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

[진화랑] 썰 모음 19

진화랑 2개, 진화랑드라 1개. 2024년 3월 16일 연성.

1. 관계 후 나른한 하루를 보내는 진화랑.

깊은 수마에 빠져있던 정신이 서서히 돌아온다. 느릿느릿 눈을 깜박이던 화랑이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스르륵, 몸을 덮고 있던 이불이 미끄러지듯 흘러내리니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피부에 여기저기 붉은 흔적이 남은 상체가 들어났다. 후아암... 무의식 중에 팔을 들며 기지개를 피려던 화랑은 순간 어깨와 허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끄응, 소리를 내며 허리를 짚었다. 아오, 아파... 허리는 알겠는데 어깨는 왜 아픈거야... 화랑이 더듬더듬 손으로 제 어깨를 매만졌다. 그리고 손 끝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감촉. 잠시 손 끝으로 그 감촉을 느껴보던 화랑이 쯧, 혀를 찼다.

" 이게 진짜 그 괴물이랑 합쳐지더니 잡아 먹으려고 하는거야, 뭐야... 아파라... "

화랑이 제 어깨와 목에 남은 잇자국을 세다 포기하고는 이내 다시 털썩 침대에 누웠다. 자고 일어났어도 몸에 남은 나른함에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화랑이 문득 머리 속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얼굴을 화악 붉혔다. 화랑... 그 낮은 목소리로, 잔뜩 열을 품고서 제 이름을 부르던 진의 목소리. 으아아아...! 새삼스럽게 왜 이래...! 속으로 절규를 한 화랑이 팔랑팔랑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는 힘겹게 몸을 돌려 엎드리더니 베개에 폭 얼굴을 묻었다. 푹신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덜 마른 천의 감촉을 그대로 느끼고 있던 화랑이 중얼거렸다.

" 그나저나 이 자식은 어디간거야... 몸이란 몸은 다 물어 뜯어놓고는 "

볼멘 소리를 내뱉은 화랑이 에라이 모르겠다, 심정이 된 건지 그대로 눈을 감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자자... 어차피 허리 아파서 일어나지도 못하겠고. 눈을 감고 얼마나 지났을까. 화랑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으응, 신음 소리를 내며 천천히 눈을 떴다. 초점이 맞지 않아 몇번이고 눈을 깜박이고서야 겨우 초점이 맞은 시야에 들어온 건 뭔가를 손에 들고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진이었다. 상체가 얼룩덜룩한 흔적과 잇자국 투성인 자신과 다르게 샤워를 한건지 바지만 챙겨입고 맨 살을 그대로 들어낸, 수분을 머금고 촉촉하게 젖어있는 진의 상체를 보던 화랑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리고 그런 화랑의 표정에 진이 가볍게 웃었다.

" 왜 그런 표정이야 "

" 난 엉망진창인데 누구는 너무 멀쩡한게 짜증나서 "

그 말에 진의 눈이 들어난 화랑의 등을 바라보았다. 깨끗하고 깔끔한 등이 아닌 제가 남긴 키스 마크와 잇자국으로 엉망이 된 등. 심지어 송곳니에 깊게 파인 상처에는 피가 맺히다 굳어진 상태였다. 음, 좀 심했나. 멋쩍게 미소지은 진에 혀를 찬 화랑이 팔로 지탱하며 몸을 일으키려는 걸 진이 부축해 침대에 걸터 앉게 하고는 손에 든 무언가를 그의 손에 쥐어줬다. 그건 따뜻한 녹차였다. 마시기 좋게 너무 뜨겁지 않도록 온도를 맞췄다는 게 컵을 잡은 손바닥을 통해 느껴졌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화랑이 삐죽 입을 내밀었다.

" 왜 커피가 아니야 "

" 빈 속에 커피는 안좋으니까 "

" 그리고 왜 뜨거운거야? "

" 속에 좋으라고 "

" ...너 언제부터 그렇게 말빨이 좋아진거야 "

재미없어~ 아, 아아 달라고, 아아~ 괜시리 투덜거리면서도 화랑이 천천히 손에 쥔 따뜻한 녹차를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했다. 마시기 딱 좋은 온도의 녹차가 목을 타고 식도로 내려가니 화랑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하아아, 만족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사실 어제 얼마나 소리를 질러댄건지 목이 칼칼하긴 했었다. 마시기 좋은 온도에서도 마치 고양이 마냥 홀짝홀짝 마시는 걸 보던 진이 중얼거렸다.

