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

[진화랑] 썰 모음 20

뎁진화랑 1개, 진화랑라스 1개, 진화랑뎁진 1개. 2023년 3월 21일 연성.

1. 갑작스럽게 데빌과 진의 인격이 서로 바뀐 상황에서 진의 몸으로 화랑과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하는 뎁진으로 뎁진화랑.

이게... 어떻게 된거지. 잠에서 깬 데빌은 제가 깨어난 곳이 멀쩡한 장소라는 사실에 한번 놀랐고 그 후 거울에 비춰진 것이 자신이 아닌 카자마 진의 모습이라는 점에 두번 놀랐다. 자신과 진이 카자마 준에 의해 분리된 후 자신은 야쿠시마의 숲에서 몸을 숨기고 지내다 밤에만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런 자신이 카자마 진의 몸에서 깨어나다니. 이게 어떻게 된걸까, 잠시 생각하던 데빌이 이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지금쯤 자신의 몸으로 깨어난 카자마 진이 얼마나 당혹스러워할지 생각만 해도 꽤나 유쾌했으니까. 그럼... 한번 나가볼까. 옷장에서 대충 옷을 꺼내 입은 데빌이 방을 나왔다. 여긴... 아아, 그 위그드라실인가 뭔가 하는 곳의 본부인가. 분명... 세상을 복구하던 중이라고 했던가. 높은 고층에서 창문 밖으로 내려다본 세상은 날아다니며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 진? 오늘 쉬는 날인데 꽤나 일찍 일어났군 "

자신이 아닌 카자마 진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데빌의 눈에 라스가 들어왔다. 라스 알렉산데르손이었나. 또 다른 데빌의 소유자에게 대항하던 위그드라실이라는 조직의 리더였지. 뭐, 카자마 진의 아군이었으니 적대할 이유가 없겠지. 일단 지금은... 적당히 맞춰줄까. 데빌이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 아아, 밖에 좀 나가볼까 해서 "

" 그래... 뭐, 가끔은 기분 전환도 나쁘지 않겠지 "

" 음, 그럼 먼저 가지 "

데빌이 라스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과연 겉모습이 카자마 진인 덕분인지 라스는 크게 의심하지 않는 듯 했다. 아니면 어지간히 신뢰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세상을 구했다는 타이틀의 유용함을 카자마 진의 몸으로 실감하게 될 줄은 데빌도 예상하지 못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로 내려오니 데빌의 눈에 익숙한 사람 몇몇이 보였다. 리 차오랑, 알리사 보스코노비치, 에밀리 드 로슈포르, 카자마 아스카. 전부 다 카자마 진의 아군들이었다. 역시 건물이 건물인 만큼 그와 관계된 인간들이 우글거리는군. 조금... 귀찮을지도.

" 진? 꽤나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는군 "

" 진씨, 좋은 아침입니다 "

" 아아 "

리와 알리사의 인사에 대충 받아 준 진이 잠시 무리 속에 섞여 네 사람이 떠드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이야기의 내용은 모두 세계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역시 세상을 난장판으로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짧지만 원상태로 복구하는 시간은 오래 걸리는군. 하긴 당연한건가.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는 중간중간 알리사가 자신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으나 데빌은 내색하지 않았다. 안드로이드인 그녀는 지금 진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자가 진이 아닐 수도 있다고 느끼는 것 같지만 확신하지 못한 듯 데빌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자, 그럼 슬슬 빠져볼까. 그렇게 생각하고 입을 열려던 찰나였다.

" 뭐야, 여기서 뭐 모임이라도 하고 있어? 로비에서 뭐하는거야? "

" 화랑씨 "

" 아아, 또 시끄러운 사람이 왔군요 "

" 시끄러운 사람이라니. 본인은 아닌 것 처럼 굴지 좀 말지, 아가씨? "

로비로 성큼성큼 들어온 건 저녁 노을 빛을 닮은 붉은 머리칼을 가진 남자, 화랑이었다. 무슨 볼일이 있던건지 아침부터 위그드라실의 본부에 들린 화랑의 눈이 모여있던 사람들을 훑다 진에게 닿은 순간. 화랑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롭게 변했다. 잠시 말이 없던 화랑이 덥썩 진의 손목을 붙잡았다. 이 자식한테 좀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그럼 급하니까 먼저 간다. 수고해. 다른 사람들이 뭐라 말할 타이밍도 주지 않은 체 성큼성큼 자신을, 정확하게는 진을 끌고 가는 화랑의 뒤를 데빌은 느긋하게 따라갔다. 건물을 벗어나 적당히 사람이 없을만한 으슥한 골목길에 들어선 화랑이 손목을 놓아줌과 동시에 멱살을 잡았다.

