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르 에고의 규칙 3화
샤일록이 안내해준 곳은, 뒷골목으로 내려가는 좁은 계단의 끝. ‘close’의 간판이 매달린, 새빨간 문앞이었다.
샤일록
여기가 금소의 홰. 루나피에나 패밀리의 아지트입니다.
아키라
여기가…
???
비켜.
아키라
앗, 죄송합니다.
무드 있는 실내에 들어가자마자, 안쪽에서 나타난 누군가와 머리를 부딪히고 말았다. 은빛의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잠깐 그 사람의 눈동자가 보인다.
아키라
(어라… 좌우 눈색이, 달라?)
???
…누구?
샤일록
당신도 계셨군요. 이 분은 거리에서 곤란해하고 계셨기에 데려왔답니다.
아키라
처음 뵙겠습니다, 아키라예요.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오웬
흐응. 나는 오웬. 심장을 숨겼으니까 몇 번이고 죽을 수 있어.
그럼.
아키라
엣, 심장을…?
그 말만을 남기고, 오웬은 문 건너편으로 가버렸다. 이어서, 금발의 소년에 안쪽에서 나타났다.
???
죄송합니다, 샤일록. 그리고, 아키라 씨였나요.
샤일록
리케. 여기에 남아있는 건 당신 뿐인가요?
리케
네. 모두들 먼저 ‘붕배의 의식’을 마쳤버렸다구요.
아키라
(‘붕배의 의식’…?)
샤일록
상관없습니다. 저희는 예전부터, 자신의 길을 가는 분들밖에 없었으니까요.
아키라,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주세요. 도중에도 여러 일이 있었으니, 지치셨지요?
필요하시다면 마실 것도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아키라
하나부터 열까지 감사합니다. 그럼, 말씀을 고맙게 받아들여……
샤일록은 카운터의 안쪽으로 들어가자, 가벼운 유리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카운터 앞에 있는 스툴에 걸터앉고, 나는 다시금 주위를 둘러본다.
실내는 오렌지색의 전등으로 어렴풋하게 비춰지며, 카운터와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다.
카운터 안쪽에는 형형색색의 술병이 늘어서, 벽에는 낡은 사진이 몇 장이나 장식되어 있었다. 어쩐지 그리운 공기가 흐르는 장소다.
샤일록
마음에 드셨나요? 마치 술집같죠.
리케
실제로, 루나피에나의 아지트가 되기 전에는, 술집으로써 사용되었다고 해요. 옆에 앉아도?
아키라
물론, 여기요.
리케
감사합니다. 저는 리케. 당신도 어딘가의 패밀리 소속인가요?
아키라
그러니까, 그건…
샤일록
어느 소속도 아닌, 그저 아키라입니다. 이름 이외에는 전부 잊어버리셨다고 해요.
리케
이름 이외에는 전부를…? 그건, 분명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겠죠.
아키라
불안했었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샤일록과 만났으니까요.
리케
불행 중의 다행이었네요. 샤일록이 붕배의 의식에 지각하다니 드문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서라면 납득이 가요.
맞다. 샤일록. 모처럼이니 아키라 씨도 함께, 세 명이서 붕배의 의식을 하지 않을래요?
샤일록
그러네요… 아키라가 좋다면, 저도 기꺼이.
아키라
저. 아까부터 신경쓰였는데요, 붕배의 의식이란 건…?
샤일록
저희들 패밀리가 연을 돈독히 하기 위한 의식의 이름이에요.
저희들은 다른 마피아와 비교해서, 상하관계나 조직으로써의 규칙이 느슨한 편이지만, 정해진 규칙이 하나 존재하죠.
그것이, 달에 한 번, 붕배의 의식을 행하는 것. 그 날 이외에는, 보스의 지령이 있을 때까지 각자 마음대로 활동합니다.
리케
그래서 저희들의 패밀리는 그다지 다른 조직에게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어요.