" 욕조에 물 받아놨으니까 몸 담그고 나오면 약 발라줄게 "

" 약도 약인데 허리도 아파 "

" ...마사지도 해줄게 "

흐음, 그럼 봐줄까나. 깔끔하게 비워진 컵을 아슬아슬하게 손가락 끝으로 빙글빙글 돌리던 화랑이 마치 던지듯 진에게 컵을 건네고는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침실을 나섰다. 바닥에 떨어져 깨질 일 없이 가볍게 컵을 받아낸 진이 욕실로 향하는 화랑의 뒷모습을 보다 이내 이불과 시트 커버, 베개 커버까지 모두 다 벗기기 시작했다. 당연한 수순으로 정리와 청소의 시작이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걸 좋아하는 화랑이 나오기 전 시트 커버, 베개 커버를 새 것으로 교체한 진이 저를 부르는 소리에 침실을 나오자 하의만 챙겨입은 화랑이 비척비척 걸어오고 있었다. 몸은 충분히 닦은 것 같지만 대충 말린 머리카락 끝에서 물이 떨어져 바닥에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후아, 따뜻한 물 진짜 좋다니까. 만족한 표정을 짓는 화랑의 모습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진이 재빠르게 욕실로 들어가 수건을 한장 더 들고오고는 침대에 걸터 앉은 화랑의 머리칼을 말려주기 시작했다. 기껏 새것으로 갈았는데 물이 떨어져 젖어버리면 곤란한 건 자신이었다.

" 항상 말하지만 감기 걸린다고 했잖아 "

" 이걸로 감기 걸릴 거면 이미 백만번은 더 걸렸을걸~? 여하튼 말한대로 빨리 케어 해달라고~ "

정말이지, 알고 지낸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제멋대로다. 자기가 마음가는대로 움직이고 행동하고. 그러면서도 절대로 손을 놓지 못하도록 가끔씩 뒤를 돌아보며 손을 내민다. 마치... 고양이 같이, 붉은 털빛의 고양이. 그러고보니. 진은 제 등을 박박 긁어놓은 손톱 자국을 잠시 떠올리다 결국 화랑의 칭얼거림에 그의 케어를 위해 침대에 엎드리게 하고는 허리에 찜질과 어깨에 약을 발라주고 꾹꾹 허리를 눌러주기 시작했다. 후아아... 조금 더 세게... 응, 좋네... 느긋하고 여유롭게 중얼거리는 화랑에 진이 피식 웃었다.

" 으으으... 너 진짜 마사지샵에 취업해도 될 것 같은데 "

" 누구씨 덕분에 마사지 실력만 늘어나네 "

" 내 탓인 것 처럼 말하지 마시지? 할 때 마다 괴롭히는게 누군데. 진짜 개도 아니고 맨날 등에 잇자국만 남기고 "

" 그럼 넌 고양이겠네? 나도 등 따가운데 "

겨우 편하게 앉을 수 있게 된 화랑이 푹신푹신한 러그가 깔린 거실 한가운데에 무릎을 세운 체 앉아 호록,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진은 당연하게도 화랑을 끌어안고 앉은 체 그의 푹신푹신한 등받이가 되어주고 있었고. 보일러도, 몸을 덮어줄 담요도 없었지만 둘 다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고 특히 화랑은 진의 마사지로 신체의 열이 오른 상태라 춥지는 않았다. 뒤에서 화랑을 끌어안고 멍하니 TV를 보던 진의 눈에 제가 뒷목에 남긴 잇자국이 들어왔다. 자신한테 이런 버릇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것도... 데빌의 본능일까. 화랑의 조언과 자신의 심상 세계에서 마주친 데빌과의 대화 끝에 데빌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진은 화랑과 관계를 맺을 때 마다 이가 근질 거리는 걸 참지 못하고 자주 등과 목을 물곤 했다. 이건... 그저 내가 흥분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널 잡아먹고 싶어서일까. 자신이 이를 세워 물 때 마다 자신을 조이며 평상시와는 다른 가날픈 신음 소리를 내는 어제의 화랑을 떠올린 진이 좀 더 강하게 허리에 감은 팔에 힘을 주었다. 윽, 제 허리를 조이는 힘에 화랑이 볼멘 소리를 내었다.

