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랑] 썰 모음 10
진화랑뎁진 2개. 뎁진화랑 1개. 2023년 10월 8일 연성
1. 썰 모음 3-2에서 이어지는 IF 1 내용. 주입당한 데빌의 힘에 저항해 몸만 어려진 화랑과 그런 화랑을 데빌진이 데리고 다니다가 내면의 진이 깨어나자 순순히 주도권을 넘겨 다시 진으로 돌아가는 내용으로 진화랑뎁진.
너 나한테 무슨 짓 한거야! 데빌은 제 앞에 어린 아이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커도 한참 큰 상의를 부여잡고 저를 보며 어른 일 때보다는 조금 더 가늘고 높은 목소리로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고 있는 건 분명... 어제 자신이 데려온 화랑일 것이다. 이상하군, 데빌의 힘을 주입했다고 이렇게 작아지나? 몸과 정신이 힘에 반항한 결과라는 걸 데빌이 알리가 없었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화랑이었다. 괴물로 변한 진을 발견하고 죽어라 싸우던 중 갑자기 난입한 군인이 던진 수류탄에서 진을 구하겠다고 발로 걷어찬 것 까지는 기억나는데... 왜 제 앞에 그 괴물이 있고 자신은 어려진건지 도저히 화랑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괴물을 보고 있자니 답답해진 화랑이 결국 하아, 한숨을 쉬며 털썩 자리에 앉았다. 아, 짜증나... 근데 여기는 어디야, 대체? 화랑이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평범한 가정집인 것 같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이 괴물 때문에 사람들이 다 대피한 거겠지. 그렇게 주변을 살피던 화랑은 일단... 옷부터 입기로 했다. 지금 상황에 맞지 않는, 어떻게 보면 마이페이스적인 결론이라는 건 알지만 저 괴물이 날 어떻게 하려고 했으면 진작 했겠지, 싶기도 했으니까.
" ...운도 좋네 "
집안을 뒤져 입을 만한 옷을 찾던 화랑은 제 몸에 꼭 맞는 옷을 발견하고는 후, 숨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이 집에는 아이가 사는 집인 것 같았다. 어디보자... 일단 움직이기는 편해야하니까. 대충 긴 면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화랑이 제가 걸치던 자켓을 손에 쥐고 돌아섰다. 괴물은 여전히 자신을 보고 있었다. 키우는 고양이가 뭐하는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집사 같네. 화랑이 그렇게 생각하다 다시 하아, 한숨을 쉬었다.
" 너 말이야... 날 어떻게 하고 싶어서 데리고 온거야. 아니 그것보다 진짜 왜 이렇게 된건데! 왜 작아진거냐고, 이 상태로는 너랑 싸울 수도 없잖아! "
자신의 몸이 작아진 것에 가장 큰 불만이 자신과 싸울 수 없다는 점이라는 걸 어필하는 화랑의 말에 데빌이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었다. 이 상황에서 아직도 자신과 싸울 생각인건지. 정말이지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는 인간이라고 데빌은 생각했다. 뭐가 재미있다고 웃냐, 너는... 오늘 한숨만 몇번을 쉬는 건지. 화랑의 눈에 커다란 전신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거... 몇살 정도일려나... 대략... 12살...? 정도인가... 어려진 제 자신을 본다는게 이리 부끄러운 일일 줄이야. 그리고 이때 데빌이 화랑을 안아올렸다. 우왓...! 허둥지둥 데빌의 옷을 붙잡은 화랑이 순식간에 집의 천장을 뚫고 높이 날아오르는 데빌에 이를 악 물었다. 이런 미친...! 그리고 들린 커다란 소리에 황급히 아래를 내려다 본 화랑은 제가 방금 있던 집으로 들어가는 군인들을 발견하고는 후, 숨을 내뱉었다.
