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Ha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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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내 아빠는?” [뭐?] “내 아빠는 어디 있냐고, 어? 네가 여기 있다면서. 근데 없잖아? 어디 있냐고.” 프레이가 신상을 붙들고 흔들어 제꼈다. 눈을 깜빡이는 신기한 나무 신상은 멀미난다며 그만하라 소리쳤지만, 프레이는 멈추지 않았다. 박현우였을 시절의 아빠가 아직까지 무사한지 알아야 지구로 돌아가든 말든 할 것 아닌가. 그런 그의 생각을 멈춘 것
“고백…… 할 거야?” “아니. 굳이 뭐 하러?” 조심스레 물어본 질문에 대답이 칼 같이 돌아왔다. 조용히 앉아 듣고 있던 세라흐는 움찔했다. 평소라면 그런 그의 행태를 수상하게 여겼을 레이는 감정에 매몰되어 그것을 보지 못하고 넘겨 버렸다. “해봤자 좌천이나 되겠지. 아니면 평생 못 보던가. 두 개 다 거기서 거기니까 뭘 시도해봐. 지금이 나아.” “아
“유리님.” “……아, 레이.” “또 멍 때리고 계셨어요?” “응, 뭐. 그렇지.” 심드렁하니 대답하니 새로 들인 조수가 작게 한숨을 내쉬는 게 들렸다. 아니, 쟤가? “늘상 말씀드리는 거지만, 그렇게 실내가 답답하면 밖으로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세요.” 그런 게 아닌데. 유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조수는 그의 태도가 못마땅하기라도 한 건지 곱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난 너에게 사랑 고백을 하겠어.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나는 오늘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을 것이다.” “얼씨구, 꼴에 들은 건 있어서.” “아! 자꾸 나 무시할래?” 남자가 밉지 않는 눈빛으로 여자를 흘겼다. 여자는 개의치 않고 앞에 놓인 커피잔을 들어 호로록 마셨다. 대꾸도 하지 않는 행태에 남자는 입을 삐죽였지만, 그뿐이
“자기야, 이것 좀 봐봐. 우리 어릴 때 사진이다.” 앨범을 뒤적거리던 여자가 반가운 얼굴을 하며 사진을 남자에게 내밀었다. 옆에서 널부러진 앨범들을 차곡차곡 다시 제자리에 넣던 남자는 고개를 돌려 사진을 확인했다. 그리고 여자와 마찬가지로 반가운 얼굴을 했다. “그러게. 이게 몇 년 전이지? 이십년은 되지 않았어?‘ “더 되지 않았어? 일곱 살이라기엔 너
‘Peaceful Village’는 간단히 말해 마법사 주인공이 네 명의 아이들을 순차적으로 줍고 키우는 스토리이다. 이 과정에서 갈등도 있고, 사건도 있고, 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지만 나중에 얘기하고. 주인공이 문을 열려고 하다가 전기가 흐르는 마법진에 감전당하는 것은 게임에서 극초반 스토리이다. 어수룩한 초보 마법사인 주인공은 혼자 산에 피크닉을 왔다
주현은 원래 21세기 지구에서 아주 잘살고 있던 평범한 30대 남성이었다. 판타지 세계관에서 마법이나 부리며 신의 존재에 익숙한 그런 삶을 태어났을 때부터 살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제는 다시는 누릴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지만. 지구에서의 삶은 주현이 33살의 어느 날을 맞이했을 때 한 존재로 인해 박살 났다. “그럼 내일 봐!” “안 봐!” 푸하하하!
주현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눈앞에 있는 네 남자를 바라봤다. ……한 명은 남자보단 남자애였지만.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왜 이 아이들이 제 앞에서 이러고 있느냐가 중요했지. 그는 숨을 길게 내쉬며 이제는 눈을 찌를 만큼 길어진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잠깐의 틈을 비집고 침투하는 머리 언제 잘라야 하지, 같은 시답잖은 생각을 치워버리며. “그래,
리베이아. 오스티르크 제국과 튀스만 제국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지역이자 대륙에서 유일하게 성자가 다스리는 신성 제국. 제국 사이에 끼어 있는 터라 많이 작아 보이지만 실은 인구 45만의 그리 작지 않은 도시이다. 리베이아에서는 루크 아카데미가 유명하다. 평민과 귀족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명목하에 수백 년 전에 설립된 이 아카데미는 그 이념에 맞게 평민 총교
“……왜 왔어?” “보고 싶어서.” “우리가 헤어졌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 “알아.” “그러면 왜 온 거야?” “…….” 아니 개새끼야 말을 하라고. 나는 한참 동안 내 앞에 서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이제는 내 전애인이 되신 눈 앞의 남자의 이름은 서해진, 도선 대학교의 명물이다. 안 좋은 의미로. “원아, 한 번만 다시 생각해 보면 안 될까?” “뭘
“우리가 헤어져야 할 이유가 있나요?” “모르는 것부터가 그 이유라고 생각하는데.” “이러시기예요?” 아침부터 카페에는 높은 톤의 목소리가 카랑카랑하게 울려퍼졌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 되었으나, 당사자들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맞춰 달라는 거 다 맞춰 줬잖아요. 내가 못할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오히려 상식적으로 행동했는데―” “그 시혜적인 태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