" 진 어디있어, 이 괴물 자식아 "

" ...하핫. 정말 어떻게 알아차린 건지 궁금하기 그지 없군 "

" 묻고 있잖아, 진 어디있냐고! 왜 네가 진의 몸에 있는거야! "

" 그건 내가 묻고 싶군. 나 역시 영문을 모르겠으니 말이야 "

멱살을 잡힌 체로 여유롭게 양손을 드는 데빌에 화랑이 으득 이를 갈았다. 그런 화랑을 바라보던 데빌이 미소를 지었다. 진의 몸으로 짓는 그 미소는 화랑의 눈엔 정말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세상 모든 것을 비웃는 것 같은 비릿한 미소. 화랑이 거칠게 멱살을 놓으며 팔짱을 꼈다. 설명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다. 하핫... 잠시 웃던 데빌이 선심쓴다는 말투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고 일어나니 카자마 진의 몸에서 깨어났고 왜 몸이 바뀌었는지도 자신도 모른다는 설명에 화랑이 거칠게 제 머리를 쓸어 올렸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네. 작게 중얼거린 화랑이 데빌을 노려보았다.

" 그래서 나가서 뭘 하려던 생각이었어? 진의 몸으로 날뛰려고? "

" 미안하지만 지금 난 데빌이 아니야. 평범한 인.간.인 카자마 진이지. 날아다닐수도 없고 레이저도 쏠 수 없다. 그런 내가 날뛰어봤자 결국 손해 보는 건 내 자신이겠지. 난 그저 밖을 구경하고 싶었던 것 뿐이야. 평상시엔 밤일 때만 움직일 수 있는 몸이니까 말이지 "

" ...그걸 어떻게 믿어? "

" 그럼 "

데빌이 화랑의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고는 그 귀에 작게 속삭였다. 날 따라다니면서 감시라도 하던가. 내가 카자마 진의 몸으로 무슨 짓을 하는지 말이야. 낮은 목소리로 간지럽게 속삭이는 목소리에 화랑이 징그럽다는 듯 손가락으로 데빌의 이마를 가볍게 밀치고는 손바닥으로 제 귀를 매만졌다. 뭐하는거야, 이 괴물이. 괜시리 툴툴거리고 있으려니 데빌이 웃고는 휙 몸을 돌려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빨리 따라오라고, 화랑. 그 말에 화랑이 낮은 한숨을 내뱉고는 진. 아니, 데빌의 뒤를 따라갔다.

" 정말이지... 벌레들이 득실득실하군 "

" 말투 너무 나쁘잖아! 누가 괴물 아니랄까봐 말하는거 하고는 "

화랑이 혀를 찼다. 선량하고 선한 진의 모습을 하고는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온통 인간을 비하하는 말 뿐이다. 데빌은 정말 아무 짓도 하지 않고 군중들 사이를 말 그대로 산책하며 사람 구경을 하고 있었다. 화랑은 그 옆을 따라다니며 가끔씩 질문을 던져오는 데빌의 말에 답변을 해주고 있었다. 이 녀석... 생각보다 너무 평범하게 구경하는데... 진짜 그냥 세상 구경이 목적이었나...? 아, 그나저나 배고픈데... 화랑의 눈이 빠르게 주변을 훑다 핫도그를 파는 푸드트럭을 발견하고는 잽싸게 2개를 사와서는 하나를 데빌에게 건넸다. 데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뭐지? "

" 뭐긴 뭐야, 먹을거지. 니놈 따라다니느랴 식사 시간도 넘겼다고. 이런 거라도 먹어야지 "

" 흐음 "

" 너한테는 식사라는 개념이 없나? 그럼 어디서 에너지를 얻고 날뛰는거야? "

