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1000자

질투 소재로 카호코즈, 츠즈사야, 루리메구

스모어 by m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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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째서 감정은 이리도 사람을 망가뜨리고 마는 걸까? 히노시타 카호는 충분히 서로를 향한 마음은 다 풀렸으면서 자존심 때문에 화가 안 풀린 듯한 태도를 취하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랑하는 같은 클럽의 부원들이지만, 어딘가 어리숙한 모습이 있는 둘을 보며 카호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코즈에 선배, 얼른 보고 싶어요. 그런 말을 내뱉으며 화를 주체 못하며 루리노의 이름을 부르는 메구미를 달래주었다.

"카호 쨩은 괜찮아?"

"네? 뭐가요?"

"코즈에가 사야카쨩이랑 같이 유닛 하는 거."

"에~? 저랑 메구미 선배가 잘 맞는 것처럼, 사야카쨩이랑 코즈에 선배도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해요."

의연하게 대답한 말에 메구미는 대단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렇게 말해놓고, 혹시 몰라. 사야카쨩이 코즈에를 빼앗아 가버리면 어떡하려고?"

"그럴 리가 있어요? 사야카쨩에게는 츠즈리 선배가 있는데."

"글쎄다~"

그렇게 웃어버리는 메구미의 모습에 카호는 역시나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코즈에 선배를 그런 느낌으로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일도 없을 테고. 우리는 이제 서로를 지탱해주는 관계가 되었으니까.


"네? 코즈에 선배가, 열이요?"

"응, 그렇대."

"...그거 누구한테 전해들은 말이에요?"

"누구겠어? 사야카쨩이지."

"...저한텐 말도 없었는데."

"지금 유닛은 사야카짱이라는 거 아니겠어. 뭐, 그런 거랍니다."

"뭐가 그런 건데요!?"

놀리듯이 말을 하는 메구미를 뒤로 하고 카호는 코즈에의 방에 찾아갔다. 아마 사야카의 눈 앞에서 쓰러지거나, 열이 나는 등 반응을 바로 보인 탓에 사야카가 바로 대처해준 거겠지. 그런 생각에 방문을 두드리려고 하니, 안에서 사람 소리가 들려왔다.

"...워. 사야카...."

"아.. 그... 얼른... 선배..."

듣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정한 대화. 카호는 용기를 내려다가 지금은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제 마음을 속였다.


*

"코즈에 선배, 너무 걱정하는 것도 병이랍니다."

"...부끄럽네, 사야카상."

"자, 약 드세요."

"고마워, 사야카상."

"아뇨. 그보다 얼른 나으세요. 코즈에 선배. 카호상이 걱정한답니다?"



2.


"사야."

"어라, 오늘은 무슨 일로 1학년 교실까지 찾아오셨나요?"

차분한 시선으로 사야카를 바라보던 츠즈리는 슬쩍 사야카의 원피스 자락을 잡았다. 츠즈리가 전하고 싶은 말이 대체 무엇인지 사야카는 알아내려고 고민했으나, 도저히 마음에 걸리는 일이 없어 그저 츠즈리의 손 위에 제 손을 겹쳐 올릴 뿐이었다.

"쉬는 시간이 끝나겠어요. 츠즈리 선배, 그러기엔 너무 아쉽지 않나요?"

"응. 사야하고 조금 더 대화하고 싶어."

"이전 수업은 어떤 내용이었나요?"

"음...  사야는 알기 쉬워."

"저 말고 수업이요. 혹시 또 현대국어였나요?"

"사람들이 사야면 좋았을 텐데. 어라, 사야가 22명...? 하지만 나는 여전히 1명이면 아침마다 도시락이 22개? 어라...?"

"츠즈리 선배, 저는 그렇게까지 늘어나지 않으니까요!? 설령 22명이 되어도 도시락을 그만큼 준비하지는 않을 거니까요!?"

