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6] 영원한 유년기의 끝에 대하여 .1
거울. 아침에 일어나 씻으며 거울을 볼 때 마다, 이구아수는 자기혐오로 뒤덮인 얼굴을 마주했다. 한편에서 빛나는 검은 빛 사이버네틱 의안, 그 주위를 둘러싼 짓무른 피부, 한번 꺾인 것을 도로 붙여 덜렁거리는 어금니… 얼굴 반절에 남은 역력한 폭행의 흔적들. 그에게 이런 것들이 생긴 것도 이제 벌써 7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한번 생긴 원한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그 원수가 매일 보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날은 평범했다. 그가 도박빚에 떠밀려 수술대에 누운지도 두 달은 지난 시점이었다. 빌어먹을 세상과 따라주지 않는 운, 아니, 처음부터 그를 낚을 셈으로 작업을 쳤던 도박장을 저주하였고, 결국 그 저주의 끝은 다시 거기에 낚여들어간 자신을 향했다. 벼랑 끝에 몰린 여지 없이 말아먹은 삶. 두 달이란 길다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스스로를 저주하며 자포자기하며 살아온 그. 그런 그에게 주점 한가운데서 세상이 떠나가라 웃으며 떠드는 노구는 퍽 거슬리는 것이었다. 물론 모두가 알다시피 그 노인을 건드린 대가는 처참했다.
얼굴에 남은 물기를 닦아냈다. 이미 아물었을 터인 흉터가 욱신거리는 것도 그에겐 이제 익숙한 일이다. 화장실에서 나와 아직 자고 있는 룸메이트를 걷어차 깨운다.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내뱉고 느긋하게 일어나는 녀석, 볼타. 본디 눈높이가 엇비슷했던 녀석은 이젠 저보다 머리 하나 쯤은 더 큰 거구가 되어있다. 반면, 이구아수 그는 강화인간이 된 이후 조금도 자라지 못했다. 상처가 생기고, 아물고, 그 자리에 흉터라는 흔적만이 남는 시간동안 신체의 성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마치 그 이후로 어른이 될 기회는 영영 박탈당했다는 듯이.
성장에 대한 박탈은 늘 그를 좀먹는다. 막내였던 G6도 이제는 그보다 키가 크다. G13도 천덕꾸러기라고 불렸던 것이 허상이었을만치 까마득히 높은 곳으로 날아오른다. 자라고싶다, 강해지고싶다. 그러나 제자리걸음. 모두가 바뀌어갈 때, 그는 늘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를 두고 영영 떠나간다. 같이 넘기로 했던 벽에 홀로 떠밀어진 볼타는, 죽었다. G13이 가져온 기체 데이터 일부와 이름자조차 제대로 적히지 못한 쇳조각이 남겨진 전부였다. 그가 이름을 빼앗기고, 얼마 가지 않아 ‘이구아수’라고 불리기 시작한 때 부터 볼타 또한 스스로의 이름을 다시금 내뱉은 적이 없었기에 그의 본명은 기억에서 잊혀진지 오래였다. 앞으로도 영영 알 수 없을 터였다. 그는 볼타의 콜사인이 적힌 군번줄을 만지작거리다가 서랍 한켠에 밀어넣고서, 다시는 열어보지 않았다.
2인 1실로 사용하던 숙소의 룸메이트가 바뀌고, 흡연장에 함께 들어가던 사람은 이제 사라졌지만, 새삼 친구의 부재가 실감이 나진 않았다. 홀로 두 명 분의 연기를 뱉어내고, 받아줄 사람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추위를 막기 위해 환기를 포기한 흡연장 안이 자욱한 담배 연기로 가득 찼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는 그제서야 이를 악물고 적막해진 공간을 나서기를 반복했다. 녀석의 마지막이 담긴 음성 데이터는 틀어본 적도 없다. 그럴 녀석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만에 하나 그 안에 담긴 게 자신에 대한 비난이나 원망이라면… 그랬기에, 모든 것을 한구석에 밀어넣고 감히 열지 못했다. 죄책감을 애써 무시하고서 레드건을 뒤돌아보다가, 이제 더 이상 이곳은 버티고 설 의미가 사라진 그저 지옥에 불과하다고 느껴졌다. 그때부터 개인적인 의뢰를 수주받기 시작했다.
강해지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랭크 D, 최악은 아니지만 7년이라는 커리어에는 턱없이 모자랄 성적. F랭크에서 시작했던 레이븐이 하루가 다르게 순위를 갈아치우며 도약할 때도 그는 한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재능, 잠재력, 천재. 간단히 그의 손에 쥐여지는 승리. 비교되기에도 턱없이 모자란 걸음의 차이를 믿고싶지 않았다. 그랬기에 그리드에서 다시 조우했을 때, 덤벼들었다. 박살난다, 라는 결괏값은 미시간 때와 다름이 없었다. 부서진 자존심과 그에 수반되는 자기혐오, 실패한 임무보다 거슬리는 것은 체감된 놈의 성장성. 경력에 구애받지 않고 날아오를 찬란한 미래.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이. 그것에 질투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참을 수가 없었다. 이구아수는 훈련장에 틀어박혔다. 미시간은 그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며 흡족해했던 것도 같지만, 그에게 의미가 있진 않았다.
그는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꼈다. 무엇하나 제대로 이룬 것이 없다. 레드 건에서 나와 독립 용병이 될 요량이었으나 여전히 그는 레드 건 앞으로 나오는 보급품을 손에 쥐었고, 레드 건의 숙소를 사용했고, 레드 건의 훈련장을 사용하고, 레드 건의 임무에 나서고, 레드 건 몫의 월급을 받고, 레드 건의 AC를 타고… 이젠 그의 이름인 ‘이구아수’도 레드 건이 내어 준 것이다. 자신의 본명은 친우의 것이 잊혀지기 한참 전부터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레드 건에 속해야만 존재가 성립되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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