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콜

[선우x주란] 모조연인

#맘찍캐와_연인으로_오해받는다면_

조각 by P_윰
16
0
0

“두 분 너무 연인같으세요! 너무 잘 어울린다~”

그 말을 들은 것은 어떤 촬영을 같이 하던 어느 날이었다. 예능이었으며 고정 게스트 몇 명과 함께 흔히 ‘시골’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2박 3일을 함께 하는 프로그램. 그리고 저 말은 촬영 중 어떤 주민이 주란과 선우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선우야 어릴 때 부터 유명한 국민 배우였으니 얼굴을 모를 리는 없겠지만, 연예계와 관련된 소식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인 모양이었다. 선우를 보며 아는 척을 하더니 곧 주란이 옆에 있는 것을 보며 천진하게 그런 소리를 하는 걸 보면 딱 그랬다. 이미 열애설 기사가 일파만파 퍼진지가 일주일짼데.

주란은 그 말에 흠칫하다가 이내 웃어보였다. 그녀는 가볍게 넘길 생각이었다. ‘그런가요’, ‘종종 그런 얘기를 들어요~’ 정도로 넉살을 부릴 요량이었는데,

“맞는데요?”

싱글벙글 웃으며 제 어깨를 감싸오는 선우 때문에 그 계획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주란은 당황스러운 듯 선우를 보았다. 떨어진 입이 소리를 잃고 벙긋벙긋 거리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저희에게 ‘연인 같다’는 말을 하던 주민은 입을 가린 채 어머어머, 소리만 내고 주변에 있던 스태프들도 난리가 났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기분을 표현한다면 분명 지금 주란의 상황일 것이다. 근무 중에 이 무슨 발언인지. 모두가 공공연히 아는 일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당사자가, 그것도 일터에서 발언하는건 다른 문제이지 않나.

“…배우님?”

주란은 프로였다. 그녀는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 눈을 접어 웃었다. 남들이 보이지 않게 선우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그를 불렀다. 제정신이에요? 그런 요지의 눈빛을 보냈지만 알아들은건지, 모르는 척 하는건지 선우는 주란을 쳐다보지 않았다. 하…주란은 속으로 긴 한숨을 쉬었다. 카메라 하나가 미처 꺼지지 않았다면 분명 우리의 모습을 촬영했으리라. 그리고 이 모습은 비하인드나 쿠키 영상이나, 하다못해 본편의 예고편으로 뻔히 올라가겠지. 생각은 하고 발언하신거겠지? 주란은 그렇게 믿어야만했다.

그러나 주란의 믿음은 이후 선우의 행보로 산산조각이 났다. 이 남자는 큰 생각이 없다. 그저 ‘연인처럼’ 보인다는 말에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적어도 주란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도 그런게 ‘연인처럼 보인다’라는 말을 듣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적정 선을 지키던 사람이 카메라가 꺼지든 켜지든 여부를 따지지 않고 스킨십을 해댔다. 물론 촬영이 시작할 때는 스킨십인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만 선을 지켜 닿아왔지만, 그럼에도 그 말을 듣기 전보다 투샷이 찍힐 일이 더 많았다. 가까운 시간이 많을수록 주란의 심장이 남아나지 않을 순간도 늘었다. 휘파람을 불며 대박 시청률을 예감하고 부추기는 고정 멤버들과 제작진들의 소리들이 그녀의 청각을 어지럽혔다. 그럴수록 선우는 만족스러워 보였다. 타들어가는 제 속도 모르고.

“테이프 갈고 가겠습니다.”

카메라 감독의 요청이 들렸다. 주란은 잠깐이라도 숨통을 틀 곳을 찾았다. 그렇게 그녀가 선택한 곳은 뒷마당. 짧을 한숨을 쉬며 벽에 기대었다. 촬영이 끝날때 까지 얼마나 남았더라. 손가락을 펴서 남은 날을 세었다. 사실 셀 필요도 없었다. 오늘이 촬영 첫 날이었으니까.

“여기서 뭐해?”

남은 이틀동안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 할지 고민을 하던 주란 앞에, 부드러이 말을 건네는 목소리가 들렸다. 모를 수가 없는 목소리. 선우였다. 주란은 선우를 밉지 않게 노려보았다.

“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배우님.”

“내가 뭘?”

“공과사는 지키셔야죠.”

“우리 연애하는 것도 ‘공’ 아닌가. 나는 훌륭히 구분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장난 같은 말에 주란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굳이 대화를 하지 않아도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사실 선우는 여러모로 좋았다. 어차피 연애사실을 인정했으니 공공연히 우리가 연인이라는 걸 잘 알테고. 고마운 주민이 제게 건넨 한 마디 때문에 촬영 중임에도 연애질할 서사가 생겼으니 참을 필요가 없었다.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나서기 전까지 주란에게 모여 대화를 나누던 남자 패널들이 더이상 그녀의 주위로 오지 않았다. 그것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촬영 스태프 쪽에서도 이득이겠다 저를 말리는 사람은 적어도 여기에 있는 사람들 중 아무도 없었다. 단 하나. 서주란을 제외하고는.

그러나 선우는 주란을 잘 알았다. 오랜시간 동안 연인이었고, 지금까지 지켜봐왔다. 한 순간도 너를 잊은적이 없어. 그러니 내가 너를 모를리가 없지. 선우는 조심스럽게 주란을 제 품에 넣었다. 그리고 그 특유의 낮은 음성으로, 그녀의 귓가에 속살거렸다.

“싫어? 싫으면 안할게.”

따뜻하게 저를 감싸는 품, 미치도록 매력적인 목소리와 외모를 들이밀고서 ‘싫냐’고 물어보는 선우는 주란에게 있어 거부할 수 없는 주문과도 같았다. 그의 목소리 보다도 제 심장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쿵. 쿵. 쿵.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방향을 거부할 수 있을 정도로 이성적인 인물은 아니었다. 항상 그런 스스로를 원망하면서 감히 거역할 수 없다.

“…싫다곤 안했어요. 당황스러우니까 그렇지.”

그러니 싫은 소리를 못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제게 이렇게 유혹해오는 선우가 치사한 것이라고 그녀는 스스로 합리화했다.

“선우씨 주란씨 촬영 시작…, 어머.”

촬영 시작 시간이 임박하여 두 사람을 찾던 막내작가가 제 손을 가리며 곧장 자리를 비웠다. …홧홧하다. 주란은 새빨개진 얼굴을 들고 손부채질을 했다. 촬영장에서 이게 무슨 추태인가 싶다.

“…빨리 가요. 촬영 늦겠어요.”

선우의 얼굴을 차마 마주하지 못한 주란이 앞장서 돌아갔다. 선우는 바삐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을 멀거니 바라보다가 방긋, 웃었다. 사랑스럽기도하지. 저 모습을 나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선우는 그녀의 걸음을 따라갔다. 보름달이 선연한 어느 날의 밤이었다.

카테고리
#오리지널
페어
#HL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