" 힘 좀 빼지? "

" ...미안. 잇자국 보니까... "

" 야, 또 하자는 소리 하면 때린다 "

" ...화랑 "

" 내 이름 부르지마! 어제 얼마나 해댔다고 생각하는거야! 난 황금같은 주말을 침대에서 허비하고 싶지 않다고! "

" 화랑 "

" 아이씨... 진짜 너 가면 갈수록 막무가내로... "

진이 화랑을 들쳐매며 일어섰다. 야! 아오씨, 진짜! 몸무게와 근육량의 차이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다. 팔다리를 바둥거리며 뭐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화랑을 그대로 침대에 내려놓은 진이 위를 점령하며 가만히 입을 맞췄다. 앙칼진 목소리 대신에 질척한 물소리가 울려퍼지고 입술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화랑의 무거운 한숨 소리가 터져나왔다. 화랑의 눈에 저를 내려다보는 진의 붉어진 눈동자가 보였다. 본인은 모르는 것 같지만 데빌과 합쳐진 후 이렇게 몸을 섞을 때면 종종 진의 눈동자는 데빌처럼 붉은 눈동자가 되곤 했다. 진짜... 이 붉은 눈을 볼 때 마다 기분이 묘해진단 말이야... 결국 화랑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진의 목에 팔을 감고 이번엔 제가 먼저 입을 맞췄다. 어쩔 수 없지. 그 괴물도 포함해서 너라고 한 건 나기도 하니까... 내가 감당해야지.

" ...알았어, 알았으니까... 진짜 상황 봐가면서 해라, 어? 나 내일 도장 가야된다고! "

" 알았어 "

" ...알아 들은 거 맞지, 어? "

" ...... "

" 왜 대답 안해, 이 자식아!!! "


2. 이제 진짜 적폐로 간다. 굿엔딩 이후 휴가를 즐기던 중 화랑과 만나게 된 드라구노프와 심기가 불편한 진으로 진화랑드라. (진은 언급만 되지만)

G사의 미시마 카즈야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벌인 전쟁이 결국 카자마 진을 주축으로 한 저항 세력의 승리로 끝나고 G사에 고용되어 그들과 적대했던 사람들은 모두 저항 세력에게 붙잡... 히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이 모든 일을 꾸민 건 미시마 카즈야였고 드라구노프처럼 저항 세력의 특별히 강한 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용병처럼 고용되었던 사람들은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버렸다. 물론 고용된 후 세계를 엉망으로 만든 자들은 예외 일테지만. 자신을 알고 있던 UN의 빅터 슈발리에와 전장에서 격하게 싸운 후 패배하기 직전 몸을 숨긴 드라구노프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별 일 없이 평범하게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어차피 세계가 안정되어 나라가 나라로서 기능을 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으니까.

휴가인 만큼 집에만 틀어박혀도 좋지만 충실한 군인으로서 몸이 무뎌지게 둘 수도 없었기에 드라구노프는 종종 집 밖으로 나와 사람이 없는 곳에서 컴뱃 삼보 훈련을 하곤 했었다. 자신은 군인이니까. 언제 국가의 명령을 받아 움직여야 할지 모르니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철저한 군인인 드라구노프는 자신의 몸이 무뎌지는 것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집을 나와 느긋하게 느릿느릿 사람이 없을만한 장소를 찾아 들어온 드라구노프는 일순간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휙 재빠르게 몸을 돌렸다. 드라구노프의 눈에 들어온 건 전장에서나 볼법한 붉은 빛이었다. 아니, 조금은 다른가. 선명하게 흐르던 붉은 피가 적갈색으로 말라버린 것 같은 색. 죽은 자에게서 볼 수 있던 그런... 붉은 빛. 조금은 감상에 젖어 있을 법한 색을 가진 남자가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 세르게이 드라구노프? 악명은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네 "

" ...... "

" 내 이름은 화랑이야. 알려나 모르겠네~ 아쉽게도 평원에서 G사랑 치고 받을 때 난 당신들 같이 거물급 보다는 G사 병사들의 숫자를 줄여달라는 부탁을 받고 여기저기서 날뛰고 있었거든. 그렇게 시시할 줄 알았으면 그냥 거절하고 내 마음대로 날뛸 걸 그랬어 "

" ...... "

