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영선] 질투

백업 by 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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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창작

질투

W. 은월

[언니 나 조금 늦을 것 같다 미안 최대한 빨리 갈게] 

 1 [아니야 괜찮아 천천히 와]

   1 [오래 걸려?]

선은 보영의 문자와 자신이 보낸 문자에서 사라지지 않는 1을 보며 카페에 앉아있었다. 추운 날씨에 미리 보영의 것까지 시켰던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이미 미지근해져 있었고, 보영은 약속 시간에 거의 30분이 넘도록 안 오고 있었다. 선은 책상에 엎드려 문자를 보다가 이내 팔 사이로 얼굴을 파묻었다.

그래, 보영이가 친구가 많아서 그래. 선은 이 생각을 수십번째 머리 속에서 되뇌이고 있었다. 보영과 선은 사귀는 연인 관계였지만 달라도 너무 달랐다. 성격을 정확히 알려준다는 MBTI도 다 다르게 나왔으니. 가장 큰 반대되는 점은 친구였다. 

보영은 그야말로 인싸 중에서도 인싸였다. 축제 기간이 되면 항상 과를 불문하고 여러 사람들 입가에 오르내리는 그 이름 김보영, 신소재공학과 여신으로 불리는 김보영, 이 학교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사람 김보영. 항상 남녀 가릴 것 없이 친구들과 우르르 모여 다니는 것이 보영이었고 술자리에 매번 가는 것도 보영이었다. 하긴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남들보다 큰 키에 눈에 띄는 외모, 게다가 옷도 맨날 다르게 입고 다니니. 거기서 치는 게 아니라 심지어 성격도 좋아 춤도 잘 춰. 이 정도면 그냥 친구가 자연스레 많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선은 외향적인 그녀의 애인 보영과는 다르게 굉장히 내향적인 성격이었다. 조용히 다니고, 친구도 정말 가까운 몇 명만 은근 골라서 사귀고. 축제 때는 남들 손에 끌려다니다가 후회하고 먼저 가는 그런 포지션이었다. 그니까 그야말로 보영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보영과 함께 데이트를 할 때면 시도때도 없이 그녀에게 인스타 디엠과 카톡들이 왔다. 무음으로 바꾸고 무시하려고 애써봐도 계속 보이는 것은 새로 뜨는 알림창이었다. 정작 보영은 그것에 신경을 안 쓰는데 자신만 신경 쓰는 것 같아 서운할 때도 많았다. 아니, 서운한 감정이 맞나? 선은 이제 이 감정이 질투라고 판단했다. 자신이 싫었다, 애인한테 질투하는 꼴이라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도중 보영이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선을 이내 발견하고는 웃으며 앉았다. 뛰어온 건지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있었다. 보영은 가방을 내려놓고 선이 시킨 음료를 한 모금 마신 후 설명을 시작했다.

"언니 진짜 미안, 동아리 애들이 나 가지 말라고 하도 붙잡아서. 내가 바로 나오려고 했는데 이렇게 됐네. 진짜 미안해. 언니, 이거 미리 시켜준 거 고마워. 진짜 미안하고 다음부터 이런 일-"

"다음이 아니라 그냥 평소에 잘 했어야지."

"뭐?"

선은 보영의 변명에 짜증났다. 누구는 미리 와있었는데 누구는 동아리 친구들이랑 하하호호 하느라 늦었구나. 사실 선은 보영의 사정을 충분히 이해해줄 수 있었다, 그러나 선이 속상한 건 보영으로부터 느껴지는 열등감이라고 해야하나. 자신이 그저 폰을 하며 보냈던 시간에도 보영은 친구들과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는 게 질투났다. 선은 살짝 붉어진 눈가로 그동안 속상했던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보영아, 넌 나랑 만나는 게 만족이 돼? 주위에 친구도 많은데 굳이 나랑 만날 필요가 있어? 그리고 나보다 친구가 더 중요한 거 아니야?"

"아니 언니 그게 아니라..."

"모르겠다, 나 가볼게. 미안."

선은 갑자기 자신의 입에서 나온 날카로운 말에 자신도 놀라 다급히 짐을 챙기고 카페에서 쫓겨나듯이 나왔다. 선은 아직도 자신이 말할 때 보영이 짓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이해 못 하는 듯한 표정을 보이다가도 뭔가 고민하는 듯한 표정, 그러고는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선은 애인에게 모진 말을 내뱉은 자신이 미워 괜히 눈물이 나왔다. 정작 잘못한 건 자신인데. 

그 시각 보영은 카페에서 여전히 멍하니 있었다. 뭐지... 이 언니 나한테 속상한 거 있었나? 아니, 내가 그렇게 눈치가 없나? 보영은 깊어지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선이 자신에게 한 말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친구가 많아 자신은 안 만나도 되냐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충격적이었다. 

물론 보영도 안다, 자신이 인싸라는 걸. 보영의 주위에 친구들이 항상 많은 것도 사실이었고 친구 관계를 유지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연애에 신경쓰지 못 할 때도 생겼다. 근데 이 언니는 알까, 연애에 신경을 쓰다가 친구 관계에 신경을 못 썼던 적도 있다는 건. 친구와 애인의 균형을 못 맞춘 건 보영의 잘못이 맞았고 오늘 늦은 것도 보영의 잘못이 맞았다. 근데 그게 이렇게까지 화낼 일인가? 보영은 남의 감정에 잘 공감 못 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워졌다.

