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보다 비싼 건 없다
植司書 나오키x특무사서(女)
나오키는 기분이 좋았다. 그야 공짜 밥 앞에서 기분이 나빠질 상황은 몇 없다. 요 며칠 도서관은 이런저런 일이 겹쳐 꽤 바빴는데, 그때 마침 조수였던 나오키가 일을 도와줬던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사서가 밥을 사주겠다고 했던 것이다.
뭐 먹고 싶어요? 라는 질문에 나오키는 이렇게 답했다. 돌지 않는 초밥! 물론 공짜 밥은 뭐든 좋지만 기왕 남의 돈으로 먹는 거, 비싼걸 먹는 게 더 기쁘지 않겠는가. 되건 안 되건 간에 한번 질러보자는 마음으로 한 말이었다. 나오키의 도발적인 답변에, 사서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안 되고, 돌아가는 초밥 정도는 사 드릴 수 있어요. 정말 상쾌한 거절이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점심에 초밥을 먹으러 가기로 약속했다. 한 접시당 100엔의 회전초밥 체인점이었다.
점심시간이라서 그런지 회전초밥집에는 대기 줄이 생겨 있었다. 미리 예약을 해 둔 덕분에 둘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앞뒤로 칸막이가 설치된 테이블 옆으로는 레일이 돌며 초밥이 지나가고 있었고, 직원에게 부탁해 먹고 싶은 초밥이 레일을 타고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직접 주문할 수도 있었다.
"있지, 기간 한정 프리미엄 초밥 같은 거 주문해도 돼?"
"드시고 싶으신 거면 주문하세요."
사서는 가루 녹차를 한 스푼 떠서 물컵에 넣으며 평온하게 대꾸했다. 나오키는, 솔직히 말하자면, 남의 돈으로 뽕 뽑을 생각이었다. 잡지에 실려 있던 <회전초밥집의 비밀 메뉴 리스트>같은 것도 읽고 왔다. 뭐, 비밀 메뉴라고는 해도 <튀김 우동은 단품으로 주문하는 것보다 우동과 튀김 군함말이를 따로 주문해서 우동에 군함말이의 튀김을 얹는 편이 50엔 더 저렴합니다!> 라던가, <점원에게 부탁해서 덮밥용 그릇을 받은 뒤 좋아하는 초밥 5개를 주문해서 그릇에 잘 얹으면 해물 덮밥이 됩니다!>정도의, 그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드는 메뉴들뿐이었지만. 아무튼 중요한 것은, 나오키는 오늘 각오를 하고 왔다는 것이다. 회전초밥집에서 가져야 할 각오란, 그렇다. 맛있게 먹는 순서를 마음에 새겨두고 이상한 메뉴들에 유혹당하지 않는 것이다. 남의 돈으로 밥 먹는 거, 뽕을 뽑고 싶다! 이 식사를 최고로 즐기고 말 것이다! 공짜 밥 최고! 이것이 오늘의 나오키 산쥬고의 마음가짐이었다.
그러면 어디 초밥을 골라보실까.
회전초밥을 맛있게 먹는 요령 중 하나는 먹는 순서에 주의하는 것이라고 한다. 처음에 기름진 것부터 먹어버리면 맛을 잘 알 수 없다. 그러니 흰살생선처럼 담백한 것부터 시작해서, 다음으로 지방이 들어가 있는 붉은 살 생선, 마지막으로 간이 강하거나 비생선류의 재료를 사용한 초밥 또는 김을 두른 군함말이를 먹는 것이 초밥을 즐기는 정석적인 순서이다. 당연히 이 순서를 반드시 지킬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오늘의 목표는 '이 식사를 최고로 즐기는 것'이므로 나오키는 메뉴판의 흰살생선 초밥들을 보며 뭘 제일 먼저 먹을지를 고민했다. 역시 광어일까? 아니면 도미? 그러고 보니 회전초밥집의 오징어 상태를 보면 재료의 신선도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오징어? 이건 꽤 고민된다. 게다가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식사의 첫 시작을 끊는 초밥이니까….
"오, 날치알 군함."
나오키가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사서는 주저 없이 손을 뻗어 레일 위에서 초밥을 내렸다. 평범한 100엔짜리 날치알 군함이었다. 군함?! 나오키가 보기에는 제법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게다가 주저 없는 손동작은 상쾌하기까지 해서, 흰살생선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고민하고 있던 자신이 조금 바보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왜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초밥을 먹는 순서는 더 맛있게 먹기 위한 요령일 뿐이지 모두가 지켜야 하는 규칙은 아니다. 좋아하는 걸 먹는 게 제일이야. 평온한 표정으로 날치알 군함을 입에 집어넣는 사서를 보며 나오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의 첫 초밥은 광어로 정했다. 마침 엔가와, 그러니까 광어 지느러미 초밥이 레일을 따라 다가오고 있었다. 나오키는 접시를 레일에서 내렸다. 어쨌든 뽕을 뽑고 말 것이다. 한편 나오키가 다시 한번 굳게 다짐하는 동안 날치알 군함을 끝낸 사서는 메뉴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뭘 먹을지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한참 메뉴판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시선을 레일 위로 돌린다. 다행히도 먹고 싶은 것이 있었는지 사서가 손을 뻗었다.
