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6] 바다. 03

코랄 섞인 파도에 한차례 휩쓸린 그는 이를 악물었다가, 이내 조종석 한가운데 고정되다시피 앉혀있는 탑승자를 보고 사람이 하나 쯤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열린 코어의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야. 야, 정신 차려…!”

산발이 되어있는 흰 머리카락. 물이 머리 끝까지 차있었던 듯 온 몸이 축축하게 젖어있었고, 또 코랄의 붉은 빛이 창백한 몸 위에 맴돌고있었다. 고개를 떨군 채 축 늘어진 그는 상태가 매우 나쁘거나, 아예 죽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정신 차리라며 어깨를 흔들던 이구아수는 진짜 죽어버린 것은 아닌지 그의 목에 손을 짚어 맥박을 확인했다. 여전히 살아있었다. 다만 그 온 몸에 동여매인 붕대와 거기에 물든 피인지 코랄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불그스름한 얼룩이 그가 학대에 가까운 미션을 수행했다는 것을 증명하듯 선명해, 그가 중환자라는 사실을 계속해 강조하고 있었다. ‘이런 놈을 미션에 내보내?’ 이구아수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고서, 그의 목덜미에 연결된 AC 조종 단자를 손끝으로 더듬거리며 뽑아냈다.

힘없이 축 늘어진 몸을 두 팔로 안아들었을 때, 잘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무언가가 바닥 아래로 떨어졌다. 흘끔 시선을 내려 확인했다. 코랄로 인해 부식된 바람에 이제는 금속 쪼가리에 불과한 무언가. 내용을 알아볼 수 조차 없지만 아마 그건 인식표였을 터다. 이 환자의 품 속에 걸려있다가 코랄에 의해 줄이 삭으면서 끊긴 거겠지. 이구아수는 기절한 그의 얼굴을 흘끗 보았다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제서야 이구아수는 자신이 파일럿 ‘레이븐’이 누구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구조중인 이 환자는 레드 건의 G13이 맞을까? 우연히 같은 파츠로 AC를 세팅한 다른 녀석은 아닐까? 그런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아 잦아들었다. 코어 바깥으로 나가자 바닷물에 푹 절여진 채 방금 전의 물살에 휩쓸려 모래톱에 방치된 외투. 그 한 켠에 이구아수, 그가 전해주었던 G13의 엠블럼이 박음질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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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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