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ple] [에빌리오스 시리즈/Meta] 달링과 산딸기

공미포 1523자

 메타 잘름 호퍼는 지난밤에 이마를 짚어 주던 손을 떠올렸다. 피차 다른 자에겐 곁을 내주지 않는다. 오한으론 낡은 창틀처럼 떨고 있을 때 달링은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말을 속삭여 주었다.

 이제야 열이 내렸다. 다 식은 죽을 억지로 삼키고 밖에 나와보니 이미 오후.

 “메타님, 일어나셨습니까?”

 “다들 어디 갔어?”

 귀찮게 몰려드는 신도들의 수가 많은 걸 보고, 메타는 아지트에 남은 건 자신뿐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부하들은 순순히 대답했다.

 “지금은 메타 님뿐입니다.”

 메타가 이름을 부를 만큼 중요한 사람은 셋이 있었는데. 달링에겐 중요한 일이 있단 건 메타도 알고 있었고, 네츠마 족의 여자는 심심하면 밖을 싸돌아다녔다. 그럼 나머지 한 명뿐인데…

메타는 만만한 신도 한 명에게 바로 물었다.

 “그 애새끼는?”

 애새끼라고 부르는 건 한 명이었다. 달링이 몸을 섞는 다른 상대, 밀키 에이츠.

 “에이츠라면 용건을 보러 도심에 간다고 하셨습니다만…”

장본인이 없는데 거북함을 숨겨야 할 필요는 없었다. 메타는 팔짱을 끼며 혀를 찼다.

“용건이라고 해 봤자 시시한 거겠지.”

 창녀 아니랄까봐, 안 그래도 사치를 부리는 여자가 페일이 자리를 비웠다고 해이해진 게 분명했다. 기억해 뒀다 나중에 페일에게 일러두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데 신도 한 명이 꾸벅 고개를 숙이고선 웃어넘겼다.

 “뭐어, 메타 님이 계시니 저희는 안심입니다.”

 “잠깐, 뭐라고 했어? 나는 꼭 여기 있어야 한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그야, 메타 님께선 잘 나가지 않으시니…”

 그 말은 평소라면 흘려넘겼을 말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병상에서 막 일어나서인지 그 말이 유독 신경에 거슬렸다.

실제로 그녀가 외출한 적은 손에 꼽았고 페일의 명으로 임무를 수행한 것 이외론 잘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그런 자신의 면모를 부하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이 찜찜했다. 꼭 약점을 들킨 기분.

 “너희들, 평소 나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했던 거려나?”

 “메타 님께선 밖에 잘 나가지 않으시니까요. 그래서 좋아하시지 않는 줄 알았읍죠.”

신도들은 되려 메타의 반문을 이상히 여기는 기색이다.

 “…그렇지 않습니까?”

“메타 님?”

실은 신도들의 사회성이 무척 떨어지는 답변은 메타가 자초한 것이었다. 감히 자신에게 거짓을 내뱉거나, 숨기지 않도록 했다.

“…그런 거려나.”

메타에게 도시는 막연한 미지였다. 사람이 와글와글하고 모르는 것으로 가득 차 있는 곳.

어쩌면 밖에 나서지 않는 건 의지가 아니라 과거의 습관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그녀는 기다리는 것에 더 익숙하다. 가축은 구태여 ‘밖’을 탐험하지 않으니까.

나는 외톨이다.

허나 부모를 보듯이 경외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신도들의 모습에서 귀찮게 그들이 달려들어 자신에게 보내는 관심도, 말도 모두 자신의 매혹의 능력에서 비롯되었다.

만들어진 ‘사랑’은 실로 가소롭다. 매혹이 자아낸 착각은 이리 헐겁다. 만약을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그녀는 아지트의 신도들의 정신을 더 강력히 이끌어야 할 것이다.

다른 간부들은 할 수 없다. 오직 자신만이 가진 능력, 메타는 그 능력의 대가를 알았다. 그건 바로 평범하고 제대로 된 마음을 가질 수 없다는 것.

메타 잘름호퍼는, 예전부터 자신의 가슴이 비어 있다는 걸 알았다. 타고났던지, 그동안 겪은 고초로 생겼는지, 눈먼 상처를, 빈틈을 짜맞춰 완전히 메울 수 있는 건 오직 단 한 명.

나의 반쪽, 친애하는 달링. 페일.

그의 이름을 머금는 것만으로 메타는 황홀함을 느꼈다. 지금의 생활도, 페일이 아니라면 굳이 사람들과 부대끼는 대신, 조용히 외딴 숲에 혼자 살지 않을까 싶다.

“잠시 나갔다 올 게.”

 “어, 어딜 가십니까?”

 당연히 도시는 아니다. 멀리 나갈 생각은 없었다. 거기에서 애새끼를 마주치기라도 하면 기분 잡칠 테니.

“근처에서 산딸기라도 따 오려고.”

 신도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으나 메타를 막지 못했다. 단단히 겉옷을 챙긴 그녀는 바구니를 찾으며 중얼거렸다.

 “달링이 먹을 잼. 좋아할까나…”

 물론 제 손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까진 없고 신도들을 달달 볶으면 될 일이었다. 눈치챘을 때 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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