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르 에고의 규칙

알테르 에고의 규칙 2화

히스클리프

ㅡ방금 돌아왔습니다.

아서

히스클리프! 빠르구나.

히스클리프

아서! 오랜만… 조금 키 컸어?

아서

그래, 히스클리프도. 서로 어른이 됐구나.

자, 짐을 들어줄게.

히스클리프

고마워.

아서

유학처에서 갑자기 불려져서 힘들었겠지. 피곤하진 않아?

히스클리프

괜찮아. 어젯밤은, 오랜만에 은인에게 꽃을 건네줄 수도 있었고 말이야.

그쪽이야말로, 여러모로 힘들잖아? 거리 전체가 동요하고 있어.

아서

그래. 처음부터 치안이 좋지 않았다지만, 요즘들어 포먼타운에는 이변이 연속으로 일어나고 있어.

첫째. 밤이 되면, 자아를 잃은 것처럼 날뛰기 시작하는 자들이 거리에 나타난다.

둘째. 마피아 관계자를 중심으로, 입고 있던 옷과 대량의 낙월화 꽃잎을 남기고 실종하는 사건이 빈번하다.

셋째. 벤티스카 패밀리가, ‘키르슈 페르슈’라는 무언가를 찾고 있다.

히스클리프

자아를 잃은 폭한에 실종 사건. 게다가 벤티스카 패밀리의 수상한 움직임인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큰일이구나.

아서

전화다. …여보세요?

히스클리프

(세 개의 소동… 이것들은 전부 별개의 사건인가, 아니면 무언가 관계가 있는가…)

(그 벤티스카 패밀리가 의문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신경쓰이네.)

아서

아아, 시노인가.

…뭐? …… 알았어.

히스클리프

어때?

아서

서쪽의 구시가에서 쓰러져 있는, 우리 조직원을 발견했다고 해.

히스클리프

…! 상태는?

아서

중상이지만, 루틸이 대처하고 있어. 수법을 보아하니, 최근에 빈번히 나타나는 의문의 폭한에게 휘말린 게 아닐까라고 했었어.

히스클리프

그런가… 그다지, 느긋하게 있을 시간은 없는 것 같네.

아서. 미안하지만, 패밀리를 모을 수 있는 만큼 모아줄 수 있을까?

두 개의 사건과, 키르슈 페르슈의 조사를 시작한다. 지휘는, 내가 맡지.


ㅡ도망치는 것처럼 그곳에서 멀어진 후. 샤일록에게 이끌리는 대로 나는 처음 보는 거리를 걷고 있었다.

여러가지 형식의 집이 포개진 채로, 회색의 하늘을 향해 어디까지나 높이 솟아있다. 상점의 막이나 세탁물이 길게 뻗쳐 있는 게, 만국기 같았다.

샤일록

신기한 풍경이죠? 여기, 포먼 타운은 누덕누덕한 거리. 온 세계의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는 장소니까요.

아키라

누덕누덕한 거리… 그래서 다양한 건물이 있고, 거리 사람의 복장도 각자 다르군요.

샤일록

네. 여기에 원래부터 있던 모든 것이 한 번에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공생입니다.

아키라

네…? 사라졌다…?

샤일록

운석이에요.

아주 옛날,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져서 여기에 거대하게 음푹 패인 땅을 만들었어요.

운석은 달의 파편이라는 소문이 있지만, 진상은 모릅니다. 확실한 건, 일대가 아주 깨끗해져버렸다는 것 뿐.

산뜻하게 말하고 있지만, 엄청난 이야기다. 나는 막연하게 주위를 둘러본다.

샤일록

지금의 거리로는 상상하기 힘들죠?

아키라

네… 전혀요.

이렇게 사람과 물건이 넘쳐서, 세계를 하나로 압축한 것 같은데…

샤일록

후후. 이 혼돈은, 그야말로 처음부터 만들어진 것.

운석으로 아무것도 아니게 된 이 장소에는, 순식간에 각지에서 무뢰한이나 떠돌이가 찾아왔습니다.

다른 거리에서 원한을 산 자들, 쫓기는 자들, 모든 것을 버리고 온 자들.

그런 자들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없는 이곳은 안성맞춤인 소굴이 된 거예요.

그들은 제각각 집을 짓고, 제각각 물건을 팔고, 제각각 거리를 만들었죠.

그렇기 때문에, 이곳은 누덕누덕한 거리. 다소 소음이 있긴 하지만, 누구나 거리의 일부로써 받아준답니다.

아키라

그렇군요…

주위를 둘러보자, 거리에 맴도는 색채가, 사람들의 생명력 그 자체인 것처럼 빛나보였다. 건물 사이에 피어있는 분홍색의 꽃도 역시 씩씩해보였다.

아키라

그러고 보니… 이 꽃도 누군가가 가져온 걸까요. 거리 곳곳에 피어있네요.

샤일록

낙월화 말인가요? 그것도, 운석이 떨어진 후 갑자기 군생하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다른 어느 곳에도 없는 새로운 품종이라는 것으로, 우주에서 온 식물인 게 아니냐는 소문도 있습니다.

아키라

우주에서……

다시 자세히 보니, 그 나무의 줄기나 가지에는 핑크나 노란색의 아름다운 결정이 빛나고 있어서.