화랑이 한입 크게 핫도그를 베어 물었다. 오, 생각보다 맛있네. 그런 화랑을 보던 데빌도 제 손에 들린 핫도그를 보다 한입 크게 베어 물더니 느릿느릿 씹었다. 평소라면 맛이라는 걸 느끼지 못할텐데 지금은 인간인 카자마 진의 몸이기 때문일까. 데빌은 혀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맛에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 제 몸이 누구의 것인지 인식하자마자 배가 고파왔다. 정말 인간의 몸은 귀찮은 일 투성이군. 하지만 데빌일 때는 느끼지 못한 새로운 감각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선... 조금 신선할지도. 데빌의 눈이 제 옆의 화랑에게 향했다. 순식간에 핫도그를 먹어치우고는 입맛을 다시는 화랑의 모습도 신선했다. 매번 자신만 보면 호승심에 으르렁거리더니 카자마 진의 몸이기 때문일까, 경계심이 약해진 그는 빈틈투성이었다. 그런 화랑을 가만히 바라보던 데빌이 손을 들어 그를 향해 뻗었다. 제 코 앞까지 손이 오고 나서야 알아차린 화랑이 흠칫 놀라던말던 손이 그의 입가를 훑더니 데빌이 엄지 손가락을 가볍게 핥으며 웃었다.

" 아이가 아닐텐데. 묻히고 먹지 말라고 "

" 읏, 쓸데없는 참견이야! "

잔뜩 붉어진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지른 화랑이 자리를 잠시 벗어난 사이 손에 들려있는 핫도그를 모두 먹어치운 데빌이 입가를 정돈하는 사이 차가운 무언가가 데빌의 볼에 닿았다. 살기가 없는 행동에 힐끔 바라본 그곳엔 화랑이 무언가가 담긴 플라스틱 컵을 들이밀고 있었다. 데빌이 컵을 받아들자 화랑이 제 몫의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내용물이 갈색인 화랑의 컵과 달리 투명한 색을 띄고 있는 그것을 보던 데빌이 가볍게 빨대를 입에 물고 들이마셨다. 상큼한 과육 조각과 톡 쏘는 탄산, 레몬에이드였다. 말없이 음료를 마시던 데빌을 보던 화랑이 가볍게 웃었다.

" 쓴 것보다는 그게 입맛에 맞을걸? 커피는 아무래도 호불호가 갈리니까 말이야 "

" ...그걸 판단하는건 네가 아니야 "

데빌의 손이 화랑의 멱살을 잡아 당기더니 그대로 입을 맞췄다. 화랑의 눈이 커짐과 동시에 주변의 지나가던 군중들의 탄성과 작은 비명 소리가 터져나왔다. 혀를 밀어넣어 입안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훑던 데빌이 입술을 떼더니 작게 웃었다. 그래,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맛이군. 그 말에 화랑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이내 버럭 소리를 질렸다.

" 무슨 짓이야, 이 빌어먹을 자식아! "

" 어차피 익숙하잖아? 카자마 진과 그런 사이일텐데 "

" 몸만 진이면 뭐해? 안의 내용물이 다른걸! "

그 말에 데빌이 눈을 가늘게 뜨다 이내 화랑의 멱살을 놔주고는 컵을 든 체 앞장서기 시작했다. 야! 아오, 진짜. 졸지에 습격당한 화랑은 뭐라 항명하기도 전에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데빌의 뒤를 황급히쫓았다.

" 이 몸으로 다른 음식도 먹어보고 싶어졌다. 그러니 빨리 안내해라 "

" 내가 무슨 여행 가이드인줄 아냐! 멋대로 굴지마! "

" 안내하지 않으면 이대로 날뛸거다 "

" 협박이냐, 누가 괴물 아니랄까봐! "

버럭 소리를 지르는 화랑을 보며 작게 웃던 데빌의 시선이 문득 하늘로 향했다. 구름 한조각도 없는 맑은 하늘에 무언가 있다는 듯 보던 데빌이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무언가를 비웃었다. 단 한 번일지 모르지만... 거기서 실컷 분노해라, 카자마 진. 데빌의 손이 화랑의 손을 잡았다.

" 자, 빨리 안내해라 "

" 아, 알았어! 일단 손 놔! 놓으라고! "


2. 오른쪽 눈 멀쩡해 보이나 실상은 이미 실명 당한 상태고 그 여파로 왼쪽 눈도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조만간 실명 당한다는 이야기에 당사자는 태평하고 주변 사람이 속 터지는 걸로 진화랑라스.