" 사람들이 오는 걸 눈치챈거냐... 그나저나 저 군인들은 대체 뭐야? G사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철권중도 아닌 것 같고... 제 3의 세력인가? "
" ...... "
" 널 쫓는건지... 아니면 진을 쫓는건지... 어느 쪽이든 달갑지 않은 건 사실... 이긴 한데 왜 날 데리고 도망가는건데! "
" ...... "
" 대답을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반응이라도 좀 보이던가... 하아... 하긴 아군인지 적인지 모를 군인들에게 잡히면 나도 어찌될지 모르니... "
이거 완전 불편한 동행이네. 제 허리에 단단히 감긴 데빌의 팔을 바라본 화랑이 다시 낮게 한숨을 쉬었다. 이 높이에서 떨어져서 추락사는 싫으니까... 일단 땅에 내려갈 때 까지는 얌전히 있을까나. 한참을 화랑을 안고 열심히 날아가던 데빌은 나름 시야에 자신을 위협할 요소가 없다고 생각한 건지 민가가 있는 마을에 내려앉았다. 우와, 안전장치 하나 없는 정말 말그대로 비행의 여파일까 바닥에 발이 닿자마자 비틀거리는 자신의 팔을 붙잡아 세운 데빌을 향해 화랑이 발차기를 날렸다. 그래봤자 어린 아이의 몸으로 날린 발차기는 데빌의 손에 손쉽게 붙잡혔지만. 그리고 그런 화랑을 다시끔 안아올린 데빌이 입을 크게 벌려 살짝 들어난 화랑의 어깨를 물었다. 윽...! 연약한 아이의 몸으로 견디기 힘든 고통에 화랑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퍼졌다. 잠시 후 데빌이 입을 떼며 가볍게 입맛을 다셨다. 피라도 마신 것 같은 모양새에 화랑이 눈물을 흘리면서도 데빌을 노려보았다.
" 미친... 니가 무슨 불교에 나오는 야차냐...? 으, 아파... "
" ...하하하하하 "
" 웃지마...! "
잡아 먹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절대로 지지 않는 한마디에 데빌은 결국 웃어버렸다. 아무래도 너에게 공포를 느끼게 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군. 그렇게 생각한 데빌이 손으로 화랑의 눈물을 닦아냈다. 그 행동에 병 주고 약 주냐고! 라며 화랑이 다시끔 소리를 질렀지만 데빌은 아랑곳하지 않고 눈물을 모두 닦아내더니 이내 화랑을 옆구리에 끼고 가까운 빈집으로 들어갔다. 빈집에 남겨진 구급 상자로 대충 치료를 한 - 물론 셀프 - 화랑이 역시나 집에 남겨진 음식들로 대충 배를 채우고는 침대에 누워 잠시 눈이나 붙일까하고 눈을 감았다뜨니 밖은 벌써 어두컴컴한 밤이 되어있었다. 근데 이거... 내가 생각해도 나 너무 마이페이스인 것 같은데.
잠시 눈을 비빈 화랑은 이불처럼 쓰고 있던 제 제킷을 몸에 대충 두르다 벽에 기대앉아 팔짱을 낀체 눈을 감고 있는 데빌을 발견하고는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와 가만히 바라보았다. 지금이라면... 어린아이의 몸이라지만 머리를 후려치고 진으로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내 화랑은 고개를 저었다. 본래의 몸일 때도 힘든데 이런 어린 아이의 몸으론... 어림도 없겠지. 화랑은 데빌의 머리를 후려치는 대신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가만히 데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 진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괴물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넌 대체 무슨 이유로 이 세상에 나타나게 된건지 목적을 모르겠단 말이야... 결국 뭐 세계 정복 이런건가, 미시마 카즈야 그 양반처럼. 일단 그것보다.
