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단편
치직—, 치지직—.
“여기는 중앙 관제탑 알파 0-3. 우주선 B3-15, 응답 바랍니다. 다시 알립니다. 우주선 B3-15, 응답 바랍니다.”
세상에 우주가 보편화 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점차 지구를 떠나 우주 곳곳에 발을 디뎠고 어느새 세상은 마치 다른 나라에 비행기를 타고 가듯 우주선을 타고 다른 행성으로 여행을 다니는 시대가 되었다.
지석은 그런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청소년이 꿈꾸는 인기 직업 Top 5 안에 드는 우주선 선장이 되었다. 지석은 한 대형 여행사와 협업을 맺은 중소 항공사 소속의 선장이었다. 그가 운전하는 B3-15는 주로 중앙 정거장에서 약 1~10광년 떨어진 행성을 오가는 데에 쓰는, 선장 한 명과 대략 30에서 많으면 4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소형 우주선으로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손님이나, 지구 혹은 가족들이 이주한 행성에 방문하는 귀향객들이 주된 탑승객이었다.
B3-15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귀향철을 맞아 지구로 돌아가려는 귀향객들을 가득 채운 채 우주를 항해하고 있었다. 지석또한 몇 달 전 지구로 아내가 여행을 갔던 터라 이번 항해가 마무리 되면 자신도 지구에 잠깐 남아 가족들과 휴가를 보낼 생각으로 마음이 설레고 있었다.
중앙 관제탑 알파 0-3으로 부터 다급한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여기는 우주선 B3-15, 무슨 일 입니까.”
“B3-15, 지금 당장 선내 상황 확인 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안내드립니다. B3-15, 지금 당장 선내 상황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지석은 다급한 오퍼레이터의 말에 당황을 금치 못하고 뭐라 대꾸할 틈도 없이 그의 말에 따라 우주선 내 상황을 알려주는 홀로그램 창을 로드하니, 홀로그램 창은 빨갛게 물든 채 지석에게 선내 산소량 경고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선내에 잔여하는 산소는 적정량의 10%에도 미치지 못한 채 그 수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지석은 다급히 긴급 산소 공급 장치를 작동시켰으나, 이상하게도 수치는 오르지 않고 잠시 올랐다가 다시 내려가는 기현상만을 보여주었다.
지석이 다급하게 관제탑에 상황을 알리자, 관제탑은 다소 곤혹한 목소리로 충격적인 말을 전해왔다.
“여기는 알파 0-3. 현재 관찰되고 있는 우주선 B3-15 내에 산소 잔여량은 10% 미만, B3-15 선에서 지속적으로 산소가 유출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선내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거 아닙니까?”
지석은 그럴리가 없다며 억울한 목소리로 외쳤지만, 실제로 산소는 계속 어딘가로 유출이 되는 듯 계속 줄어들고만 있었다. 당혹스러운 지석의 상태에도, 알파 0-3은 연이어 충격적인 말을 전해왔다.
“B3-15 내에 생명 반응이 하나 외에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나. 그 말이 지석의 뇌리에 박혔다. B3-15는 최대 40명까지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우주선인데, 생명 반응이 하나라니. 그렇다면, 이 우주선에 남은 것은 지석 혼자라는 말이었다.
중앙 관제탑 알파 0-3은 반응이 없는 지석을 향해 지속적으로 응답을 재촉하며 회항할 것을 요구했다. 어떤 이유로든 사고가 발생한 우주선은 승객이 있든 없든 회항을 하는 것이 우주법으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B3-15? B3-15? 응답 바랍니다 B3-15. 지금 당장 회항하십시오. B3-15, 다시 알립니….”
관제탑 측 오퍼레이터가 말을 이으려다 말고 멈추었다. 옆에서 심각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함께 지켜보던 동료가 그 모습에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통신이 아예 끊겼어…. 워프 홀 소리가 났는데….”
“…미친.”
듣고 있던 동료가 기겁을 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B3-15와 통신을 하던 오퍼레이터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B3-15는, 선내 산소 유출 및 워프 오작동으로 그대로 실종되었다.
한 동안 온 우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B3-15 실종 사고는 사고 이후 5년이 지나서야 진상이 밝혀졌다.
당시 B3-15가 소속되어있던 항공사는 부도 직전의 위기에 놓여있었고, 이사진의 횡령 건을 수습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중소 기업에 불과했던 항공사는 여기저기 구멍이 난 장부를 메꾸려 갖은 노력을 다했으나, B3-15 사건으로 인해 세상에 드러난 장부에는 딱 50원 만큼이 비워져있었다. 그 50원은, B3-15의 산소실에 쓰이지 못한 수리비였다.
지석과, B3-15의 탑승객들은 그 50원 때문에 우주에서 영영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진상이 밝혀진 후 항공사는 세상의 뭇매와 비난에 휩싸이며 지석을 포함한 탑승객의 유가족들에게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한동안 B3-15 사건의 불이 꺼지지 않았던 이유는, 진상이 밝혀지는 계기가 되었던 그 5년 후 알파 0-3으로 전달된 한가지 모스부호 때문이었다.
‘나는 이대로 목적지로 가겠습니다. 내 우주선에는, 꼭 그곳에 가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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