그, 그래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피터가 둘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어쩌면….”

리무스가 회의적으로 답했다.

“그것 봐.”

제임스가 의기양양하게 시리우스의 어깰 두드렸다.

“이 형님이 도와주지. 기대하라고!”

시리우스는 전혀 기대되지 않았다.

 

넷은 작전회의를 하기 위해 기숙사 방으로 올라갔다.

“일단, 꽃이 필요해.”

제임스가 말했다. 시리우스는 일단 한 번 들어보자. 는 심정으로 제임스의 말을 듣고 있었다. 망하면 뭐, 제임스 탓으로 돌려야지. 그런 시리우스의 마음을 모른 채 제임스는 신이나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근사한 멘트도!”

“예를 들면?”

“어…. 나랑 데이트해 주면 네 친구를 내버려둘게?”

“노엘이 정말 좋아하겠다.”

리무스가 헛웃음 지었다. 시리우스도 어이없어하는 눈치였다. 제임스는 조금 시무룩한 상태로 말했다.

“그럼 그냥 나랑 데이트하자, 아멜리아. 라고 하던가.”

“그러니까, 그 말을 못 해서 이렇게 된 거라고.”

“아, 맞다.”

믿어도 되는 거 맞아? 시리우스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제임스를 바라봤다. 제임스는 헤헤, 웃으며 눈을 피했다.

“그럼, 예행연습을 해보는 건 어때?”

그 꼴을 보다 못한 리무스가 말했다.

“예행연습?”

“오,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다, 무니! 역시 넌 천재야!”

시리우스가 물었고, 제임스는 신이 나 외쳤다.

“그럼, 우리 돌아가면서 노엘 역을 하자! 어때?”

“내가 너한테 데이트 신청을 하라고?”

“내가 아니라, 노엘한테! 오, 물론 진짜 노엘 말고. 날 노엘이라 생각하고 하라는 거지.”

“진심이야, 프롱스?”

“물론, 난 언제나 준비되어있다네, 친구.”

도와줘 림. 시리우스가 말려달라는 의미를 담아 리무스를 간절히 바라봤다. 제발, 이건 아닌 것 같아. 네가 낸 의견이잖아. 리무스는 조금 찔리는 얼굴로 시리우스의 시선을 피했다. 젠장. 이대로면 꼼짝없이 제임스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야 할 판이었다. 아멜리아에게도 한 적 없는걸! 그런 시리우스의 속도 모르고 제임스가 말을 이었다.

“아님, 치마라도 입어 줘?”

“제임스, 그건 아닌 것 같아.”

리무스가 떨떠름하게 말했다. 시리우스는 그 옆에서 고갤 끄덕였다. 아무리 못 볼 꼴 다 본 사이라지만, 치마 입은 제임스는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사실 나도 별로였어.”

“그런데 왜 말한 거야?”

“그거야 당연히- 너흴 놀리려고 그랬지!”

제임스가 싱글벙글 웃었다. 리무스는 그럼 그렇지. 라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이만 잘래.”

“벌써?”

리무스가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정이야, 제임스. 우린 내일 아침 수업이 있고.”

“나도 잘 거야.”

시리우스가 말했다. 이대로 데이트 신청 연습을 하느니 자는 게 100배 나았다. 제임스가 아쉬워하며 말했다.

“그럼, 연습은 내일부터 하자고, 친구.”

 

*

 

그 후로, 제임스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시도 때도 없이 시리우스는 데이트 신청 연습을 해야 했다. ‘이거 효과 있는 거 맞아?’라 묻는 말에 제임스는 ‘오, 물론이지. 어디서든 할 수 있도록 연습해야 실전에서 잘할 수 있다고!’라며 그의 데이트 신청을 종용했다.

 

오늘도 그런 날 이었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이 끝난 뒤 제임스는 시리우스를 데리고 근처의 빈 교실로 들어갔다.

“여기서 하자고…?”

시리우스가 떨떠름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밖엔 그리핀도르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는데…? 여기서?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어야 한다니까! 수업이 끝난 후 빈 교실에서의 데이트 신청은 정석이라고!”

“참고로, 난 말렸어.”

리무스는 시리우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힘내.”라 말하고는 피터를 데리고 기숙사로 돌아갔다.

둘만 남은 교실에서 시리우스는 찜찜한 얼굴로 제임스를 바라봤다. 제임스는 눈을 반짝 빛내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럴 때의 제임스는 아무리 시리우스라 해도 이길 수 없었다. 분명, 끝나기 전까지 나가지 않을 거야. 시리우스가 한숨을 쉬며, 수십 번 연습했던 대사를 입에 담았다.