" 넌 언제 깨어날건데, 진 "
언제까지 이 괴물이 네 몸을 차지하게 내버려둘 셈이야? 덕분에 나도 졸지에 이 모양 이 꼬라지가 됐잖아. 이거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긴 하나? 아니면 진짜 나이를 다시 먹어야한다거나 이러진 않겠지? 하아, 화랑이 한숨을 쉰 그 순간이었다. 읏... 데빌의 입에서 작은 신음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이내 데빌의 손이 제 앞의 화랑의 손목을 붙잡았다. 역시나 사정을 봐주지 않는 강한 힘으로 붙잡는 통에 화랑의 입에서 작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깨어난거야, 뭐야...! 화랑이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자니 이내 진의 몸에 나와있던 괴물의 흔적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 설마... 야, 진! "
" 읏... 당신... 누구... "
" 누구냐고 묻기 전에 괴물한테서 빨리 주도권 찾으라고! "
언제까지 이 괴물이 네 몸으로 활개치게 놔둘거야, 이 멍청이가! 그렇게 외치며 저도 모르게 남은 손을 들어 진의 머리를 세차게 가격한 화랑은 이내 진의 몸에 완전히 데빌의 흔적이 사라지자 후 숨을 내뱉었다. 서서히 제 손목을 잡은 손에서 힘이 빠지는걸 느끼면서 화랑이 고개를 숙인 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 정신이 드냐, 멍청아 "
" 어린... 아이...? "
" 누가 어린... 아, 지금은 그렇게 보이겠네. 그 괴물, 진짜 나한테 무슨 짓 한거냐고... "
나야, 화랑. 제 이름을 듣고 번쩍 고개를 든 진의 눈에 비춰진 제 모습은 여전히 어린 아이의 모습이었다. 주도권을 빼앗아도 내 몸은 여전히 어린아이 그대로인가... 정말이지... 일단 정신을 차린 진은 제가 이런 낯선 장소에 있다는 것과 제 앞의 어린 아이가 내뱉은 말에 혼란을 겪고 있는 듯 했다. 네가... 화랑이라고...? 화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 못 믿는 것도 당연하긴 한데 사실이야. 정말이지, 드디어 얼굴 보네 "
" 어... 쩌다가... "
" 나도 몰라. 괴물로 변한 너랑 싸우다가 왠 군인이 던진 수류탄에 휘말려서 기절했는데... 깨어나니까 그 괴물이 내 앞에 있고 난 어려졌더라 "
진짜 기가 막힌 일이지, 참나. 그 말에 완전히 정신을 차린 진의 손이 화랑의 어깨로 향했다. 그 와중에도 비릿한 피냄새를 감지한걸까, 진이 옷을 슬쩍 들추니 어깨에 붙은 커다란 거즈가 보였다. 피가 살짝 스며들어서일까, 붉게 변한 거즈에 진이 얼굴을 찌푸렸다. 내가 한거야? 그 말에 잠시 말이 없던 화랑이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 아냐, 멍청아. 정신차리고 보니 부상당했더라. 아마도 수류탄의 파편이라도 맞았겠지 "
" ...그래? "
" 그래. 여하튼 이게 중요한게 아니라... 정신차렸으면 지금 상황 정리라도 하자 "
그렇게 말한 화랑이 어디보자, 이 집에 펜이랑 종이 같은게... 라며 방을 뒤지기 시작하자 진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각오를 다지고 아자젤과 동귀어진을 한 줄 알았는데 자신은 아직도 살아있었다. 아자젤은... 소멸된건가. 진이 제 가슴에 손을 올렸다. 심장 너머 저에게 순순히 주도권을 준 데빌이 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무슨 변덕인지 의식을 서서히 찾아가던 자신에게 순순히 주도권을 준 데빌이 보여준 건 누군가의 어깨를 물며 그 피를 한껏 마시던 모습이었다. 화랑은 얼버부렸지만... 상처의 모양으로 봐서 그건 분명... 진이 주먹을 꾹 쥐었다. 데빌의 의도를 알지 못한 체 제 앞에 놓인 상황에 진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 자, 그럼 이제... 괜찮냐? "
