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불안정성의 대지에 발을 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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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성의 대지에 발을 딛고
도서관의 소문은 빠르다. 특무사서가 쓰러졌다는 소식은 반나절 만에 퍼져서 다음날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병문안을 오는 사람이 너무 많아 보수실이 온통 꽃투성이가 되었다. 사서는 창백한 안색으로 애써 웃으며 “여름 감기인 것 같아요.”하고 웃었다. 금방 나을 거라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본인이 그렇게 말하거나 말거나 ‘사서 씨가 쓰러졌다’라는 문장과 ‘제국도서관의 특무사서가 쓰러졌다’라는 문장은 전혀 다른 무게를 갖고 있었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가 우르르 빠져 조용해진 보수실에 알케미스트들이 다시 모였다. 사서를 포함해 모두 하나같이 표정이 좋지 않았다. 관장은 정부 산하 병원에 검진을 요청했다. 관장이 개입할 정도로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건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던 타쿠보쿠조차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병원 예약일까지 열이 떨어지질 않았다. 혼자 나갔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보호자 역할을 겸해 검진에 동행했다. 보너스가 붙는 외근이었다.
오전 일찍 나가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때까지 꼬박 이어진 검진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서는 비 냄새가 났다. 변덕스러운 소나기라도 쏟아진 모양이었다.
“…택시 탈까요? 경비로 달아두고.”
걷는 게 피곤해진 건지 사서가 말을 걸었다. 타쿠보쿠는 피곤하냐고 묻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바로 앞에 택시 승강장이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는 기사들을 지나 비어있는 차에 탔다. “제국도서관까지요.”라고 말하자 기사가 “예.” 하고 대답했다. 목적지를 말하는 목소리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좀 더 잠겨있어 스스로 말하고 조금 놀라고 말았다. 자동차가 앞으로 움직이며 천천히 속력이 붙었다. 젖은 거리가 군데군데 노을에 빛나고 있었다. 풍경이 차창 뒤로 달려 나가는 것을 타쿠보쿠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떻게 되는 걸까, 앞으로 이 녀석이 낫지 않는다면.
단순한 여름 감기가 아니라는 건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이미 눈치챘다. 아마 더 큰 문제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오늘의 검사 결과가 나온다면 알게 될, 큰 문제. 아무리 정부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매정하게 내치지는 못할 것이다. 사서는 침식 사태의 최전방 방어선으로서 잘 일해주고 있으니까. …아니, 그렇지는 않으려나. 눈앞에 닥쳐오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왠지 조용하다 싶어서 옆자리를 슬쩍 쳐다보았더니 사서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로 잠들어 있었다. 안 불편한가 싶어 살짝 건드려 보았지만 제대로 잠든 모양이었다. 아침부터 거의 하루 종일 나와 있던 셈이니 피곤할 만도 하다. 어깨 아래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살짝 귀 뒤로 넘겨주자 감은 눈이 보였다.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좀 지쳐 보였다. 아마도 정말로 지쳐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날부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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