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단편

[드레해리]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백업 by 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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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포이, 헤어져."

"왜? 우리 행복했잖아."

"난 널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근데 아니더라."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w. 은월

"포터. 나랑 사귀자."

"... 그래."

좋은 사람 널리 퍼져 있는데 굳이 네가 사귀자고 했을 때 알겠다고 대답한 건, 내가 널 사랑하게 될 줄 알아서였다. 좋아하는 감정과 사랑하는 감정은 엄연히 다르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감정은 내가 없으면 그 사람이 흐트러지길 바라는 것이고, 사랑하는 감정은 나 없이도 그 사람이 잘 살기를 바라는 것이다. 너에 대한 나의 감정은 좋아하는 감정, 그것도 표면적인 좋아함이었다. 그저 너의 얼굴과 재력만 보고 사귄 그런 연애였던 것이다.

이런 아무 감정 없는 나와는 달리 너는 우리의 연애에 진심이었다. 아무래도 넌 날 사랑했나 봐. 내가 볼드모트에 대항하는 편이었다는 걸, 원래 자신과 사이가 안 좋았다는 걸 알면서도 날 좋아하게 된 것. 사실 난 이해가 안 갔다. 정략결혼도 못 하는 날 왜 그리 사랑했는지. 데이트를 해도 항상 내가 좋아하는 걸 하고, 날 위해 널 쏟아부었다. 넌 몰랐나 봐, 이런 헌신이 나에게는 매우 부담스러웠다는 걸.

우리의 대화는 일방적이었다. 네가 나에게 질문을 하면 난 단답형으로 대답해주고, 네가 너의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난 의미 없는 반응을 해주는. 그런 영양가 없는 대화 말이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이런 답답한 대화를 어떻게 견디고 계속했는지도 의문이다. 이게 바로 너의 사랑인 걸까?

넌 이런 연애가 지속되는 동안 서운한 기색 한 번 보이지 않았다. 난 너와 연애를 하며 단 한 번도 설렌 적이 없었다. 평소에 잘생겼다 생각한 얼굴도 매일 보다 보니 익숙해졌고 너의 손길은 겉으로만 다정한 듯 보였다. 네가 내게 가로등 아래서 키스를 해도, 날 뒤에서 껴안아도 모든 게 그저 그랬다. 네가 진심으로 내게 한 키스는 나에게는 그저 한 순간의 쾌락일 뿐이었다.

난 이런 연애를 할 때, 널 언젠가는 사랑하게 될 줄 알았다. 학교에 다닐 때 항상 보았던 책들에서는 결국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지속적인 구애와 애정을 통해 결국 마음을 열고 사랑을 받아줬다던데, 결국 동화는 동화인가 보다. 현실은 잔혹했다.

넌 나의 마음을 원했지만 내가 원한 건 너의 재력, 몸 그 이상은 없었다. 너는 그저 내 힘든 하루의 끝에 잠시 느끼는 만족뿐이었다. 넌 나와 대화를 하고 싶어 했지만 나에게는 부담스럽고 귀찮았을 뿐이다. 넌 나의 하루를 궁금해했으며 난 너의 진심이 궁금했다. 넌 너를 향한 나의 마음이 궁금했고, 나 또한 너를 향한 나의 마음이 궁금했다.

넌 모르겠지만 너의 부모님께서도 나에게 압박을 주었어. 네가 없을 때 너의 부모님께서 나에게 하시는 말씀. 언제쯤 헤어질 거니? 그럴 때마다 난 대답했어. 1년 안에 사랑하게 되지 않으면 그때 깔끔하게 헤어질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물론 그 시간은 매번 줄어들었지. 네가 나에게 애정을 쏟을 수록 내가 느끼는 너의 진심은 줄어들었다. 너의 선물들, 내가 한 번씩 지나가며 혼잣말로 가지고 싶네, 라고 말했던 것들이었다. 이런 행동들은 결국 네가 나를 붙잡아두기 위한, 사랑이라는 거짓된 포장지로 예쁘게 덮어놓은 소유욕이었을 뿐이다. 

넌 날 사랑하기에, 그 사랑의 방법이 잘못 되었을지 언정, 우리 사이에는 그 흔한 싸움조차 없었다. 네가 날 다 이해해줘서 난 화가 날 이유가 없었거든. 이게 문제였던 걸까. 겉으로만 완벽해 보이고 사실 속은 텅 비어버린. 한 명은 얼음장 같은 상대의 말과 행동까지 받아내며 자신을 희생하며 사랑을 하는 반면 상대는 눈길 한번 주지 않지. 이게 한 쪽의 집착이나 이런 게 아니면 뭐야? 

"우리 행복했잖아 포터. 왜 헤어지자는 거야?"

"말했잖아. 난 너 안 사랑해. 그럼 넌 말하겠지. 난 너 없이는 안돼. 조금만 더 내 곁에 있어 줘. 개소리 하지 마. 너에게 필요한 게 진짜 나인 것 같아? 아니야. 너와 너의 가문은 순수혈통을 이어 나갈 가문의 딸이 필요해. 부모도 없는 남자애가 아니라. 너랑 사귀어봤자 서로 좋은 게 없다니까?"

"난 널... 정말 사랑했는데."

"사랑은 쌍방이어야지. 난 널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고마웠어. 미안해. 연락하지 마."

두 눈가가 빨개진 너를 뒤로 하고 후련한 듯 떠났다

드레이코, 후회하지 마.

난 널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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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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