레일에서 내린 것은… 타코야키였다.
아니, 두 접시 째면 초밥 먹으라고. 아무리 그래도 아직 타코야키 타이밍은 아니잖아.
무척 태클을 걸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회전초밥이란 원래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먹는 것이 가장 즐기는 방법이다. 물론 나오키는 굳이 순서를 지켜가면서 먹으려고 하고 있지만 어쨌든 그것은 나오키만의 규칙이지 모두에게 통용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타코야키를 먹고 있는 사서는 제법 즐거워 보였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도서관에서 타코야키 파티 하고 싶다고 말한 적 있었지. 너무 바빠서 실현하지는 못했지만. 타코야키를 좋아하는 걸까? 그래, 역시 먹고 싶은 걸 먹어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오키는 마침 이쪽으로 오고 있는 도미 초밥을 레일에서 내렸다. 흰살생선은 두 접시만 해야지. 아까 내려둔 엔가와를 간장에 살짝 찍어 먼저 입에 넣었다. 담백하고 쫄깃했다. 남의 돈으로 먹는 초밥은 역시 최고다.
흰살생선이 끝났으니, 다음은 붉은 살 생선이다. 말하자면 메인 디쉬! 나오키는 살짝 들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참치 대뱃살을 먹을 생각이었다. 초밥의 꽃, 참치 대뱃살. 당연히 추가금이 붙지만, 사서가 먹어도 된다고 했으니까! 특으로 먹어야지. 참치 대뱃살은 레일 위에는 올라오지 않거니와 올라온다고 하더라도 금방 사라지는 초밥이었으므로 직원에게 부탁해 주문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바쁜 모양인지 좀처럼 직원이 지나가질 않아, 나오키는 그 잠깐 기다리는 동안 왠지 좀 머쓱하고 심심한 기분이 들어 사서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초밥은 몇 접시 정도 먹어?"
"음, 평균보다는 좀 많이 먹는 정도일까요? 남성 평균이 열 한 접시 정도라고 들었던 것 같아요."
"헤에. 그럼 여성 평균은?"
"글쎄요, 뭐 비슷하거나 좀 더 적지 않을까요? 일곱 접시나 아홉 접시 정도?"
확실한 것이 없어 영 정보 값 없는 대화가 흘렀다. 마침 저쪽에서 직원이 걸어오고 있어, 나오키는 손을 들어 직원을 불렀다.
"여기 참치 대뱃살 하나랑…. 뭔가 주문할래?"
"저요? 음, 글쎄요…."
사서는 잠깐 고민하더니 곧 정한 듯 메뉴를 말했다.
"그럼 샤리しゃり로."
"…샤리??"
나오키는 경악했다. 샤리는… 그냥 밥이잖아! 재료가 올라가지 않은 초밥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건데! 그걸 초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그러나 직원은 별로 신기한 주문은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참치 대뱃살 하나와 샤리 하나, 주문받았습니다. 라고 대답한 뒤 주방장에게 메뉴를 전달하기 위해 사라졌다. 평온하게 구는 것은 사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파격적인 주문을 해 놓고 녹차나 홀짝거리고 있는 거냐고.
"당신…. 샤리가 뭔지는 알고 있는 거 맞지?"
"네. 밥이잖아요."
"회전초밥집에서 재료가 안 올라간 밥을 부탁하는 거, 의미 있어?"
"글쎄요, 딱히 의미는 없을 것 같은데."
아, 정말 의외의 답안이다. 의외성밖에 없는 사람이었던 건가, 특무사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나오키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서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치만, 샤리가 맛있는 초밥집이 진짜 맛있는 집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언젠가 꼭 한 번쯤 주문해보고 싶었거든요."
아니, 그럼 들어오자마자 주문하란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나오면 할 말이 없다. 나오키는 긴 침묵으로 이어질 것 같은 내면의 혼란을 애써 삼키며, "………그래."라고 대답했다. 앞으로 사서가 고른 초밥에는 신경 쓰지 말도록 해야겠다. 자신이 고른 초밥에 집중하는 것만이 식사의 평온을 지키는 방법일 것이다.