언제부터였습니까, 화랑씨. 알리사의 말에 화랑이 말없이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전쟁이 끝나 세계 복구도 막바지에 이르러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가고 의미가 변질 되었던 철권 대회도 다시 열린다는 희소식이 들리던 때였다. 화랑은 마지막으로 자신들에게 할당된 지역의 복구 보고서를 전달하고는 돌아가려던 참이었는데 그런 그를 붙잡은 건 알리사였다. 화랑이 일부로 의도적으로 만나는 걸 피하던 안드로이드. 그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는 결국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언제였을까, 저번 보고 때 잠깐 눈이 마주쳤던 그 순간이었을까. 정말 그때라면 그것도 대단하네. 여하튼 하필이면 발뺌하기도 힘든 녀석한테 걸려버렸다. 일단... 자리를 좀 피할까, 복도에서 이야기하다 다른 녀석들한테 들키긴 싫으니까. 그 말에 알리사가 아무도 없는 빈 회의실로 그를 안내했다. 회의실에 도착해 제 머리를 가볍게 긁적이던 화랑이 제 오른쪽 눈을 향해 손을 가져가더니 이내 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건 콘텍트 렌즈였다. 품에서 케이스를 꺼내 렌즈를 넣은 화랑이 후, 숨을 내뱉고는 천천히 눈을 깜박이다 알리사를 바라보았다. 알리사의 눈에 화랑의 초점 없는 눈이 보였다. 특수 렌즈야. 얼핏 보면 눈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지도 못할걸. 알리사, 너니까 안거지. 그 말에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잠시 스캔해봐도 괜찮겠습니까? "

" 하지말라고 해도 할거잖아? 해 "

그 말에 알리사가 실례하겠습니다, 말을 건네고는 조심스럽게 코 앞까지 다가오자 화랑이 왼쪽 눈을 감았다. 아뇨, 왼쪽 눈도 뜨시기 바랍니다. 그 말에 화랑이 쓰게 웃으며 왼쪽 눈도 떴다. 눈 피하지 마십시요. 부끄러우니까 최대한 빨리 해줘. 선처하겠습니다. 잠시 눈을 마주치던 알리사가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화랑씨... 나직히 제 이름을 부르는 알리사에 화랑이 가만히 바라보다 한마디 툭 던졌다. 얼마나 남았어? 그 말에 알리사는 침묵하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오른쪽 눈은 이미 실명 상태입니다. 미세 파편으로 인한 시신경 손상으로... "

" ...그래. 예측 가는게 있지. 아마도 그때겠지... 뭐, 내가 궁금한건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이야 "

" 왼쪽 눈도 시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아마도 오른쪽 눈의 영향이겠죠. 어째서 적출 수술을 하지 않으셨습니까? "

" 그럴 타이밍도 그럴 상황도 아니였다는거 잘 알고 있잖아, 알리사 "

"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에도 화랑씨는 말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때라도 저희에게 말을 하고 적출 수술을 요구했다면... "

" 진 때문이겠지 "

순간 회의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그 누군가를 본 화랑이 혀를 찼다. 역시 알리사가 알고 있는 시점에서 댁한테도 이야기를 했을거라고 예상했는데... 라스. 화랑이 입에 담은 이름의 주인공인 라스가 문을 닫고 천천히 다가왔다. 라스의 말에 알리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어째서 진씨 때문이라는 겁니까? "

" 진을 구하는 과정에서 그가 실명 당했기 때문이지 "

" ...뭐야,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 "

화랑이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화랑을 보며 라스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건 UN의 창시자이자 같이 공투를 벌인 빅터와의 대화였다. 아자젤을 흡수한 카즈야를 상대로 클라우디오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공투하던 일행들은 모두 미시마 가와 관계가 있거나 안드로이드거나 UN이라는 거대 조직의 창설자 등, 힘을 증명한 사람들 뿐이었다. 정체를 알수 없는 레이나는 미시마류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헤이하치와 관계가 있는 자라는 의심이 있었다. 하지만 화랑은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정말 일반인에 가까운 격투가였다. 비록 예선전에서 그의 강함을 확인했다지만 그런 그를 이런 일에 끌어들여도 되는건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을 때 그걸 속시원하게 해결해 준 사람이 바로 빅터였다.

