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Space Oddities
에스마일>프러드
트리거/소재 주의: 우울, 수동적 자살/자기파괴적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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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here am I sitting in a tin can
Far above the world
Planet Earth is blue
And there's nothing I can do
-Space Odditiy, David Bow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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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체가 살짝 흔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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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프러드 허니컷에게.
당신이 이 편지를 읽고 있다는 것은, 제가 편지를 쓰는 도중이나, 다 쓰고 난 후에까지도, 전부 포기하고 찢어서 벽난로에 던져버리지 않았다는 뜻이겠죠…. 솔직히 할 수 있을지 잘 확신이 들지 않네요. 누군가에게 완전히 진솔하게(비난이나 빈정거림의 형태를 띠거나, 중간중간 축소하고 생략하지 않고서) 마음을 털어놓지 않은 지가 오래되었거든요. 하지만 시도는 해 보겠습니다. 이쯤 되면 그게 당신의 상냥함에 대한 어떤… 적절한 경의를 표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오늘 호그스미드에서 돌아왔을 때,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거나 그것을 부인하고 있을 때 당신은 그래도 모두를 믿는다고 말하며 차를 제안했죠. 연극제가 끝나고 난 뒤에 아이들이 아직 충격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마왕과 순수혈통과 슬리데린 기숙사에 대한 가설로 모두가 서로와 갈등하는 원인을 제공했고요. 일견 두 가지는 모순되어 보이지만, 어쩌면 당신이 말하는 평화는 그런 것이 아닌가요? 완벽한 평형. 누구에게도 기울어지지 않고, 누구도 불리하지 않고, 모두가 서로를 어느 정도 용납하며 어느 정도 경계하는 모습. 생각해 보면 당신이 저에 대해 했던 말도 아마 비슷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저는 분명 매우 희귀한 이점을 가지고 있고, 누군가 교묘히 모습을 따라할 수 있다는 것은(이후 사람들의 반응에서 보았듯이) “알아 두면 이득이 되는” 사실이니까요. …이것은 그냥 제 가설이고, 틀렸다 하더라도 너그러이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늘 이해하려 시도할 수 있는 것을 미워하지 못했으니까요.
프러드, 아무런 색도 소리도 바람도 싸움도 없는, 바깥에서 아무도 들어오지 않고 안쪽에서도 나가 맞이하지 않아도 되는, 당신이 말씀하셨던 안온은 … 그래요, 잠시뿐이라면 몹시 기쁘겠지만, 늘 그렇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저를 두렵게 합니다. 만일 그것이 영원히 지속된다면 그것은 죽음만이 줄 수 있는 평온이라 느껴져요. 분쟁과 갈등과 편견과 판단과 침범으로 가득한 것, 그것은 세상인 동시에 삶이니까. 그것이 아름다운지 끔찍한지, 역겨운지 찬란한지를 판단하기 이전에, 그러지 않으면 사람은 살아갈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당신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 그러려는 것도 아니고요. 진실로, 저는 차라리 그것을 바랐습니다. 어째서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그렇게 되었는지는 편지로 말씀드리기엔 너무 길지만. (우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건 사실은 당신과 전혀 연관이 없으며 동시에 진실은 아주 깊이 엮여 있다는 사실이겠죠.) 말그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종류의 무채색의 평안. 세상의 위에서 조금 일찍 퇴장하는 것을 저는 오래 두려워하며 동시에 바라왔습니다.
그래서 긴 시간 동안 어떤 종류의 침범도 거부했고, 누군가 제게 상냥함이나 마음을 쏟기는커녕 저를 조금 오래 보는 상상만 해도 진저리를 쳤고, 여태까지는 그것이 사실 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요즘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아마 당신이 너무 집요해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흥미가 생기면 가만히 놔두지 않는 기질의 괴짜들과 한 방을 쓰는 주제에 제가 좀 특별하게 괴상해서일까요?
…그래서 제가 결국 당신의 귀에 들릴 만큼 비명을 질렀다는 사실은 저를 조금 불편하게 하지만, 세상에는 듣고도 듣지 않은 척 살아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것을 평화라고 부르는 이들도 많고요.
당신이 제게 영원한 평화를 주실 수는 없겠죠. 그것을 원하는 저를 가만히 내버려 두라고 더 말하는 것도, 당신이 저를 보게 된 이상. 알게 된 이상… …한 번쯤은 다른 것을 시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하루만 당신의 평화를 조금 깨뜨려도 괜찮을까요? 당신은 그저 들어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당신이 그것을 다른 모든 것처럼 낱낱이 분석하며 판단하고 심지어 반론하신다 해도, 그에 상처입지 않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만일 상처받는다 해도 저는 그것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째서… 삶을 거부했는지,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는지, 이해하실 수 있다면 당신은 저의 위로가 되겠죠.
에스마일 이브라힘 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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