보영은 선의 연락처를 확인했다.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나름 연락 많이 하려고 수백명의 전화 번호 위에 뜨라고 앞에 의미없는 'ㄱ'도 붙였다. 보영은 전화를 할까말까 고민하다가 지금 연락하면 선도 생각할 시간이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보영은 내일 선의 수업이 끝나면 앞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선은 밤새도록 보영과의 대화창만 바라보았다. 혹시 몰라 전화를 할 수도 문자를 보낼 수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야속하게도 보영은 그녀에게 전화 한 통을 보내주지 않았다. 이제 내가 싫어졌나? 또 나오려는 눈물을 눈을 꾹 누르며 참았다. 선의 불안감은 계속 커져만 갔다.

"강의 끝."

교수님의 말씀에 학생들 모두가 우르르 나갔다. 선은 아직 아침도 먹지 못 한 상태였고 잠을 편히 못 자 다크서클이 진 눈을 가리려 모자를 쓰며 나가려던 참에 보영이 보였다. 선은 보영을 보고 움찔했다. 선이 아무 행동도 못 하고 있을 때 벽에 기대고 있던 보영이 선의 손을 잡고 걸었다. 보영의 표정이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아서 어느 정도 안심은 됐지만 여전히 불안한 건 사실이었다. 

보영은 선의 손을 잡고는 학생들이 잘 안 다니는 곳에 와서 의자에 앉았다. 선도 보영 옆에 따라앉았다. 보영은 이내 가방을 뒤적이고는 샌드위치와 음료, 약을 꺼냈다.

"언니 이거는 언니 아침 안 먹었을 게 뻔해서 맨날 언니가 먹는 걸로 사온 거고 아침부터 커피 마시면 속 쓰리니까 그냥 오렌지주스 사왔어. 괜찮지? 그리고 잠 못 잔 것 같아서 약 비슷한 거 사왔어. 피로할 때 먹으면 좋다고 하니까 이거 밥 먹고 먹어. 이거 그냥 즙이어서 물 안 마셔도 돼. 언니 바빠도 꼭 자고, 안 자면 생활패턴 다 무너진다. 아무튼 내가 30분 정도 뒤에 바로 강의 있어서 밥 같이 못 먹을 것 같아서 그냥 이거 샌드위치 먹어. 내가 마음 같아서는 저기 새로 생긴 식당 데려가고 싶은데... 거긴 나중에 가자."

평소처럼 자신을 챙겨주며 잔소리까지 하는 보영에 선은 어안이 벙벙했다. 어제 일에 관해 얘기 할 줄 알았는데 일상적인 얘기를 들으니 괜히 눈물이 나고 미안했다. 보영은 선이 먼저 얘기를 안 꺼내면 말을 안 할 것 같았기에, 그렇게 선을 배려해주는 보영이었기에 어제 애한테 괜한 말을 한 것 같아 미안했다. 선이 말을 할 타이밍을 재고 있었는데 보영이 먼저 말을 꺼냈다.

"언니, 미안해. 내가 요즘 신경 많이 못 써줬지? 내가 친구랑 언니랑 균형 잡는 거에 아직 서툰 것 같아. 이건 변명할 게 없고 어제 늦은 것도 미안해. 우리 그래도 나름 오랜만에 날잡고 만난 거였는데. 언니, 애인이 사랑에 많이 서툴고 그런 것 같아서 미안해. 근데 나는 언니의 솔직한 마음이 듣고 싶어. 어제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어디서 서운했는지. 말해줘."

선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또박또박 말하는 보영에 선은 내심 고마웠다. 이렇게 착하고 이성적인 아이를 질투했다는 게 연상으로써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선은 보영의 말에 귀를 살짝 붉히며 대답했다.

"...질투났어. 너는 친구도 많고 유명하고 인기도 많은데 난 그렇게 친구가 많지도 않잖아. 그래서 질투나서 그렇게 말한 거야. 친구도 많은 네가 굳이 나를 만날 필요가 있나... 싶어서. 미안, 너무 어린 생각을 했다."

"뭐야, 그런 거였어? 언니 귀엽다. 언니, 나는 언니랑 만나고 같이 있는 시간이 행복해. 치유받는 느낌이고 내가 온전한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야 언니는. 난 언니 없으면 이미 다 망가졌을 걸? 아 안 되겠다. 나 그냥 오늘 강의 째고 언니랑 놀래."

선의 말에 웃으며 보영은 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선은 갑작스레 들어온 스킨십에 흠칫 놀랐지만 가만히 보영의 손길을 느꼈다. 자신을 만나면 치유됨을 느낀다는 보영의 말이 고마웠다. 선은 이내 작게 중얼거렸다.

"...사랑해."

"언니, 잘 안 들려. 더 크게 말해주면 안돼?"

"사랑한다고오..."

"나도 사랑해 언니."

선은 자신에게 활짝 웃어보이는 보영을 보며 생각했다. 이제는 그녀의 애인을 보며 질투와 같은 바보같은 감정을 안 느끼게 될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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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 : 언니 그거 알아?

선 : 머

뿅 : 나 강의 쨌잖아

선 : 엉

뿅 : 그래서 학점 쬐끔 깎였다

선 : ??야 그건 쫌

뿅 : 언니가 점수보다 더 중요해 그리고 나 이번에 축제 때 춤 출 거니까 보러와아!!

선 : 알겟어 (김보영 개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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