" 화랑인가, 그라면 문제 없네. 그는 그 데빌을 쓰러트린 강자니까 "

" 데빌을...? 대체 어디서... "

" 중동이었지. 확보했던 카자마 진이 데빌화하여 도망치고 그를 수색하던 중 데빌이 의문의 누군가에게 쓰러진 후 인간 상태로 도망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지. 그리고 그가 우리가 던진 수류탄에 진을 구하고 눈을 다쳤다는 이야기도. 나중에 신상 조사를 해보니 화랑 그였다네 "

" 중동... "

그때인가...! 라스는 시장에서 잔뜩 지친 모습으로 도망치던 진을 구한 그때를 떠올렸다. 분명 자신도 진이 데빌 상태로 도망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데빌이 순순히 주도권을 줄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화랑에게 패배했기 때문이었나. 자신이나 진처럼 혈통적으로 무언가 있지도 않으면서 그 정도의 강함이라니. 라스가 화랑을 작전 인원에 제외하지 않은 건 모두 그 대화 때문이었다. 빅터와 나눈 이야기를 회상한 라스가 나지막히 한숨을 쉬었다. 빅터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에 화랑이 칫, 혀를 찼다.

" 사람 한 쪽 눈 날려 먹고는 그걸 홀라당 다른 사람한테 말한다 이거지. 입이 너무 가볍네, 그 양반 "

" 다른 이야기를 하다 알게된 거지만 말이야. 여하튼 적출 수술을 하지 않는건 모두... "

" 그래, 그 얼간이 때문이야. 그 자식 바보같이 착해 빠져가지고는 분명 자기 때문에 내가 이런 꼴이 된 걸 알면 또 땅 파고 들어갈걸? 난 그런 모습을 보고 싶은게 아니야. 안그래도 예선전 때도 그 얼간이 때문에 제대로 싸우지도 못했는데 "

" 이해불가입니다. 그 때문에 화랑씨는... "

" 이해해달라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그럼 내가 뭐 누구씨 덕분에 오른쪽을 실명 당했고 왼쪽도 실명 직전이라고 말해야 한다는거야? 그건 내가 싫어. 그건 마치 내가 실명 당한게 진 때문인 것 처럼 들리잖아. 이건 내 선택의 결과야. 그걸 누구한테 떠넘기는 짓 같은 건 절대로 안해! "

꽤나 단호하게 외치는 그 말에 알리사도 라스도 잠시 할 말을 잃어버리고 화랑을 바라보았다. 진짜 심지가 굳은 말이었다. 누군가를 구하다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긴다면 그 누군가를 원망하며 절망을 할만도 했지만 화랑은 원망도 절망도 하지 않았다. 하아, 짧게 한숨을 쉰 화랑이 무언가 더 말하려던 순간이었다. 읏, 갑자기 화랑이 손으로 왼쪽 눈을 가리더니 고개를 숙였다. 화랑! 이마에 힘줄이 돋을 정도로 잔뜩 인상을 찌푸린 체, 무언가를 견디는 모습에 알리사가 황급히 화랑을 스캔했다. 안압 급상승, 그로 인해 두통이 심합니다. 그 말에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통증을 견디던 화랑이 남은 손으로 가볍게 손짓을 했다.

" 됐어... 조금만 견디면 괜찮아지니까... "

" 그래도 조치는 필요합니다. 화랑씨를 부탁합니다. 저는 따뜻한 수건을 가져오겠습니다 "

" 아, 그래 "

알리사가 회의실을 나가고 책상에 걸터 앉은 체 크게 숨을 내쉬는 화랑을 보던 라스가 왼쪽 눈을 가린 손에 제 손을 겹치며 조용히 물었다. 얼마나 자주 이러지? 라스의 질문에도 화랑은 통증을 견디느랴 대답할 여력도 없는 듯 했다. 반쯤 뜨고 있는, 초점 없는 눈에서 생리적인 눈물이 흘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화랑은 혼자서 고통을 견디고 있었다. 하얗게 변할 정도로 꽉 쥔 주먹을 보던 라스가 낮게 한숨을 쉬고는 왼쪽 눈을 가린 손을 치우게 하더니 화랑의 머리를 끌어당겨 제 어깨에 기대게 했다. 왼쪽 눈으로 옷 너머로 느껴지는 체온에 화랑이 낮은 숨을 내뱉으며 오른쪽 눈을 깜박였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느껴지는 온기가 이리도 따뜻하게 느껴질 줄이야. 하, 화랑의 입에서 어이없다는 탄식이 나왔다.

" 진짜 댁이나 알리사나... 사람 돌보는걸 너무 좋아하는거 아냐? 