옆에 있는 사람으로나, 가게 주인으로나. 다양한 형태로 이 거리에 녹아들었죠.
샤일록
예를 들면… 유곽의 남정네, 라던가.
아키라
유, 유곽……!?
리케
파우스트가 항상 걱정하고 있었죠. ‘레노에게 구애하는 유녀가 끊이지 않는다’고.
샤일록
레녹스는 성실하고, 주위에서도 신뢰가 두터우니까요.
하룻밤의 꿈에 사는 꽃에게 있어서, 안심하고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대지 같은 존재인 거겠죠.
그렇게 말하는 파우스트도, 거울 상인으로 유곽에 드나들었을 때, 담배에 불을 붙여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던가…
그 의미에 대해서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지만요.
아키라
레녹스에 파우스트… 두 사람 다 여자에게 인기가 많네요.
리케
그밖에도, 클로에는 도박장에서 딜러로써 일하고 있고, 평소의 생활은 십인십색이에요.
그가 카드를 다루는 모습은 무척 아름다워서, 포먼 타운에서도 유명해요. 한 번 보러 가는 걸 추천해요!
샤일록
고양이처럼, 마음대로 군집하더니 흩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개성적인 구성원이, 패밀리로써 하나로 있을 수 있는 거겠지요.
아키라
그렇군요… 확실히, 지금 들은 것만으로도 각자의 개성적인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그리고, 루나피에나 패밀리가 변덕스러운 사람에게 어울린다는 것도.
샤일록
보스인 무르 자신이 변덕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인물이니까요. …지금도, 대체 어디에 있는 건지.
샤일록은 입술에 쓴웃음을 머금고, 작게 어깨를 움츠렸다.
아키라
저기… 여기에 오면서도 살짝 들었지만, 이 거리에는 이외에도 이러한 조직… 마피아가, 존재하는 거죠.
리케
네. 양대 세력은 벤티스카 패밀리와 판테라 패밀리네요.
벤티스카는, 이 거리 제일 가는 무력파로, 그들의 영역에서 날뛴다면 목숨은 없다고 말할 정도예요.
판테라는, 역사와 재력이 뛰어난 조직으로, 무척 훌륭한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고 해요. 저는 가본 적 없지만요.
아키라
카지노… 뭔가 위험한 울림이네요…!
샤일록
판테라의 카지노는, 도가 지나친 장난만 하지 않는다면, 신사적으로 맞이해 준답니다. 흥미가 있으시다면 언젠가 안내하도록 하죠.
…그럼, 기다리셨습니다. 허브 티를 받으시죠. 아키라, 리케. 진정이 될 거예요.
리케
와아, 제 몫까지!
아키라
감사합니다, 샤일록. 잘 마실게요.
건네받은 잔을 들여다보자, 내 얼굴은 생각보다도 평온했다.
아키라
(샤일록의 눈동자 같은 색의 차다. 품위있지만, 따뜻해.)
소중하게 입으로 가져가자, 산뜻한 향기와 함께 따뜻한 액체가 목구멍 너머로 흘러 들어간다.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느슨해지는 걸 알아차렸을 때에는, 이미 마음은 정해져 있었다.
아키라
…샤일록, 리케. 붕배의 의식, 부디 저도 참가하게 해주세요.
샤일록, 리케
물론이지요.
샤일록
그렇다면 바로, 붕배의 의식 준비를 시작할까요.
미스라
하아… 따분하네요.
마음껏 날뛰기 위해 벤티스카에 있는 건데, 이 제가 물건 찾기라니.
카인
그렇게 말하지 마. 키르슈 페르슈의 수색… 보스의 명령은 절대적이야.
미스라
어린애에게 푹 빠져있는 남자의 명령 따위, 듣고 싶지 않아요.
애초에, 그 꼬마는 대체 누구인가요? 벌써… 2년 이상은 됐을까요. 갑자기 보스가 데려왔지만서도.
