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소리

센간카이

심장 소리.

살아있다는 생물이 내는 소리 중에서 그것 만큼이나 울림이 좋은 것은 없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보이지도 않는 투명 인간을 만질 때마다 상대가 그것을 느끼고 신음과 숨을 헐떡이며 토하듯 뱉어내도, 그는 손 끝으로 투명 인간의 심장을 중심삼아 함께 뛰는 맥박을 더듬는 것인지라 다른 인간들과 다름없이 일정하게 울리는 특유의 울림을 좋아할 뿐이다. 그 자신의 눈이 보이지 않으니 상대가 투명 인간이어봤자 별 상관이 없는 것도 한 몫을 크게 자리잡고 있기는 하지마는- 지금 이렇게, 팔베개를 해주면서 손 끝을 투명 인간의 가슴팍에 놓고 있음에도 그 울림이 감각을 타고 전해져 오는데 어찌 만족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일정하게 들이키고 내뱉는 숨결의 소리와 더불어 목의 맥박은 그의 팔을 타고, 심장의 울림은 그의 손끝을 타고 올라갔다.

"…카이지."

이름을 부르면 일정하던 호흡이 흐트러지면서도 둥그런 머리통이 팔 위에서 움직여, 시선이 저를 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대로 잠들 생각은 아니겠지."

"글쎄, 좀 피곤하긴 하지만… 이대로 잠들면 안된다는 말투 같은데."

"나이가 들어서 말이야."

팔이 저려오거든. 그의 말에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다고 하기에도 썩 묘한 무게의 정적이 잠시 내려앉으려 하다가도 보이지 않아 구체적인 출처를 알 수 없는 한숨 하나에 날아가버렸다. 그렇다고 그 한숨에 어느 부정적인 감정이나 기분이 담겨있느냐, 한다면 그건 아니었다. 그저 어쩔 수 없다는 것 마냥 새어나온 한숨 한 자락에 불과했다. -풍신 일족의 닌자가 나이를 먹어서 팔베개가 불가능 하다니, 슬픈 일이네. 말은 그렇게 내뱉으면서도 그 어조에는 청년 특유의 장난기가 묻어나왔지만 그렇다고 베고 있던 팔을 제 머리에 힘을 줘 내리누른다거나 하지는 않고, 오히려 자세를 바꾸기라도 하듯 몸을 움직였다. 천이 육체에 닿을 때마다 나는 소리가 바로 지척에서 들리는 것이 나쁜 기분은 아닌지라 그는 그것을 가만히 두고본 뒤에야 이제 되었느냐는 물음에 일부러 웃음기를 드러내며 답해주었다.

"지금 저리다는 말은 아니었는데."

"……."

"오, 와닿는 시선이 마치… 벌레라도 씹었을 때 짓는 표정의 시선 같군."

"거울 안본 지 오래 됐으니까 모르겠지만 장담하건데, 분명 그것보다 더한 시선일 걸."

"다시 누워도 괜찮다만."

아직 뻗어있는 팔을 치우지 않은 채 그렇게 말을 하니 그대로 미동이 없던 이가 다시금 자세를 바꾸는가 싶더니 그대로 몸을 띄우는 것에 설마하는 심정으로 빠르게 팔을 치우면, 그 다음 순간, 침대 특유의 탄성이 몸으로 느껴졌다. 머리로 내 팔을 찍어내리려 하다니, 무섭구만. 무섭다는 말 치고는 그 어조는 무척이나 느른하고 목소리는 여전히 묵직했기에 별 신뢰는 가지 않았다. 퍽이나 무섭겠다, 하고 쏘아붙이는 말이 흘러나오자 그는 껄껄 웃으며 다른 팔을 움직여 허공을 잡고, 끌어당겼다. 그가 다시금 온기를 안았을 때 이제는 손 끝이 아니라 그 자신의 가슴으로 심장의 울림이 전해져오고 있었다. 일정하기만 하던 것이 잠시나마 흐트러지는가 싶더니 이제는 꽤나 빠른 울림으로 격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대로- 일정하게 유지가 되더란다.

"카이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접촉 아닌가?"

"그런 거 일일히 묻지 마."

벌써 몇 번째야. 볼멘 소리가 흘러나옴에 그는 다시금 웃어버렸다.

"하지만, 그래. 네 심장 소리는 좋은 편이니까 말이야."

순식간에 느리게 뛰어버리는가 싶더니 점차 그 속도를 맹렬하게 올려가는 울림이 좋지 않을 리가 없다. 다른 인간들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은 고동이지만 뭐랄까, 파장이 맞는 걸지도. 그는 그리 생각하며 손을 움직여, 그 끝으로 보이지 않는 이의 얼굴을 더듬거렸다. -지금 이 표정도 좋군. 물론, 굳이 입 밖으로 내뱉어주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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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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