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 로이드 19화
카인
기다렸지! 자, 염원하던 CBSC!
오웬
너의 염원?
카인
네 염원이야. 아키라도 받아.
아키라
받아도 되나요?
카인
물론. 보스에게 뇌물 받았으니까.
아키라
(돌려준다고 하지 않았던가? 받으면 안 되는 게…)
오웬
냠…
아키라
어때요?
오웬
……
맛있어.
아키라
다행이네요! 나도 먹어야지. 냠…
오웬
어때?
아키라
맛있어~!
오웬
맛있지. 차갑고, 달고, 부드럽고, 봄 같은 향기가 나서 맛있어.
카인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다. 계속, 그게 신경이 쓰였거든.
오웬
…… 그저 구두 약속이잖아?
카인
응?
오웬
나는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서로, 첫대면이었다면서?
혈연도, 책임도 없는 관계. 그런데도 사소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라보에까지 침입한 거야?
카인
이상해?
오웬
…글쎄, 판단할 수 없어. 내가 특별했어?
누군가가 말했어. 잊을 수 없는 건 좋아하거나, 소중한 거라고.
아키라
오웬…
그것은 카인이 했던 대사다.
가르시아 박사가 말하기를, 우리들과 만난 오웬의 기억은 완전히 소멸되었을 터이다.
그러나, 어떠한 기적으로, 어딘가에 기억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웬에게 있어서, 처음이었던 자유 시간. 우리들이 만난, 특별한 시간이다.
카인
아니, 그런 게 아니야. 특별함은 없어.
감정적인 분위기를, 카인이 간단히 부정했다. 오웬의 뺨에 핏대가 약간 떠올랐다.
오웬
아 그래.
카인
뭐라고 할까… 내가 나를 좋아할 수 있도록, 약속을 지키고 싶었어.
과거와 미래의 자신이 가슴을 펴고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야.
카인다운, 솔직하고 성실한 이유였다.
그는 한 번도 대충하는 일이 없었다. 우리들에 대해서도, 일에 대해서도,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진지하게 마주 보았다.
나는 오웬에게 어드바이스 했다.
아키라
이런 사람은 아마 드물 거예요. 인간이 모두 성실하다고 생각하면, 호되게 당할 거라고 생각해요.
오웬
알고 있어. 나에게 온갖 데이터가 있거든. 희귀종이라는 건 이해하고 있어.
카인
희귀종이라고 하지 마… 너,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외출 허가 받았잖아?
오웬
마음이 가는 대로 걸어갈 거야. 사실은 도시를 나가서 세계의 끝까지 가보는 것도 좋겠지만.
가지 않아도 상관 없고. 멍하니 있거나, 마음대로 있을 거야.
카인
그런가.
오웬
너희들과는 이제 만나지 않을지도.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며, 오웬은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얼굴을 돌렸다.
새벽녘의 바람이 불어, 벚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졌다.
하룻밤만에 벚꽃 아래에는 담홍색의 융단이 펼쳐져 있었다.
아키라
그래요…? 라보에 있던 사람이 그러라고 했나요?
오웬
그건 아니지만, 너희들과 약속하고 만나는 건, 뭔가 다른 기분이 드니까.
나는 입을 다물었다. 외롭지만, 왠지 모르게 알 것 같았다.
떨어지는 꽃잎을 막지 않는 것처럼, 다음에 또 만나자며 깔끔하게 웃고 싶다.
멋진 만남이 생긴 우리들에게, 멋진 작별도 물론, 할 수 있을 것이다.
카인
그러네… 세계가 일변했을 때, 만나면 돼. 혹시 나는 서장이 되어있을지도!
오웬
하지만 두 사람을 잊지 않을 거야.
농담하던 카인의 목소리를 지우는 것처럼, 오웬은 빠르게 말했다.
아침놀이 아주 가까운 담홍색 하늘 아래에서, 애달픈 초조함을 담으며.
나와 카인은 동시에 돌아본다.
카인
그 말은?
아키라
즉?
우리들에게 시선을 받으며, 오웬은 곤란한 것처럼 턱을 당겼다.
그때 그의 표정은 정말이지, 도저히 최신형 어시스트로이드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마치, 녹아내린 소프트 아이스크림 같았다.
입가는 한심하게 벌어지고, 눈초리는 화난 듯이 올라간 채, 눈썹은 비뚤어지고, 뺨은 장밋빛으로 물들었다.
복잡한 정보가, 몇 개나 뒤섞인다.
어찌 이리, 볼품없고, 인갑답고, 아름다울까.
오웬
…시끄럽네.
나와 카인은 동시에 웃었다.
카인
그럼, 아키라를 데려다 줘야겠지. 한 번 더 ID를 말해줄 수 있을까?
아키라
네.
방금 전과는 달리, 나는 주저없이 대답했다.
머릿속을 되짚자, 순조롭게 해당 숫자를 발견한다.
아키라
ID : DZRJ-ST-RTWN-21
입으로 뱉은 순간, 머릿속에서 긴 문자열이 딱딱거리며 다른 형태로 변화한다.
21번, 문자가 움직인 뒤, 그것은 이런 단어가 되었다.
꿈의 숲.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오웬
아키라?
쏴아- 바람이 지나가며, 벚꽃잎이 바람을 타고 말려 올라갔다.
나는 벚꽃 나무를 돌아본다.
그곳에 있던 것은, 번화가의 벚꽃나무가 아니라 얼어 붙은 신기한 숲이었다.
그 광경은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었다.
누군가가 부르는 목소리가, 커졌다.
아키라
(맞다, 나…)
(돌아가야 해.)
나는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키라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그리운 소리가 들린다.
언젠가, 매일 같이 들었던, 언젠가, 들리지 않게 된 소리…
오웬
아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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