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헌태섭] Smoking, Candy, Love
* 편의점 알바생 고딩 이명헌 X 부상 은퇴 농선 아저씨 송태섭
* 부상 은퇴 소재로 사알짝 분위기가 그렇고 그렇습니다.
명헌이 그를 만난 것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후드티 모자를 푹 눌러쓰고 편의점에 들어온 그는, 맑은 방울소리와 어울리지 않게 푹 눌러쓴 모자만큼 고개도 푹 숙이고 있는 남자였다.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바로 카운터까지 다가왔고, 말 없이 서 있었다. 카운터 앞까지 다가온 남자에게서는 낯선 담배냄새가 났다. 자신보다 체구가 작았지만 성인이었나보다. 물론, 명헌은 운동을 전공하는 고등학생으로서 큰 키와 다부진 체격을 가지고 있어서 그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제법 많은 이들이 작은 편이었다.
“…….”
남자는 여전히 말없이 카운터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 남자를 내려다보던 명헌이 입을 열었다.
“뿅.”
“…?”
남자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늘어뜨린 눈썹 밑으로 깊은 아이홀, 그 안에 더 깊고 음울해보이는 갈빛의 눈이 명헌의 눈과 스쳤다. 그늘졌다곤 해도 태닝이라도 한건지 갈색으로 탄 피부가 도드라졌다. 모자 밑으로 드러난 그의 턱선이 얇았다. 살이 내리면 보일 법한 모습이라고 명헌은 생각했다. 당황한 남자의 모습을 보던 명헌이 그제야 박터지는 소리를 냈다.
“아. 사장님 친구.”
“…언제 새로운 알바생을 뽑은거지, 준호 선배는…….”
남자가 중얼거렸다. 버석하게 말라 갈라진 듯한 목소리였다. 살이 내린 턱선 위로 퀭한 눈가가 거뭇했다. 폐인인가? 명헌은 편의점 사장이 외출하기 전 당부한 것을 떠올렸다.
‘음, 너보다 작은 남자애가 올 거야. 하루에 한 번씩 비슷한 시간대에 오는데, 그 아이가 오면 저쪽에 세븐(7) 라인의 담배를 한 갑 꺼내주면 돼. 만약 외상을 얘기하면 그렇게 해주고.’
‘아는 사람인가용?’
‘…고등학교 후배. 그리고, 음… 아니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사장은 조금은 아쉬운 듯 웃으며 말했었다. 사장님은 분명히 ‘아이’ 라고 했는데. 하긴 담배를 살 정도면 당연히 성인이겠지. 이렇게 폐인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서 그렇지. 명헌은 혼자 고개를 주억거렸다. 인생의 쓴맛이라도 본 모양이다. 그의 모습이 자신의 미래가 되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명헌이 돌아서더니 담배 리스트를 손끝으로 훑었다 7라인의 담배는 인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꽉 채워져 있었다. 그게 저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냐면, 저 남자를 언급하는 사장의 표정은 슬픔으로 가득했으니까.
명헌은 뿅삐뇽 삐뇽 하는 소리를 내며 담배를 골랐다. 7라인 담배를 한 갑 꺼내주면 된다고 했지 넘버가 정확히 정해진 건 아니어서, 손가락 끝이 7라인 담배들을 죽 훑다 47 넘버가 적힌 담배 한 갑을 꺼내 카운터 테이블에 올렸다.
“이거 맞죵? 사장님이 7라인 담배 꺼내면 된다고 하셨는데.”
“…아.”
“혹시 원하는 넘버가 있으세용?”
“아니, 아닙니다.”
남자는 담배를 쥐고 카드를 내밀었다. 명헌이 카드를 받아들었다. 포스기에 카드를 긁히고 그에게 건네는데 카드 뒷편에 적힌 싸인이 눈에 띄었다.
‘송태섭’
“송태섭?”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 목소리에 남자가 크게 움찔했다. 명헌의 손에 쥐어진 카드를 빼앗듯 거두고는 인사도 없이 그대로 편의점을 빠져나갔다. 흡사 도망이라도 치는 사람과 같아 명헌은 드물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말을 듣는 포커페이스조차 무너뜨린 채 입을 헤 벌렸다.
“송태섭.”
“송태섭…… 아.”
명헌은 몇 달 전 인터넷에서 본 스포츠 기사를 떠올렸다.
[(속보) 농구 선수 송태섭, 팔꿈치 부상으로 미국 진출 좌절. 눈물의 은퇴식]
“…….”
명헌이 방울소리조차 사라진 편의점 유리문 너머를 보았다. 입술을 달싹인다.
“태섭이를 알아봤구나.”