아키라

(낮인데도, 별이 빛나는 것 같아…)

샤일록

!

아키라

뭐, 뭐지…!?

매우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것과 동시에, 샤일록이 나를 감싸는 듯이 앞으로 나온다.

다음 순간, 그의 소매에서 미끄러져 나온 무언가가, 튀어오른 유리 파편을 튕겨냈다.

그것은 가늘고 긴 줄로 이어진, 창의 이삭 같은 날붙이었다.

아키라

(엣… 방금, 무슨 일이…?)

다박나룻 남성

이 자식…!

더러워진 돌계층의 길에 내던져진 남자가, 길가의 가게에 노성을 뱉는다.

그는 유리를 깨부수면서, 가게에서 굴러온 듯 했다.

샤일록

…아키라, 이쪽으로. 이대로는 휘말릴 거예요.

아키라

네, 네…!

샤일록에게 이끌려, 나는 이유도 모른 채 뒷골목으로 뛰어들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하고 소리를 내고 있는 게 들린다. 이 거리는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성가신 일에 휘말리게 된다.

이것만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샤일록

아키라, 달립시다. 목숨이 아깝다면, 조금만 힘내주세요.

아키라

읏, 알겠습니다…!


아키라

하아… 하아… 하아…

샤일록

여기까지 오면, 일단 안전하겠죠. 잘 힘내주셨어요.

아키라

감사, 합니다… 또, 도움을, 받고 말아서…

어떻게든 숨을 고르고, 샤일록을 본다. 그는 이미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미소짓고 있었다.

아키라

(…샤일록, 그런 상황이었는데도 엄청 침착했어. 게다가, 엄청 멋있게 무기를 다뤘고…)

…샤일록.

샤일록

네.

아키라

당신은 대체, 뭐하는 사람인가요?

아까 전 행동,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처럼 보였어요. 마치, 다툼에 익숙한 것처럼…

샤일록

…루나피에나 패밀리의, 샤일록 베넷.

저도 이 거리의 폭력과 연관이 없진 않습니다. 루나피에나라는 마피아의 일원이에요.

아키라

마피아…

샤일록

방금 전 무기는 승표(縄鏢)이라고 해서, 저의 소중한 파트너. 그것과 함께 몇 번이나, 수라장을 넘어왔습니다.

…제가 무서워지셨나요?

아키라

아뇨. 조금 놀랐지만… 무섭진 않아요.

샤일록은 두 번이나 저를 지켜주셨으니까. 게다가…

한순간이었지만, 당신이 싸우는 모습은 아름답고 멋있었어요.

샤일록

이런이런… 귀여운 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대담하시네요.

아키라

그, 그런가요?

샤일록

네. 앞으로 당신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 더더욱 기대되기 시작했습니다.

…자, 얼른 돌아가죠. 상정 외로 딴 길로 새버렸네요.

아키라

여긴 샤일록의 목적지에서 먼가요?

샤일록

그렇게 멀진 않지만, 다소 우회한다고 해야할까…

둘러보자, 주위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낡은 건물이 늘어서, 퇴색한 좁은 길. 도중에, 혼자서 색채가 떨어져 있었다.

아키라

꽃…

샤일록

꽃?

아키라

저기예요. 꽃다발이 떨어져 있어요. 이미 시들어버렸지만…

샤일록

…… …이, 장소는…

…읏.

샤일록은 중얼거리며, 하얀 뺨을 눌렀다. 붉은 눈동자는 어딘가 공허한 기색이 느껴졌다.

아키라

샤일록, 괜찮아요? 왠지 안색이 나쁜 것 같은…

샤일록

아아… 실례… 조금, 현기증이 났을 뿐이에요.

샤일록은, 어색한 웃음을 띄웠지만, 나를 보지 않았다. 그 눈동자에 비춰지는 것은, 시든 꽃다발 뿐.

불쑥, 샤일록은 걷기 시작했다. 그는 꽃다발 옆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샤일록

…예상대로. 이 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어요. 기껏해야 어젯밤일 거예요.

아키라

어젯밤… 그런데도 이만큼이나 시들어버렸네요.

샤일록

처음부터 이런 꽃이에요. 밤에는 순백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아침이 되면 시든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꽃에는 ‘한 번만이라도 만나도 싶어’라는 의미가 있어요.

아키라

…여기에 꽃다발을 두고 간 사람은, 그 의미를 알고 있었을까요?

샤일록

알고 있었더라고 해도, 모르고 있었더라고 해도, 이것은 이 장소에 장식된 꽃. 누군가의 마음이 담겨있어요.

대화하는 사이, 샤일록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와 있었다. 마치, 시든 꽃이 되살아난 것처럼.

샤일록

…여기는 많은 사람이 흘러오는 장소임과 동시에, 많은 사람이 덧없이 숨통이 끊어지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목숨이 있는 자들은 모두, 자신의 일만으로도 벅차요. 가까스로 매일을 살아가고, 누군가를 생각할 여유따위 없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여기에도 아직, 이런 식으로 꽃을 건네주는 마음의 소유자가 있었군요.

꽃다발을 내려다보는 샤일록의 옆모습은, 미소가 띄워져 있었다.

먼 기억을 더듬는 듯한, 무언가 무상한 것을 애지중지 하는 듯한, 부드러운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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