" ...그런가 "

" 화랑씨, 이걸 "

회의실로 돌아온 알리사의 말에 라스에게서 한발짝 물러선 화랑을 향해 가지고 온 따뜻한 수건을 건네려는 걸 대신 받은 라스가 대신 왼쪽 눈에 수건을 대고 지긋이 눌렀다. 아니, 잠깐. 내가 해도 되는데. 가만히 있어라. 눈에 힘주지 말고 최대한 평소처럼 있어주세요. 둘의 말에 화랑도 어쩔 수 없다는 듯 힘을 풀며 책상에 걸터 앉아 손으로 책상을 짚었다. 여전히 시력을 잃어버린 초점 없는 오른쪽 눈을 깜박이는 화랑을 보던 라스가 아까 답을 듣지 못한 질문을 다시 던졌다.

" 얼마나 자주 이러지? 

" ...일주일에 한번 정도 "

" 처음엔? "

" ...한달에 한번이었나 "

" 주기가 점점 짧아진다는건 그만큼 상태가 약화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화랑씨, 지금이라도... "

" ...하아, 나도 생각은 있어. 하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야 "

" ...진과 마지막으로 싸울 생각인가 "

그 말에 화랑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철권 리그가 한달 후에 다시 열린다지? 한달 정도면 버티겠지. 그 후엔 미련 없이 적출할거야. 아, 왼쪽 눈은 각막 이식 같은 걸로 시력 회복이 가능하다니까. 그 후엔... 아니다, 말이 빠를 필요는 없지. 여하튼... 이제 됐어, 라스. 화랑의 손이 라스의 손을 치웠다. 두통이 사라진 듯 화랑이 한결 편해진 표정을 지었다. 라스에게서 수건을 받아든 알리사가 마치 어린아이를 타이르듯 화랑에게 말을 건넸다.

" 뜻은 알겠습니다. 그럼 적어도 하루에 한번이라도 꼭 온찜질을 해주세요 "

" 알았어, 알았어. 그럼 이야기는 끝난 것 같으니 나가볼까 "

화랑이 다시 오른쪽 눈에 렌즈를 끼고는 회의실을 나가자 알리사도 그 뒤를 따랐다. 둘이 나가고 마지막으로 나가려던 라스는 방금 전 화랑이 짚고 있던 책상에 핏자국이 남은 걸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내 말없이 손으로 핏자국을 닦아내고는 회의실을 나갔다. 알리사와 몇마디 더 나누던 화랑이 라스도 회의실을 나오자 볼일이 끝났다는 듯 가려는 걸 그가 붙잡았다. 화랑. 왜? 필요하다면 그 수술은 우리가 해주지. 그리고 그 후에도. 그 말에 화랑이 표정없이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 하여간에 사람 돌보는거 너무 좋아한단 말이지... 뭐, 내키면 "

수고하고 한달 후에 대회장에서 보자고. 명확하게 답을 주지 않고는 가버리는 화랑의 뒷모습을 보던 알리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역시 저로서는 알기 힘든 감정입니다. 그 말에 라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뒤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스, 알리사. 그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 진씨 "

" 거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그리고 저 앞에 가는 건... "

진의 시야에 점점 멀어지다 휙 복도 끝에서 사라지는 화랑이 들어왔다. 그런 진에 라스가 별거 아니라는 말투로 대답했다. 잠깐 그와 이야기를 나눈 것 뿐이야. 그래...? 내용은? 내용을 묻는 질문에 라스도 알리사도 침묵했다. 그런 둘을 잠시 바라보던 진이 입을 열려는 순간.

" 별거 아냐. 그냥 시덥지 않은 이야기지. 그렇지, 알리사 "

" 네, 그렇습니다. 진씨가 알아야 할 정도의 내용은 아닙니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

꽤나 단호하게 대화를 자른 알리사가 먼저 성큼성큼 앞장서서 걸어가고 그 뒤를 라스가 따라갔다. 툭, 진의 어깨를 한번 두드려주고서. 그런 둘을 바라보던 진의 시선이 방금 전 셋이 있었던 회의실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선 진이 회의실을 가볍게 훑더니 이내 책상 위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희미하지만 책상에 남아있는 붉은 핏자국이 보이자 진이 손을 뻗어 천천히 그 위를 훑었다. 손에 묻어날 정도로 굳지 않은 피에 진이 조용히 이름을 읊조렸다.


3. 13-3에서 이어지는 짧은 진화랑뎁진. 진의 쌍둥이 동생인 데빌과 마주치는 화랑.

