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라크럼 (타이탄폴)
타이탄폴 자캐
시뮬라크럼이 된 사람들은 기계가 된 자신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로봇의 몸체가 되었어도 자신이 여전히 인간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자아 유지 시스템이라는게 모든 시뮬라크럼에 존재한다. 모든 시뮬라크럼들은 '자아 유지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정신을 안정하기 위해 자신을 인간, 혹은 강화 인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시뮬라크럼들이 듣는 말을 필터링하고 인간의 감각과 사고를 여전히 유지하게 만든다
* 시뮬라크럼 A 알렉스
훈련코스의 끝, 스코어보드를 바라보고 있던 B에게 성큼성큼 다가간다. 여전히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B의 이름이 신경쓰이는지 그는 한참을 스코어보드를 바라봤다. 무거운 장비가 내는 인기척에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렸는지 그는 보드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을 건낸다.
„IMC의 훈련은 다른가봅니다?“
평소같은 퉁명스러운 말에 긴장 풀라는 듯 살짝 웃으며 대답해줬다.
„그것보단 내가 뛰어난 탓이겠지. 자네도 2년만 더 전장에서 파일럿으로 지내봐. 그때쯤이면 더 높은 곳에 올라가 있겠지. 물론 여전히 자네 위엔 내가 있겠지만.“
그 말에 B는 눈을 흘기는듯 고개를 돌리자 악의는 없고 농담이라는 듯 헬멧을 벗고 작은 미소를 지어준다.
“당신은 그냥 파일럿 아닙니까?”
그 날카로운 눈초리에 하하 웃으며 ‘평범한 파일럿이지’라고 대답해준다. 일부러 눈동자를 돌려 밖을 바라봤다. 밥을 먹으려는 듯 막사로 향하는 병사들이 보인다. B는 한숨을 쉬는 듯 하더니 밥먹고 오겠다고 말한다. 그 말에 나는 샌드위치통을 흔들어 보인다
“나도 먹을것 챙겨왔으니 같이 먹자고”
그러자 B가 대답한다.
“사양하겠습니다. 다른 상사님이 절 부르셔서 말입니다.”
그 말에 통을 흔들어보이던걸 멈추고 어깨를 으쓱한다.
“이런 이미 선약이 있으면 할 수 없지.”
*인간 파일럿 B 타일러 본즈
훈련코스의 끝, B는 가만히 서서 스코어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기계로 된 존재는 다른것인가. 자신의 이름 한참 위에 있는 A의 이름을 바라본다. 철컥철컥, 쇳덩어리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에 보지않고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그 존재를 지켜보는건 늘 쉬운일이 아니다.
“IMC의 훈련은 다른가봅니다?”
침전한 자신의 목소리에 녹음된듯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것보단 내가 뛰어난 탓이겠지. 자네도 2년만 더 전장에서 파일럿으로 지내봐. 그때쯤이면 더 높은 곳에 올라가 있겠지. 물론 여전히 자네 위엔 내가 있겠지만.“
그 말에 눈을 돌려 표정도 없는 깜빡이는 빛을 가진 금속의 머리통을 마주했다. 그는 움직이지 않는다
“당신은 그냥 시뮬라크럼 아닙니까?”
일부러 제대로 새겨들으라는 듯 이야기하지만 입조차 없는 머리에선 웃는 소리와 함께 ‘평범한 파일럿이지’ 라는 실없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로봇의 고개가 먼 밖을 향해 돌아간다. 역시 그를 대면하긴 싫다. 밥이나 먹겠다고 중얼거리자 그는 갑자기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자기 방어 프로그램의 일종인가 가만히 지켜본다.
‘시뮬라크럼은 자기가 인간인줄 안다네. 그게 가능한 이유는 모든 시뮬라크럼엔 자기 인식 보호 프로그램이 있어’
감시를 부탁한 상관의 말이 떠오른다. 대답을 하려는때 그가 먼저 대답한다.
“이런 이미 선약이 있으면 할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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