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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올라와 줘, 라고 말하고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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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와 줘, 라고 말하고 도망쳤다

 

 

 

 

 

 

사과는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괜찮아요.”

사서는 미소 지으며 그렇게 대답할 뿐이었다. 화내지도 잔소리하지도 캐묻지도 않았다. 여차하면 무릎 꿇을 각오까지 다졌건만 맥 빠질 정도로 깔끔하게 끝나버렸다.

“화 안 났어?”

“괜찮다니까요.”

혹시 몰라 확인까지 했는데도 대답은 똑같았다. 깔끔하다면 깔끔한 마무리였지만 어딘가 찜찜했다. 하지만 굳이 파고들어서 일을 키울 필요는 없다. 본인이 괜찮다면 괜찮은 거겠지. 타쿠보쿠는 그 정도 선에서 멈추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덧 장마가 끝나 도서관의 여름이 시작되었다. 그 며칠 사이 계절이 순식간에 익어버렸다. 밖에 2분만 서 있어도 땀이 흐르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건만 여름이 지겨워졌다. 이런 극악무도한 계절을 아름답게 포장하기 시작한 사람은 대체 누구냐.

그즈음 되어 사서와 우연히 마주치는 일이 줄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런 느낌을 받았을 뿐 단순히 우연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업무 중에는 별문제가 없었으므로 딱히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가끔 시답잖은 대화를 나눴고, 간식을 좀 뺏어 먹고, 복도에서 마주치면 인사를 했다. 크게 변한 것 없이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이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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