응, 가고 있어. 뭐? 늦어? 알았어, 괜히 서둘러서 오지 말고. 날씨도 좋으니까 적당히 바깥 구경 하면서 기다릴게. 전화를 끊은 화랑이 걷던 발걸음의 속도를 늦췄다. 간만에 애인인 진과 만나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그 애인이 늦으신단다. 또 카즈야 그 양반에게 잡혔나. 하여간에 후계자 교육 한번 빡세게 시킨단 말이지. 잠시 그 카즈야와 싸우고 제 집으로 도피 아닌 도피를 했던 진을 떠올린 화랑이 킥킥 웃고는 조금 느긋한 걸음으로 약속 장소로 향하던 순간이었다. 갑자기 사각 지대에서 손이 불쑥 튀어나오더니 그대로 화랑의 입을 막고는 골목으로 끌어들었다. 갑작스런 습격에 놀란 화랑이 저를 끌어들인 손이 떨어지자마자 불청객에게 날린 발차기는 너무나도 가볍게 막혀버렸다. 손으로 붙잡은 제 다리를 살짝 치우면서 코 앞까지 다가온 그에게서 담배 냄새가 짙게 풍겨왔다. 제 애인과 닮은 그 얼굴에 눈동자만 다른 불청객을 화랑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 누군가 했더니... 장난이 너무 심한거 아냐? 데비 "

" 긴장을 풀고 있는 쪽이 바보인거겠지 "

" 내가 왜 길을 가는데 긴장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는데? "

입에 담배를 문 체 저를 보는 자는 진의 쌍둥이 동생인 데비였다. 쌍둥이 답게 진과 똑같은 외모였지만 눈동자가 붉은색이라 구분은 쉽게 가는 편이었다. 미시마 재벌의 후계자로 낙점 받아 후계자 교육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는 진과 달리 그는 그런 쪽에 관심이 없어 거의 방탕아 같이 지내고 있었다. 위에서도 데비를 거의 포기한 것 같기도 하고. 진도 이상하게 데비에 대해선 거의 말을 해주지 않는단 말이지... 후, 담배 연기를 한껏 머금고 있다 화랑의 얼굴에 내뱉은 데비가 인상을 찌푸린 그의 표정에 훗,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었다.

" 일단 떨어지지? "

" 진을 만나러 가는 길인가? "

" 그래, 점심 먹기로 했는데. 그나저나 볼일 없으면 좀 비켜주지? "

" 참 신기하단 말이야... 그 바른 사나이의 표본 같은 인간이 너를 애인이라고 데리고 오다니 "

" 그거 날 까는거야, 아니면 진을 까는거야? "

" 어느 쪽인 것 같지? "

제 물음에 인상만 찌푸리고 답하지 않는 화랑의 모습에 데비의 미소는 떠나지 않았다. 하여간에 이 자식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니까. 진이 자신을 가족들에게 소개했던 그 순간부터 데비는 진이 없을 때만 이렇게 나타나 화랑을 놀리듯 말을 건네곤 했다. 정말이지... 하아. 가볍게 한숨을 쉰 화랑이 데비의 입에 물린 담배를 보다 팔짱을 끼고는 벽에 기댔다.

" 담배 내놔 "

" ...... "

" 안주면 그냥 갈거니까 "

당돌한 그 말에 데비가 품에서 담배를 꺼내 화랑에게 내밀었다. 향담배의 일종인 블랙데빌 블랙이다. 쯧, 그닥 안좋아하는데... 담배갑에서 나온 그 가늘고 검은 몸체를 붙잡고 꺼낸 화랑이 담배를 입에 물자마자 데비가 화랑의 뒤통수 붙잡고 끌어당기더니 제 담배 끝을 화랑이 문 담배 끝과 맞대었다. 그 돌발 행동에 그저 인상을 찌푸리는 것으로 끝낸 화랑이 가볍게 숨을 들이마셔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오른손으로 데비의 가슴을 천천히 밀었다. 순순히 물러난 데비는 신경도 쓰지 않은 체 화랑이 담배에서 느껴지는 헤이즐넛 향과 코코넛 밀크 향을 느끼며 가만히 담배를 물고만 있었다. 이래서 이 담배는 싫다니까. 기존 담배처럼 빨리 피고 갈수가 없단 말이지... 나른한 분위기의 화랑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보인다는 듯 데비가 비웃음이 가득한 말투로 말을 내뱉었다.