“좋아.”

“아멜리아, 나랑 데이트하지 않을래?”

기묘한 정적이 이어졌다. 원래라면 “좋아, 시리우스!”라고 답해줘야 할 녀석이 창백하게 질린 체 교실 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시리우스는 제발, 제가 상상이 틀리길 바라며 뒤를 돌아봤다.

“오….”

릴리가 경멸 가득한 눈으로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릴리의 뒤에는 아멜리아가 서 있었다. 젠장, 상상보다 더 최악이었다. 그가 아멜리아를 붙잡기도 전에 아멜리아는 “릴리, 다음 수업에 늦겠어. 가자.”라며 가버렸다. 릴리는 둘을 노려보다 아멜리아를 뒤따라가 버렸다. “릴리!” 제임스의 애처로운 부름 만이 복도에 울려 퍼졌다.

 

 

“난 망했어.”

시리우스가 말했다.

“나도.”

리무스가 그런 둘을 한심하게 바라봤다. 둘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에 들러붙어 있었다.

“다음 수업 들으러 안 갈 거야?”

리무스가 물었다. 둘은 여전히 얼굴을 파묻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피터가 안절부절못하며 눈치를 봤다.

“그래도 데려가야 하지 않을까…?”

“내 경험상, 그냥 내버려두면 알아서 회복해.”

리무스가 먼저 떠났고, 둘을 보며 망설이던 피터도 “피터, 안 오면 나 먼저 갈게!”라는 리무스의 말에 방을 나갔다.

시리우스는 할 수만 있다면 제임스의 머리를 죄다 쥐어뜯고 싶었다. 아, 정말. 아멜리아에게는 뭐라고 설명하지? 분명 더 화났겠지? 할 수만 있다면 아멜리아에게 들키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제임스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내겐 투명망토가 아니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물건이 필요해! 라 외치며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제임스가 갑자기 고갤 들었다.

“시리우스, 좋은 방법이 있어.”

“뭐.”

“그냥 노엘한테 가서 솔직하게 말하자.”

“그게 됐으면, 이러고 있겠냐?”

시리우스가 신경질 내며 말했다. 그도 아멜리아에게 가 말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란 걸 알았다. 하지만…. 이대로 아멜리아에게 갔다가 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면? 그땐 정말 헤어지자고 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에 자꾸 망설이게 되는 거였다. 그런 시리우스의 속도 모르고 제임스가 자꾸만 말을 붙였다.

“그럼, 뭐 좋은 방법 있어?”

“그건 없지만….”

시리우스의 말에 제임스가 인상을 찡그렸다. 평소답지 않게 구는 친구의 모습에 잔뜩 짜증 난 것 같았다. 아님, 질렸거나.

“젠장, 패드풋. 그냥 가서 말해! 연습도 했잖아!”

제임스가 짜증스럽게 외쳤다. 시리우스 역시 짜증스러운 얼굴로 외쳤다.

“망할 놈의 연습! 그것만 아니었어도 상황이 조금 더 나았을 거야.”

“지금 나 때문이라는 거야?”

“왜 그게 그렇게 되는데!”

“하, 그럼 무슨 뜻인데. 블랙!”

“성으로 부르지 말랬지!”

“싫은데?”

“너…!”

“왜, 블랙?”

제임스가 이죽거렸다.

“악!”

시리우스의 주먹이 제임스의 얼굴에 꽂혔다.

“너 지금 날 때렸어?”

“오, 내가 널 때린 게 아니라 네 얼굴이 내 주먹을 친 거지.”

시리우스가 손을 털며 말했다. 지금 해보자는 거지? 제임스가 허, 하고 웃더니 시리우스의 정강이를 발로 찼다.

“오, 블랙. 그러게 왜 내 발에 네 다리를 갖다 대는 거야?”

그리고 난장판이었다.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고, 잡히는 대로 던지는. 머글식 개싸움의 정석을 보여준 둘은 한참을 싸우다 지쳐 헉헉거리며 자리에 드러누웠다.

“화해하자.”

제임스가 말했다.

“좋은 생각이야.”

 

 

“대체, 뭔 짓을 한 거야?”

수업을 끝내고 돌아온 리무스가 난장판이 된 방을 보고는 물었다.

“아무것도 아냐.”

시리우스와 제임스가 동시에 답했다. 둘의 얼굴은 퉁퉁 부어있었는데, 누가 보아도 싸웠음을 알 수 있었다. 리무스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이제 나도 화나게 해보려는 거야?”