“제가 실례를 범한 걸까용.”
“뭐… 한국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녀석을 모를 사람이 없으니까. 시간 문제였을 거라 생각해. 그 아이가 자신을 여태 꽁꽁 숨기고 항상 이 곳만 찾아와서 여태 들키지 않았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려나.”
“저 때문에 여기 안 오시는 거 아니에용?”
“자기도 모르게 그런 걸 거야. 네 잘못이 아니라는 걸 그 아이가 가장 잘 알테니까. 마음을 추스리고 나면 다시 나올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너도 농구선수를 꿈꾸고 있어서 모를 수 없는 선수잖아?”
“네…….”
답지않게 의기소침한 명헌을 본 준호가 그의 단단한 등을 두드려주며 웃어보였다.
“태섭이는 강한 아이야. 만약 이 곳에 오래도록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건 네 탓이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연락 해보셨어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 녀석의 마음 정리가 되지 않으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을거야. 그래서 기다리는 중.”
“…….”
“명헌아. 네 탓이 아니야. 정 신경쓰이면, 나중에 그 녀석이 다시 이 편의점에 찾아왔을 때 네가 친구가 되어줄래?”
“제가요?”
“농구는 태섭이를 아프게 하지만 동시에 뜨겁게 하는 존재니까. 너라면 태섭이랑 분명 친해질 수 있을거야.”
“…….”
피지컬이 중요한 농구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단신의 포인트 가드, 송태섭. 어린 명헌은 그가 한국 리그에서 자신보다 훨씬 큰 선수들을 상대로 화려하고 재빠른 드리블로 현란한 플레이를 보였던 장면을 잊을 수 없었다. 그를 보며 농구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갑자기 키가 무럭무럭 자라서 이제는 송태섭 같은 작고 재빠른 포인트가드가 될 수 없다는 건 아쉬웠지만. 자신을 보며 상냥하게 웃어보이는 사장을 보며 명헌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딸랑 -
“어서오세용.”
“…어.”
손님이 없는 사이 편의점 내부를 청소하고 있던 명헌은 익숙한 목소리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머뭇거리던 걸음이 멀어지는 소리를 듣자마자 밀대걸레를 던지듯 내려놓고 뛰어온다.
“잠깐만요!!”
“…!”
남자가, 태섭이 걸음을 멈추었다. 뒤돌아 선 상태로. 명헌은 다급하게 그를 불러놓고 정작 뭐라 해야할지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해 입술만 달싹였다. 남자는 여전히 등돌린 상태였다. 뭐라고, 뭐라고 하지? 무슨 말을 꺼내지? 명헌이 핑글핑글 도는 머리를 정리할 틈도 없이 외쳤다.
“세, 세븐 라인 담배 무슨 맛인지 알려주세용!!”
“…하?”
제가 생각해도 미친 말이었다. 사장의 고등학교 후배이고, 친한 사이라면 분명히 자신에 대해서도 들었을 테다. 자신이 알아보았다는 말을 사장에게 얘기했다면. 명헌은 등 뒤가 식은땀으로 젖어가는 감각을 실시간으로 느껴야 했다. 남자가 저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를 내며 명헌을 돌아보았다는 것은 그 뒤에 깨달았다. 멘탈이 나가기 직전의 명헌과 어이 없어하는 태섭의 시선이 마주쳤다. 가만히 명헌을 보던 태섭이 말했다.
“고등학생 아니야?”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태섭은 명헌에게 세븐 라인의 담배들이 무슨 맛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동공 지진을 일으키는 그를 보다 47 넘버를 부를 뿐. 명헌이 삐그덕거리며 담배를 꺼내자 태섭이 카드를 내밀었다. 뒷면에 그의 싸인이 적힌 카드. 전에 받았던 그 카드였다. 카드를 받아든 명헌이 태섭을 보았다. 명헌의 손에 쥐어진 카드를 내려다보던 태섭이 담배를 챙겼다. 명헌이 뚝딱거리며 계산하고 카드를 내밀었다. 카드를 받아든 태섭이 담배 포장을 뜯어내며 말없이 돌아섰다. 명헌이 움찔했다. 잠시 서있던 태섭이 말했다.
“담배만 피우고 올게. 무슨 맛인지는 못 알려주고.”
“…아.”