주문했던 참치 대뱃살은 맛있었다. 부드러운 지방이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것이 과연 초밥의 꽃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맛이었다. 맞은편에서 둥글게 모양 잡힌 맨밥을 먹고 있는 사서에게 샤리의 맛을 물었더니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역시 잘 모르겠네요. 미식가가 아니라서. 라는 답변을 들었다. 정말 왜 주문한 거냐….
그다음은 의외로 평범한 선택이었다. 중간에 껍질콩 한 그릇을 레일에서 내린 것이 평범하지 않다면 평범하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뭐 껍질콩 정도야 아까의 샤리나 두 번째의 타코야끼에 비하면 평범한 편이었다. 나오키는 자신이 사서의 선택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착실하게 미리 정해둔 대로 다음 초밥을 고르며 제법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살짝 구운 연어랑 단새우 초밥이 기대했던 것보다도 더 맛있어서 좋았다. 어느새 테이블에도 빈 접시가 제법 쌓여가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레일 위에 한 번 먹었던 재료들만 돌기 시작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안 먹어본 것들을 고르고 있는 탓일 것이다. 사서는 레일이 도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더니 다시 메뉴판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나오키는 묘하게 긴장했다. 사서가 또 어떤 기상천외한 메뉴를 주문할지 두려웠던 탓이다. 두려움을 느낀다고 표현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지금까지의 선택이 그랬으니 약간의 기대감을 품고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아, 멜론 먹고 싶다."
"멜론?!"
그래봤자 초밥이나 튀김류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과일?! 과연 이건 예상도 못 한 변화구였다. 뭐, 디저트를 먹을 타이밍이라면 납득했을 거다. 디저트로 과일을 고르는 것은 괜찮은 선택이니까. 하지만, 사서는 이제 다섯 접시 째다…. 아까 평균보다 조금 더 먹는 편이라고 했으니 벌써 식사를 끝낼 리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서가 선택한 메뉴는 날치알 군함, 타코야끼, 샤리, 껍질콩, 계란초밥. 초밥이란 다양한 해산물 재료와 밥이 어우러지는 음식이다. 이 선택은 '해산물'의 양이 압도적으로 적지 않나. 나오키는 고민하고 고민해 겨우 말을 골라 질문했다.
"…혹시 해산물 잘 못 먹는 타입이야?"
"네? 아뇨. 그냥 먹고 싶은 거 골랐어요. 디저트도 먹고 싶네…. 기간 한정 푸딩 파르페 시킬까요?"
푸딩 아라모드라도 만들 생각이냐고 태클을 걸고 싶은 마음이 불쑥 튀어나왔다. 하지만 내가 사주는 것도 아니고 얻어먹는 입장인데, 여기서 그런 걸로 태클을 걸면 다섯 살 어린애한테 밥 먹다가 과자 먹지 말라고 잔소리하는 부모님 같잖아. 나오키는 애써 대답을 사렸다. 사서가 주문을 결정하건 결정하지 않건 마음대로 하라고 적당히 말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한술 더 떠, 사서는 평온하게 두 번째 계란초밥을 레일에서 내리며 나오키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 여기 라멘 맛있는 거 아세요?"
지금까지 참고 있던 나오키였지만, 이건 도리어 반응하지 않는 것이 실례일 정도였다. 결국 나오키는 있는 힘껏 정론을 담은 태클을 걸고 말았다.
"아니, 초밥집에서는 초밥 먹으라고…!"
"맛있는데도요?"
"라멘 먹을 거면 뭐하러 회전초밥집 오냐고!"
"그치만 메뉴에 있는데요?"
"아니, 그…. 하아. 먹고 싶으면 주문해……."
어차피 오늘 점심값을 계산하는 것은 사서였지만 왠지 주문을 허락하는 포지션이 되고 말았다. 나오키도 이쯤 되면 슬슬 혼란스러웠다. 메뉴에 있는 걸 먹고 싶어 하는 사서에게는 딱히 잘못이 없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잘못된 건 초밥집인데도 메뉴판에 라멘 같은 걸 넣어둔 이 가게가 아닐까? 그러나 어떻게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나오키는 그냥 다 포기한 마음으로 채 썬 양파가 올라간 연어 초밥을 레일에서 내렸다. 그냥 기쁜 마음으로 아무 생각 말고 남이 사주는 밥을 먹자.
사서는 라멘과 멜론과 푸딩 파르페를 주문했다. 돈코츠 라멘에 푸딩 아라모드였다.
혼란도 시간이 흐르면 지나가는 법이다. 나오키는 슬슬 마지막 접시를 고민하고 있었다. 마지막은 역시 계란일까? 아니면 군함? 마끼? 뭘 골라도 상관없지만 마지막이라고 하면 고민되는 법이다. 국물을 깔끔하게 끝낸 사서가 빈 그릇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역시 맛있는 라멘이야…."
