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유언

단편

목화_솜 by 모카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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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편지를 세상의 마지막에 전합니다.’

 소라가 어렵게 구한 손바닥만한 종이 조각에 그 한 문장을 써내렸다. 고르지 못한 글씨체 때문에 과연 이 한 문장조차도 누군가 알아봐주기는 할런지, 문득 불안감이 고개를 들었으나 소라는 다시 한 번, 또 한 번 문장을 스스로 읽어보고 어떻게든 알아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후에야 종이를 돌돌 말아 유리병 안으로 밀어넣었다. 

  소라는 지금, 세상의 끝에 서있었다. 물리적인 의미는 아니었다. 지구는 둥그니까. 완벽한 구체에 끝점이란 것은 없다. 그럼에도 세상의 끝에 서있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구의 역사에서 공룡이 멸종한 이후 다시 없을 거라 생각했던 재앙이 소라의 바로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까만 하늘을 메운 커다란 천체. 녹색인지 검은색인지 혹은 보라색인지 구분조차 가지 않는 점액질의 바다가 눈 앞에서 들끓고, 밟고 선 모래사장 속에는 온갖 폐금속들이 숨어있었다. 

 세상은 꽤나 간단하게 종말을 맞이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인간들은 더이상 지구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았다. 온갖 중금속이 섞인 공기를 들이마시며, 하루에도 수 십 명씩 점액질 바다에 제 몸을 던지고, 밤하늘은 이제 까맣다 못해 어떤 날은 목성, 어떤 날은 토성이 그날의 달이 되는 이 기현상 속에서 사람들은 더이상 살고 싶지 않아했다. 

 그런 지구인들에게 구원의 손을 뻗은 것은, 인간들이 수 십, 수 백년을 찾아 헤매던 우주의 다른 지적 생명체였다. 그래, 외계인이라고 부르는 그것. 그들은 그렇게 불리길 원하지 않았지만. 

 아무튼, 그들은 문명의 끄트머리에 선 인간에게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를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 종말까지 어떻게든 악착같이 남아있던 나라의 수뇌부들은 그들의 말에 불신을 표했다. 어찌보면 당연했다. 인간과 흡사한 수준의 지능을 지닌 지적 생명체가 오로지 선한 도덕심만으로 몇 광년은 떨어진 지구까지 와서 지구인들을 구원한다? 그들의 본능이라는 것이 인간과 완전히 별개의 방식으로 쌓아올려져 우주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생명체를 구원하고 다니는 메시아적 성향을 보이는 것이 그들의 본능이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생존 욕구에 미친 인간 몇은 브로커를 통해 그들과 접촉했다. 그들은 수뇌부의 불신을 안타까워하며 어둠의 루트를 타고 자신들에게 접촉하는 인간들을 기꺼이 다른 행성으로 이주시켜주겠다고 약속하며 자신들의 우주선에 태웠다. 각 국의 수뇌부들은 그 사실을 알곤 비상에 걸려 그들과의 접촉을 삼가하고,  그들과의 협의를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를 해볼 것을 밝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사람들은 당장에라도 이 끔찍한 곳을 빠져나가고 싶어 하루에도 두 세 명 씩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결국 사람들이 대량으로 계속 실종되자 수뇌부들은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인간들의 선택에 매우 기뻐하며 기꺼이 자신들이 그들을 직접 찾아가 모시겠다고 신이 나서는 수뇌부 측으로 부터 세상에 남은 인간들의 명단을 받아갔다. 소라에게 외계인이 찾아온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유 소라. 나는 당신을 우리 배로 안내하기 위해 온 [  ] 입니다.”

 나름대로 예의를 차린 건지 묘하게 서툰 말씨로 그것은 자신을 소개했다. 물론, 무슨 말인지는 당최 알 수가 없었지만. 

 소라는 그것에게 마지막으로 할 것이 있다고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서 어렵게 구한 손바닥만한 종이 조각에 한 문장을 써내렸다. 그리곤 작은 유리병에 넣어 점액질 바다에 흘려보냈다. 지금으로부터 먼 옛날 조상들이 하던 낭만적이고 쓰잘데기 없는 행동이었다. 소라는 점액질 바다에 유리병을 흘려보낸 후에 돌아서서 그를 따라나섰다.

 그는 소라를 미리 근처에 정박해둔 ‘배’로 안내하며 넌지시 무엇을 한 것이냐고 물었다. 소라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작별 인사요. 이 세상에 전하는, 마지막 말이요.” 

 비록, 딱 한 문장 적었을 뿐이지만 이 행성에 생명체가 살았었다는 증거인 마지막 말을 남겼다고. 소라는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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