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르 에고의 규칙 4화
아서
그렇지 않아. 사랑하는 자들을 위해 마피아 상대로 일어서다니,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너희들의 행동으로 투지를 불태운 자는, 적잖이 있었을 거야. 너희들은 모두의 심신을 지켰어.
나는 멋지다고 생각해.
카인
그렇게 직설적으로 칭찬받은 건 처음일지도… 조금 부끄럽네.
미스라
어딜 칠칠치 못한 얼굴을 하는 건가요. 이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아서
아아, 그랬지. 자기소개가 늦었어.
나는 판테라 패밀리의, 아서라고 한다.
너희들에게 말을 건 것도,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였어.
카인
이야기?
아서
벤티스카 패밀리가 말하는, ‘키르슈 페르슈’란 대체 뭐지?
최근, 영역의 안이든 밖이든 관계 없이, 포먼트 타운 곳곳을 찾아다니고 있지? 매우 필사적이잖아.
미스라, 카인
……
카인
…아서. 유감이지만, 키르슈 페르슈에 대해서, 우리들도 자세한 건 몰라.
아서
그래?
카인
그래. 키르슈 페르슈가 무엇인지도 몰라. 이렇게 찾아다니는데, 신기하지.
하지만, 조금이지만 알고 있는 것도 있어.
미스라
…설마, 말할 생각인가요?
카인
이렇게나 화려하게 찾아다니면, 빠르든 늦든 다른 패밀리가 냄새를 맡을 거란 건 보스도 알고 있었을 거야.
그럼에도 이 탐색을 선택했다는 건, 그 녀석들을 휘말리게 할 의도가 있는 거겠지.
아서는, 자신의 정체와 바람을 숨기지 않고 다 말해줬어.
그런 녀석은 신뢰할 수 있어. 서로 죽이기 전에, 거래가 가능하니까 말이야. 협력자로서는 적당해.
아서
카인, 너의 신뢰를 기쁘게 생각해. 나도, 신뢰에는 신뢰로 돌려주고 싶어.
카인
고마워.
…우리들이 키르슈 페르슈를 찾아다니는 건, 의문의 폭한과 조우했던 게 계기였어.
아서
…이건, 최근 거리를 소란스럽게 만든, 그건가.
카인
그래. 돈 스노우가, 어느 날 밤, 눈을 빨갛게 빛내는 남자에게 습격당했어. 보스는 우리들이 지켜냈지만…
그 녀석이, 마지막에 말했어. ‘키르슈 페르슈가 있다면 편해질 수 있을 텐데’라고.
아서
키르슈 페르슈가 있다면, 편해져…
카인
남자가 남긴 말은 거기까지야. 우리들은 그것을 들은 이후, 키르슈 페르슈를 찾고 있어.
아서
눈동자가 빨갛게 빛나다니… 그 남자가 날뛴 원인은, 희귀병의 종류인가…?
카인
알 수 없어. 하지만, 남자의 말을 믿는다면, 의문의 폭한은 키르슈 페르슈로 나을 수 있거나 억누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아서
그렇구나. 그렇게 들으니 키르슈 페르슈는 약인 것 같네…
카인
뭐, 아직 가설이지만.
아서
아니, 충분할 정도야. 대답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나는 벤티스카 패밀리를 오해하고 있던 걸지도 모르겠어.
미스라
무슨 의미에요?
아서
방금 한 이야기에 따르면, 키르슈 페르슈 찾기는 폭한 사건에 대처하기 위해서잖아?
돈 스노우에 대한 건 무력파로밖에 몰랐는데, 거리의 치안에도 관심이 있었구나.
미스라
관심, 이라.
아서
아니야?
카인
……
…있지, 아서.
너는, 없어져 버린 녀석과 한 번 더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어?
아서
…에?
카인
아… 미안. 그, 우리는 혈기가 넘치니까, 그만큼 죽어가는 녀석들도 많아서 말이야.
그러니까, 네 쪽은 어떤가 싶어서…
아서
그런 거구나. 확실히, 벤티스카 패밀리보다는 그런 이별은 경험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래… 미틸… 내 동료는, 난치병을 앓고 있던 친구가 갑작스레 실종되었다고 말하고, 엄청 풀이 죽었어.
카인
병을 가진 채로, 사라진 거야? 그건 큰일인데.
아서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그 아이를 맡고 있던 암의사가 말하길, 새로운 치료법을 시험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미틸은 작별 인사도 아무것도 말하지 못했으니까 말이야. 그 아이와 다시 한 번 더 만나고 싶어, 라고 자주 말로 하곤 해.
카인
…그렇구나…
아서
…카인.
카인
응?
아서
너는, 괜찮아?
카인
…하하, 괜찮아. 미안, 신경쓰게 해서.
미스라
맞아요. 저도 신경썼어요.
카인
그랬어?
미스라
네. 당신이 배탈이 난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아무 말 안 해줬어요.
카인
그런 얼굴을 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고마워.
아서. 방금 전에도 말한 것처럼, 나는 사별에는 익숙해. 마음 정리도, 꽤나 할 수 있게 됐어.
하지만…
아서
하지만?
카인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알 수 없는 녀석도 있어. 그 녀석에 대한 건, 조금 신경쓰이긴… 하려나.
(그때, 상처입은 늑대같았던 녀석.)
(제대로, 건강해졌으면 좋겠는데…)
아키라
(붕배의 의식… 마피아가 하는 의식이란 건 대체 어떤 느낌이려나.)
(리케처럼 어린 아이도 하고 있으니까, 무서운 일은 아니…겠지?)
안절부절하면서 카운터 너머의 샤일록을 바라본다.
