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와 알케미스트

[ANSG] 활짝 핀 밤의 벚꽃 아래를 걷는 것

밤의 벚꽃에 홀린 건 누구였던가?

- 문알케 SKGC AG x SG NOY '캐릭터' 기반의 연성

- 밤의 공원에서 벚꽃놀이를 하던 도중 누군가 밤의 벚꽃에 휩쓸려갈 뻔한 이야기

- OD의 가짜 사투리와 아주 가볍게 등장하는 창작사서가 있음


사서가 도서관에서 조금 떨어진, 봄이 되어 벚꽃이 가득 핀 공원의 사용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정확히는 하룻밤의 사용 허가다. 사서 말하길 ‘꽃놀이는 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저희는 인원이 너무 많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이런 벚꽃 시즌에 낮의 공원을 통째로 빌리는 건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가 될 것 같았으니까… 밤 꽃놀이도 나쁘지 않죠?!!’라고 한다. 마지막의 발언은 조금 강요처럼 들리기도 했다만, 누구도 밤의 꽃놀이를 거부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벚꽃을 굳이 낮에만 볼 필요는 없는 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밤놀이, 꽃구경, 술을 전부 좋아하는 문호는 적겠지만, 셋 중 하나도 좋아하지 않는 문호는 없으니까 말이다.

“굉장해. 밤에 보는 벚꽃도 절경이네.”

“언제 봐도 이쁜 게 벚꽃이라캐도, 밤에 보는 건 또 다르네. 암튼 끝내준다.”

다자이와 오다가 머리 위의 벚꽃에서 눈을 떼질 못하는 동안, 사카구치와 단은 돗자리 위에 짐을 풀었다. 비장의 술과 나름 힘내서 만든 야참이 가득 든 도시락을 자랑스레 내놓으니, 다자이와 오다가 환호성을 냈다.

“우와, 굉장해!!! 이거 다 둘이 직접 준비한 거야?!!”

“이야~ 죄다 맛나 보인다. 역시 단 군이네!!!”

“잠깐, 나도 같이 만들었다고? 내 칭찬은?”

“고맙다, 안고. 이 술 참 맛날 것 같다.”

“술 말고 요리를 칭찬해. 술 말고.”

오다와 사카구치의 너스레에 다자이와 단이 웃음을 터트렸다. 다른 돗자리도 벌써 흥이 오른 건지, 웃음소리와 노랫소리, 단가를 낭송하는 목소리가 이것저것 섞여 들려왔다.

“사서 덕에 또 즐거운 추억이 생겼네. 나중에 고맙다고 해야지.”

“그러네~. 사서씨 덕에 이리 이쁜 걸 즐길 수 있는 거고.”

“그래그래. 이 멋진 풍경을 전력으로 즐기자고. 대신 밤의 벚꽃에 홀리지 않게 조심해야겠지만.”

“하하, 네가 할 소리야?”

“아하하!!! 맞아, 그걸 안고가 말하면 안 되지.”

작은 연회가 시작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머리 위를 화려하게 장식한 밤의 벚꽃을 만끽하며, 맛있는 야참과 시원한 술을 즐긴다. 화기애애하게 웃고 떠들고 있으면, 다른 돗자리의 멤버가 놀러 오기도 한다. 그걸 따라서 다른 돗자리로 놀러 가기도 하고, 그 자리의 야참을 가져와서 돌아왔다가, 또 이쪽의 야참을 나눠주러 떠나고.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 걸 반복한 탓일까, 사카구치가 정신을 차렸을 때 무뢰파의 돗자리에 남아 있던 건 자신뿐이었다.

“어라? 다들 어딜 갔대? 하여간 활기찬 놈들이라니까.”

남은 맥주를 홀짝거리면서, 꺄꺄 떠드는 주변을 살펴본다. 잘 보니 오다는 가까운 돗자리에서 무로오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고, 다자이는 신사조의 돗자리에 섞여 아쿠타가와에게 황송한 얼굴로 술을 받고 있다. 단은 제 스승이 있는 돗자리에 앉아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아마 취한 채로 취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거다. 다들 어디를 가도 잘 노는 건 다행인 일이지만, 역시 혼자 있는 건 조금 외롭다. 어디 제가 끼어들기 좋은 곳이 없을지 주변을 노리던 도중, 사카구치는 뒤편에서 터벅터벅 걷는 소리를 들었다. 제 뒤쪽에는 벚나무 숲으로 가는 길이 이어져서, 딱히 돗자리를 깐 문호가 없었을 거다.