" ...응 "
" 정신 차린지 얼마 안된 건 알지만 일단은 상황 정리부터 하자고 "
어디선가 종이와 펜을 들고 나타난 화랑이 한 손으로 펜을 돌리며 자신을 보며 웃는 모습을 보며 진도 결국 피식 웃어버렸다. 그래, 지금은 불안해할 상황이 아니다.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야한다. 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2. 성격이 완전 다른 쌍둥이 진과 뎁진, 그리고 둘 사이에 끼어버린 화랑으로 진화랑뎁진 (나이 변경, 역키잡, 나이차는 4살차)
우당탕탕, 도장 입구에서부터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혼자서 연습을 하던 화랑이 흐트러진 제 도복을 정리하며 벌써 날짜가 그렇게 됐나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내 대련실로 먼저 뛰어 들어온 건 14살 쌍둥이 중 동생에 해당되는 데비였다. 화랑, 안녕! 힘차게 인사하며 저를 향해 뛰어오는 데비의 이마를 손으로 가볍게 누르며 저지한 화랑이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 반가운건 알겠는데 형님 지금 땀 범벅이거든? 아니 그것보다 또 반말! "
" 화랑은 화랑이잖아? "
" 에휴, 됐다. 그나저나 진은? "
찾기가 무섭게 조용히 대련실로 들어온 진이 가볍게 고개를 살짝 숙이는걸 본 화랑이 하아, 한숨을 쉬며 수건을 어깨에 걸쳤다. 오기 전에 연락 한번 하라고 했잖아. 이 망할 쌍둥이, 말도 드럽게 안들어. 툴툴거리며 거칠게 내뱉은 말에도 쌍둥이들은 조금도 겁을 먹지 않은 얼굴로 가만히 화랑을 바라보았다. 이 쌍둥이들은 이미 화랑의 말투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물론 화랑의 성격도 다 파악했고. 화랑이 양손을 들어 두 쌍둥이들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씨익 웃었다.
" 일단 씻고 올테니까 응접실... 아니면 내 방 가있어. 알았냐 "
" 응, 알았어! "
" ...응 "
언제나 그렇듯이 제 말에 힘차게 대답하는건 데비였고 반대로 조용히 대답하는건 진이었다. 화랑이 쌍둥이들과 엮이게 된 건 대략 반년전으로 제 사범님인 백두산과 친분이 있는 미시마 가의 사정으로 일주일 정도 도장에서 지내게 되었고 그 후 일정 주기로 도장을 방문해 화랑을 찾는 것이었다. 물론 처음엔 그저 귀찮기만한 불청객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미시마 가의 사정을 알게 된 후엔 그래, 애들이 무슨 죄냐. 의 심정이 된 화랑도 쌍둥이들이 찾아오면 자기 나름대로 잘 챙겨주게 된 것이었다.
쌍둥이 중 형의 위치에 있는 건 카자마 진이었다. 미시마 가가 이혼을 하게 되면서 어머니인 카자마 준을 따라가게 된 진은 어머니인 준의 영향인지 항상 침착하고 조용하며 생각이 깊은 소위 말하는 착한 아이로 성장했다. 도장에 와서도 동생인 데비가 화랑에게 달라붙으며 친근하게 굴때도 진은 그저 조용히 한발짝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 화랑이 불러서야 다가오곤 했다. 그건 아마도 제 동생인 데비를 위한 배려일 것이다.
쌍둥이 중 동생의 위치에 있는 건 데비였다. 처음 이름을 묻는 화랑의 질문에 제 어머니의 성을 붙인 진과 달리 데비는 딱 잘라 제 이름만 말했다. 미시마도 카자마도 아닌 그저 데비. 그나저나 데비라니... 아이한테 붙여줄 이름이 아닌 것 같은데 싶었던 화랑이었지만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데비는 아버지인 미시마 카즈야의 옆에 남게 되었지만 데비는 카즈야를 조금도 따르지 않았다. 카즈야가 다정한 아버지와는 거리가 멀긴 했고 서로가 서로를 무시한다는 쪽에 가까운 관계였다. 그런 데비가 장난끼가 많지만 진보다는 밝고 활기찬 아이로 성장한 건 분명 기적에 가까울 것이다.
