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단편

[드레해리] 보낼 수 없는 편지

백업 by 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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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사랑하는 드레이코.

드레이코 안녕. 나야, 해리. 너에게 보내는 편지가 도대체 몇 번째인지 모르겠어. 너에게 이 편지가 닿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너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많은 걸 어떡해. 요즘은 여름이야. 약간 더운 게 너는 별로 안 좋아할 날씨네. 어둠의 표식이 보인다며 반팔을 못 입었던 너잖아. 난 그게 또 왜 그리 귀여운지 그럴 때마다 집에서 데이트를 하곤 했지. 

드레이코 기억 나? 너가 나한테 사귀자고 했던 그날. 너는 나에게 꽃다발을 주며 말했지. 평생 함께해줄 거라고. 물론 평생이 아니게 되었지만 말이야. 아무튼, 난 그 순간을 늘 잊지 못 해. 그날 묘하게 달랐던 너의 향수와 눈빛, 그리고 옷차림 하나하나까지. 모든 게 선명해. 마치 바로 내 앞에 있을 것 같아. 사람이 오랫동안 못 보게 되면 많이 희미해진다는데 왜 난 그렇지 않을까. 나 너 많이 사랑했나봐.

우리가 사귄다는 사실이 전교에 알려졌을 때도 재밌었지. 그렇게 허구한 날 치고박던 우리가, 서로 싫어하는 줄 알았던 우리가 사귄다는 게 그렇게 놀라웠나 봐. 뭐, 그 덕에 우리는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손을 잡고 다닐 수 있게 됐지만. 너가 론이랑 헤르미온느 얘기 별로 안 좋아하는 걸 알지만 하나 말해야겠다. 전에 둘이 나한테 너랑 왜 사귀냐고 물은 적이 있어. 난 그때 뭐라 대답했는지 알아? 그냥 너라서. 너라서 사귀는 거라 했어. 막상 이유가 잘 생각나지 않더라. 근데 난 그게 진짜 사랑인 것 같아. 그 사람이라서 사귀는 거.

그것도 생각났다. 너가 나보고 형이라 불러보라 했잖아. 너는 6월생이고 나는 7월생이었으니. 어떻게 보면 형이 맞았지. 그때 사실 그렇게 부르고 싶진 않았는데 너의 환한 미소를 보고는 형이라 불렀어. 나는 언젠가 너가 나에게 형이라 부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면 했는데. 이젠 그렇게 되버렸다. 드레이코, 넌 아직 19살인데 난 벌써 21살이야. 넌 아직 호그와트 전쟁 때의 나이네. 나한테 한 번만 형이라 해줘.

사람들은 날 영웅이라 부르곤 해. 볼드모트에 맞써 나라를 구한 영웅. 용감하게 맞써 싸우고, 사람들의 목숨을 지킨 영웅.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 하나도 못 지키는 게 무슨 영웅이야. 볼드모트에 싸우느라 너에게 신경도 못 썼어. 내가 볼드모트를 죽이고 널 봤을 때 넌 이미 피를 많이 흘린 상태였어. 정말이지, 내가 미치는 줄 알았어. 옆에서 사람들이 말하더라. 마법으로 어쩔 수 없다고. 난 너를 붙잡고 울기 시작했어. 넌 그냥 내게 해리 왜 울어라고 말해줬지. 우린 서로 말은 안 했지만 이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이라는 걸 직감했어. 넌 내게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겼지. 

사랑해.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이게 우리의 마지막 대화였어. 내 얼굴을 붙잡고 있던 손은 이내 힘없이 툭 떨어졌어. 그 뒤로는 기억이 잘 안 나. 확실한 건 내가 일주일 내내 울었다는 것뿐이야. 

내가 울면 너도 슬퍼할 테니 이제는 울지 않아. 

대신 너에게 이렇게나마 편지를 보내. 오늘 편지는 여기서 마쳐야겠다. 난 이제 이 편지를 또 책장 한 구석에 넣어놓고 자려고. 잘자 드레이코. 사랑해.

From. 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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