유리문 밖으로 나간 태섭은 정말로 그 앞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 명헌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멍하게 쳐다보았다. 뭔가 이상했다. 바보가 되어가고 있는 기분이었다. 학교에 가면 성적도 나름 괜찮고, 무엇보다 농구 경기 운영도 잘하고, 슛도 하고, 드리블도 잘 하고. 다 잘하는데. 이상하게 이 사람 앞에서만 있으면 뚝딱거리며 고장난 기계가 된 것 같았다. 존경하던 선수님이 눈 앞에 나타나서 그런걸까. 그런 사람이 너무 안쓰러운 모습으로 담배만 태우고 있어서 그런걸까. 그런 그에게 도움 하나 줄 수 없어서 그런걸까. 명헌은 그가 담배를 다 태우고 연기라도 빼는지 한참 밖에 서있다 들어오는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명헌을 보다 머쓱하게 고개를 돌렸다.
“…전에는 미안했어요.”
“뿅?”
“내가 그렇게 도망가서. 당황했을 것 같아서.”
“아.”
어른은, 어른. 명헌은 어째서인지 그런 생각을 했다. 태섭을 멍하게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에용. 제가 무례하게 이름을 불러버려서…….”
“나 누군지 알아요?”
“농구선수라면 모를 수 없다고 생각해용.”
“…농구하는구나. 하긴 그 체격이면 운동 안하면 서운하겠다.”
“…저 송선수님 보면서 포인트가드의 꿈을 키운 거에요.”
“응?”
시선을 내리깔고 얘기하던 태섭이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명헌과 다시 눈을 마주친다. 명헌은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는 건 아닌지 생각하며 말했다.
“중학생까지는 키가 작았기도 했고, 송 선수님의 경기를 보면서 농구선수로의 꿈을 키웠어요.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키가 갑자기 커져서 선수님처럼 작고 재빠른 포가가 될 순 없었지만…….”
“…하하.”
태섭이 낮게 웃었다. 의외라는 표정은 덤이었다. 한 번 입이 열려서 그런지 그 뒤로는 명헌에게서 줄줄 말이 흘러나왔다.
“선수님의 부상 소식을 듣고 얼마나 걱정 많이 했는지 몰라요. 부상이 심해서 은퇴한다는 기사 보고 너무… 너무 아쉬웠어요. 송 선수님 미국 진출하시면 저도 꼭 따라가고 싶었는데…….”
“그 정도로?”
다른 유명한 선수들도 많은데 자신의 팬이라는 사실에 태섭에게 둘러져있던 보이지 않는 벽이 낮아지는 느낌이었다. 처음 마주한 순간보다 태섭을 둘러싼 분위기가 다소 완화된 것이 느껴졌다. 명헌은 그에 또 두근거리는 가슴을 느꼈다. 은퇴식 이후로 TV 에서도, 인터넷 매체 어느 곳에도 찾을 수 없는 그였다. 명헌은 그가 그렇게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코치든, 감독이든, 하다못해 선생님의 모습이라도 보고 싶었다. 눈 앞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눈 앞에 이렇게 버젓이 존재하는데.
“기쁘네, 지금도 팬이 있다는 게.”
그 말이 왠지 울컥하기도 하고, 심술이 나기도 했다. 물론 그가 은퇴했다고 해서 그의 팬이 그 자리에서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니다. 자신이 그렇듯이. 앞으로 그의 경기를 볼 수 없다는 거지 그가 해온 수많은 경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의 팬이 모두 사라질 수 없는 이유다. 그를 마주하고 있으니 그의 유일한 팬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왜, 연예인 중에서 자주 행사에 참가하는 팬들을 알아보고 기억한다고 하지않나.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기억한다는 것은 얼마나 기쁘고, 행복하고 벅찬 일이까. 명헌은 자신을 보며 웃으면서, 나직하게 이름을 불러오는 태섭을 상상했다. 그 모습을 상상하기만 해도 가슴이 뻐근해져왔다. 너무 좋을 것 같았다. 이것은 팬심? 아니면…….
“경기를, 하지 못하도 괜찮아? 부상이 회복되어도, 나는 예전처럼 경기를 뛸 수 없는데.”
태섭의 말은 명헌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래서 그랬나보다. 포스기 옆에 놓인 동그랗게 포장된 사탕 바구니 속에 한웅큼의 사탕을 쥐어 그의 앞에 내밀었던 것은.
“응?”
“저는 송 선수님이 앞으로 경기를 뛸 수 없다고 해도 좋아할 거에요.”
“이 사탕은 왜……?”
제게 묻는 태섭에게서는 여전히 옅은 담배냄새가 났다. 명헌은 담배냄새를 풍기는 그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냄새가 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랬나보다.
“담배 맛 가르쳐 줄 생각이 없다면, 제 앞에서 담배 냄새가 아니라 사탕처럼 맛있는 냄새로 제 곁에 있어주세요.”
“…뭔가 그 말 미묘하지 않나?”