어머니인 준도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걸까, 데비는 준을 만나는 것도 거부했고 오직 단 한 사람. 자신과 같은 일을 겪은 제 쌍둥이 형인 진은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하는지 가끔 만나고 싶어했고 결국 미시마 가와 친분이 있고 예전에 한번 지낸 적이 있던 백두산의 도장이 적합한 장소로 선택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쌍둥이를 나름 형의 마음으로 받아주게 된 게... 화랑이었다.
" 쌍둥이들 안싸우고 잘 있었냐 "
" 늦어, 화랑! "
" 10분 밖에 안됐는데 뭐가 늦어야! 얼씨구, 간식까지 알아서 꺼내서 먹고 있었냐 "
" 여기 "
응접실에서 알아서 간식까지 꺼내 먹던 쌍둥이 중 데비의 말에 피식 웃은 화랑은 저에게 컵을 내미는 진의 손에서 컵을 받아 한모금 마셨다. 음, 제로 콜라네. 제 사범과 똑같은 태권도 사범이자 격투가를 꿈꾸는 화랑이 이런 간식도 잘 먹지 않는다는 걸 아는 진이 선택할 만한 음료였다. 사실 그냥 물이 더 좋긴하지만... 그냥 기특하니 입 다물까. 화랑이 속으로 생각했다. 으챠, 쌍둥이들 사이에 앉아 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누던 화랑은 데비가 꺼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 화랑, 나 풍신류 배우기 시작했어 "
" 풍신류? 카즈야 그 양반이 너한데 직접 가르쳐? "
" 아니? 그냥... 할아버지가 가끔... "
" 헤에... 풍신류를 이어 받을거야? 아니면 격투가? "
" 화랑도 격투가를 꿈꾸고 있잖아. 그런 화랑을 보다보니까 나도 왠지 모르게 하고 싶어졌어 "
" ...그래? "
내 영향을 받은 걸 좋아해야할지 난감해야할지. 화랑이 답지 않게 말을 흐리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데비의 표정이 흐려진 걸 눈치채지 못한 화랑을 향해 이번에는 진이 입을 열었다. 나도... 격투기 시작했어. 풍신류도 카자마류 고무술도 아니지만. 그 말에 화랑이 너는 또 왜, 라는 표정을 했지만 진은 나이에 답지 않게 말을 고르며 말을 이어갔다.
" 그냥... 심신 모두 강해지고 싶어서... 어머니도 강인한 육체, 강인한 정신이라고 하셨고... "
" 흐음, 그래서 뭘 배우고 있는데? "
" 극진 공수도 "
" 극진 공수도라 "
" 그래서 말인데 화랑, 나랑 대련해줘 "
그 말에 선수를 빼앗겼다는 표정을 지은 데비가 다급하게 화랑의 팔에 매달렸다. 화랑, 나도! 나랑도 대련해줘! 이것들이 왜 이래. 잠시 말이 없던 화랑이 에휴,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 내 성격 알겠지만 안봐줄거야. 아프다고 징징거리지마. 그 말에 쌍둥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련실에서 화랑은 두 쌍둥이들과 대련을 반은 진지하게 반은 설렁설렁 받아주었다. 아무리 그래도 성인에 가까운 나이가 된 화랑이 아이에 불과한 둘과 진심으로 대련했다간 크게 다칠게 뻔했기에 화랑은 흘리기와 잡기로 대응해주고 있었다. 종국에는 둘을 동시에 상대했지만 화랑에게는 조금의 타격도 주지 못한 체 쌍둥이는 수없이 바닥에 매쳐지고 넘어져야만 했다.
" 아, 힘들어! 진짜 한번을 안봐주네! "
" 수... 고하셨습니다 "
" 오냐, 수고했다. 꼬맹이들 "
바닥에 대자로 뻗은 데비와 허리를 숙인 체 손으로 무릎을 짚으며 서 있던 진의 인사를 받아 준 화랑은 조금도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으아, 분해... 한대라도 때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조금... 동감... 그 말에 화랑이 으쓱 어깨를 들어보였다.
