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신]
應身。중생을 위해 때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이 세상에 나타나다.
광한전 by 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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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 없이 이야기를 해보자.
사실 월녀란 존재는 명확한 목적을 갖고서 기원 보내기엔 그다지 좋은 대상이 아니었다. 물론 한때는 그녀만한 존재가 없던 시절도 있었겠지. 작금에야 숱한 인연 이어주는 크고 작은 신령들이 또 없던 시절에. 혹은 사람들의 기원 단순하고 인과 분명하여 흐름 지금만치 복잡하지 않던 시절에. 그리고 달이 지금보다 땅에 더 가깝던 시절에.
가히 최초라 할만한 존재들을 이어 줄 때에는 그다지 큰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권속이 생기고 후계가 이어지던 때에는 조금 더 세심할 필요가 있었다. 사람의 자식이 번성하던 시기에 이르러 묘정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연 하나하나를 온전히 매듭지어주기에는 세상이 너무 커져있었다.
그때부터 묘정은 세상을 하나의 흐름으로 인지하기 시작했다.
이쯤 해서 묘정의 응신은 應身이라기보단 應神에 가까워진다.
대저 달에 대고 무언가 비는 사람들이란 정말로 월신이 제 앞에 현현하길 바라고 비는 것이 아니었다. 묘정은 그들 앞에 현현하는 대신 멀리서 관망하기를 택했다.
다만 보다 더 많이, 더 너르게. 멀리, 더 멀리서 응답하기로.
달이 땅에서 멀어질수록 응집하는 기원은 거대해지고, 하나의 흐름으로 수렴 가능해진다.
"그것이 너희 소망과 조금 다른 결말을 가져다 줄지라도."
원망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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