“…그냥 조금 싸웠어.”

“지금은 화해했고! 그렇지, 패드풋?”

“물론.”

시리우스가 고갤 끄덕였다. 리무스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둘을 봤다. 피터만이 옆에서 병동에 가봐야 하지 않냐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무니. 그…아멜리아는 어때 보였어?”

“평소랑 같던데?”

“평소랑 같아? 그럼, 별로 화 안 난 거 아냐?”

제임스가 밝게 외쳤다. 반대로 시리우스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화가 안 난 게 아니라, 너무 화난 나머지 이성적으로 변한 걸 거야….

“그런데 좀 이상한 걸 묻긴 했어. 너희 둘이 무슨 사이냐고 하던데.”

“망했네….”

제임스의 말에 시리우스가 힘없이 고갤 끄덕였다.

“이제 어떡하지….”

“나도 몰라….”

 

*

 

그날 이후로 제임스와 시리우스는 어떻게 하면 오해를 풀 수 있을지 고민했다. 큰 꽃다발을 사서 사과하기, 편지를 써 용서해 줄 때까지 보내기. 등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아멜리아와 릴리가 작정하고 둘을 피하기 시작하면서 모두 쓸모없어졌다. 사과도 만날 수 있을 때야 할 수 있는 거지. 결국, 그들은 어떻게 사과할지가 아니라 둘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랬었는데-. 시리우스는 저를 지나쳐 걸어가는 아멜리아의 팔을 붙잡으며 다급하게 말했다.

“아멜리아, 잠시만. 할 얘기가 있어.”

시리우스의 말에 아멜리아가 걸음을 멈췄다.

“먼저 가봐 릴리.”

릴리를 먼저 보낸 아멜리아가 빈 교실 쪽으로 눈짓했다. 저번에도 그렇고 빈 교실만 들어가면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 같은데. 왠지 모를 불길함에 몸을 떤 시리우스는 안 오고 뭐 하냐는 아멜리아의 물음에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서, 할 얘기가 뭐야?”

“그게….”

“좋아, 네가 말하기 싫다면 내가 말할게.”

시리우스의 말을 기다리던 아멜리아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뭐?”

“네가 뭔 말 하려는지 알아.”

“안다고…?”

시리우스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설마, 아멜리아가 다 알고 있었을 줄이야.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래.”

아멜리아가 말을 이었다.

“네가 그, 제임스 포터를 좋아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어. 그러니까-”

“뭐?”

시리우스가 소리쳤다. 그는 정말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내가? 제임스를?”

“그래!”

“그럴 리가 없잖아!”

시리우스가 억울한 얼굴을 했다. 아니, 알고 있다고 해서 데이트 신청하려던 걸 들킨 줄 알았는데! 아까 든 불길함은 이거 때문이었나? 시리우스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대체 왜 그렇게 생각한 거야?”

“그야, 네가 포터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건 그렇지만- 좋아하는 건 아냐!”

아멜리아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를 봤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아멜리아가 오해할 만한 상황이기는 했다. 그렇지만! 내가 제임스를 좋아하다니! 물론 친구로서는 좋아하지만, 걔를 상대로 연애 감정을 가질 수 있을 리가. 시리우스가 억울해하든 말든 아멜리아는 제 할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럼, 내가 본 건 뭐야?”

“그건. 그러니까, 너한테 하기 전에 미리 연습해 본 거야….”

시리우스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멜리아는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시리우스는 부끄러워하면서도 말을 이었다.

“젠장, 그러니까 네가 화난 것 같아서 제임스를 상대로 연습해 보려고 했다고.”

“오-.”

“그러니까, 이때까지 나한테 말하려던 게.”

아멜리아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애써 입꼬리를 누르며 아멜리아가 말했다.

“데이트 신청이었어?”

“그래!”

시리우스가 버럭 소리쳤다. 아멜리아가 못 참고 웃음을 터뜨렸다. 젠장, 다 망했어. 시리우스가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그런 시리우스를 본 아멜리아가 짐짓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래서, 이번 호그스미드는 포터랑 갈 거야?”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시리우스가 기겁하며 외쳤다. 그 모습에 아멜리아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젠장.”

시리우스가 급하게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긴장감에 입술이 바짝 말라갔다.

“큼, 아멜리아. 나랑 호그스미드에 같이 가지 않을래?”

시리우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멜리아가 고민된다는 듯 말을 아꼈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거절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시리우스가 못 참고 입을 열려던 그때.

“물론이지!”

아멜리아가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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