맛있었다니 그건 다행이다. 메뉴를 훑던 나오키는 잠시 멈칫했다. 눈에 걸린 것은 다름 아닌 '콘마요 군함'이었다. 콘마요는 굳이 따지자면 좋아하는 재료에 속했다. 그러나 그건 콘마요'만' 있을 때의 이야기다. 아무래도 회전초밥집인데 콘마요를 주문하기는 조금 아깝지 않나. 역시 생선 계열이 좋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나오키를 뒤로하고 사서는 레일에서 연어초밥을 내렸다.
어차피 아까 성대하게 태클을 걸어버린 거, 그냥 말해버리자. 나오키는 운을 뗐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의 초밥 선택은 의외성밖에 없었어."
"네?"
"아까도 말했지만 초밥집에 왔으면 초밥을 먹는 게 덜 아까운 기분이 들잖아! 두 번째 접시부터 타코야끼를 집어서 놀랐다고. 당신이 남자 중학생인 것도 아니고."
"그치만 좋아하는데요?"
"아니 뭐 좋아하는 걸 먹는 건 좋은 선택이지만 샤리 - 껍질콩 - 계란초밥 - 푸딩 아라모드 - 라멘의 흐름은 너무 의외성 덩어리잖아?"
"그런가요?"
"중간에 낀 푸딩 아라모드 뭐냐고. 마지막에 먹는 것도 아니고 중간에 넣으면 그냥 밥 먹다가 중간에 간식 먹는 어린애잖아."
"라멘 조리에 시간이 걸리는 건 어쩔 수 없잖아요?"
어쩐지 말끝이 다 의문형이다. 인생이 궁금증 덩어리인 어린아이의 질문에 대답해주는 기분으로 나오키는 착실히 태클을 걸었다.
"아무튼 초밥집에 와서 초밥 너무 안 먹는 거 아냐?"
"글쎄요, 지금부터 먹을 생각이긴 한데…."
"지금부터 먹어서 몇 접시나 들어가려고."
사서 앞에 쌓인 빈 접시의 수는, 방금 내린 연어초밥을 포함해 여섯 접시다. 평균보다 조금 더 먹는다고 했으니 여기서 많아 봐야 서너 접시 정도가 될 테니, 남은 양을 전부 생선 재료로 채운다고 해도 대략 최대 네 접시 정도가 아닐까. 나오키는 거의 비어버린 물컵에 따뜻한 물을 담아 새로 녹차를 우렸다. 맞은 편에서 사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엥, 저 앞으로 열 접시는 더 먹을 수 있어요."
그렇게 대답하는 사서의 표정이 너무나도 평온해서, 나오키는 마시던 녹차를 뱉을 뻔했다. 그 말이 허세가 아니라 너무나도 진담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엥?"
"열 접시는 먹을 수 있다고요."
"평균보다 조금 더 먹는다며."
"네, 평균보다 조금 더."
아니, 조금이 아니잖아 열여섯 접시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조금 고민하는 사이에 아까 내렸던 연어초밥을 해치운 사서가 조금도 변하지 않은 표정으로 참치에 손을 뻗었다. 나오키는 다 포기한 마음으로 레일 위를 돌아가고 있던 콘마요를 내렸다. 사서의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는 어차피 계산할 때쯤에 확인하게 될 것이었다.
콘마요 군함은 맛있었다.
그날 사서는 총 20접시를 먹었다. 계산대 앞에서 가게에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인 평온한 표정으로 금액이 찍히는 것을 바라보며, 사서는 "한창때에는 조금 더 먹었다"고 대답했다. 나오키는 사서한테 혼자서 밥을 사주는 상황은 가능하면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이 얻어먹는 입장이라 정말로 다행이었다. 나오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게 문을 나서며 사서는 조금 아쉬운 목소리로 가볍게 투덜거렸다.
"근무 중에 나와서 점심 먹는 것만 아니었으면 맥주라도 한잔 하는 건데 말이죠."
"난 술은 안 하지만, 다음엔 당신 퇴근하고 오자고."
그렇게 대답하자 고개만 슬쩍 들어 나오키를 쳐다본다.
"은근슬쩍 다음을 만드시는 건가요?"
"나야 뭐 밥 사준다면 언제가 다음이 돼도 별로 상관없으니까 말이지?"
공짜 좋아하다가 머리 벗겨져요. 사서가 웃으며 대답했다. 하긴 공짜보다 비싼 건 없다고 오늘도 공짜로 얻어먹는 대신 큰 혼란을 얻었다.
"아, 맛있었다. 다음에 또 와요!"
"엉, 그래."
사서의 미소에 웃음으로 답해주며, 나오키는 조용히 다짐했다.
다음부터 초밥 먹으러 가자고 하지 말아야지. 차라리 고기가 좋겠다. 무한리필로 가자고 해야지….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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