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로 피어오라 분석

녹아든 시선에 갇혀 있는 건

내가 나였던 경계선일 뿐

무서워 하지 않아도 돼요

시선이라는 것은 누군가가 바라보는 데에서 기준점이 생긴다. 그렇다면 이 누군가가 무엇이 되는가. 여기서 이 누군가는 나였던 경계선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 경계선이 ~일 뿐이라면서 단순화시킨다. 이는 타인으로 부터 분리된 자아와 페르소나일 수도 있지만 내가 나였던 경계선에서 이중적으로 겹쳐진 화자의 상태라고도 볼 수 있다. 이를 무서워 하지 않아도 된다는 독백은, 이 사태를 받아들이지 못한 자아가 무서워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내포하며 이 상황의 환상성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가여워 심장을 잃은 채로

살아서 환상을 보고 있어

누군가의 숨을 들고 멍하니

여기서 형성된 환상성을 무서워하지 않는 자아는 '심장을 잃은 채'로 '무서워'하는 화자를 지켜보고 있다. 이 간극이 경계선이며 외부 화자와 내부 화자의 갈등의 촉발이라고 볼 수 있다.

심장은 개인의 육체를 상징하며 숨은 육체의 생존을 뜻하기도 하지만 영적인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숨이 빠져나간다라는 표현등이 그 예다. 그리하여 이 경계선에 놓여진 무서운 환상성 속에서 육체는, 자신의 존재로 인정하지 못하는 숨을 들고 서있기에 자신의 숨은 누군가의 숨이 된다. 여기서 이 공간이 내가 나였던 경계선 속에서 존재함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안심하는 걸 불안해 하는 나를 홀려

네가 빛남에 내 어둠이 눈에 밟혀

이 경계선의 양자 속에서 영적인 내가 무서워하지 않는 안심을 육체는 불안해 한다. 이 상황에서 무서워하지 말라는 것은 홀리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음과 동시에 환상을 보는 자신을 '홀려 있음'을 조금씩 자각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이 양자간의 영역이 음적인 양적인 영역과 음적인 영역으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 않으며 면서 갈등은 점점 더 첨예해진다.

가장 깊은 시간속에 가라앉게 해

나를 닿게 해

그래 닿는 것은 나여야 돼 닿는 건 나여야 돼

절망은 아리고도 찬란했던 흔한 인간사

너야만 해 닿는 건 너야만 해

어차피 한 마디만 벗겨내면 비어있대요

여기서 가장 깊은 시간 속으로 화자는 들어간다. 개인의 가장 깊은 시간 속으로 소급되어 들어가다보면 육체는 사라지고 나라는 개념만이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화자는 그 추상적인 개념 속의 나와 닿는 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갈등 속에서 내적 자아와 외적 자아는 융화되지 못하고 갈등하는 채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먼저 닿아야 한다고 아우성 치고 있다. 이런 소강 상태는 흔해빠진 절망임과 동시에 개인으로써 온존히 존재하는 찬란함 속의 인간 찬가이다. 그 것을 깨닫고서 닿는 것이 나여야 한다는 자아들은 너의 자리 있어야 함을 말하며 닿는 것은 너야만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닿지 못하는 두 자아는 한 마디만 벗겨내면 비어 있으므로.

비주류적으로

전심전력으로

격정적으로

기회주의적으로

절치부심으로

원색적으로

위와 상동

감정의 끝 마딜 붙들고 매달렸어

끝낼 줄 알아야만 시작할 수 있어

뒤집어 쓴 가면을 벗기 시작하니?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뜻은 아냐

어두워질 뿐이야 칠흑같이

색 바랜 날에 갇힌 나를 흘려 보낼게

흐려지기 전에

그렇다면 이 자아를 끝내고 조화를 이루는 것은 어떻게 되는 가. 감정의 끝 마디를 붙들고 매달려 본들, 여기서 무서움을 느끼는 화자의 소회가 드러난다. 양분된 자아는 그렇게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고 어두워져서 소멸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새로운 나는 다시 태어나서 이 양분된 자아를 대신할지도 모른다. 해리성 정체 장애에서 여러개의 자아가 통합된다면 그 남아있는 자아는 어떻게 되는가?

그렇지만 조화되지 않은 자아는 색바랜 날에 갇혀있는 무의미한 자아이다. 그런 자아는 그렇지 않은 척 가면을 쓰고 있지만 뒤집어 쓴 채기에 제대로 자신 조차 표현되지 않는다. 혹은 그 무의미한 내면 세계를 보여주는 것과도 같다. 그렇기에 가면을 벗고 솔직해진 자아를 찾아서 회복하기 위해 자아는 다툼을 끝내는 것을 택한다.

넌 보이지 않는 것을 믿지

난 만질 수 없는 걸 믿어

그저 서로를 무너뜨려 가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것 그 것은 내적 자아와 외적 자아이다. 그 것이 서로를 무너뜨리며 비로소 화해를 시도한다.

사라져 가는 건 너야만 해 가는 건 너야만 해

시들어 갈 뿐인 추억 위에 화관을 씌우자

나여야 해 남는 건 나여야 해

이제는 낡아버린 우리의 봄을 사가세요

화해하지 못한 자아들은 시들어갈 뿐이나 이 화해를 통해서 화관을 씌운다. 그렇게 낡아버린 봄을 팔아치움으로써 이들은 새로운 자아로 화해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서로는 갈등하고 있다. 둘다 남는 것은 나야만 한다고 너야만한다고를 양가적으로 반복하며 뒤섞인다.

비주류적으로 전심전력으로 격정적으로

기회주의적으로 절치부심으로 원색적으로

상동

만월에 다시 피어난 악에 받친 선의 아래에

만월은 광기의 의미기도 하나 모든 것이 충만해진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악에 받친 선의란 결국 서로를 향한 이 갈등이 점점 첨예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나여야 돼 닿는 건 나여야 돼

아팠으나 찰나였던 흔한 인간사

너야만 해 닿는 건 너야만 해

어차피 한 마디만 벗겨내면 비어있대요

이 자아의 흐름은 세계선의 거대한 흐름 속에선 찰나이며, 모두가 겪는 흔한 인간사이나 누구에게나 아프다. 내적 자아와 외적 자아의 화해하지 못한 상황을 다시한번 한 마디만 벗겨내면 비어있다고 환기한다.

비주류적으로 전심전력으로 격정적으로

기회주의적으로 절치부심으로 원색적으로

나인 그대로 피어나고 싶어

가장 바라고 가장 두려운 것은

빌린 모습으론 가질 수 없어

나인 그대로 나인 그대로

공허한 페르소나를 지우고 순결한 자신으로 재탄생하고 싶은 마음을 털어내며 완결을 짓는다.

카테고리
#비문학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