" 니들 이 형님을 대체 어떻게 본거냐. 아무리 그래도 격투기를 배운지 얼마 안된 애송이들에게 맞아 줄리가 없잖아? "
" 애송이? "
" 애송이... "
" 뭐, 그래도... "
둘 다 기본기는 꽤 탄탄하니 성인이 될 무렵이면 나랑 꽤 좋은 승부가 될지도. 물론 아직 한참 먼 이야기지만. 그 말에 둘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러다 데비가 불쑥 화랑에게 얼굴을 내밀며 소리쳤다.
" 그럼 화랑. 나랑 진 둘 중에 누가 더 강할 것 같아? "
" 야, 난 미래 같은 거 볼 줄 모르거든? 그런 껄끄러운 질문 하는거 아냐 "
" 그럼... 나랑 진, 둘 중 한명을 라이벌로 옆에 둬야 한다면 누구를 둘거야? "
" 흐음... "
이 꼬맹이들... 아니, 데비 이 녀석 오늘따라 참 대답하기 힘든 질문만 골라하네. 거기에 진도 말릴 생각도 안하고. 원래 장난끼 많은 데비가 화랑에게 과하게 굴때면 항상 옆에서 말리던 진은 오늘따라 그럴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때 화랑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대답도 깊게 생각하지 않고 툭 내뱉었고. 하지만 몇년 후 화랑은 이때 제가 한 대답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된다. 왜냐하면 지금 자신이 한 대답으로 인해... 쌍둥이 형제는 골육상쟁의 길로 들어서버리니까...!
" 역시... 둘 중에 더 강한 쪽이려나! 내 라이벌이라면 강한 녀석인게 좋으니까! "
3. 이벤트로 태그 배틀이 열리자 누구랑 태그 맺고 참가할지 고민하다 결국 아무도 예상 못한 뎁진이랑 태그 맺고 참가하는 화랑으로 뎁진화랑 (평화로운 철권 세계관. 진과 분리 완료. 악성이 조금 사라진 상태)
태그 배틀이라. 이건 또 무슨 신박한. 화랑은 제 앞으로 날아온 초대장의 내용을 보며 뚜둑 손을 풀었다. 주최측에서도 상당히 재미있는 생각을 했네. 확실히 세계선이 다른 어느 곳에선 3대3 매치 대회도 있긴 하지. 제 4의 벽을 무너트리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화랑이 초대장의 내용을 조금 더 꼼꼼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끼리 짜도 좋고 초대장이 없는 게스트도 파트너로 선택해도 좋다... 일단 2명 중 한명은 무조건 초대장은 필수라는거네. 그리고 배틀 중 파트너의 공격을 이어받으며 난입 교체도 가능하다라. 두 사람 중 한명이라도 쓰러지면 패배. 이거 꽤 재미있겠는데. 전략도 중요하지만 파트너와의 궁합도 무시할 수 없겠어. 그럼... 어떻게 할까나. 화랑이 제일 먼저 찾은 사람은 당연하게도 제 사범인 백두산이었다.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라지만 백두산의 강함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건 화랑 자신이었으니까. 하지만 예상치도 못하게 돌아온 말은 거절의 말이었다.
" 아쉽게도 그건 다음으로 미뤄야겠구나 "
" 엣...? "
" 선약이 있어서 말이지 "
" 설마... 리 아저씨? "
" 그래. 간만에 태그를 이뤄 대회를 나가보지 않겠냐고 연락이 와서 말이다 "
" 아악, 그 아저씨 선수를 치다니...! "
백두산은 제 앞에서 거칠게 머리를 헤집는 화랑을 보며 허허 웃었다. 물론 백두산도 제 소중한 제자와 태그를 이뤄 대회에 나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약속은 약속이었다. 어쩐지 전화를 받자마자 리가 인사는 고사하고 화랑에게 들었냐는 말로 시작하더니, 그도 꽤나 마음이 다급했던 모양이었다. 아, 귀찮게 후보군 다시 추려야하잖아. 라고 중얼거리는 화랑의 이름을 백두산이 힘차게 불렀다.