" 진짜 말이 없네... 긴장한거? 아니면 원래 과묵한 편? 뭐, 그럼 균형이 맞겠네. 내가 좀 많이 떠드는 편이니까. 아, 긴장할 필요 없어. G사에 가담했다고 당신을 잡으러 온 건 아니니까. 애시당초 그 커피퀸도 아무렇지 않게 우리한테 커피 팔러 오던데? 그 뻔뻔함도 뻔뻔함인데 특별히 나쁜 짓 한 건 없어서 그냥 냅두고 있긴 하지만 "

" ...... "

" ...저기 이 정도 말했는데 뭐라도 반응 좀 보여주지? "

" ...... "

" ...... "

" ......음 "

" 에휴, 됐다. 여하튼 내 볼 일은... 당신 강하다면서? 한번 싸워보고 싶은데 "

자신을 화랑이라고 소개한 남자가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그런 화랑을 드라구노프가 가만히 바라보다 자신도 자세를 잡았다. 자신을 향한 감정에는 적대가 아닌 기대가 느껴졌다. 강한 자와의 싸움을 즐기러 온건가. 오직 위에서 명령이 내려올 때만 자신의 전장으로 나서는 드라구노프로서는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감정이었지만 지금의 자신은 휴가 중이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위에서 명령이 내려올리도 없었다. 그렇다면... 잠깐 상대해줄까. 자세를 잡은 드라구노프를 본 화랑이 중얼거렸다. 삼보... 역시 러시아 사람답게 자국의 격투기네. 스포츠 삼보는 아닐테고... 역시 군용인 컴뱃 삼보? 러시아어로는 보예보예 삼보였나. 그래플링에 타격기가 포함된 무술... 대처가 까다롭겠네. 그렇다면 역시... 선수필승! 화랑이 순식간에 드라구노프에게 달려들었다. 자신보다 체격이 크고 무술의 특성 상 정신없이 날아오는 발을 붙잡아 그래플링을 걸 가능성도 농후했지만 화랑은 그런 두려움 없이 할 수 있으면 해봐, 식으로 정신없이 드라구노프를 몰아붙였다. 물론 드라구노프도 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침착하게 화랑의 공격을 받아내고 반격했지만.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 순간 화랑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울렸다가 끊겼다가 울렸다가 끊겼다가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먼저 인내심이 끊어진 건 화랑이었다. 아, 정말! 순식간에 뒤로 크게 뛴 화랑이 품에서 꺼낸 건... 폰이었다.

" 아, 뭐야! 나 지금 바쁜데! 엉? 알아서 뭐하게? 정식 보고는 이틀 후 아니야? 그 사이에 뭘 하든 그건 내 마음이지. 일찍 끝났으면 일찍 오라고? 싫-어. 그 재미없는 본부에서 이틀 동안 얌전히 있으려니 그냥 여기서 저 양반이랑 싸우는 게 좋... 누구랑 있냐고? ...일단 끊는다. 아, 됐고! 끊는다! "

통화를 끊은 화랑이 쯧 혀를 찼다. 이미 화랑에게서 투쟁심이 아닌 허탈감만이 감돈다는 걸 눈치 챈 드라구노프가 자세를 풀었다. 분위기 다 깨졌네... 아... 화랑이 거칠게 제 머리를 헤집다가 천천히 드라구노프에게 다가왔다. 그러곤 아무렇지 않게.

" 저기 여기 적당히 잘만한 숙소 같은 곳 없어? "

" ...... "

" 없으면 노숙도 상관 없긴 한데 "

러시아의 추위를 우습게 보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 믿을 구석이 있는 것인지 모를 화랑을 가만히 바라보던 드라구노프가 흠, 소리를 흘리더니 이내 까딱 손짓을 보내며 뒤로 돌아 먼저 앞장섰다. 여전히 말이 없는 사람이네. 작게 중얼거리며 화랑이 그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인적이 많은 곳, 그리고 다시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에 도착한 화랑이 여전히 끈질기게 전화를 걸어오는 그, 카자마 진의 번호를 수신 거부로 돌려놓으며 제 앞의 집을 바라보았다. 오, 좋아보이는데... 는 설마. 여기 당신 집이야? 아니, 이렇게까지 신세 질 생각은 없는데. 그냥 적당한 곳을 알려주면... 쫑알쫑알 잘도 떠들어대는 화랑을 보던 드라구노프가 말없이 손으로 제 집을 가리키고는 그대로 들어가버렸다. 하아, 정말이지... 에라이 모르겠다.