카인
어떤 인물이라고 해도, 보스의 소중한 사람이야. 그 이상, 의심하며 억측할 필요는 없어.
미스라
저희들이 의심하지 않아도, 다른 조직이 의심해요.
보스가 제정신을 잃을 정도의 존재… 게다가 그게 어린애라니, 볼품없는 약점이라고요.
이 거리에서, 약점을 보이면 끝. 목덜미가 물어뜯기는 건 시간 문제예요.
여차하면, 제가 물어뜯어도 좋고.
카인
…미스라. 굶주린 짐승 같은 눈을 하고 그런 말은 안 하는 게 좋아.
이 조직에서 배신자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너도 잘 알잖아?
미스라
…아아. 브래들리 말인가요. 끝매듭을 지으라고, 파트너였던 네로에게 행방을 쫓게 하고 있다던가요.
예전에는 ‘벤티스카의 코마이누’라고 불렸던 두 사람인데, 불쌍하네요.
카인
이 벤티스카의 일원이 된 이상, 우리들은 죽을 때까지 조직의 일부다. 배신은 용서받지 못해.
조직에서 나가려고 했던 오즈와 보스의 충돌이 일으킨 참극… ‘벤티스카의 악몽’도 끔찍했다고들 하잖아.
미스라
그렇다고 해도, 저는 할 거예요. 그 남자가, 제 위에 서 있는 걸 용서하지 못하게 된, 그때는.
카인
……
알았어. 그게 네가 낸 답이라면, 이 이상 내가 할 말은 아무것도 없지.
…그럼! 본론으로 돌아갈까. 마침 저곳에 사람이 있으니까, 키르슈 페르슈에 대한 걸 물어보자.
미안, 거기 그쪽! 잠깐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지나가던 남자
…! 너, 너, 그 눈! 오드아이…!?
카인
그래, 선천적이야. 드물지?
지나가던 남자
히익, 살려줘! 죽을 거야…!
카인
에? 잠……깐.
카인
…가버렸다…
있지, 미스라. 오드아이가 그렇게 무섭나?
미스라
무서울 리가 없긴 한데요…
당신과 같은 오드아이로, 당신보다 흉포한 녀석이 있어요.
카인
나랑 같은…?
미스라
네. ‘제 동료와 똑같네요’라고 말했더니, 싫은 얼굴을 했어요.
어라. 이거, 당신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했던가…
뭐, 상관없나.
카인
나는 상관 있는데… 그런 녀석이 있는 건가. 곤란하네.
그럼, 오드아이란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무서워 할 거야. 돈 스노우의 물건 찾기에는 탐문 수사가 빠질 수 없는데.
아서
…돈 스노우.
너희들. 벤티스카 패밀리구나?
미스라, 카인
!
카인
…그렇다면 어쩔 거지? 지금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도중이야. 별로 놀아줄 수 없는데.
아서
…! 흐르는 듯한 붉은 머리에, 금색과 다홍색의 오드아이……
너, 글로리아 자경단의 카인 아니야!?
카인
에? 아, 어어……
아서
기쁜데. 예전에 소문을 들었을 때부터 계속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어.
카인
……
미스라
글로리아…라고요?
아서
글로리아 자경단. 비열하기 짝이 없는 방법으로일대를 지배하고 있던 마피아에게 맞서 싸운, 용감한 청년들이야.
카인은 그들의 리더였어.
미스라
헤에. 아마추어 집단이 마피아에게 반항하다니, 당신, 그런 아무 득도 없어보이는 짓을 했었군요.
카인
…득이라던가, 그런 문제가 아니야. 가족이나, 친구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어.
하지만, 우리들은 전혀 이빨이 날카롭지 않았어. ‘위험해, 이대로라면 살해당해’라고 생각했을 때…
우연히 적의 마피아와 대립하던 벤티스카 패밀리가 그 녀석들을 일소해서 말이야.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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