" 화랑! "
" 아, 네! "
" 만나면 봐주지 않을거다 "
" ...물론이죠! "
" 지면 지옥 훈련 일정 추가다 "
" ...그럼 이기면 뭐 휴가라도 주시나요? "
" 그럴리가 "
" 채찍만 주시고 당근은 어디에 있는건가요, 사범님... "
그렇게 백두산을 태그 파트너로 포섭하는데 실패한 화랑이 일단 도장을 나와 제 바이크에 몸을 실었다. 사범님이 안됐을 경우 생각한 후보는 몇 명 정도 더 있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태그 파트너를 찾는건 화랑 저 뿐만이 아니었으니까. 이거 잘못하면... 위험할 것 같은데. 저도 모르게 불길한 말을 입에 담은 화랑이 힘차게 바이크를 타고 출발하는 걸 누군가가 가만히 보고 있었다는 걸 그는 눈치채지 못했다.
" 어, 미안. 이미 샤오유랑 하기로 해서... "
" 아, 역시 한발 늦었나... 그나저나 샤오유 그 녀석 행동 빠르잖아 "
" 태그 매치의 특성 상 파트너가 중요하니까. 아마 다들 초대장을 받자마자 행동했을걸 "
" 그래도 한번 실패했다고 그 다음 후보군까지 줄줄이 아웃이면 너무 가혹하잖아 "
진이 응접실의 소파에 앉아 툴툴거리는 화랑을 보며 작게 웃었다. 아마 그의 성격상 제일 먼저 자신의 사범인 백두산에게 말했을거다. 그리고... 실패했겠지. 진은 오늘 아침 도착한 초대장의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는 백 포섭 완료라며 눈을 빛내던 제 삼촌, 리 차오랑을 떠올렸다. 그리고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어머니인 준은 카즈야와 라스는 알리사와 파트너로 매치되어 있었다. 자신은 샤오유가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화랑과 태그 파트너가 되었겠지만...
" 뭐, 너랑 파트너로 대회에 나가도 재미있었겠지만 역시 상대로 싸우는 게 더 재미있으니 거절했을지도 "
" 그거야 그렇지만... 하아, 뭐 일단 알았다. 그럼 대회장에서 보자고 "
" 좋은 파트너 찾길 바래, 화랑 "
" 그래, 너보다 백배는 강한 파트너 대동할테니까 그때 보자고 "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헤어진 것과 달리... 몆 명에게 더 연락을 한 화랑은 아오, 씨. 짜증을 내며 제 폰을 거칠게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진 다음으로 생각 난 스티브는 킹과 에디는 크리스티와 이미 파트너가 되었다고 했다. 하아... 뭐, 일단 여기서 이러고 있어도 답이 안나오니 복귀할까... 제 바이크에 시동을 건 화랑이 조금 힘없이 출발하고 도장 근처에 거의 다달았을 때. 화랑은 도로 한가운데 천천히 내려앉는 사람 그림자를 발견하고는 황급히 바이크를 세웠다. 끼이익,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바이크를 세운 그가 발견한 사람은.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 대회 전 오프닝 데이가 되었을 때 격투가들은 하나둘 약속의 장소로 모여들었다. 이번 이벤트를 위해 직접 지은 야외 콜로세움과도 같은 경기장은 주최자인 미시마 재단의 압도적인 재력을 보여주는 듯 했다. 물론 앞으로의 대회에서도 써먹겠다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주최측에서는 일부로 참가자들의 리스트를 공개하지 않고 참여 여부만 조사했다. 직접 경기장에 와 상대의 면면을 직접 보고 느끼라는 취지일 것이다. 나름 깜짝 이벤트의 느낌이랄까. 그리고 익숙한 격투가들이 속속 모여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나름 견제 아닌 견제도 하고 있을 쯤. 거의 마지막 쯤에 익숙한 누군가가 경기장에 모습을 보였다.