" 우와, 누가 러시아 아니랄까봐... 보드카? 이거 40도 짜리 아냐? 아니, 안 마셔. 술을 못마시는 건 아니지만 이건 너무 도가 지나치다고. 내일 아침에 숙취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니까 "

" ...... "

" 아무리 온더 락으로 마신다고 해도 독한 게 어디가겠... 아, 알았어! 아, 진짜. 오늘 통성명한 사람 집에서 이게 뭐하는 건지... 뭐야, 그 눈은. 내가 좀 뻔뻔하게 굴기는 했지만 나도 염치라는게 있다고. 남의 집까지 들어와서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물론 예외도 있긴 하지만 "

" ...... "

" 근데 당신... 군인 일 때의 모습과 그렇지 않을 때의 갭이 너무 큰 거 아냐? 전장에서 당신의 악명은 유명해서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는데 과묵한거 빼고는 그냥 평범한 사람인데. 악명을 어디서 들었냐는 표정이네. 뭐, 나도 2년 뿐이긴 하지만 군인이었으니까. 나름 특수부대 에이스였다고. 물론 답답하고 짜증나고 그 자식이랑 싸우려고 탈영하긴 했... 우와, 누가 현직 군인 아니랄까봐! 화내지 말라고. 여하튼 사면 받고 제대 완료한 예비군이니까 "

" ...흐음 "

" 나한테는 군대의 딱딱한 규칙도 답답한 상명하복도 그냥 족쇄라고. 내가 원하는건 그냥 강한 자와 싸워보는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당신 강해서 좋았어. 역시 예선전 뚫고 본선에 진출한 격투가 답네... 는 술 그만 달라고! 이제 슬슬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으니까, 안 마... 당신 프레셔 좀 그만 해줄래? 아, 알았어! 대신 이게 진짜 마지막이야! "

다음 날, 화랑은 소파에 앉아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낮게 신음했다. 젠장, 익숙하지 않은 도수의 위스키를 집 주인이 내민다고 거절 못한 내가 등신이다... 아우, 머리... 뭐 덕분에 노숙이나 그런 건 면했으니 불평은 못하려나... 잠시 눈을 깜박이고 있으려니 갑자기 불쑥 코 앞에 내밀어지는 무언가에 화랑이 움찔하고는 상체를 뒤로 물리고 내밀어진 무언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자신보다 큰 손에 올려져 있는 약 포장지와 들려있는 물컵을 본 화랑이 고개를 들어 자신에게 그걸 내민 장본인인 드라구노프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무표정을 가만히 바라보던 화랑이 손을 뻗어 약 포장지를 쥐었다. 겉표지에는 러시아 언어가 적혀있었고 두 알이 함께 포장되어 있었다. 2알 다? 약을 살짝 흔들며 물어본 질문에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화랑이 잠시 약 포장지를 보다 주저없이 포장지를 뜯어 2알을 입에 넣고는 컵을 들어 단번에 물과 함께 목으로 넘겼다. 꿀꺽, 약을 삼킨 걸 확인한 드라구노프가 사라지자 화랑이 폰을 들어 약 포장지에 적혀있던 문구를 검색했다.

" 유명한 러시아의 숙취해소제라... 술에 강해보이던데 이런게 집에 있다는 건... 설마 나 때문에 사왔다거나... "

잠시 비어진 포장지를 보던 화랑이 모르겠네, 중얼거리며 포장지를 가볍게 반으로 구기고는 휙 쓰레기통에 던져넣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속은 여전히 쓰렸지만 날이 밝은 이상 더 이상 신세를 질 생각이 없었다. 졸지에 신세 졌네. 당신 전장에서의 평판과 달리 사람 돌보기를 너무 좋아하는거 아냐? 제대로 된 인사도 없이 길고양이처럼 가버리려는 그를 발견한 드라구노프가 집 밖으로 따라 나오자 화랑이 어깨를 으쓱 들어보였다. 그러다 잠시 턱을 괴고 뭔가 생각하던 화랑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 드라 "

" ...... "

" 당신 이름 너무 길다고. 그러니까 내 마음대로 줄여서 부를거야. 여하튼 신세 졌어. 다음에 기회가 되면 방해자 없이 제대로 붙어보자고 "

" 흐음 "