그는 찬장에서 잔을 세 개 꺼내며, 나를 돌아보았다.
샤일록
아키라, 술은 마실 수 있나요?
아키라
술…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왠지 모르게 마시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샤일록
그렇군요. 그럼 그렇게 준비하도록 하죠.
루나피에나의 귀여운 신입씨에게, 안심하고 즐겨주실 수 있는 한 잔을.
아키라
신입… 이라니, 에에?! 저, 패밀리의 일원이 된다는 뜻인가요?
샤일록
네. 갈 곳이 없다면, 당신을 초대하겠습니다.
이곳에 있으시다는 건, 당신은 이미 루나피에나 패밀리의 일원이에요.
아키라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건 기쁘지만… 저는 풋내기인데, 괜찮을까요?
샤일록
문제없겠죠. 조직에 속해있는 편이, 괜한 불씨가 튀지 않으니까요.
리케
맞아요. 샤일록의 소개라면, 보스도 용서해주실 거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아키라 씨… 새롭게, 아키라!
아키라
네…! 잘 부탁드려요!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돌아갈 곳도 없다. 그런 나에게, 있을 곳이 생겼다.
아키라
(루나피에나 패밀리의, 아키라…)
새롭게 태어난 그 이름을, 붕 뜬 기분으로 반복한다.
리케
후후. 아키라, 기뻐보이는 얼굴.
저도, 여기가 소중한 장소니까, 어떤 기분인지 알아요.
아키라
리케도?
리케
네. 저는 예전에, 불치병에 걸려 계속 피가로의… 어떤 암의사가 있는 곳에서 신세를 지고 있었어요.
병실에서 혼자, 아침부터 밤까지 잠만 자는 생활. 그런 날들에서 구해준 게 보스인 무르예요.
아키라
헤에… 그렇다는 건, 보스도 의사인가요?
리케
아뇨,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여러모로 박식하고, 학자 같은 모습은 있는 사람이지만.
아키라
그럼, 불치병을 대체 어떻게…
리케
눈치챘을 땐 건강한 몸이 되어 있었으니까, 자세한 건 잘 모릅니다.
하지만, 보스가 한 일이니까, 분명 엄청난 기술을 가지고 계실 거예요.
리케는 순수하게 웃고 있지만, 나는 옅은 위화감을 눈치챘다.
아키라
(자신과 관련된 기억이 애매한 것 같은… 아주 어렸을 때 이야기인 걸까?)
샤일록
……
신경은 쓰이지만, 첫대면인 상대의 과거를 파헤치는 것도 실례인 기분이 들어서, 마음속에 떠오른 의문을 삼켰다.
아키라
괴롭고 어려운 병과 싸웠다니, 리케는 굉장하네요.
리케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 거리에는 모두 조금이나마 목숨이 위기에 처한 적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샤일록과 오웬도, 예외 없이.
아키라
에… 그런가요?
샤일록
네…
놀라서 샤일록을 올려다보자, 그는 슬쩍 시선을 돌리고, 카운터 주위에 장식된 사진들을 본다.
낡은 사진 속에는, 단발머리의 본 적 없는 남성과 함께 요염하게 미소짓는, 샤일록의 모습이 있었다.
샤일록
…옛날 일이에요. 큰 상처로 생사의 경계를 헤맸다고 하지만, 저 자신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째서 상처를 입었는지도 포함해서, 그 전후의 기억이 누락되어 있어요.
중얼거린 그의 옆모습은, 신기하게도 사진 속 그보다 그림자가 옅어보였다.
아키라
기억이… 누락…
(나도, 똑같아.)
샤일록
기억은 안 나지만, 분명 무리를 한 거겠지요.
샤일록은 어깨를 움츠리고, 마술사 같은 손짓으로 세 개의 유리잔에 액체를 따랐다.
유리잔 안에는 한순간 하얗게 흐려지는가 하더니, 따뜻한 노란색이 밑쪽에, 꽃 피우는 분홍색이 그 위에, 상냥하게 2층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샤일록
자, 붕배의 의식 준비가 끝났어요.
아키라
아름다워… 설마, 아까 말했던 술이란 이걸 말하는 건가요?
샤일록
네. 달에 한 번 모두와 모여서 이 술을 대작하는 것이, 붕배의 의식입니다.
그 이름도, 키르슈 페르슈.
아키라
키르슈 페르슈… 어디서, 들은 적 있는…
(…아!)
뺨에 상처가 있는 남자
키르슈 페르슈는? 단서는 발견했나?
콧수염이 있는 남자
아니... 아예 틀렸어. 폭한 녀석이 있는 탓에 밤에 돌아다니기 힘들어. 낮일 동안에 꼬리를 잡고 싶은데...
아키라
술 이름이었군요. 키르슈 페르슈는.
샤일록
네. 루나피에나 패밀리에게 전해지는 특제 리큐어입니다.
아름다운 색조지요?
아키라
네, 무척이나! 낙월화의 줄기나 가지에 붙어있는 결정과 같은 색이라…
샤일록
이런, 날카롭네요.
키르슈 페르슈는, 그 결정을 술에 담가서 만든답니다.
아키라
엣!? 그건 식용이었나요…?
샤일록
보석처럼 보이지만, 그건 낙월화의 수액이 결정화된 것이니까요.
단지, 그렇게 체내에 섭취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을 성공한 건, 우리들 뿐일지도 모르겠네요.
이건, 보스가 독자적인 제조법으로 만들어 낸 것이니까요.
아키라
그렇군요. 그래서 벤티스카 패밀리… 였나요, 다른 조직도 원하고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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