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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우리가 친하다지만, 너무 사생활에 관한 질문 아냐?”
난데없는 질문에 내가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지만 모로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얼굴로 아니, 하고 고개를 저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벌써 7년째 알아오고 있는 놈이지만 가끔 이렇게 웃기지도 않은 질문을 할 때가 있었다. 얘는, 정말로 모르는건가. 조금 복잡한 기분이었다.
갑자기 좋아하는 사람을 알려 달라니. 사춘기도 아니고 뭐하는 짓이냐고. 대답을 기다리는 눈빛을 무시하고 교재 위로 시선을 떨어트렸다. 40분 뒤에 교양 시험이 있었다. 같은 수업을 듣는 처지였음에도 모로는 공부는 커녕 기어코 내 대답을 들어낼 참인지 꿋꿋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에 대고 너 좋아하는데, 라고 폭탄을 던져주고 그 반응을 살피고 싶었지만, 참았다. 딱히 모로와 친구 이상의 로맨틱한 관계가 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데다 괜히 어색한 사이가 되는 것은 더 싫었다. 단지 친구라도 지금처럼 편한 사이인 것이 겁쟁이인 나에게는 훨씬 편했다.
“그럼, 스펠링 하나만.”
“아, 거 진짜 끈질기네.”
무슨 일이던 대체로 드라이하게 대처하는 녀석이지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땐 말릴 방법이 없었다. 질려버린 나는 읽고 있던 교재에서 시선을 뗐다. 한쪽 팔 위에 턱을 괸 채, 긴장된 얼굴로 대답을 기다리는 모로를 바라보았다. 무엇을 기대하는건지. 초롱초롱한 눈빛이 웃기면서도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T.”
내 대답에, 모로가 빤히 내 눈을 쳐다보았다. 좋아하고 있다지만 친구로 지낸 시간이 길었으니 눈을 마주보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다. 그렇다 해도 부담스럽기는 해서 나는 최대한 자연스레 눈을 내리깔고 교재를 읽는 척 했다.
“다시 말해봐.”
“귓구멍 막혔어? 파고 와.”
“다시 말해보라고.”
어딘가 화난 것 같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미간을 찡그린 채 날 바라보던 모로가 내내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던 핸드폰을 던지듯 책상 위에 올려 놓고 나를 바라보았다.
“내 이름에 없잖아.”
“….”
“내 이름 어디에, T가 들어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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