" 오, 빠른 반응. 긍정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지? 하핫, 좋네 "

선물을 약속 받은 어린아이마냥 웃던 화랑이 이내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잠시 가만히 서있었던 드라구노프가 흠, 소리를 흘리며 화랑을 떠올렸다. 일단... 시끄러웠다. 그리고 활기가 넘치고 자유분방하며 무엇보다 자신을 앞에 두고도 두려워하는 기색 따위 없었다. 아무리 전쟁이 끝났다고 하지만 자신은 잠시나마 G사에 소속되어 대립하던 사람인데, 심지어 자신이 전장에서 어떤 이름으로 불리우는지 알면서도 그는 자신에게 적대심은 커녕 강함에 대한 경이로움만을 표현했다. 마치... 고양이 같군. 드라. 자신을 부르던 화랑의 목소리가 머리 속에 울려퍼졌다. 날 그렇게 부르는 사람도 처음. 조금... 기억에 남을지도.

다음을 약속했지만 그 다음이 언제일지 알수 없었던 둘의 만남은 한달 후 국가의 명령으로 위그드라실의 세계 복원에 동참하게 된 드라구노프가 위그드라실의 본부에 모습을 보이면서 극적으로 재회하게 되었다. 


3. 10-1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데빌에 의해 어려진 화랑과 주도권을 다시 찾은 진 두 사람이 결국엔 서로 갈라지게 되는 것으로 진화랑.

" 그러니까 데빌의 근원인 아자젤을 완전 부활시키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그렇게 부활한 아자젤과 동귀어진을 시도했다가 정신을 차리고보니 이 상황이다...? 지금 내가 말한게 맞아? "

" ...응 "

" ...이 정신 나간 새끼야 "

화랑의 손에 들려있던 종이와 펜이 하늘에 던져지더니 그 손이 다시 한번 더 진의 머리를 강타했다. 바닥에 앉은 그대로 어려진 화랑에게 상황을 설명한 진은 제 머리를 말 그대로 후려친 주먹에도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은 체 그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 제가 생각해도 무모하고 정신 나간 계획이었다. 세계의 모든 악을 자신에게로 돌리고 그 악을 바탕으로 부활한 아자젤과 동귀어진하여 세계에 데빌 인자를 지워버리고 속죄한다는,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로 시도도 하지 않을 계획을 진은 기꺼이 시도했다. 제 진심을 아는 건 정말 극소수다. 자신의 뒤를 쫓던 라스도 제 진심을 깨닫지 못하고 최후의 최후가 되어서야 알았으니까. 그리고 화랑은.

" 하아아... 그때 만났을 때도 말했지만... 숨기지 말고 다 말해달라고 했지... 너한테 난 그저 시끄럽고 귀찮은 존재일 뿐이야? 내가 뭐 때문에 널 쫓아다닌다고 생각하는거야? "

" ...미안해 "

" 닥쳐. 미안하다는 놈이 또 말도 안해주고 사라지기나 하고 전쟁이나 하고 있고... 내가 언제까지 네 뒤를 쫓아야하는건데, 진...! "

덧없이 사라질 것 같은 자신을, 모두가 악으로 보고 배척하려는 자신의 뒤를 끝까지 쫓아와 이해하려고 한 건 오직 화랑 한명 뿐이었다. 심지어 제 안의 데빌의 존재를 알고 그 데빌에 목숨이 위태로웠던 적이 있었으면서. 모든 것을 알면서도 화랑은 저를 밀어내고 비난하기는 커녕 계속해서 뒤를 쫒아왔다. 네가 이유없이 이런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러니까 당장 전부 다 말해. 그리고 좀 솔직하게 도와달라고 하면 어디가 덧나냐, 이 멍청한 자식아! 그런 자신의 이해자를 진은 계속해서 밀어냈다. 다치게 하고 싶지 않고 상처를 주기 싫다는 명목으로. 실상은 화랑에게마저 외면 당할까 두려윘던 것 뿐인데.