“음?”

의아해져 뒤를 돌아본 사카구치는, 새하얀 그림자가 이쪽에 등을 돌린 채 걸어가는 걸 발견했다. 그림자는 제법 취한 듯, 비트적비트적 벚나무 숲의 안쪽을 향하고 있다. 술을 깨기 위해 산책을 하는 것 같긴 하지만, 혼자서 저렇게 무리와 떨어진 곳으로 가는 건 그리 좋지 않다. 게다가 저쪽은 사서가 빌린 공원 부지가 아니라서, 사서도 벚나무 숲으로는 가지 말라고 당부했었고 말이다. 그래서 사카구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뒷모습을 향해 말을 걸었다.

“어이, 시가. 혼자 어디 가는 거야?”

제법 큰 목소리를 내어 불렀고, 평소에 감각이 예민한 걸 자랑삼는 남자인 만큼 제 말이 들리지 않은 건 아니리라.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저 불안하게 흔들리는 걸음으로, 계속 벚나무 숲의 안쪽으로 걸어갈 뿐이다.

문득 사카구치는 아까 전 제가 짧게 말했던 농담을 떠올렸다. 벚꽃에 홀리지 않게 조심하라며 넉살 좋게 말했을 때, 주변은 네가 할 말이냐며 웃고 넘겼더라. 사카구치 자신도 깊은 생각을 하고 말한 건 아니었으니 그 반응을 즐기고 끝냈다.

하지만 정말로 밤의 벚꽃에 누군가가 홀렸다면? 그리고 그 누군가가, 지금 벚나무 숲의 안쪽으로 이끌리듯 향하는 저 남자라면?

불길한 예감에, 사카구치는 남자를 따라가기로 했다. 저 안쪽 너머까지 가 버리기 전에, 어떻게든 멈춰 세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원래 걸음이 빠른 남자라서인지, 아니면 사카구치가 제법 취한 탓인지, 영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봄이 된 탓인지 피부에 닿는 밤바람은 그리 차갑지 않아서, 술을 깨기에는 역부족일 듯하다. 길을 따라 만개한 밤의 벚꽃은, 바람을 따라 조금씩 흩날리는 벚꽃잎은 섬뜩할 정도로 아름다워서 절로 눈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제가 걷는 길은 너머가 보이지 않을 듯 새까매서, 앞서가는 하얀 등이 기이할 정도로 눈에 띈다. 그래서 사카구치는 점차 불안해졌다. 저 너머로 완전히 가 버린다면 절대로 붙잡을 수 없을 거라는 예감이 사라지질 않는다.

“…기다려, 시가. 잠깐 기다려!!!”

사카구치는 목소리를 높여 그 등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걸음을 멈출 기색도 보이지 않는다. 불길함은 조바심으로 바뀌었고, 사카구치는 걸음을 더더욱 빨리했다. 어디까지 가야 손을 뻗었을 때 닿을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그 등을 따라 벚나무 숲을 향해 걷는다.

밤의 벚꽃은 점차 그 수를 더해 간다. 짙어져 가는 길의 어둠에 지지 않고자 하는 것처럼, 화려하게 만개한 벚꽃은 머리 위의 밤하늘을 가리기 시작한다. 그 기이한 풍경에 위화감을 느꼈지만, 사카구치는 발을 멈추지 않았다.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이 시야를 가려도, 수북하게 쌓인 벚꽃잎이 걸음을 방해해도, 멈출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사카구치는 계속, 계속 하얀 등을 따라 걸었다―갑자기 무언가 뒤에서 제 팔을 붙잡아 당길 때까지.

“?!!”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본 사카구치는, 저를 붙잡은 남자를 알아본 순간 비명을 지를 뻔했다.

“사카구치, 혼자 어딜 가는 거야? 사서가 너무 멀리 가지 말랬잖냐.”