" 화랑! "
" 오랜만이야, 샤오유. 여전히 활기차네 "
경기장에 들어온 그를 제일 먼저 확인한 샤오유가 힘차게 손을 흔들며 부르자 화랑도 천천히 샤오유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샤오유가 있는 곳엔 그녀의 태그 파트너인 진과 앙숙이면서도 은근 호흡이 잘맞는 리리와 아스카가 있었다. 화랑이 어이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 두 사람은 서로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더니 이럴 땐 또 파트너야? "
" 흥, 과한 참견이야! 그나저나 당신 파트너는? 설마 못찾았어? "
" 아니거든 "
" 정말로? "
" 진짜거든. 오... 시간 됐네 "
그 말과 동시에 화랑이 뒤로 몇발짝 물러선 순간. 갑자기 콜로세움 전체를 휘몰아치는 폭풍이 불었다. 으앗...! 각자가 몸을 숙이거나 아니면 누군가를 붙잡고 지탱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버텼다. 그리고 폭풍이 가라앉은 순간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화랑의 옆에 내려앉았다. 오닉스의 맑은 검은 빛을 담은 것 같은 날개와 숨길 수 없는 악마의 것과 닮은 뿔. 그리고 뱀처럼 차가운 눈까지.
" 너 말이야, 이렇게 요란하게 등장할 필요 있어? 아니, 솔직히... 반신반의 하긴 했는데 진짜 왔네 "
어서와라, 내 파트너. 화랑이 제 옆에 선 데빌을 보며 밝게 웃었다. 그리고 갑작스런 데빌의 등장에 제일 놀란 진이 한발짝 나섰지만 오히려 그런 진에게 발차기를 하며 달려들려는 걸 막은 건 화랑이었다. 내 파트너한테 무례한 짓은 그만 둘래, 진? 그 말에 진이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 네가 지금 누구랑 파트너를 하겠다고 한건지 인식하고 있는거지, 화랑? "
" 나 정신 멀쩡하거든. 저번에 오른쪽 눈 살짝 다치긴 했지만 그것도 다 회복했는데 "
" 지금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 "
" 미안하지만 아무런 문제 없어. 이 녀석... 이상하게도 내 말은 잘 따르는 편이라 "
" 지금 무슨 기르는 개 같은 걸 말하는게 아니잖아 "
" 그럼 무슨 문제가 있는데. 데빌이라서? 그건 너랑 분리되기 전 이야기 아냐? 분명 분리된 후에는 악성이 조금 빠졌다고 들었는데? 걱정되는건 알지만 지금은 완전 초참견이라고 "
" 지금 내가 걱정하는게 뭔지 알잖... "
그리고 화랑이 진에게만 시선을 주는 것이 싫었던 듯 데빌이 슬그머니 화랑의 허리에 팔을 감더니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어어, 미안미안. 왔는데 신경 못 써줘서. 그나저나 너 진짜 올 줄은 몰랐는데, 아니. 시간은 어떻게 알고 딱 맞춰서 온거야? 역시 동물적 감각 이런건가? 알았으니까 너무 치대지마, 보는 눈이 많아서 부끄러... 아야야, 알았으니까 손에서 힘 좀 빼줄래 데비? 마치 저를 견제하듯 자신을 쳐다보며 화랑의 허리를 안은 손에 힘을 주는 데빌을 진이 인상을 찌푸린 체 바라보았다.
" 하아, 알았어. 무슨 일 생기면 내가 책임질게. 그래, 데비가 사고치면 내가 리그 사퇴한다. 영구적으로 "
그 싸움광 화랑이 리그 사퇴라는 초강수까지 두니 진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칫, 혀를 차는 진에 데빌이 입술 끝을 끌어올리며 마치 비웃는 듯 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자신의 제자가 엮여있음에도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보고 있던 백두산 옆에 있던 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 그러고보니 백, 까마귀는 반짝이는 물건에 끌린다는 이야기가 있지. 조심해야겠네, 데빌이 자네의 제자를 데려가기 전에 "
" ...농담이라도 웃을 수 없는 이야기는 하지말게나, 리. 그나저나 저 데빌을 지금 까마귀 취급하는건가? "
" 날개가 까만색이잖아? "
" 하아아아... "
- 카테고리
- #2차창작
- 페어
- #BL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