" 후... 일단... 여길 벗어나자. 너 갈 곳은 있어? "

" ...... "

" 그래, 없겠지. 죽을 생각 밖에 없는 놈이 갈 곳이 어디 있겠냐. 그래도... 일단 움직이자. 어차하면 우리 쪽으로 가면 되니까 "

화랑의 말에 진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덕분에 화랑의 고개가 점점 위로 향했다. 이렇게보니... 진짜 나 어려지긴 했구나. 새삼스럽게 그제서야 자신이 어려졌다는 걸 깨달은 화랑이 괜시리 뻐근해 오는 것 같은 뒷목을 주무르며 휙 고개를 돌렸다. 진짜 그 괴물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이야... 대충 집안을 뒤져 진에게 맞는 사이즈의 옷을 찾은 화랑이 옷을 던져주고는 집 밖으로 먼저 나와 하늘을 바라보았다. 몇시인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어두운 걸 봐서는 아직 깊은 새벽 시간이다. 진을 쫓던 자들도 이런 늦은 시간까지 수색하지 않겠지. 수색은 결국 체력전이다. 그 군인들에게 모습을 보인 건 괴물 상태의 진.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건 그들의 생각보다 멀리 이동할 수 있다는 것으로 단번에 쫓아올 수 없다면 한번에 멀리 수색이 가능하도록 체력을 비축하는 쪽이 효율면에선 오히려 좋을거다. 심지어 저 쪽은 이동수단도 충분하겠지. 우린... 괴물 상태의 진이 아니라면 마땅한 이동 수단도 없다. 산 너머 산이다, 정말. 화랑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 체력은? "

" 충분해. 몸이 어려지긴 했어도 힘이나 기초 체력 같은 건 성인 때 그대로인 것 같거든. 너는? "

" ...믿기 어렵겠지만 컨디션은 나쁘지 않아 "

" 그럼 일단... 움직이자 "

" 계획은? "

" 일단 연락이 가능한 곳으로 가야겠지... 는 왜 슬금슬금 오는데? "

" 음? 당연히 안아서 이동 아닌가? "

" 왜 그렇게 되는건데! 내가 체력 충분하다고 하지 않았어? "

" 체력은 충분해도 걸음거리의 차이나 그런 걸 생각하면 소비도 2배겠지 "

" 그렇다고 날 안고 가겠다고? 네 체력 소비는 생각안해? 무엇보다 내가 부끄러우니까 그만둬! "

" 포기해, 화랑 "

" 아, 진짜! "

결국 진의 어깨에 매달리듯 강제로 안기게 된 화랑의 투덜거림과 짜증을 온몸으로 느끼며 묵묵히 걷던 진이 몇 시간을 걸려 이동한 끝에 해가 뜨고 사람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자 후드티의 모자를 푹 눌러 쓰고는 인파 속으로 들어섰다. 낯선 언어와 낯선 억양들, 낯선 풍경들. 상황이 상황만 아니었다면 여행이라도 온 느낌이었겠지만... 쫓기는 상황이라는 걸 생각하니 눈물 나네. 화랑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약간은 죽은 눈으로 주변을 훑어보던 화랑의 눈이 일순간 날카로워졌다. 방금 자신들이 통과한 마을의 입구 쪽이 소란스러웠다. 진.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상황을 파악한 진이 화랑의 허리를 강하게 안더니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진짜 초입부터 이런다, 이거지...? 귀찮네, 정말...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군인들을 그때마다 진이 재빠르게 처리해나가며 달려나가던 그때 둘이 마주한 건 막다른 골목이었다. 이런. 짧게 탄식한 진이 몸을 돌리자마자 다수의 군인들이 우르르 나타나 길을 차단했다. 총을 겨누며 군인들이 뭐라뭐라 소리를 쳤다. 자세히 들어보니.

" 아이를 풀어줘라... 설마 지금 날 보고 그러는거? "

" 저들에게 네 존재는 알려지지 않은 것 같은데? "

" 그럼... 이용해야지 "

" 어? "

갑자기 화랑이 크게 울기 시작했다. 정말 아이처럼 살려달라고 울기 시작한 화랑에 놀란건 진이었고 결국 버둥 거리는 화랑을 놓쳐버렸다. 땅에 발이 닿자마자 도망치듯 군인들 쪽으로 달려온 화랑이 그들을 지나쳐 시야에 닿지 않게 된 순간. 진, 달려들어! 크게 소리친 화랑이 자신에게 등을 보인 군인들에게 사정없이 발차기를 날렸다. 성인이 아닌 12살의 어린아이인 덕분에 타점은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힘만은 성인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기에 화랑의 공격은 꽤나 성공적으로 군인들에게 들어갔다. 인질이라고 생각했던 아이의 공격에 당황한 군인들의 시선이 자신이 아닌 화랑에게 향하자 진도 다리에 힘을 주고 순식간에 그들에게 접근해 군인들을 쓰러트리고는 다시 화랑을 낚아채 달리기 시작했다.

