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을 위하여
도원괴이담13
어머니의 죽음은 갑작스럽지 않았다. 어린 내게 멀리 간다 이르지도 않고, 그저 영원히 볼 수 없노라 일렀던 기억이 난다. 그에 내가 슬퍼하면 울음 그치게 만들지 않으셨다. 그저 품에 파고들면 또 온통 섧다. 불안, 슬픔, 절망 등이 차곡차곡 세를 불렸다. 이 어미가 없으면, 이 어미는 지켜주지-..., 홀로 살아갈 수, 그저 자유롭게. 어머니가 준 사랑이 깊을수록 빼곡한 잔흔이 새겨진다. 자식 떠날 날 얼마 안 남았다는 사실은 떠나보내는 이도 알 수 있었다. 항상 가까운 곳 향하던 시선은 멀어지고 생명의 기운이 뻣뻣하게 굳어 순환하지 않는다. 준비된 죽음을 맞는다. 별채 바깥으로 나가 어머니 죽음을 고했다. 언뜻 가주의 눈에 스쳤던 이채를 기억한다. 부모 잃은 자식이 세상 떠나지 말라 지워준 짐은 더없이 가벼웠던 나를 붙박히게 만들었지만, 가끔 그 무게가 버거웠단 사실은 아직 어머니껜 비밀이다. 그렇게 나는 상실과 벗이 되었다.
상실의 곁에서 바라본 세계는 생각보다 공평했다. 모든 인간은 생을 마치는 날까지 하나씩 버려 종내엔 모두 죽음으로 향하므로. 그러니 모든 삶이 죽음으로 가는 여정이라면, 모든 인연 또한 상실을 위한 연습이라 할 수 있으리라. 어머니 돌아가실 적에 선연히 떠오른 문장은 계약자로 인하여 적법한 흔적이 되어 새겨진다. 그와 나의 관계를 정의하기 쉽지 않다. 단 하나의 언어로 함축될 단어따위가 전반의 삶을 녹일 순 없는 노릇이므로. 쉽지 않은 일에 대해 게으름 피우기 일절인 나는 또 그에 대한 생각을 미룬다. 그러니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함께 있어 생각할 틈이 없다. 꽃을 보거나, 달을 보거나, 조각으로 경쟁하거나. 그도 아니면 해 마른 냄새 맡으며 그가 좋아하는 나무 그늘 아래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아무리 소소한 이야기라도 반드시 흥미가 동한다. 한참을 소리 높여 웃는다. 그는 가끔 상흔처럼 흐릿해진 과거에서 기억을 건져올린다. 내가 그의 기억을 이어받는다. 한참을 되새김하고 과거를 새긴다. 나또한 과거로 기록될 자이기 때문이다.
"청랑이 그간 너무 따뜻했네."
"벌써 20년간 살았으니 그렇지~"
"그래도 발 넓은 계약자 덕에 청랑 바깥도 많이 돌아다니지 않았어."
"에이~ 그야 대부분 청랑에 있었으니까?"
잔흔 밟으며 그와 지낸 시간이 켜켜이 쌓일수록 홀로 남을 이를 위한 삶을 생각한다. 어머니를 이해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이가 떠나는 자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앞으로 살날이 더 많든, 인생의 단편이든. 생이 흐르면 나는 결국 그를 떠나리라. 그는 나 없이도 살아갈 것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그는 그렇다. 이마끼리 가벼이 맞부딪히면 시선의 단차가 맞아들어간다. 속절없이 다시금 세상을 사랑하게 된 자가 내 앞에 있다. 그와 슬픔과 불안 뿐만 아닌 감정 공유하는 나도 다시금 세상과 사랑에 빠진다. 예정된 상실 앞에 다정이 슬픔으로 변모할지언정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입히길 멈추지 않는다. 상처입히지 않으면 가까워질 수 없으므로. 상실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그리하여 어머니가 내게 그랬듯, 나도 그에게 다정이자 이기로 화한다.
"집에 돌아가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햇빛 맞으며 이러고 있자."
"우리 돌아가도 여즉 겨울일텐데도?"
"현국의 추위를 겪었으니 청랑의 추위쯤은 괜찮지 않을까~?"
그러다 고뿔들어 고생하면 어찌하려고. 그럼 냥이가 정성스레 간호해주겠지? 으레 그런 장난을 친다.
늦었습니다... 항상 늦네요...
캐붕지적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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