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록] 네스카이네스_복종과 명령 샘플
24년 1월 디페스타에 들고 갈 꾸금지의 일부입니다.
네스카이네스. B6. 20P. 약 1만자 미만.
주의: 펠라티오 장면 외의 삽입은 없습니다.
알렉시스 네스라고 하면 유스에서는 그럭저럭 유명한 미드필더였다. 그의 실력도 눈여겨볼 만한 것이었으나 또래들에게는 귀엽게 생긴 외모와는 다르게 입이 거칠기로 명성이 자자했다. 한곳에 모여서 연예인 누가 예쁜지를 떠들다가 네스에게 넌지시 물어보기라도 하면,
“하아? 멍청한 소리를 하네요. 지금 그게 중요한가요?”
라며 경멸의 눈길을 보내기 일쑤였다. 축구에 열정적이라고 해도 십 대는 십 대라서 귀여운 아이가 있으면 시선이 돌아가기 마련이다. 동료들끼리 시시껄렁한 이야기 정도는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런 불만이 터진 것은 새로 들어온 선수들의 적응이 끝나갈 시기였다. 그러니까 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간신히 한 골 차이로 이긴 날이었다.
짐을 챙기고 있는데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 하나가 로커 문 반대쪽에 몸을 기대었다. 네스가 짜증스럽게 몸을 돌리자, 반대편에서 불쑥 다른 선수가 얼굴을 들이밀고 물었다.
“너 게이지?”
습관적으로 만들어 내던 웃음기 어린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게이가 아니라면 도망가지 마.”
“무슨 말을 하는 건가요. 비켜요.”
네스의 얼굴에 짜증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는 가방을 든 손에 힘을 꽉 주고 있었다. 선수들은 장난스럽게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워, 워. 진정해. 네가 게이가 아니라면 왜 여자애들 이야기를 할 때마다 피하는 건데?”
“네가 진짜 남자라면 말할 수 있잖아. 누가 제일 예쁜지 정도는 말이야.”
소년들의 휘파람 소리가 요란했다. 네스는 어깨에 힘을 뺐다. 한두 명 정도라면 모를까 이 많은 인원을 따돌리기엔 체력적으로 지쳐있었다.
“하아…. 당신들 시력 검사를 다시 해보는 게 어때요? 이걸 굳이 말해야 알 수 있나요?”
호기심 어린 시선이 닿았다. 부담스러웠다. 그는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턱을 들어 올렸다.
“카이저가 제일 예쁜 게 당연하잖아요.”
“오.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답변인데.”
가장 가까이 있던 선수의 얼굴이 당황으로 일그러졌다. 네스의 동그란 머리통이 모로 기울어졌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선수들에게 차분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깨끗한 허니 블론드에 아쿠아마린 눈동자는 선호되는 외형이다. 얼굴은 작고 이목구비는 또렷하니 현대에서 선호하는 미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필드 위에서는 오싹할 정도로 무게감이 있다. 갭은 무척 인기 있는 요소다. 거기다가 골도 잘 넣고 슛은 강력하니 가산점. 상체 근육이랑 하체 근육이 균형 있게 잡혀서….
손가락까지 꼽아가며 카이저의 장점을 나열하자 근처에 있던 선수들이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거 말고. 두근두근, 찌릿찌릿한 거 말이야.”
“카이저의 플레이를 말하는 건가요? 확실히 그의 슛은 임펙트가 있죠! 그건 정말 마법같아요! 그러고 보니 이번 시합, 영상을 다시 틀어준다고 하던데….”
네스의 좌우에 있던 선수들은 티나지 않을 정도로 뒷걸음질을 치며 손사래를 쳤다. 그들은 그제야 곱슬머리를 한 미드필더가 얼마나 꽉 막히고 이상한 녀석인지 상기했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카이저로 귀결되니, 이쯤에서 발을 빼는 것이 현명한 일이었다.
“아니. 괜찮아. 그만, 우리가 잘못했어.”
네스는 미간을 좁혔다. 카이저의 플레이 영상인데도? 하고 재차 되묻는 얼굴은 광신도의 것과 몹시도 닮아있었다. 조금만 더 내버려 두면 카이저의 활약을 무시하는 거냐며 길길이 날뛸 것이 분명했다. 네스의 근처에 있던 소년들이 목소리를 낮췄다. 그들은 이제 어린 선수를 놀리기보다 건설적인 충고를 해 주고 싶은, 어른의 계단을 밟아가는 연장자의 얼굴이 되었다.
“봐봐, 꼬맹아. 이건 성욕 이야기야. 동경이랑 전혀 다른 거라고.”