" 연기, 잘하네 "

" 다 커서 겁먹은 어린아이 연기하려니 진짜 내가 다 부끄럽다... "

" 배우 해보는 건 어때? "

" 그런 농담할 시간에 빨리 달려! "

화랑의 일갈에 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동시에 윽... 진이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 진의 내면 안에서 누군가가 속삭였기 때문이었다. 그 속삭임은 당연스럽게도... 데빌이었다. 꼴사납군, 누군가를 지킬 힘도 없나? 그럼... 잠깐 힘을 빌려주지. 어디 한번... 지켜봐라. 진이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자 화랑이 황급히 진의 어깨를 짚었다. 진, 괜찮아? 역시 너무 무리했... 아. 화랑의 눈이 진의 붉은 눈과 마주쳤다. 아, 미친 진짜. 타이밍 최악...! 순간 손이 화랑의 허리를 낚아채더니 검은 날개를 펼치며 순식간에 진이 날아올랐다. 흐아...! 급하게 숨을 들이마신 화랑이 당혹스러운 얼굴로 진을 올려다보았다. 붉은 눈과 이마의 문신. 자신이 알고있는 괴물의 모습.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 괜찮아, 화랑 "

" 너...! "

" 정신은... 온전히 내 자신이야. 데빌이 왜 힘을 빌려줬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여기서 벗어나자 "

후우, 숨을 내뱉은 진이 날개에 힘을 줘 빠르게 마을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나타난 날개를 단 괴생물체의 등장에 마을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일반인들과 데빌의 모습을 한 진을 향해 총을 난사하기 시작한 군인들. 와, 진짜 아포칼립스가 따로 없네. 화랑이 작게 중얼거렸다. 얼마나 날았을까. 마을을 벗어나기 직전 진이 이를 악물더니 황급히 땅으로 떨어지듯 내려와 바닥을 두어바퀴 굴렀다. 화랑은 직전 낙법을 한 덕분에 상처 하나 없었지만 갑작스런 진의 이상에 화랑이 다급하게 안색을 살폈다. 데빌이 힘을 빌려줬지만 아무래도 진이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는 모양이었다. 아마도 무의식 중에 깔린 데빌의 거부감도 한몫했을테지만. 진의 안색을 살핀 화랑이 인상을 찌푸리고는 주변을 살폈다. 그나마 진이 날아다니며 따돌린 덕분에 주변에 군인들은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들키는건 시간 문제겠지. 잠시 상황을 살피던 화랑이 쓰게 웃었다.

" 어쩔 수 없나... 야, 진. 여기서 갈라지자 "

" 뭐...? "

" 아마 지금쯤이면 내 존재도 알려졌을거야. 그 군인들의 목표는 너일테니까 내가 적당히 유인해볼게. 그때 맞춰서 도망가 "

" 하지만... "

" 걱정마. 순순히 잡힐 생각은 없고 의의로 작아진 몸이니까 숨기도 좋을거야 "

" 기다려, 화랑...! "

" 간다, 진 "

화랑이 달려간다. 그 작은 등이 순식간에 진의 눈에서 멀어져갔다. 젠장... 진이 이를 악물었다. 자신 때문에 갑작스레 몸이 어려지는 이상 현상을 겪고도 화랑은 끝까지 자신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때도 지금도 화랑은 자신에게 손을 내민다. 하지만 자신은 화랑에게... 진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죽을 생각이 가득한 자신에게 화랑이 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진이 천천히 걷다가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 후 진은 라스를 만나 구출되었다. 그리고 화랑은.

" UN인지 뭔지 알게 뭐야. 여하튼 난 말해줄 거 없어 "

" 카자마 진과 친밀한 사이로 보이더군. 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알고 있나? "

" 아는데 뭐 어쩌라고. 하아, 자꾸 돌려서 말하려고 하지말고 그냥 직설적으로 다이렉트로 말해줄래? 창설자 양반? "

" ...그럼 다이렉트로 말해주지. 미시마 카즈야가 전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다 "

" 뭐? "

" 그가 전쟁을 일으키는 세계를 만든 건 분명 카자마 진이다. 그러니... "

그가 책임을 져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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