" 아무리 생각해도 진에게 어울리지 않는 인간이야, 너는 "

" 얼씨구, 벌써부터 잔소리? 나랑 진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너무 진도가 빠른거 아냐? "

" 그런 의미로 이야기 한게 아니야 "

" 그럼? "

데비의 손이 화랑의 허리에 감겼다. 반쯤 남은 데비의 담배와 아직 3분의 2이상 남은 화랑의 담배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워진 거리에서 데비가 속삭였다. 진이 아닌 내꺼가 되라. 그 말에 화랑이 눈을 가늘게 떴다. 너는 그 누구보다 자유롭고 규칙에 얽매이는 걸 싫어하지. 넌 앞으로 미시마 가의 모든 것에 얽매이게 될 진을 감당하지 못할거다. 그러니 나에게 와라, 화랑. 그 말에 가만히 침묵을 지키던 화랑이 하아... 깊게 숨을 내뱉더니 순식간에 분위기를 바꿨다. 찌릿찌릿, 온 몸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에 데비의 미소가 진해졌다. 화랑이 데비와 눈을 마주쳤다. 그 눈빛은 금방이라도 제 눈 앞의 데비를 때려눕히겠다는 눈빛이었다. 

" 무슨 헛소리인가 했더니... 사람을 우습게 보는 것도 정도껏 해 "

" 널 우습게 보는게 아니다. 난 널 그 누구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지 "

" 그럼 진을 우습게 보고 있단 소리네. 미안한데 그 자식을 과소평가하지 않는게 좋아 "

그 자식이 품고 있는 생각은 가끔 나라도 잘 모르겠으니까. 그리고 진이 미시마 가의 모든 것에 얽매일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어. 알면서도 선택한거야. 내 각오와 선택을 모욕하지마, 이 새끼야. 분노로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힐끔 본 데비가 화랑의 허리를 놓아주며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럼 적어도 네 쪽에서 먼저 손을 놓지 않겠다는거군. 그 말에 화랑이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 그래, 네가 먼저 진의 손을 놓는다는 선택지는 없어. 그 선택지는 내가 아니라 진한테 있는 선택지야. 뭐, 난 그 자식을 믿지만 말이야 "

" 헤에... 그거 재미있군. 그 믿음이 얼마나 갈지 궁금해졌어. 조용히 지켜봐주지 "

" ...오늘 일은 진에게는 비밀로 해주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다음은 없어 "

" 하하... 명심하지 "

데비와 여전히 눈을 마주치며 반쯤 태운 담배를 바닥에 집어던지고는 가차없이 발로 짓이긴 화랑이 자리를 떠났다. 발에 짓이겨진 담배에 누구를 투영했는지 알 것 같은 데비가 큭큭, 작게 웃다 결국 크게 웃어버렸다. 한참을 그렇게 웃던 그가 하아, 만족의 미소를 지으며 제 손에 들려있던 담배를 바닥에 떨궜다. 조금 진심으로 해볼까. 데비가 작게 중얼거렸다.

젠장, 기분 나쁜 이야기를 들었더니 기분 전환이 잘 안되잖아... 진 앞에서 티를 낼 수는 없으니... 일단 진정하자. 약속 장소에 도착한 화랑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 사이 그가 기다리던 사람이 다급하게 뛰어왔다. 화랑, 미안! 오래 기다렸지? 화랑이 평소처럼 웃어보였다.

" 아니, 별로 안기다렸어. 자, 그럼 빨리 가자고. 배고프니까 "

" 응... 어... "

" 뭐야, 왜 그래? "

"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럼 가자 "

고개를 갸웃거리다 먼저 앞장서서 걷기 시작한 화랑의 뒤를 따르던 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화랑에게서 희미하게 남아있는 헤이즐넛 향과 코코넛 밀크의 향. 그건 분명 제 쌍둥이 동생인 데비가 즐겨피는 담배의 향이었다. 화랑이 담배를 피긴 했지만 최근엔 많이 줄였고 무엇보다 데비가 피는 담배는 그가 좋아하는 종목의 담배가 아니다. 그런데 화랑에게서 이 담배향이 난다는 건... 데비가 화랑에게 접근했다는 뜻이었다. 재미있는 사람이야, 너한테는 아까워. 언젠가 데비가 자신에게 비웃음과 함께 던진 말을 떠올린 진이 주먹을 꾹 쥐었다.

" 뒤에서 왜 그러고 있어? 빨리 가자 "

" ...응 "

일단 지금은 뒤로 미루자, 지금은. 화랑과 함께 있는 이 시간이 중요하니까. 자신을 보며 손을 내민 화랑의 손을 마주잡은 진이 평소처럼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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