영문을 알 수 없는 결론에 도달하고 나서야 츠즈리는 지금이 좋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고 사야카를 제 품에 껴안았다. 지금이 만족스럽다면 다행이지만요. 사야카의 말에 츠즈리가 흥흥~ 기분 좋은 콧노래를 부르다가, 아,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울상이 되었다.

"사야, 하지만 지금이 최고는 아니야."

"어라, 그러신가요? 혹시 뭔가 불만이신 부분이!? 말씀만 해주시면 노력할게요!"

"아니, 사야, 그런 게 아니야."

"그러면요?"

"루리랑 있을 때는 내가 3명이지만, 사야랑 있을 때는 1명이니까."

"네...에?"

"사야용으로는 역시 5명은 있어야 맞지 않을까?"

"...이거 예전에 들었떤 말 같은데요."

사야카의 태클에도 츠즈리는 어떻게 하면 사야카에 맞는 사람 수를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야카의 표정이 쓴웃음으로 가득 차고 있으니 때마침 종소리가 들려왔다. 수업을 위하 다른 층까지 가야하는 츠즈리를 서둘러서 교실로 돌려보냈다. 가기 싫어하는 분위기의 츠즈리를 겨우 달래고 교실 자리에 앉으면 벌써 수업은 시작되어버려서.

"웬일이래, 무라노 씨가 수업에 늦다니." 

"복도에서 다 봤어. 항상 고생이네."

"그런데 유닛 셔플한다고 하지 않았나? 여전히 유우기리 선배랑 붙어 있네."

그런 반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사야카는 츠즈리가 교실을 잘 찾아갔을지 걱정만 가득했다.


3. 


스쿠코네 앱을 열면 보이는 아카이브 동영상에 화를 내는 것도 지쳤다. 루리노는 휴대폰을 손에 쥐는 것만으로도 배터리가 닳아가는 느낌에 한숨을 푹 쉬었다. 옆에서 다른 학생들이 걱정을 해주곤 했지만 거기에 조금만 시간을 달라며 도망가는 것도 한두 번이지. 하루에 몇 번이고 체력이 바닥이 나면 아무래도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늘기 마련이다.

"루리노쨩, 역시, 많이 힘든 거 아냐?"

그리고 지금 가장 방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같은 클럽 멤버의 얼굴을 보며 루리노는 울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카호가 나쁜 게 아니다. 하지만 카호와 만난 메구미가 너무 물 만난 고기처럼 굴어버리니까. 메구쨩이 잘못이니까! 하지만 메구미와 함께 있는 카호의 모습이 계속 아른거리는 탓에 루리노는 저절로 시선을 피해버렸다.

"아... 루리노쨩 하지,"

"루리노씨, 츠즈리 선배 일로 잠깐 상담이 있어요. 괜찮으신가요?"

"응응! 사야카쨩, 무슨 일이야?"

카호의 말을 끊고 다가와준 사야카가 아니었다면 루리노는 그 자리에서 귀를 막고 전력질주로 제 방으로 돌아가버렸을지도 모른다. 카호에게 미안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지만, 사야카의 말은 너무도 구원과도 같았다.

카호가 어쩔 수 없다며 손을 흔들어주고, 그 표정이 좋지 않는 걸 확인하며 루리노는 바닥 난 배터리가 충전하고 싶었다. 아, 메구쨩, 보고 싶다.

"루리노씨."

"으으... 사야카쨩... 땡큐..."

"아뇨. 너무 지쳐보이셔서요. 무엇보다, 저도 그 마음 잘 알고."

"으응?! 사야카쨩이?!"

"뭐... 사실 루리노씨를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요."

"뭐라고... 히익..."

"앗, 죄송합니다. 방전되지 마세요, 상자도 없다고요!"

듣고 싶지 않은 말까지 들어버렸다. 루리노는 정말로, 정말로 소꿉친구인 메구미를 탓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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