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 2 연성

[자캐] 물건

차라리 돈을 보고 온 것이면 좋겠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죽은 사람은 아이였다. 아이가 무슨 경제활동을 하여 무슨 돈을 모은단 말인가. 새벽제비는 자신의 야영지에 북적이고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열 여섯에 병으로 죽은 한 아이와, 열 한 명의 부모. 그들은 차마 염하고 흰 천으로 덮어놓은 아이의 시신에 다가가지 못하고 몇 걸음 뒤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소란스럽습니다. 여기서 나가주십시오.

새벽제비가 정중하게 말했다. 그러자 한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저는 이 아이의 부모입니다. 이제라도 부모 노릇을 하기 위해.......

그러자 나머지 열 명이 와글와글 게걸스럽게 소리쳤다. 제가 이 아이의 부모입니다, 제가 이 아이의 부모입니다, 제가 이 아이의 부모입니다, 제가 이 아이의 부모입니다....... 그만, 그만해, 그만하라고, 이 파렴치한 새끼들아, 새벽제비는 그 때 하이옌이었다.

더 말할 것도 없소.

새벽제비는 주둔지에서, 그에게 허락된 장소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강철군주는 가만히 그를 지켜보았다. 그가 거기 있던 말던 새벽제비는 걸음을 옮겼다. 새벽제비의 뒤를, 강철군주가 뒤따랐다. 그는 위압적이었지만 새벽제비는 위압감을 교묘히 피할 수 있었다.

문장이 이상하단 생각을 해보지 않았나?

알다시피, 나는 전령이지 이야기꾼이 아니오. 문장의 아름다움따위.

그 말이 아닌 것을 알텐데, 새벽제비.

나는 서른 명의 아이를 길러냈고, 서른 번의 죽음을 마주하였으며, 서른 번 모두.......

새벽제비는 말을 잇지 못했다. 다만 화난 걸음으로 계속 걸었을 뿐이었다. 서른 번 모두 기이한 죽음이었다. 한 번이라도 기이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다른 부모들도 그럴 것이다. 부모보다 먼저 죽은 아이의 죽음은 기이하다. 승천자들만 그것을 모른다. 새벽제비는 자신도 승천자면서, 강철군주에 대해 기묘한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푸른 튜닉을 벗고, 강철 인장이 그려진 튜닉을 입어도, 그들의 명령을 받고 그들의 말을 전하고 그들을 위해 지도를 그려 바쳐도, 그들과 자신이 같은 종족이라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

제가 생각하기엔, 그렇게 말하면 안될 것 같았어요.

트로이메라이가 천막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럼 내가 거기서 뭘 더 말해야했지? 멜, 봤잖아요, 그 때 그 일을, 당신도.......

맞아. 나도 증언할 수 있어요, 헌데.

지글거리는 소리를 내는 나무 지팡이를 보며 열 한 명의 부모는 공포감에 압도되었다. 빛이 희게 사방을 물들였다, 하이옌이 처절하게 포효하자 굉음이 떨어졌다. 나무 지팡이는 까맣게 탔고 지글거리며 계속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 주변은 무거운 것이 떨어진 듯 움푹 파여있었다. 그것이 우리들에게 떨어졌다면. 부모들은 도망도 못 가고 서로 손을 맞잡았다.

묻는다. 무엇을 위해 온건가.

하이옌이 시뻘건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안식을.......

열 한 명의 사람들이 합창했다. 하이옌의 손 끝에서 스파크가 일었다. 이번엔 정말로 저 파렴치한들에게 힘을 쓸 생각이었다. 고스트도 침묵하고 있었다. 저 아이는 더 살지도 못하고 죽어버렸다.

정말입니다, 저 아이에게 안식을 주겠다고....... 부호가 그랬습니다.

그 날 새벽제비는 잠을 자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열 한 명의 부모와 부호, 그리고 자신의 열 여섯살 난 아이가 가물거렸다. 트로이메라이는 옆에서 새벽제비의 주변을 돌며 걱정을 하였지만, 걱정을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새벽제비는 그 사건 이후로도 열 명 남짓의 아이들을 키워냈다. 그리고 열 번 남짓 아이들의 죽음을 보았다.

깨있었군.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소?

좀 더 이야기를 들어야할 것으로, 우리들 모두 판단했다.

새벽제비는 벌떡 일어섰다. 그의 눈이 증오심으로 일렁였다.

그대들은 나의 아이를 뭐라고 생각하나? 어떤-.......

입을 다물었다. 그는 감정을 정리했다. 무미건조하고 모두와 약간의 거리를 두는, 평소의 새벽제비를 연기했다.

알겠소. 어제 발언했던 곳으로 가겠습니다.

이상한 제안이었다. 아이를 묻을 땅을 주겠거니, 하고 하이옌은 지친 표정으로 타박거리며 부호의 집으로 갔다. 그는 우연히 황금기 때의 의약시설을 발견하였고, 거기서 쓸 수 있는 약들을 꺼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값비싸게 팔아 부자가 된 사람이었다. 부호는 하이옌이 아이 없이 오자 대놓고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를 묻을 땅을 주려는게 아니었군.

하이옌이 뒤돌아섰다.

잠깐, 잠깐만. 아이를 묻을 수 있게는 해줄거다.

부호가 그의 어깨에 손을 댔다. 하이옌은 매섭게 그의 손을 떨쳐냈다.

대신 나보고 용병 일을 하라는 것이면, 거절한다.

아니, 아니, 내가 원하는건 그게 아니야.

뭐가 됐던 거절한다.

그 아이를 나의 아이로도 만들어달라.

상상치도 못한 말이었다. 하이옌은 눈을 잔뜩 찌푸리고 그를 쳐다보았다. 부호는 그것이 계속 말하라는 뜻인 줄 알고 입을 열었다.

너와 내가 공동으로 아이를...... 소유하는거지. 나도 그 아이를 애도하고 사랑할 수 있게 해다오.

부호의 집에 들어오면서 가진 무기는 다 빼앗겼지만, 그가 승천자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맨손으로도 부호를 죽일 수 있었다. 하이옌은 이 모욕을 어떻게 견뎌내야할지 몰라서, 그를 조금 더 살려놓았다.

너는 아이를 스무 명 정도 키워냈다고 들었다. 나도 그 중 하나에게 사랑을 줄 수 있게 해달라는거야.

네가 직접 낳거나, 아니면 떠도는 아이들을 거둬 키워라.

하이옌의 목소리가 겉잡을 수 없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불임이다, 이 점에서는 승천자들과 같으려나? 뭐, 아무튼, 아이를 낳을 수 없어. 물론 아이들을 기르고 싶지는 않다. 나는 죽은 아이가 필요해. 온전히 사랑할 수 있지 않나.......

내 아이는 물건이 아니오.

새벽제비는 담담하게 말했다. 가슴 속은 요동치고 있었으나, 그걸 어떻게 뿌리쳐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의 앞에서 죽은 서른 명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알 수 없어졌다. 익숙해지지 않았다.

이해가 가지 않으면 이해하지 마시오.

그리고 강철군주의 판결이 어떻던 간에 그는 듣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그 일이 잊힐 때 즈음, 그의 삶에 의문을 제기한 강철군주가 찾아왔다. 그가 새벽제비를 따로 찾아온 일이 없었다. 그는 당연히 일 때문인 줄 알고 강철군주에게 간단히 예를 표했다. 강철군주가 물었다.

네 아이들은 어땠는지 듣고싶군.

새벽제비는 강철군주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그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열 여섯살에 병에 걸려 죽고 만 자신의 아이의 이야기를 제일 먼저 꺼내놓았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