방금까지 분명 제가 뒤쫓고 있었을 남자가―시가 나오야가,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저를 바라보며 그리 말한 탓이다. 어안이 벙벙해져 그저 입을 벙긋거리고 있으니, 영문을 모르겠다는 것처럼 시가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반응은 뭐야? 취했어? 혼자서 휘적휘적 벚나무 숲으로 가길래 뭔가 했는데.”

“…혼자서?”

“? 너 말고 또 누가 있겠냐. 그래서 왜 벚나무 숲에 들어가려고 한 거야? 그쪽은 우리가 빌린 곳이 아니라고 사서가 그랬잖아. 까먹었어?”

“…아니, 그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시가에게는 제가 쫓던 게 보이지 않았던 듯하다. 제가 향하고자 한 벚나무 숲을 바라보면, 지금은 사카구치에게도 그 하얀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그 자리에는 여전히 밤의 벚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지만, 아까처럼 기이할 정도로 만개해 있진 않다. 안쪽의 길은 어둡긴 하지만 어렴풋하게 그 너머가 보인다. 아까까지 저를 불안하게 만들던 어둠도, 제가 쫓고 있던 것도 그 자리에는 없다.

“…….”

사카구치는 그제야 의문을 느꼈다.

제가 보았던 그건 그저 하얀 그림자였다. 그 외의 것은 제대로 구별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자신은 어째서 그걸, 지금 눈앞에 서 있는 남자라고 생각하고 따라갔던 걸까?

“…아무래도 밤의 벚꽃에 홀린 건 나였던 것 같네.”

“갑자기 뭔 소리야?”

“아니, 오늘은 술 그만 마셔야겠다고….”

“응? 뭐, 그게 좋겠지. 확실히 너, 꽤 취한 것 같으니까.”

마른 웃음을 흘리는 사카구치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시가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밤바람이 부드럽게 불었고, 벚꽃잎이 그 하얀 어깨 위에 살포시 떨어졌다.


안녕! 나는야 '벚꽃 사이에서 른(멀쩡히 살아 있음)의 환영을 보고 따라가는 왼쪽과 영문도 모르고 그런 왼쪽을 붙잡는 른이라는 시츄를 좋아하는 협회'의 창립자!(그런 협회 없어요)...네 아무튼 이런 상황에 환장을 합니다. 벚꽃에 휩쓸려가는 이야기 자체는 클리셰겠지만 저는 그걸 약간 빗나간 계열로 좋아하고 있습니다. 왼이 벚꽃에 휩쓸려가는 게 좋다 협회 멤버라서 그래(그런 협회도 없어요) 아무튼 마침 벚꽃과 인연이 깊은 CP를 둘이나 좋아하게 되어서 같은 소재 다른 CP...라는 컨셉으로 써봤습니다 안시가편입니다. 아무튼 왼은 벚꽃에 휩쓸려가줘 닷뗴 봄이잖아...여기까지의 후기는 야고라이편과 동일합니다(왜?)

벚꽃 하면 역시 '벚나무 아래에는'과 '활짝 핀 벚나무 숲 아래에서' 아니겠습니까(벚나무와 벚꽃나무에서 늘 고민하는데 일단 분류명이 벚나무라서 되도록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벚나무 아래에는'은 대놓고 시체(사람의 것은 아니지만)의 양분을 언급하고 '활짝 핀 벚나무 숲 아래에서'는 사람이 없는 벚나무 숲이 지닌 탐미적인 공포를 묘사하죠. 인간은 어째서 벚나무의 아름다움에서 공포를 느끼는 걸까요? 흩날리며 지는 모습 때문일까요? 참 미스터리한 일입니다...아니 왜 이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아무튼 저는 안시가를 미스터리나 호러블한 상황에 두는 걸 좋아합니다. 왜일까요? 타락론을 설파하는 남자와 현실주의자의 조합이라 그런가? 아무튼 앞으로도 불합리미스터리호러안시가를 쓰고싶습니다다. 사실 이미 쓰고있는 게 있습니다만 추리소설이라 그런가 정말 쉽지가않네요(...) 다들 추리소설가를 소중히 대하도록 하십시오. 아니 결론의 상태가?...모르겠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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