“이기면 달아오르잖아? 특히 골을 넣었으면 정신을 차릴 수 없거든. 이런 날은 야한 이야기 좀 하다가, 한 발 빼고 자는 게 최고지. 알았어? 샌님?”
정말? 네스의 의문에 소년들은 어깨를 으쓱였다.
“카이저 녀석이 매번 늦게 씻는 이유가 뭐겠어?”
“그 녀석도 몰래몰래 빼고 있을걸. 쌓아두면 병 된다고.”
그들은 장난스럽게 네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네스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해 눈을 찡그렸다. 방금까지 누가 제일 멋있는지 이야기 하고 있었던 거 아니었나? 소년들은 항상 바쁘고 분주했고, 어리숙한 동료의 의문을 기다려 줄 시간이 없었다. 반대편에서 우악스러운 소리가 울려 퍼지자 그들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요한이 여자한테 데이트 문자 받았대!”
“이리 줘! 리즈는 그냥 친구라고!”
다음 놀림감을 찾아낸 소년들은 금방 네스에게 흥미를 잃어버렸다. 락커룸은 다시 왁자지껄하게 변했다. 네스는 그 틈을 타 조용히 문밖을 나섰다. 그는 입을 삐죽거렸다. 머릿속은 다른 선수들이 한 ‘충고’로 가득했다. 여타 선수였다면 대강 무시했을 일이었으나 하필 네스에게 충고한 선수는 프로 입단을 앞두고 있었다. 능숙한 선배의 말은 쉽게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알렉시스 네스는 나이에 맞는 성교육을 부모에게 받은 적이 없었고, 그 탓에 또래 집단에서 하는 말은 그에게 꽤 신빙성 있는 이야기로 들렸다.
‘성욕이라…. 어렵네.’
네스는 복도를 걸으며 뚱하니 생각했다. 한껏 뛰고 나면 몸이 따끈따끈하게 달아오른다. 그걸 성욕이라고 한다면, 카이저도 비슷한 처지일지도 몰랐다.
네스는 구글에 ‘성욕 해소’를 검색했다. 아주 불행하게도, 어쩌면 아주 다행스럽게도 구글의 상단에 뜬 것은 파트너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올바른 성생활 방법이었다. 21세기의 10대 청소년은 구글을 과하게 신뢰하는 경향이 있었고 그것은 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하여 이 어리고 미숙한 미드필더는 철석같이 검색 결과를 믿어버린 것이다.
‘욕구 해소에는 누군가가 함께 있어 주는 게 좋은 거군.’
하지만 누가 옆에 있으면 좋단 말인가. 카이저는 친구가 많지 않았다. 애초에 친구나 연인이 있었다면 네스가 이렇게 고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카이저는 팀의 주축이다. 성욕을 계속 쌓아두고 있으면 경기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카이저는 묘한 곳에서 둔한 면이 있으니 이런 것은 옆에서 챙겨 주는 게 맞았다.
누구 좋은 사람이 없을까. 입이 무겁고 카이저를 좋아하면서, 앞으로 자신의 안위 보신을 위해서라도 얌전하게 굴고, 카이저의 입맛에 맞게 굴 수 있으면서도, 입 밖으로 카이저의 이야기를 낼 수 없는, 약점이 잡힐 녀석이 있다면….
‘잠깐. 바로 여기 있잖아.’
그것은 계시나 다름없었다. 파랑새를 찾은 마법사의 눈에 총기가 반짝였다.
네스는 입이 무겁고 카이저를 무척 좋아한다. 남자라서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 생길 일도 없었다. 남자끼리니만큼 쉽게 떠들어댈 수도 없다. 거기다 카이저라면 예쁘고 화려하니 살을 맞대어도 기분이 나쁘지 않을 것이다. 남의 성욕 처리를 해본 경험은 없지만, 마법의 구글 선생에게 물어본 결과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무심코 던진 눈덩이가 산사태를 불러일으키듯, 무심코 던진 충고는 네스의 안에서 마구 부풀고 부풀어 마침내 실행력을 가지게 되었다. 속도라면 남부럽지 않은 미드필더는 한걸음에 자신의 스트라이커에게 달려갔다.
“카이저! 카이저! 앗! 방금 샤워가 끝났나요? 나이스 타이밍!”
카이저는 샤워를 마치고 물기가 남은 머리카락을 대충 닦아내고 있었다. 네스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수건을 꺼내 그의 머리카락을 말리기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손가락 사이로 얇은 머리카락이 사르륵 흩어졌다.
“좋은 생각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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