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전야 2장

2-2. 세 가지 규칙

2. 밀랍 인형의 이름으로

짤랑~

문을 여는 순간, 강한 현기증이 당신에게 밀려온다.

눈앞이 깜깜해지며, 귀 옆에서 약한 전류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그 후 당신에게 밀려들어온 건——제비꽃과 육두구 향이 섞여 있고, 거기에 독특한 나무의 향이 가해진 향기이다.

젠킨

킁킁…… 좋은 향이네!

신비로운 손님

……

여인은 우아한 자태로, 당신들 곁을 천천히 지나간다.

젠킨

저기, 사람이——

라모나

그분은 박물관의 손님입니다. 저희의 조사 대상은 아닙니다.

라모나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우리는 밀랍 인형 박물관을 조사하러 온 손님이니……

젠킨

경솔하게 행동하지 말 것, 하지 말아야 할 말도 하지 말 것——백 번이나 말했잖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라모나

좋습니다, 깔끔하네요. 이제 들어가도록 하죠.

21:55 로저스 밀랍 인형 박물관

로비

박물관 내부의 배치는 오래되어, 숨을 쉴 때마다 건조한 먼지가 떠다니고, 희미한 악취가 그곳을 감싸고 있다.

한 소녀가 접수대에 앉아, 《동물 사육 지침》이라는 제목의 잡지를 흥미롭게 넘겨보고 있다.

키퍼

안녕하세요, 선생님. 여기가 로저스 밀랍 인형 박물관인가요?

???

……

키퍼

들어가서 관람해도 될까요?

???

……

???

흥흥흥, 라라라~

???

안타깝게도, 이 숙녀분께선 청력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 같군요. 저희는 그냥 바로 들어가죠.

???

싫네요, 처음부터 이렇게 무례하게 나오다니. 만약 관심을 끌고 싶다면……

???

성공했어요, 달링~

라모나

……

젠킨

푸훗, 달링이라고……?

판디아

처음 뵙겠어요, 저는 로저스 밀랍 인형 박물관의 관리자예요. 그냥 판디아라고 불러주세요~

판디아

여러분은 이 오밤중에 예술을 감상하며 정화하러 오신 것인가요, 아니면 자만심 강한 의학자들마냥 자료를 훔치러 온 것인가요?

키퍼

……의학자? 자료?

판디아

아아! 설마…… 그 ⋏⸌ⶫ⹩‒ⰸ℅를 보러 오신 것인가요?

키퍼

아, 방금 내 의식에서 뭔가 불결한 걸 걸러낸 것 같은……

젠킨

저희는 로저스 님의 충실한 숭배자들로, 로저스님의 명성을 듣고 걸작을 경배하러 찾아왔습니다. 이름이…… 보, 보…… 맞아!

젠킨

1) 《볼티모어의 봄》!

1) 원문의 직역은 《발트 해의 봄》이다.

라모나

……나쁘지 않네요. 적어도 1) 볼티모어라는 곳은 알고 있군요

젠킨

뭐야, 설마 볼티모어가 아냐? 그럼…… 보스니아, 2) 보사노바…… 3) 보헤미안?

2) 원문에서는 바르바로사.

3) 원문에서는 파인애플.

키퍼

젠킨, 너한테 맞히길 강요한 적 없어…

라모나

죄송합니다, 이 친구가 글자는 잘 모르지만,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에는 한치의 물러남도 없습니다.

라모나

바로잡죠, 《보티첼리의 봄》입니다.

판디아

그——래——요——?

판디아

작은 달링을 실망시켜야 할 것 같네요. 로저스 님이 마침 오늘 밤 외출을 하셨거든요.

젠킨

뭐라고?! 그럼 어떻게——

라모나

젠킨.

라모나

아아, 죄송합니다. 그 녀석……

아니, 로저스 선생님께서 만약 안 계시다면, 그냥 둘러보는 건 되겠죠……

판디아

음……

판디아

《봄》은 로저스 님의 열정과 재능, 변태성을 결합한 걸작이죠! 여러분의 예술적 취향이 괜찮은 편이니……

판디아

여러분께서 규칙을 지켜주신다면, 저도 여러분들을 입장시켜 드릴게요.

판디아

그럼, 여러분은 규칙을 잘 지키는 손님이신가요?

[네]

[아니오]

판디아

음…… 지루한 대답이네요.

판디아

그럼, 규칙을 지키는 어린 양들께선, 꼬리를 붙들고 얌전히 따라오시죠.

소녀는 일행을 전시실 입구로 데려가, 양손을 허리에 올리고 관리자다운 자세를 취한다.

판디아

잘 들으세요, 달링. 여기에서는 절대로, 결코, 맹세코 깨뜨려서는 안되는 세 가지 규칙이 있어요~

판디아

첫째, 밀랍 인형을 만지지 않는다.

판디아

둘째, 조각상을 덮은 천을 들추지 않는다.

판디아

셋째, 박물관 안에서는 피를 흘리지 않는다.

판디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세 개예요, 이해하셨나요?

라모나

정말로…… 독특한 규칙이군요. 이건 누가 정한 겁니까? 로저스 선생님?

판디아

히히, 비밀이에요~

젠킨

쯧, 이게 다 뭐람.

젠킨

내가 몰래 나쁜 짓을 하려고 해도, 발견 못할 텐데……

판디아

아이, 말 안 듣는 쥐가 귀엽기도 맹랑하기도 하네요, 여러분께 작은 조언을 드릴게요.

판디아

너무 똑똑한 척 하지 마세요.

판디아

이 세 가지 규칙을 어긴다면, 할머니의 췌장 상자를 뒤엎는 것보다 100배, 아니, 1000배로 심각해질 테니까요.

젠킨

흥, 허세야.

판디아

참고로, 이 박물관에는 안내 서비스가 없답니다. 만약 달링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판디아

뒷일은 알아서 감당하세요.

판디아

이제, 자유롭게 전시를 즐겨주세요~

카테고리
#기타
추가태그
#번역

해당 포스트는 댓글이 허용되어 있지 않아요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