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추억
2일차
“자기야, 이것 좀 봐봐. 우리 어릴 때 사진이다.”
앨범을 뒤적거리던 여자가 반가운 얼굴을 하며 사진을 남자에게 내밀었다. 옆에서 널부러진 앨범들을 차곡차곡 다시 제자리에 넣던 남자는 고개를 돌려 사진을 확인했다. 그리고 여자와 마찬가지로 반가운 얼굴을 했다.
“그러게. 이게 몇 년 전이지? 이십년은 되지 않았어?‘
“더 되지 않았어? 일곱 살이라기엔 너무 어려 보이는데…….”
“그건 너겠지. 난 키가 크잖아.”
“넌 항상 컸어, 뭐라는 거야.”
두 사람은 즐겁게 과거를 회상하며 투닥거렸다. 그것도 잠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사진을 보고 있자니 집구석 어디선가 굴러 다닐 게 분명한 카메라를 꺼내보고 싶어졌다. 움직이기 귀찮았던 여자는 남자의 어깨를 치며 카메라를 찾아 오라고 시켰다. 남자는 궁시렁거리면서도 착실히 몸을 일으켜 있을 만한 곳을 뒤져 보았다.
“여기 없는데?”
“그럼 딴 데 찾아봐.”
“같이 찾아주라.”
“으휴.”
남자가 찾으러 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여자도 합류하긴 했지만 말이다. 두 사람은 앨범 정리를 뒷전으로 하고 카메라를 찾았다. 먼저 발견한 것은 여자였다. 찾다가 옷장에 정신이 팔려서 옷을 꺼내다가 깊숙히 박혀 있던 카메라를 본 것도 발견한 걸로 칠 수 있다면, 이겠지만.
“찾았어?”
“어, 찾았어.”
그리고 찰칵.
기습적으로 촬영한 건데도 불구하고, 전직 운동 선수의 순발력을 발휘한 남자는 멋지게 포즈를 취했다. 그 능청스러움에 여자는 킬킬 웃었다. 몇 번 더 사진을 찍고, 카메라는 남자에게로 넘어갔다.
“멋지게 찍어줘야 해.”
“걱정 마시지.”
“내가 퍽이나 걱정을 안 하겠다.”
여자는 카메라가 남자에게 넘어가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은지 자꾸만 궁시렁거렸지만, 막상 찍기 시작하자 남자가 했던 것처럼 이리저리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그렇게 찍은 사진을 비교하기 시작헀다.
“봐봐, 내가 더 잘 나왔네.”
“아니, 아! 내가 이렇게 찍지 말라고 했지!”
뭐……. 언성 높아질 일이 조금 있었던 거 같지만, 별 거는 아니다.
“그런 일도 있었지…….”
여자는 색이 바랜 사진을 소중히 쓰다듬었다. 남자가 떠나간 지도 벌써 5년째. 이제 미리 찍어 두었던 영상을 확인하지 않으면 목소리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젊었을 때 찍은 사진을 소중히 한 복을 받는 건지, 뭔지. 그가 사무치게 그리울 때면 그저 하염없이 사진을 바라보기만 하면 되었다.
“보고 싶네.”
추억을 남겨 다행이다 싶다가도, 역시 실물이 낫다는 실없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이제는 더 볼 수 없으니 사진으로 남겨진 추억들을 소중히 여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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