“당신을 꿈꾸던 고등학생 농구선수에게 담배냄새를 뭍히실 건 아니죵?”
“아.”
“경기를 할 수는 없어도, 제 경기를 봐줄 수는 있잖아용.”
“…….”
태섭은 명헌이 내민 한 웅큼의 사탕뭉치를 내려다보았다. 레몬맛, 오렌지맛, 포도맛… 다양한 맛이 담겨있었다. 매케한 담배냄새와는 확연히 다른.
“제가 여전히 당신을 꿈꿀 수 있게 해주세용.”
사탕뭉치를 보던 태섭이 다시 명헌을 보았다. 그가 하는 말들이, 자신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알고나 말하는 걸까. 감히 농구를, 다른 방법으로라도 다시 하라고 말하는 걸 아는 걸까. 부상, 그리고 코트로 돌아가도 선수생활이 어렵다는 의사의 말은 태섭을 밑도 끝도 없는 새카만 절망으로 끌어당기기 충분했다. 차고도 넘쳤다. 고개만 돌리면, 코트에 그어진 그 선만 넘으면. 금방이라도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자신을 부르는 팀원들이 있는데. 돌아가야만 하는 곳에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그 사실이. 현실이. 너무나도 지독했다.
충동적으로 은퇴를 선언하고 팀원들과 팬들이 만류하는 것을 뿌리치고 순식간에 은퇴식을 치뤘다. 그리고 잠적했다. 시끌했던 것도 잠시였다. 시간이 멈춘 것은 부상으로 선수활동을 할 수 없는 태섭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간은 잘만 흘러갔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신을 언급하는 횟수가 줄었다. 점차 잊혀져갔다. 농구를 할 수 없게 된 것도 괴로운데 이렇게 잊혀지는 것도 괴로웠다. 자신이 은퇴를 고집하고, 복귀하지 않겠다고 선언해놓고서. 후회할 틈도 없이 괴로움 속에서 발버둥쳤다. 고등학생 시절 문제아로 낙인 찍혔을지언정 손댄 적도 없는 담배에 손을 댔다. 술은 차마 마실 수 없었다. 술까지 손을 대면, 몸이 정말로 망가져버릴까봐.
이미 농구할 수 없다는 현실에 충분히 절망하고 있는데. 몸까지 더 망가지면 너무 비참할 것 같았다. 담배를 피우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얘기는 옛날부터 들어왔다. 담배가 몸에 좋다는 건 아니지만 술보다는 낫지 않을까. 태섭은 그래서 담배를 피웠다. 담배의 종류는 아주 많았다. 자신의 등넘버인 세븐(7) 시리즈 담배가 눈에 띄었다. 47, 67, 77, 97, 117, 147 …종류가 아주 많았다. 하루에 한 갑씩 담배를 피웠다. 담배는 시리즈별로 맛이, 향이 조금씩 달랐다. 전자담배는 맛이 느껴진다고 했는데 연초도 이럴 줄은 몰랐다. 태섭만 빼고 모든 것이 시간이 잘도 흘러가는 것 같았다.
사실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진 않았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데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태섭이 농구 코트로 복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도 할 게 없으니까.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평생 농구만 좇고 살아온 그에게 농구가 사라졌다. 그럼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지? 농구선수로서의 삶만 생각했지 지도자가 된다거나 하는 삶을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자신은 농구를 플레이 하는 선수지, 감독이나 코치를 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담배는 점차 늘었다. 해결되는 건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런데 눈 앞에 이 남학생이 저를 꿈이라고 부른다. 농구를 할 수 없지만 볼 순 있지 않냐고 말한다. 학생인 자신에게 담배 냄새가 아닌 맛있는 사탕 냄새를 갖고 제 곁에 있어달라고 말한다. 꿈꾸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이처럼 달콤한 말을 태섭은 평생 들어본 적 없었다.
담배는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건 사탕이라고 해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태섭은, 어째서인지 처음으로 담배를 끊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딱 두 번 마주친, 저를 꿈이라고 말하는 이 학생으로 인해.
차게 식었던 태섭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경기에 출전할 것처럼. 그렇게 세차게.
태섭의 손이 명헌의 손에 쥐어진 사탕뭉치를 쥐었다.
옛날 생각에 잠겨있던 태섭이 피식 웃었다. 편의점에 들어와 작은 바구니에 잔뜩 간식을 담고 있는 연하의 애인을 보던 태섭이 카운터 옆에 자리한 사탕이 담긴 통을 보았다. 한웅큼 쥐어본다. 바구니가 넘치도록 간식을 담아온 애인을 본다.
“사탕 먹을래?”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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