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

마르틸로 -1-

자신의 주변의 존재들이 총을 꺼내드는 소리가 들린다. ‚배신자들‘ 이라 처음 든 생각은 이네 흩어지며 도리어 조소를 짓는다. 내가 누구에게 배신자라고 부를 자격이 있겠는가? 자신의 주위를 둘러싸고 다가오는 무리들을 보며 조금씩 물러난다. 그러다 눈에 흔해빠진 공구상자가 하나 보인다. 거기서 삐져나온 작은 나무 손잡이. 그 끝에 뭐가 달려 있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감을 믿어보기로 한다. 항복하려는 듯 무릎을 꿇으며 슬쩍 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는다. 살짝 당기자 끝의 무게감으로 인해 생긴 저항감에 더 신중하게 주변 상황을 파악한다. 현재 자신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자들은 둘, 나머지는 거래를 위해 가져온 돈과 약을 챙기고 주변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곳은 넓은 공간, 자신이 홀로 싸우기엔 부적합하지만 자신을 끌고 가려고 한듯 뒤엔 좁은 통로가 나 있다. 가까히 다가오자 그대로 잡고 있던 나무 손잡이를 빼며 크게 휘두른다. 묵직한 무게감이 중력을 거스르며 위로 올라가더니 빠악, 불길한 소리와 함께 눈 앞의 적이 크게 넘어가려고 한다. 그가 그대로 쓰러지려는걸 놔두지 않고 그대로 붙잡고선 방패막이를 하며 좁은 통로로 뒷걸음질 한다. 자신의 옆의 동료가 쓰러진걸 보고 놀란 다른이는 자신을 향해 총을 쏘지만 제 동료가 맞으며 기분나쁜 질척이는 소리가 난다. 저들은 무조건 나를 잡아 죽이려 할것이다. 내가 탈출해서 위에 알리기만 하면 자신들 조직은 전부 죽은 목숨일테니깐.

그 예상에 걸맞게 지아친토가 복도로 들어가자 그들은 우르르 쫓아 들어오기 시작한다. 먼저 들어왔던, 죽은 동료의 복수를 하려고 하는 듯한 이는 (엄연히 말하면 제 손에 매달려 있는 이는 동료의 총에 마지막 숨을 거뒀다) 홀로 자신을 쫓아 먼저 들어왔다. 고깃덩어리를 방패로 쓰고 있으니 나름 머리를 쓰는듯 다리를 맞추기 위해 총구가 아래로 향하는걸 보고 있는 힘을 다해 시체를 그에게 던지듯 밀어낸다. 족히 70kg은 될법한 무게가 갑작스럽게 가해지자 그는 비틀거리며 쓰러진다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들고 있던 망치로 쓰러진 이의 머리를 망설임 없이 내려 찍는다. 산산히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자신에게 피가 튀지만 지금 그걸 신경쓸 여유는 없다. 그의 손에 들려진 총을 들고선 다시 넓은 방으로 돌아온 그는 다 쓴 총은 피웅덩이에 던져버리고 중앙의 테이블에 그나마 멀쩡히 서 있던 의자에 하나 앉는다. 주변에 있던 네다섯의 겁에 잔뜩 질린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총 조차 받지 못해 뭐라도 해보겠다고 파이프나 근처에 손에 잡힌 공병 따위를 들고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 피투성이의 망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낸다. 담배갑에서 하나 빼내자 담배를 감은 흰색 종이가 붉게 물들어간다. 그 끝에 붉은 불을 지피고 공허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나를 죽여 이 으깨진 조직의 복수를 하던지, 아니면 저기 있는 돈 가방 하나를 들고 각자 나눠서 이 곳을 떠나던지 해라. 그 뒤에 네들이 무슨 이야기를 퍼트리든, 무슨 일을 하던 내 알바가 아니니깐. 어차피 너네나 나나 신념 따위는 이미 없어진지 오래된 인간들 아닌가. "

그 말에 서로 눈빛을 주고 받는듯 돌아간 눈동자에 몇번 신호가 오가더니 재빠르게 돈가방 하나를 들고 사라진다. 여전히 살아있는 자들의 신음소리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공간. 매캐한 담배 연기에 끓었던 피가 식자 그제야 탁자 위의 망치와 제 손을 내려다본다. 돌이킬 수 없는 피가 흐르는 강을 건너왔다. 맨몸으로 그 강을 건너온 자신의 뒤를 따르는 발자국은 온통 피투성이일 뿐이다.


"…난장판이군."

"말단 조직에선 흔하게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래서 내가 다른 이들과 함께 가라 하지 않았는가"

"어쨌든 살아남지 않았습니까."

총 맞은 부위를 소독하면서도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고 비뚜름하게 대들 뿐이었다.

"돈의 아들이라는 놈이 오자마자 이렇게 거하게 한 건 저지르니 유명해지겠군, 나름 파비오가 흡족해할지도 모르겠어."

"… 그를 위해 한게 아닙니다."

"그럼 그냥 죽지 그랬나?"

그러더니 안토니오는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던 이를 밀어내고 그 상처부위를 맨손으로 강하게 움켜 쥔다. 그나마 고통을 잊어가고 있던 부위에 다시 날카로운 통증이 생기자 마르틸로는 억지로 신음을 삼키듯 눈을 꾹 감고 참아내지만 꽉 아문 잇새에서 신음이 흘러나온다.

"으….으윽…"

알도는 그 광경을 말리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다. 선그라스 너머의 눈빛은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행동은 확실한 경고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가 손을 떼고 겨우 숨을 몰아쉬는 마르틸로를 향해 그는 다시 종이에 무언가 빠르게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제게 보여준 흰 종이엔 자신의 피가 붉게 얼룩져있고, 그 사이로 검은 글씨로 써있었다.

[아무리 헌병나부랭이었어도 이정도 살상력을 기대하긴 어렵지. 축하한다. 네 놈에게도 카살로나의 피가 흐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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